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시장, 야차바를 방문하다.

마르쉐친구들은 지난 4월27일-5월1일 도쿄를 방문했다. 지난 겨울 서울혁신가포럼에 게스트로 왔던 미디어서프의 벗들을 만나는 일과 그들이 운영하는 아오야마파머스마켓에 마르쉐 농가들의 고추장을 소개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긴자 안테나샵, 아코메야, 농부의 부엌, KIETTE 등의 도쿄의 핫플레이스를 둘러보는 일도 있었다. 이번 일정중에 우리가 가장 시간을 들인 것이 스미다구의 작은 시장 야차바를 만나는 일이었다.

도쿄 스미다구 야차바 시장은 2010년에 행정과 시민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장이 매주 열리는 정기적인 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311 후쿠시마 대지진의 영향이 크다. 대지진으로 지역에 식료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농가가 한곳도 없는 스미다구는 경제력이 많지 않은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위해 멀리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농부시장이었다.

이 시장의 설립자인 마츠우라 신야는 도쿄농대와 대학원을 다니며 계속 후쿠시마지역의 농업 현장을 방문하고 농업현장을 배워가던 중에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지역의 농산물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이 농산물을 유통하는 일을 했다. 이 때 신야는 원전사고라는 대재난의 와중에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먹거리들을 구입해서 먹어주는 사람은 대형유통체인이 아니라 기존에 농가와 직거래 관계를 맺어온 도시소비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신야에게 대지진의 시간은 관계의 힘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의 이런 경험은 <먹거리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장- 야차바>로 이어진다.

대지진이후 야차바는 최대한 지역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다양한 공간에서 시장을 열기 시작한다. 이들은 인위적으로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시장에 오는 손님들의 규모에 맞춘 적정한 규모의 시장이 지속되는 것을 지향한다. 규모를 키우려는 생각이 없으니 이 시장에 오려는 농가를 선정하는 일도 인터넷 등을 통한 공개모집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는 이들의 아는이, 기존에 오는 농가들의 추천 등으로 아름아름 출점자들을 조금씩 늘려왔다. 최초 2-3농가가 출점해서 시장을 열어 왔다면 지금은 9-11농가 정도가 함께 한다. 농가를 선정하는 기준도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손님들과 얼마나 대화를 잘 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다.

후쿠시마 지진 직후 야차바 시장에 농부들이 오면서 이들 농가와 소비자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는 일반적인 도농간의 관계와는 다른 것이 었다. 늘 농촌은 도시을 필요로 한다고만 생각 해 왔는데 도시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농촌이 도시를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그 후로도 계속 발전해 간다. 예를들어 군마의 농부가 대설피해를 입고 하우스가 모두 무너지는 상황이 되었을 때 손님들로부터 농가를 돕고싶다는 요청이 쇄도했고 토야마 농부를 위한 쿠폰이 제작되었다. 나중에 채소를 구매할 수 있는 500엔짜리 쿠폰은 손님들은 몇장씩 구입했고 이 쿠폰구입액 전액은 군마 농부의 피해복구에 사용되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농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이 시장은 어러 공간에서의 운영되어오다 4년 전부터 이곳 후네히키 역앞 상점가 광장에 자리잡았다. 지난 4년동안 이 시장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열렸다. 지난 4년간의 개최횟수만 250회, 아무리 큰 비가와도 설날에도 단 한명의 농부라도 오는 날에는 시장은 열렸다. 단 도쿄에 드물게 큰 눈이 오는 날, 시장 앞 계단에서 노인들의 낙상을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4년간 단 3-4회 시장문을 닫았다. 초창기부터 이 시장에 참여해 온 꽃가게 주인이 기억하는 시장의 모습은 이렇다. 처음에 6개월동안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6개월이 되어서야 200명이 되었다. 200명이 되자 500명까지는 3개월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후로 500에서 800명정도 손님이 찾는 시장이 된다고 한다.

이 시장에는 농가들이 밭에서 캔 그대로 흙이 묻은 채로 들고 온다.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씻고 포장하는 순간 신선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간처리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니 품을 덜 들이고 소비자도 좀 싸게 살 수 있다. 출점 농가는 11-12명 정도. 계절에 따라 조금 변동은 있다. 처음부터 출점자수 많이 놓고 많이 모집해야지 하는 생각 없었다다. 손님이 많아지는 것에 따라 출점팀을 늘려가려고 생각이었고 계속 증가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농가들이 보통 하루 2-3시간정도면 물건이 소진되어 오전이면 시장이 대강 마무리된다. 정말 열심히 잘파는 사람들은 1일 300만원까지 판다. 출점비는 판매액의 10%이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에서 최소한으로 인건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프리페이퍼(소식지)제작, 마켓백제작, 전단지 등 홍보물제작에 사용한다. 상당금액은 적립하여 하드웨어제작에 사용한다.

이 시장에서 느끼는 몇가지 특징은 다음의 몇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출점자들과 손님들의 자발성이다. 현재 히키후네 야차바사무국을 이끌어가는 호소다 유는 자신들이 능력이 많지 않은 것이 시장에 보탬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호소다유와 함께 시장을 운영하는 혼다와 미즈키는 현재 직장인이다. 시장을 위해 쓸 수 있는 시장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기획의 대부분은 출점자들과 손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방문한 당일도 모객을 위하 ‘야차바 시장’이란 주제의 라쿠고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공연자를 섭외하는 것도, 공연을 위해 부채를 제작하고 자부동(방석)을 준비하는 것도 손님들이 도맡았다. 라쿠고 공연 홍보도 출점자들이 스스로 하고 공연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이바라키에서 오시는 농부님이 떡을 장만해서 손님들께 나누고 있었다. 출점자들은 야차바 사무국이 장만한 텐트를 직접 들고 다니고 설치하는 것까지 도맡고 있다. 출점자들의 자립을 최대한 도모하려는 기획자들의 의도대로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최소한을 하는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러한 생각은 시장의 규모에 대한 그들의 독특한 생각과도 연결되어 있다.

둘째는 그들은 4년여간 시장의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아 왔다. 심지어 SNS홍보를 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이유를 들어보니 우선 전업 실무인력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선 이 시장은 출점농가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유기농산물을 우선하지 않고 있고 지역 농산물을 수집해서 오시는 농가들도 잇어서 파머스마켓이나 마르쉐처럼 유기농이미지를 기대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맞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시장 기획자 자신들이 지역주민을 넘어 관광객들이 모으는 시장을 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대신 이들은 야차바가 어르신들이 보행보조기를 끌고 장보러 와서 즐겁게 장보기를 할 수 있는 시장이길 바란다. 시장의 오는 손님들의 규모를 대응할 만큼의 출점팀이면 규모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시장을 여러 지역으로 확대하거나 이식하려는 생각조차 없다. 야차바사무국 멤버중 한명이 혼다는 컨설턴트로 행정기관의 자문을 직업적으로 하는데 야차바같은 시장을 제안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이곳의 농부는 다른곳에서 없는 야차바만의 농부이다. 출점자들과 손님들이 만들어가는 야차바는 기적과 같은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시간 지역의 손님들과 대화 속에서 형성된 시장의 관계가 야차바 시장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때 이를 어디에나 복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친화적인 성격이다. 이 시장은 출발부터 지자체의 식육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작했고 지금의 히키후네 상점가에 자리잡은 것도 지역 상점가들의 상권활성화 요청에 부응한 것이었다. 지금 행정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않지만 스미다구의 다양한 지역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구청이나 지역상점가의 다양한 이벤트에 자신들의 시장 공간을 공유한다. 야차바 시장과 시장기획자들은 지역의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그 문제의 해법을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풀어가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런 팀이었다.

넷째는 먹거리와 지역을 연결하며 삶의 자립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차바는 20-30대초반의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다. 사무국 책임자 호소다유는 스미다구 출신으로 도쿄도내 섬지역의 생산물 판매하는 일을 하다가 야차바 사무국을 맡게 되었다. 혼다는 주말에 야차바 일을 하기 위해 결혼 후 스미다구에 이주하여 정착했다. 지바의 젊은 농부는 귀촌정착이후 가족이 함께 생산하는 쌀을 야차바에 나와 판매하고 있다. 3개월동안은 전혀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웃들의 채소까지 같이 가지고 나오면서 조금씩 판매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야차바에서 인터넷 주문을 받기도 하고 시장에 오는 날은 스미다구와 인근에서 주문받은 쌀을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고 했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지만 농부들이 도쿄를 정기적으로 나오는 일은 어려운데 자신이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지역 농가들의 직거래에도 도움을 주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지역이 도시민들에게 알려지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나아가 야차바가 인연이 되어 스미다구의 아동센터 아이들이 지바의 쌀 생산자들의 논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장의 파운더인 마츠우라 신야는 지금은 시장을 떠나서 스미다 지역의 빈집들을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가난하고 후미진 마을을 세계의 여행자들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지역의 빈공간의 하나는 쉐어바로 재탄생되었다. 이 공간에서 야차바 시장이 끝나면 농가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나누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지역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카페가 생기고 다양한 샵들이 지역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스미다구에 스카이트리(라디오송신타워)가 세워진 이후에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서서 지역주민들의 삶일 실제로 활기차지는 본질적인 변화를 꿈꾸고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EAST TOKOY라는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실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도시 일본의 풍경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들을 야차바에서 봤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다고 농가들은 군고구마와 츠케모노, 케잌 같은 먹거리들을 끊임없이 가져다 주셨다. 농부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자신들이 지켜온 시장에 대해 해 주실 말씀들이 많았다. 도심의 파머스마켓 출점을 포기하고 야차바에 나오신다는 닛코에서 오신 와사비농부 할아버지께 왜 야차바를 선택하셨는지를 여쭸더니 사무국장 호소다유를 가르키며 ‘저 친구들이 여기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주름깊은 얼굴에 천진한 미소를 가진 농부님의 얼굴에서 마르쉐@가 하고 싶은 시장의 모습을 보게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어떻게 살고 싶으지를 묻는 시장. 그 시장에서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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