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농부[2025년 3월] 지구농부 한 접시 <토종쌀> with 리피칩 이주연 요리사 X 우보농장 이근이 농부


지난 3월 29일 마르쉐@필동, 올해의 첫 작은지구농부시장이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이날은  우보농장 이근이 농부와  리피칩 이주연 요리사가 함께 <토종쌀>을 주제로 함께 차린 ‘지구농부 한 접시’가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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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시대 토양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시장으로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며 파타고니아와 함께 만들어갑니다.


지구농부 한 접시 _ 우보농장 X 리피칩 

우보 이근이 농부와 함께_ 토종벼를 지키는 지구농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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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이란 무엇일까? 

오늘 토종벼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데요. ‘토종’이란 말이 원산지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토종고추로 예를 들자면  오래 전 먼 나라에서 이 땅에 건너왔겠지만  우리땅에서 적응하고 고정되어 이어온 고추를 말합니다. 

고정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씨앗을 다시 심어도 같은 모습, 같은 맛으로 자라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오랜기간 다시 심으면서 이 땅에 적응해서 고정된 씨앗을 토종이라 부릅니다.

토종의 반댓말은 개량종입니다. 개량종은 농부가 지속적으로 다시 심기 어려워요. 직접 채종을 해서 한두해 심다보면 씨앗이 가진 다양한 유전적 성질이 발현되어 변종들이 생겨나고.  맛과 형태가 유지되지 않아요. 결국 농부는 다시 씨앗을 사다 심어야 하는거죠. 요즘 많이 심겨지는 쌀품종들, ‘참드림’ ‘오대미’ ‘영호진미’... 같은 벼들은 모두 개량종으로 우리가 맛있다고 여겨온 일본품종 고시히카리, 아키바레(추청) 등에 다양한 다른 벼품종을 섞어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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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농장의 토종쌀


농부가 토종벼를 이어가는 이유!


아름다운 것들 좋아하시지요? 저도 좋아해요. 저는 아름다움이 다양성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에 다섯평에 30종을 길렀는데 모두가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 이 땅에는 1,500종의 다양한 쌀의 품종이 존재했어요. 일제는 품종 조사는 했지만 1926년 흥남에 화학비료 공장을 짓고 화학비료에 맞춤한 자신들의 벼 품종을 심게 했어요. 그 결과 이 땅에서 심어오던 그 다양한 쌀들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런 시간을 지나서 우리에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토종벼들은 ‘식감이 찰져서’, ’구수한 맛이 좋아서’ 등의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토종벼의 존재를 알고 토종벼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유전자원센터에 보존된 450여종의 볍씨 모두를 실제 논에서 기르고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중 250여 품종은 실제로 맛보고 소비자들의 식탁에도 올릴 수 있도록 현재 고양 벽제와 여주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f107319d3fadf.png우보농장 이근이 농부


오늘 맛보는 세 가지 쌀

오늘은 세 가지 토종벼를 리피칩 요리사님 수고로 음식으로 맛보실 수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수많은 품종들의 대부분은 찰기 있고 둥근 자포니카 계열의 쌀이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게 오늘 소개하는 <사두초> 같은 인디카 계열의 토종벼가 있어요.  

함께 소개하는 <홍두나>는 볍씨의 낱알 끝에 붉은색 까락이 달려 있어요. 벼의 수염인 까락은 야생 상태의 벼에게 수분을 조절하고 새들에게 먹히지 않게 하는데 유용한 특징입니다. 개량종 벼에서는 사라져가는 까락을 토종벼들은 많이 가지고 있어요. '홍두'는 붉은 까락이 붙어 있어 머리가 붉게 보이는 의 한자 이름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또 하나의 벼 <조동지>는 토종벼 1500여종 중 유일하게 사람의 이름에 유래하는 벼입니다. 지금 제가 토종벼를 기르는 여주 전북리에서  조중식이라는 분이 육종한 벼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어 퍼져나갔습니다. 나라에서 동지라는 벼슬을 내려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저희가 복원한 450여종의 벼들은 이렇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씨앗과 유기물의 순환에서 시작하는 지구농사

토종벼는 풀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키가 크게 자랍니다. 덕분에 선조들은 긴 볏닷은 이용해서 지붕을 얹고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이 특징이 현대농업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해 토종벼농사를 짓다 보면 큰 키는 낱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쉽게 쓰러져 버립니다. 

그래서 지금 일반적으로 재배되는 벼들은 모두 인위적으로 키가 작게 왜소화한 품종입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해도 잘 쓰러지지 않도록 개량한 품종들이지요. 

우보농장 초기에 4년간 빌린 논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전 주인이 사용했던 화학비료 영향이 남아 벼가 쉽게 쓰러졌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토종벼 농부들은 ‘화학비료의 기운을 3년은 빼내야 토종벼를 기를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농사짓는 지구농부들이 아니면 기를 수 없는 것이 토종벼인 셈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농사 짓기가 싫어서 야반도주하여 도시에서 자리를 잡으셨기에 저는 어린 시절부터 도시 내기로 자랐어요. 그러다 20년 전 도시농부로서 저는 벽제 동광원의 수도사 할머니들께 농사를 배웠습니다. 이분들은 씨앗을 이어가는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셨는데 수천 년 이어온 씨앗을 순환시키고 이어가는 게 농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사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순환이 필요한데 바로 똥과 오줌입니다. 지난 5,000년 동안 이땅의 농사는 이런 유기물의 순환으로 이어져 왔는데 불과 50~70년 사이에 농약과 화학물질에 의해 이 순환이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기후 위기를 삶으로 느끼며 살아갑니다.

농부 입장에서는 순환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벼도 씨앗도 모두 일회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순환의 질서로 되돌리고 회복하는 것이 지구농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에 볏짚을 논으로 넣지 못하면 화학비료가 사용되고 또 토양의 유기물이 되는 풀을 제초제로 잡다 보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생명들이 살아남질 못합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 위해서 전통농업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선조들은 물관리에서 지혜를 발휘하고 쌀겨로 기름띠를 만들어 풀을 억제하기도 했어요. 저는 우렁이에게 제초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파괴와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마르쉐의 지구농부들이 자연재해, 퍼머컬쳐, 생명역동농업 등의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의 뿌리는 모든 것을 순환시키는 전통 농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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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벼를 넓히기 위해

생명을 기르는 농업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종벼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여주에서 일 년에 네 번 모여서 논농사를 함께 지으며 밥상을 자급해 갈 <2025 토종쌀 자급자족 내논갖기 회원>을 모집합니다. 

그리고 4월4일  조동지의 고향 여주 전북리에서 <전국 토종벼 농부대회>를 여는데 농부들이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발표하는 자리 입니다.  한반도에 각 지역별 대표 품종들에 기반해서 각 지역별 품종을 찾아서 16명의 주모들이 빚어온 술을 시음하는 행사도 갖습니다.  

농부와 소비자가 함께 연결되어 자연을 수탈하지 않고 씨앗과 유기물을 순환시키면 지구가 해를 입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할 수 있습니다.  관심과 응원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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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쌀을 테마로 한 프렌치 한접시

오늘 지구농부한접시의 주제는 <토종쌀>입니다.  프렌치 스타일의 간략한 코스를 이근이 농부님의 세 가지 쌀을 토종쌀의 특성을 살려 준비해 보았습니다. 


- 홍두나: 라비올리를 만드는 데 썼습니다. 보통은 밀가루에 파피오카 전분을 넣어 만드는데요. 오늘은  홍두나 쌀가루만으로 반죽했습니다. 프랑스식 쌀 푸딩 Riz au kait 도 홍두나를 이용했어요. 우유에 끓여 만드는 리조히가 우리의 약밥과 같은 맥락의 디저트라는 생각을 했어요. 

- 조동지: 파트브리제(키쉬)의 파이에 사용했습니다.

- 사두초: 인디카계 쌀이라 바스락하는 가벼운 식감을 살려서 두 가지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곱창돌김쿠키를 넣어 보았어요  버터와 쌀가루만으로 만든 발로나까라이브 쿠키도 경쾌한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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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농부들과 함께

리피칩에 인기 있는 메뉴가 키쉬인데요. 키쉬가 맛있는 것은 파파팜의 달걀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곤드레 & 감자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오늘 참송이로 속을 넣은 라비올리는 맑은 프렌치식 콘소메와 함께 내어드렸어요. 

저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콘소메야말로 프렌치의 정수다.” 라고 하셨던 셰프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이틀간  8kg의 채소를 잘게 썰어 뭉근한 불에 끓이고 걸러 콘소메를 만들면서 “이 콘소메는 농부들에게 보내는 요리사의 찬사.”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송이뜰 농장의 참송이과 제주 유기농가의 채소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하신 강화도 반팜의 채소를 샐러드에 이용했는데요. 저는 식사 메뉴에는 당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샐러드에서 단맛을 느끼셨다면 그 맛은 채소의 단맛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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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충격적이고 소중한 맛을 안겨주었어요.

지구농부 한 접시에 대한 손님의 메모


냅킨에 적혀 테이블에 남겨진 손님의 메모를 셰프께 전하며 3월의 지구농부한접시를 마무리했습니다.  

봄의 시간은 빨리 지나가지만 그날 우리가 함께 경험한 이야기와 맛은 토종벼와 함께 오래 이어질 것입니다.




진행: 문소라, 송승리

사진: 박혜정

정리: 이보은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3/29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