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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혜화_햇밀] 햇밀 베이커 이야기 _2 더벨로, 아쥬드블레

마르쉐@혜화 <햇밀>

2018년 7월 8일 일요일 11:00-16:00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혜화역 2번출구)

마르쉐@제철공연 / 12:00~12:30 ‘스윙제리’ 스윙을 부르는 핑크빛 달콤함 스윙, 부윙, 오윙

마르쉐@농부워크숍 / 13:00~13:30 밀 작업자들에게 듣는 햇밀의 맛, 향, 작업 이야기

 

‘햇밀’ 장을 맞이하여 그동안 마르쉐@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특별한 밀 작업자들이 시장에 함께 합니다.

우리의 식탁에 ‘밀’이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된것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지요. 쌀에 이어 우리는 어느새 ‘밀’을 주식으로도 즐기고 있습니다. 밀 음식들을 많이 먹고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밀의 국내 생산량은 2%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 땅의 곳곳에도 밀이 자라고 있습니다. 앉은뱅이밀, 금강밀, 조경밀.. 밀에도 종류와 이름들이 많고 저마다의 향과 맛과 특성을 가지고 있지요. 각기 다른 땅의 역사와 정보를 담고있는 농가의 밀에는 정성스럽게 씨를 받아서 이어가는 농부와 농부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가을에 뿌린 밀알들은 추운 겨울을 나고 이듬해  6-7월에 수확됩니다. 밀 수확을 함께 기다린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입니다. <햇밀> 장에는 ‘밀’에 유독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빵팀들을 초대했습니다. 이 땅에서 나는 재료로 빵을 만들고, 저마다 우리밀을 쓰게 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요. 아버지가 농사지은 밀로 빵 작업을 시작하게 된 베이커, 농사를 함께 하며 밀의 생애를 몸소 느끼는 베이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우리밀로 빵을 만들게된 베이커…
밀 농부와 우리밀 작업자들은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더 맛있는, 더 향기로운 빵을 구워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햇밀로 실험 하고 있을 특별한 빵 작업자들을 마르쉐@에서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7월 8일 일요일 마르쉐@혜화에서 농부들의 햇밀과 햇밀의 맛과 향을 담으려 애쓰는 빵 작업자들을 통해 밀을 느껴보세요.
 

가까운 곳에서 밀이 재배된다는 생각을 하면 설렙니다. 

더벨로 박민우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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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 통밀은 한국에 자생하던 토종 밀이란 점이 아주 중요해요.

양재동에 있는 더벨로에서 빵을 굽고 있는 박민우 입니다. 올해부터 마르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빵을 만든 지도 어느새 10년이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직업과 작업에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아요. 더벨로에서 일하며 우리밀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더벨로와 마르쉐@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진주 앉은뱅이통밀100%빵과 충북 음성 호밀100%빵은 매번 마르쉐@에 구워 나갑니다. 진주 앉은뱅이 통밀은 한국에 자생하던 토종 밀이란 점이 아주 중요해요. 자료에 의하면 진주 앉은뱅이 통밀의 경우 다른 밀에 비해 겨(껍질)가 얇아 제분량이 많고 가루가 부드러워요.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 함량이 적어 쉽게 바스러지고 점성이 적기도 하구요. 보통 제분된 밀을 가지고 반죽을 할때 느껴지는 느낌이 크게 둘로 나뉘는 데요. 이 밀이 물 흡수를 잘 하는구나 혹은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적구나 하는 느낌이요. 앉은뱅이 밀은 전자에 속하는 것 같아요.

 

차분히 작업하고 천천히 발효시켜 최적의 상태로

호밀의 경우도 정말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벨로 같은 경우 호밀은 자가제분을 하고 있는데요. 자가제분의 경우 신선함을 갖고 있지만 제분기의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빵으로 표현 됐을때 조금 더 거친 느낌이 있어요. 기계로 믹싱을 할 때면 적정 종료 시점이 있는데 우리밀의 경우 이 종료 시점이 굉장히 빨라요. 주관적 관점이지만, 기계로 작업을 하는 것 보다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천천히 작업을 하는게 오히려 더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차분히 작업하고 천천히 발효시켜 최적의 상태로 굽는다.’ 우리밀은 저에게 그렇게 다가와요.
우리밀에 관해 말할 때 제빵성이 나쁘다는 견해가 큰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가루의 경우 외국에 비해 아직 ‘빵’으로서 구현하기에 까다로운 면(안정성)이 아직 있기는 하지만 그 점 또한 기술자로서 좋은 경험 이기도 하구요. 원하는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명 제빵사들 옆에는 자국의 밀이 있어요. 

호밀100% 빵에 애정이 많이 가요. 일반 흰밀가루를 이용한 빵과 공정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기술자로서 그런 부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용 중인 충북 음성 호밀은 더벨로 반영재 사장님의 아버님께서 재배를 하고 수확해서 보내주시고 있어요. 가까운 곳에서 내가 사용하는 호밀이 재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에는 캐나다, 미국, 프랑스, 호주, 터키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밀가루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보통 국내에서 빵을 배울 때는 재료 원리에 대한 부분이 크지만 정작 그 재료의 의미를 배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재료의 중요함을 알게 되면서, 제빵사로서 새로운 관점이 생기지요.
최근 외국의 유명 제빵사들의 책을 읽을 때면 느껴 지는게 있어요. 그들 옆에는 자국의 밀이 있어요. 주위에서 길러지는 곡물들이 있구요. 자신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런 재료들을 활용하는 모습에 매력을 많이 느낍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빵을 만드는 제빵사로써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죠. 저에게 음성 호밀이 그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외국의 호밀이 아닌 국내산 호밀을 여러 방법을 대입해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사장님께 허락을 받고 마르쉐@에서 판매되는 빵은, 큰 틀에서는 같지만 제 나름대로 수정과 덧붙임을 한 빵이거든요. 재료의 배합은 같지만 발효의 시간과 방식이 좀 달라요. 저의 작업이 안정적으로 적용될 때 매장에서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것이 개인적인 목표가 되었어요. 국내산 재료를 활용한 작업의 안정화. 모두가 쉽게 만들고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얻는 그런 작업이요.
처음 빵을 만들 때는 시야가 좁아 그런 걸 인지하지 못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3년 전 앉은뱅이밀이 국내에 크게 소개되면서 국내산 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 시작했을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죠. ‘한국에서도 밀이 제배되나?’ 제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껏 이어져오는 국내산 밀과 호밀의 소중함을 많이 느껴요. 이제야 비로소 밀과 호밀이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빵의 재료로써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농부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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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한국의 빵 문화는 서양의 빵 문화와 조금 다르게 발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들고 있는 빵 같은 경우 아마도 서양 문화에 영향을 더 받은 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좀더 다양해 지고 있고, 그리고 다양해 지는 것이 좋죠. 그리고 그 다양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성숙해 지는 거 같아요.

 크게 간식과 식사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경우 이 두가지 관점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간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빵도 맛있고, 주식으로서 소비되는 빵도 역시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아요. 지금 한국의 빵집에서는 이 두 가지를 다 만들기도 하구요. 단 저는 소비자분들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즐기셨으면 해요. 예들 들어 호밀빵의 경우 굽고 난 뒤 하루가 지나면 더 맛이 풍부해지거든요. 그리고 주식으로 하는 빵의 경우 그 빵을 온전히 드시기 보다는 다른 음식들과 곁들여 먹을 때 그 식사가 풍요로워져요. 개인적으로 저는 빵을 냉동시켜 본 적이 없어요. 빵 보관시 냉동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건 이 방법이 그나마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서 말씀 드리는 것 뿐이죠. 저는 빵을 실온에 두고 먹어요. 비닐이나 통에 넣어두면 겉 표면이 눅눅해지는데 이건 이대로 씹으면 씹을 수로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구요. 가끔은 팬에 살짝 구우면 눅눅해진 빵에 바삭함이 생겨요. 이걸 페스토나 잼을 발라 먹기도 하구요. 빵을 만들때 여러가지를 고려하며 만들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하루 이틀 지나야 맛있는 빵을 지향하고 있어요.

동료들과 함께 바게트를 성형하는 것. 

 

요즘 읽고 있는 재프리 해멀먼(Jeffrey Hamelman)의 브래드(Bread)라는 책에서 이런 표현이 나와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동료들과 작업대 앞에 서서 얘기하고 웃기도 하며 긴장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일정한 리듬으로 함께 바게트를 성형하는 것이다.’ 제가 하고 있는 이런 작은 작업이나 마음가짐이 빵을 하는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상하면 기분이 묘해요. 국내에서 재배되는 밀가루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 이 작업이 의미가 있으려면 지금 빵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우리밀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빵의 큰 뿌리라 할 수 있는 밀이 국내에서 자생하고 있고 사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밀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농부님들과 소비자분들 사이에 있는 제빵사의 역활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장이라는 건 결국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의미 있는 교류와 조율에서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판매자는 각자의 소신을 바탕으로 정직하게 빵을 만들고 소비자는 열린 마음으로 판매자의 결과물을 음미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좋은 빵이 매일 구워지고, 다양한 취향의 식사가 이루어지는 식문화가 좋지 않을까요. 어디에나 있는 빵보다는요.

햇밀은 저에게 직업인 즉 제빵사로써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상징 중 하나예요. 부디 햇밀이 그리고 이 햇밀 축제가 잘 이어져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우리밀, 우리호밀이 빵으로서 존재하고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벨로는 마르쉐@혜화 <햇밀>장에서
진주 홍순영 농부의 햇 앉은뱅이밀 , 충북 음성 반유성 농부의 햇 호밀 로 만든 빵을 선보입니다.

더벨로   서울 서초구 마방로4길 28 1층

 

햇밀은 신선함, 고마움, 새로운 도전입니다.  아쥬드블레 이성규 이인교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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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쥬드블레 제공

소농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인 빵

두 명의 베이커가 아티장 브레드를 굽는 아쥬드블레입니다. 우리 토종 앉은뱅이밀, 외국 토종밀과 고대밀을 재배하고 그 밀을 제분하여 유럽식 식사빵을 굽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맛난 먹을거리로서의 빵, 건강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소농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빵을 굽고 있습니다.
이성규 베이커는 빵의 재료인 밀가루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3년전부터 자연재배방식으로 밀을 직접 재배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토종 곡물을 재배하는 토종농부 황진웅 선생과 같이 밀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베이커, 도시농부, 먹을거리숲정원 디자이너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인교 베이커는 재료에 대한 연구, 제빵 공정에 대한 공부를 통해 제대로 된 건강한 빵을 만들려고 노력중입니다. 아티장베이커로 불리길 좋아합니다. 20여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이성규 베이커는 2년전부터 홈베이커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인교 베이커는 4년전부터 베이커로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두 베이커는 2017년 곽지원빵아카데미에서 빵동기로 만났습니다.

토종밀의 맛과 풍미가 뛰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건강한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빵을 굽기 시작한 후 자연스럽게 빵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밀가루는 수확량 증대만을 위해 육종된 현대밀을 제분하여 만든 것으로 현대밀은 밀 특유의 맛을 잃었고 그 밀로 만든 빵도 맛과 풍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수입밀 뿐만 아니라 우리밀도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토종밀과 고대밀은 밀품종 고유의 맛과 풍미가 뛰어나다는 것을 앉은뱅이밀로 작업하며 깨달았습니다. 토종밀에 대한 관심은 앉은뱅이밀을 넘어 외국의 토종밀과 고대밀로 확대되었습니다. 지금은 앉은뱅이밀 뿐만 아니라 Red Fife, Turkey Red, Rouge de Bordeaux, Banatka 등 외국의 토종밀 품종과 Khorasan, Emmer 등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재배해온 고대밀 종자를 수집하여 직접 기르고 있습니다.
토종농부 황진웅 선생이 공주에서 자연재배로 기른 앉은뱅이밀을 주로 사용합니다. 빵에 따라 프랑스밀과 터키산 유기농밀을 블렌딩하여 사용합니다. 앉은뱅이밀은 유럽식 식사빵에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 밀에 비해 수분을 많이 흡수하여 수분율이 높은 빵을 만들 수 있고 풍미도 더 진합니다. 다만 글루텐의 질이 프랑스밀에 떨어져 빵의 볼륨과 외양은 프랑스밀로 만든 빵보다 못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루텐의 질과 양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에 시험자료가 없기 때문에 올해 자료를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우리밀이라는 당위성이 아닌 맛과 풍미가 좋고 제빵성도 따라주는 밀과 빵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맛이나 다른 소구점이 없는 로컬푸드는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 여러 지역의 밀로 빵을 만들어 본 결과 같은 품종의 밀일지라도 재배지역에 따라 특성이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환경에 맞는 밀 품종을 재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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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쥬드블레 제공

햇밀은 신선함, 고마움, 새로운 도전입니다. 

햇밀은 신선함입니다. 농작물은 잘 익은 것을 갓 수확했을 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밀도 마찬가지입니다. 햇밀은 고마움입니다. 10월 파종한 밀은 발아해서 손가락 길이 정도로 자란 후 동면을 합니다.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맹렬한 기세로 자라 5월 꽃이 피고 수정되어 6월 여물어 수확에 이릅니다. 밀을 파종한 작년 늦가을은 가을 가뭄이 유독 심했습니다. 그래서 땅 속에 들어간 알곡들의 발아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겨울 추위도 심해서 그나마 발아한 싹들도 많이 얼어 죽었습니다. 수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초봄에 비가 많이 내려 살아남은 싹들이 잘 자라주었고 수확량도 우려와 달리 평년 수준은 되었습니다. 가을가뭄과 강추위를 이겨내고 열매를 맺어준 밀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햇밀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베이커들에게 밀가루를 바꾸는 건 크나큰 도전입니다. 밀가루의 특성에 따라 수분율, 반죽 정도 등 제빵 공정과 조건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정은 짧게는 2, 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의 테스트 베이킹을 필요로 합니다. 이 작업은 정상적인 빵 만들기와 병행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일선에 있는 베이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밀도 생명이다 보니 매년 기후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집니다. 대형 제분업자들은 그 특성의 변화를 다양한 첨가제와 블렌딩을 통해 조정하여 품질을 일정하게 할 수 있지만 우리밀을 제분하는 소규모 제분업자들은 그럴만한 능력도 데이터도 없습니다. 따라서 올해 햇밀로 만든 밀가루는 작년 것과 어떻게 다를지 알 수 없고 다만 테스트 베이킹을 통해 그 특성을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햇밀은 베이커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잘 발효된 반죽의 향을 맡을때, 잘 구워진 빵에서 버터향이 스며나올때 가장 행복합니다. 

뤼스틱이라는 프랑스 빵이 아쥬드블레의 시그니처 빵입니다. 프랑스빵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일본의 빵신 니헤이 도시오 선생으로부터 전수받은 빵입니다. 이 빵은 밀가루, 물, 소금, 극소량의 이스트만으로 만드는 빵입니다. 빵을 굽기 시작하면서 이스트로 만드는 빵은 맛이 없다, 건강한 빵이 아니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빵 맛은 그런 생각을 일거에 날려 주었습니다. 이스트로 만든 빵도 훌륭한 풍미를 내는 멋진 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빵입니다. 이스트로 만든 빵과 사워도우 빵은 각각 다른 특성과 매력을 지닌 빵이며 이 둘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자신만의 빵을 만들어 보라는 니헤이 도시오 선생의 한마디는 앞으로 쭉 화두로 삼고 살아갈 겁니다. 뤼스틱은 토종농부 황진웅 선생의 앉은뱅이밀로 만들고 있습니다.

 밀가루, 물, 소금, 천연효모(또는 소량의 이스트)로 만드는 유럽식 식사빵은 담백합니다. 하지만 입안에서 오물거리며 오래 씹어보면 밀향, 저온에서 긴 시간동안 진행한 발효로 생성된 맛, 진하게 색을 낸 크러스트에서 일어난 밀리야드 반응에 의한 향미 성분이 내는 맛 등 복합적인 맛들이 미각을 자극합니다. 앉은뱅이밀로 만든 빵은 빵을 다 삼킨 후 혀 뒤쪽으로부터 구수하고 진한 밀향이 밀려올려와 입안 가득 찹니다. 사워도우빵은 좋은 버터와 꿀을 올려 드셔도 좋습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드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당일 다 드시지 못한 빵은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하셨다가 드시기 한두시간 전에 실온에서 자연해동해서 드시면 됩니다. 미니 오븐 또는 토스터나 뜨겁게 달군 팬에 앞 뒷면을 살짝 구워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팬에 구울 때 취향에 따라 올리브 오일이나 버터를 둘러서 구워드셔도 됩니다. 소비자들 또한 설탕, 버터, 각종 충전물이 내는 맛이 아닌 담백한 밀향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앉은뱅이밀로 바게트, 뤼스틱, 사워도우 빵 등 린 브레드를 굽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식빵, 단과자빵, 패이스트리, 브리오슈 등 버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리치 브레드를 굽는데 도전하고 있습니다. 식빵은 이미 방법을 찾았고 다른 리치 브레드들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재료, 특히 밀의 향을 유지하면서 장기 발효로 발효향을 극대화하는 것, 폭신하면서도 크러스트가 바삭하게 구워내는 것에 항상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한 반죽이 담긴 통을 열어 코를 박고 발효향을 맡을 때,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 빵으로 구워지면서 내는 버터향이 오븐 밖으로 스며 나올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쥬드블레는 마르쉐@혜화 <햇밀>장에서
황진웅 농부님의 햇 앉은뱅이 통밀, 프랑스밀로 만든 빵을 선보입니다. 

 

아쥬드블레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2가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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