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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농가행 후기 홍성 자연재배 논과 함께한 시간

일반 모내기 시기보다 2주 가까이 늦은 6월 20일.
홍성의 이연진, 임인환 농부님이 올해 처음 시도한다는 흙을 갈지 않는 ‘자연재배 모내기’를 마르쉐@에서 모집한 20명이 함께 경험했습니다. 작년에 수확한 벼 뿌리 사이 사이에 모를 심는, 생각보다 훨씬 손도 시간도 많이 드는 자연재배 모내기. 이날은 70%정도 밖에 끝내지 못했지만 20명이 하루 종일 호흡을 맞추어 마음을 담아 모를 심었던 논을 바라보며 잘 자라달라고 기도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하늘과 땅에 모든 것을 맡기는 간절하고 원초적인,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모내기 이후 비가 오는 날이나 더위가 심할 때면 문득 홍성 논 생각이 나고, 농부님께서 페이스북에 공유해 주시는 논 소식을 접할 때면 반갑고 함께 심은 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온 7월 18일, 드디어 첫 번째 풀베기를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한 홍성군 홍동면, 한 달 만에 만난 반가운 논은 일찍이 모내기를 끝낸 주변 유기재배 논의 푸릇함 속에서 혼자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한 달 전 모내기 때에 비하면 벼가 자라기는 했지만, 키가 작고 대가 가늘어 보이기도 하고… 모를 심은 간격이 넓기 때문에 논이 비어 보이며 흙 부분에는 상상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높고 낮은 풀들이 무성했기 때문이지요. ‘잘 자라고 있는 건가? 이 많은 풀들을 하루 사이에 다 벨 수 있을까?’ 스치는 걱정을 마음에 담은 채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풀을 베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논밭의 풀을 뽑는 일을 ‘김매기’라고 하는데요, 자연재배에서는 ‘풀베기’라는 말을 사용한답니다. 흙 속 미생물을 그대로 살려주기 위해 뿌리째 뽑는 대신 풀을 베고, 유일한 거름이 될 베어진 풀을 다시 흙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침부터 20명이 논에 들어가 벼를 제외한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풀들을 베기 시작합니다. 논에는 다양한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요, 벼와 비슷한 모습을 한 피, 그리고 파처럼 생긴 올챙이고랭이는 풀을 잡고 낫으로 수평을 유지한채 베면 잘 베어지네요. 나무처럼 생긴 여뀌, 방동사니, 벗 풀 그리고 논 전체에 낮게 퍼져 있는 물달개비 등은 손을 활용해야 더 잘 베어집니다. 한창 풀을 베다 보면 손에 힘을 주는 위치나 각도가 풀마다 다르고 어느새 손이 풀에 맞추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때쯤 되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나 봅니다. ‘손이란게 정말 대단해’, ‘이게 엄청난 도구야’.
여러 입에서 감탄사와 칭찬이 들려 오기 시작하지요. 평소 쓰지 않았던 손의 또 다른 기능을 발견하고 내 몸의 일부가 갖는 섬세함과 우수함에 감동하는 순간. ‘내일 손 많이 아프겠다’하면서도 무언가 자랑스러운 그런 느낌. 처음에는 구별하기 어려워 식별하느라 고생한 피도 어느새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고, 몸이 알아서 풀을 베기 시작하면 이제 논의 위치마다 풀마다 다른 다양한 곤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물달개비를 베다 보면 그 속에서 몇백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보석처럼 빛나는 황갈색 작은 곤충들, 엉덩이에 큰 흰 공을 단 웃기는 모습으로 달려가는 거미, 자연이 어떻게 이 색을 만들어 낼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빨간 색 곤충들, 눈에는 거의 안 보이지만 존재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아주아주 작은 생명들… 풀 벨 곳마다 나타나 주는 엄청 다양한 곤충들 덕분에 눈이 즐겁고 그들이 공존하는 평화로움에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날은 규칙적인 몸의 움직임과 차분한 마음이 함께 하는 ‘수다’의 달콤함을 발견한 하루이기도 했어요. 눈에 들어오는 풀이나 곤충 이야기, 내 손에 대한 이야기, 농부에 대한 이야기,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 일상에 대한 이야기,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 손과 눈은 바쁘지만, 시간은 넉넉하고 입은 심심하니 자연스럽게 입이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느낌과는 또 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고나 할까요? 평소의 ‘대화’와 확연히 다른, 조용한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수다’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며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줍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갔으면 서로 필요한 이야기만 하면서 살고 있었나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바삐 움직이는 손과 천천히 이어지는 수다 덕분에 오후 5시쯤에는 900평의 논의 풀을 모두 베었습니다. 논에서 나와 논 전체를 바라보면 초록색이 연한 부분이 몇 근데 눈에 들어오는데요, 풀들이 너무 많아 베기 엄청 고생했던 그런 곳들이에요. 풀과 영양을 서로 나누느라 잘 자라지 못한 모습을 한눈에 확인하니 풀에는 미안하지만 벼를 위해 풀을 베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깔끔해 지고 시원해 보이는 벼들을 바라보며 다음 풀베기 날까지 무사히 잘 자라주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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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내내 이어진 무더위 때문에 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농부님께서 기쁜 소식을 보내주었어요. 보름이나 늦게 모내기를 한데다 처음 시도해 보는 흙을 갈지 않는 논농사이다 보니 몇 년이 지나서야 잘 될 줄 알았는데… 이삭이 잘 패고 있고 작년보다 건강한 기운과 속도로 잘 크고 있어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모내기와 풀베기를 함께한 많은 사람들의 기운이 들어가서 잘 자라는 것 같다고, 그 이유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해주시네요.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자라고 있다니! 잘 자라고 있는 논을, 벼를 하루빨리 만나러 가고 싶어집니다.

8월 29일 월요일, 홍성 자연재배 논을 만나러 가고 두 번째 풀베기를 진행합니다.
자연의 뭇 생명들과 함께 짓는 논농사, 노동과 수다가 함께 하는 풀베기에 함께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 : 김수향(카페 수카라)

벼농사 셔틀 vol. 3 ‘자연재배 풀베기-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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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자연 재배 벼농사 과정은 6월에 손으로 하나하나 심은 벼 사이사이에 자란 풀을 7월에 한 번
베 주었는데요, 그 뒤 더 자란 풀들을 다시 베고 풀들이 귀한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입니다.
홍성은 협동조합 꾸러미를 통해 생계형 자연 재배 농사의 실험을 이어 왔으며 한국에 생계형 자연재배 농사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점심에는 홍성의 몇몇 자연 재배 농부들이
‘자연 재배 농부로 먹고살기’ 이야기를 나눠주시고 생계와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자연 재배의 가능성과
자연농적 삶의 경험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일시>
8월 29일(월) 7:30~20:00

<일정>
8/29(월) 아침 7시 반 합정역 출발 / 오후 8시쯤 합정역 도착
– 7시 반 합정역 출발
– 10시 자연 재배 논 풀베기
– 13시 점심 & 자연 재배협동조합 농부들과 대화 ‘자연재배 농부로 먹고 살기’
– 15시 반 자연재배 논 풀베기
– 17시 반 홍성출발
– 20시 합정역 도착

<준비물>
풀베기할 때는 모자, 장화 (맨발도 가능하고 버리는 양말을 신으셔도 됩니다),긴바지, 그리고 해가 뜨거우니 얇고 긴 작업복을 준비하세요(반팔인 경우 토시 제공). 참고로 흙 물은 세탁해도 잘 안 빠집니다.

<참가비>
15,000원 (왕복 차비, 점심/참 포함)
* 버스를 타지 않고 홍성으로 직접 오시는 분도 참가비는 동일합니다.

<신청방법>
1)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2) 국민은행 505202-04-100537 김송희 계좌로 15,000원을 입금합니다.
3) 입금이 확인되면 문자를 드립니다.
* 입금 후 확인이 바로 되지 않아 문자를 드리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양해해 주세요! 🙂

<신청서 작성>
https://goo.gl/7vihXd
주최: 마르쉐@, 이연진, 임인환 농부
지원: 홍성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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