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7일 마르쉐@필동, 올해 두 번째 작은지구농부시장이 기후위기대응공간인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시대 토양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시장으로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며 파타고니아와 함께 만들어갑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에서는 '지구농부 한 접시' 를 통해 토양을 보살피고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 그리고 농부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어느덧 농부의 친구가 된 요리사가 협업하여 건강한 제철 채소의 맛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자란다팜의 박정자 농부와 효자동 두오모의 허인 요리사가 친구가 되어, '지구농부 한 접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지구농부 한 접시_자란다팜 X 효자동 두오모
_ 자란다팜 박정자 농부 "요리사 허인은 농부를 응원하는 사람."

자란다팜을 소개해 주세요.
도시농으로 서울에서 농사를 짓다가, 내 농사를 너무 짓고 싶다는 생각으로 양평으로 가 농사지은 게 올해 8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농사에 관심 없던 남편을 데리고 농사 짓고 있다.'고 소개되었는데요. 남편도 이제 본인도 농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이제는 그 문구를 빼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자기 나름의 농사를 짓게 된 남편과 함께 재밌게 농사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6월 자란다팜 모습
자란다팜에서 기르고 있는 채소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3월에 심었던 감자, 그리고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를 지금 수확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기 전에 다 수확하기 위해 조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장마를 기점으로 농사를 앞뒤로 나누는데요. 장마가 끝나면 바로 들깨를 심을 거에요. 때에 따라 콜리플라워 같이 관심 있고 재미있는 채소가 있으면 다양하게 길러보고 있어요. 씨앗을 이어가는 농사를 지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자란다팜 채소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언제나 제일 신선한 상태의 채소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채소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이 ‘기꺼이 나도 값어치를 치룰 수 있는 상품인가.' 에요. 남편에게도 늘 하는 말이에요. "당신 같으면 이거 사겠어?". 저희 뿐만 아니라 마르쉐에 나오시는 모든 농부님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늘 가져야 하는 중요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법에 대해서는 마르쉐에 출점하시는 농부님들 모두가 양심적으로 건강하게 채소를 기르시고 있기 때문에 건너뛰어도 될 것 같아요.

친구가 된 지구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준비하는 <지구농부 한 접시>, 친구인 허인 쉐프님에 대해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세요.
마르쉐는 친구를 데리고 오게 되고, 서로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허인 쉐프님과 저도 그렇게 만났어요. 마르쉐에서 열린 식사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에는 제가 출점할 때마다 손님으로 와 주셨어요.
채소를 사실 때 그냥 '얼마에요?'가 아니라, '이 채소는 이렇게 먹으면 맛있겠네요.'라는 말씀을 해 주시는데 늘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저희 농장 뿐만 아니라 다른 농부님들의 채소도 골고루 구입하시는 걸 보면서 채소를 대하는 마음, 농부를 응원하는 마음이 굉장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제가 도시농부였을 때 에어룸 토마토를 기른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직 노하우가 부족해서 제대로 된 상품이라고 내 놓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허인 쉐프님께서 가져 가시고는 뜻밖의 장문의 DM을 보내주셨어요.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먹어 보았더니 산미는 어땠고, 이렇게 먹었을 때 가장 맛있었다고 보내 주셨어요. 그때 채소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고 감동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채소 요리가 사실 손이 많이 가고 어렵잖아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도 저희 채소를 활용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영광이고요.
_ 효자동 두오모 허인 요리사와 함께 "박정자 농부님은 단정하고 엄격히 농사짓는 사람."

쉐프님을 소개해 주세요.
효자동에서 17년째 작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허인입니다. 채소 요리만 하는 식당은 아니지만 채소를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채소를 좋아하는 요리사입니다.

‘채소가 있는 곳에 가면 항상 허인 쉐프가 있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채소를 너무 좋아하시는 걸로 유명한데요. 어떤 계기로 채소의 매력에 빠지게 되셨나요?
10여년 전에 해외 여행을 가면 작은 시장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채소를 맛있게 먹는데, 우리는 어디서 먹을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우리나라에도 마르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시장은 누군가의 응원이 없으면, 누군가가 사 주지 않으면 유지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마르쉐 시장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농부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농부님들은 채소를 판매해 주시는 분들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선생님들이기도 해요.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농부님이 기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마르쉐를 다니면서 배우게 됐고요. 이런 채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르쉐가 저에겐 채소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에요.
또, 미미하겠지만 제가 하나라도 더 구입해서 쓰면 농부님들도 농사를 더 지으실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채소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요. 그게 사실 가장 크죠. 그래서 좋은 농부님들, 맛있는 채소를 찾는 건 제가 좀 잘하는 편이에요.




오늘 지구농부 한접시에 어떤 채소가 올라갔고 어떤 요리를 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오늘은 자란다팜 채소만 사용했고, 자란다팜에서 나오는 작물들이 너무 맛있어서 채소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크게 손 대지 않으려고 애쓰며 요리했습니다.
노란색 주키니와 트럼펫 주키니_지금 아주 연해서 생으로 먹기 좋은 시기에요. 이렇게 맛있는 생주키니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굉장히 짧아요. 온전히 채소의 맛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약간의 올리브오일, 치즈만 더했어요.
노란색 비트와 타겟 비트_타겟 비트는 익히지 않고 채썰어 조금의 레몬즙과 소금으로만 간 했어요. 노란색 비트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저는 쪘을 때 단맛이 많이 올라오고 맛있어서 쪘어요. 잣과 땅콩이 베이스가 되는 소스를 곁들였습니다.
네 가지 감자_아주 얇게 슬라이스해서 계란물과 함께 오븐에서 구워 감자 또르띠뇨로 완성했어요. 밑에 있는 초록색 살사는 자란다팜의 고수, 파슬리, 딜, 타임, 그리고 박하를 갈아 만든 페스토입니다. 날씨가 더울 걸 생각하고 박하를 넣어 강한 향을 내었어요.
콜리플라워_마늘쫑을 볶아 콜리플라워를 익힌 물과 같이 갈아 소스를 만들었어요. 채소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치즈도 평소보다 10분의 1밖에 쓰지 않았어요.

쉐프님은 '아무것도 하신 게 없다.' 라고 하시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런 맛을 내기는 어렵거든요. 누구든지 집에서 채소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채소는 당일 사서 당일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지금은 채소가 맛있는 시즌이기 때문에 찌거나 오븐에서 굽는 게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또, 조리할 때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얼마나 찌고 굽느냐에 따라서 맛이 어떤 선을 넘거든요. 저는 타이머를 3분 간격으로 맞추며 요리해요. 오늘 비트 같은 경우에는 사각거림과 부드러움 사이에 있을 때 가장 달고 맛있다고 생각해서 칼이 겨우 들어갈 때까지만 불 위에서 조리하고, 나머지는 뜸 들이듯 잔열로 익혔어요.
그리고 간은 채소가 가지고 있는 맛을 먼저 보신 후 하시면 좋아요. 오늘 제가 쓴 소금의 양도 정말 적거든요. 채소가 가진 다채로운 단 맛, 짠 맛, 신 맛 때문에 크게 조미료를 하지 않아도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박정자 농부님과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점이 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농부님들이 마음을 다해서 농사를 짓고, 저도 여러 농부님들의 채소를 맛보았지만 제가 하려는 음식에 가장 맞는 농부님이 자란다팜 선생님이에요. 자란다팜 선생님이 가진 단정함과 엄격함이 있어요. 선생님이 항상 그런 마음으로 채소를 대하시거든요. 보기에만 예쁜 것이 아니라, 맛도 단정하고 아름답고, 늘 엄격하게 최상의 것을 골라내 주세요. 저는 이런 엄격한 농부님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농사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엄격해야지만 더 좋은 맛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란다팜 선생님의 엄격함이 언제나 존경스러워요.
아마 제가 한번도 선생님께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을 거에요. 애정표현을 말로는 못 하지만, 어쨌든 선생님의 채소를 먹고 좋은 피드백을 드리려 해요. 또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고요. 그래야 저도 선생님도 같이 배우고 오래할 수 있기 때문에 피드백하는 걸 소홀히 하지 않는 편이에요. 선생님께서 지쳐 보이면 "그러시면 안 돼요. 저 내년에도 트럼펫 주키니 먹고 싶어요." 같은 이야기를 드려요. 위기의 순간이 농부님에게도, 저에게도, 모두에게 있어요.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까지 함께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이런 관계들이 저한테는 많이 소중해요.

허인 쉐프님 주변으로는 문화 예술인들이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과관계'라는 채널도 만드셨다고요. 한번 소개해 주세요.
인과관계는 저랑 두오모, 그리고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기록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는 PD 동생이 만든 채널이에요. 두오모를 17년 동안 하면서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작년에 이제는 진짜 그만둘 수도 있겠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오겠구나 하는 위기가 있었을 때, 없어지기 전에 기록해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름처럼 저 허인과 관계된 모든 기록, 두오모, 레시피들에 대한 기록을 해 가고 있고 이걸 통해서 더 큰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구독자가 1,000명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지 4-5개월 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지금은 구독자가 12,000명 가까이 되었어요. 사부작 사부작 요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이번 여름도 이른 긴 장마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누군가의 응원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허인 요리사님의 말처럼, 자연을 보살피며 농사 짓는 '지구농부'들이 건강하게 키운 채소들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연대의 마음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
진행 : 문소라
사진 : 박혜정
정리 : 김하경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6/21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
지난 6월 7일 마르쉐@필동, 올해 두 번째 작은지구농부시장이 기후위기대응공간인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시대 토양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시장으로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며 파타고니아와 함께 만들어갑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에서는 '지구농부 한 접시' 를 통해 토양을 보살피고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 그리고 농부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어느덧 농부의 친구가 된 요리사가 협업하여 건강한 제철 채소의 맛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자란다팜의 박정자 농부와 효자동 두오모의 허인 요리사가 친구가 되어, '지구농부 한 접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_ 자란다팜 박정자 농부 "요리사 허인은 농부를 응원하는 사람."
자란다팜을 소개해 주세요.
도시농으로 서울에서 농사를 짓다가, 내 농사를 너무 짓고 싶다는 생각으로 양평으로 가 농사지은 게 올해 8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농사에 관심 없던 남편을 데리고 농사 짓고 있다.'고 소개되었는데요. 남편도 이제 본인도 농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이제는 그 문구를 빼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자기 나름의 농사를 짓게 된 남편과 함께 재밌게 농사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6월 자란다팜 모습
자란다팜에서 기르고 있는 채소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3월에 심었던 감자, 그리고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를 지금 수확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기 전에 다 수확하기 위해 조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장마를 기점으로 농사를 앞뒤로 나누는데요. 장마가 끝나면 바로 들깨를 심을 거에요. 때에 따라 콜리플라워 같이 관심 있고 재미있는 채소가 있으면 다양하게 길러보고 있어요. 씨앗을 이어가는 농사를 지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자란다팜 채소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언제나 제일 신선한 상태의 채소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채소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이 ‘기꺼이 나도 값어치를 치룰 수 있는 상품인가.' 에요. 남편에게도 늘 하는 말이에요. "당신 같으면 이거 사겠어?". 저희 뿐만 아니라 마르쉐에 나오시는 모든 농부님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늘 가져야 하는 중요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법에 대해서는 마르쉐에 출점하시는 농부님들 모두가 양심적으로 건강하게 채소를 기르시고 있기 때문에 건너뛰어도 될 것 같아요.
친구가 된 지구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준비하는 <지구농부 한 접시>, 친구인 허인 쉐프님에 대해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세요.
마르쉐는 친구를 데리고 오게 되고, 서로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허인 쉐프님과 저도 그렇게 만났어요. 마르쉐에서 열린 식사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에는 제가 출점할 때마다 손님으로 와 주셨어요.
채소를 사실 때 그냥 '얼마에요?'가 아니라, '이 채소는 이렇게 먹으면 맛있겠네요.'라는 말씀을 해 주시는데 늘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저희 농장 뿐만 아니라 다른 농부님들의 채소도 골고루 구입하시는 걸 보면서 채소를 대하는 마음, 농부를 응원하는 마음이 굉장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제가 도시농부였을 때 에어룸 토마토를 기른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직 노하우가 부족해서 제대로 된 상품이라고 내 놓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허인 쉐프님께서 가져 가시고는 뜻밖의 장문의 DM을 보내주셨어요.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먹어 보았더니 산미는 어땠고, 이렇게 먹었을 때 가장 맛있었다고 보내 주셨어요. 그때 채소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고 감동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채소 요리가 사실 손이 많이 가고 어렵잖아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도 저희 채소를 활용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영광이고요.
_ 효자동 두오모 허인 요리사와 함께 "박정자 농부님은 단정하고 엄격히 농사짓는 사람."
쉐프님을 소개해 주세요.
효자동에서 17년째 작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허인입니다. 채소 요리만 하는 식당은 아니지만 채소를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채소를 좋아하는 요리사입니다.
‘채소가 있는 곳에 가면 항상 허인 쉐프가 있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채소를 너무 좋아하시는 걸로 유명한데요. 어떤 계기로 채소의 매력에 빠지게 되셨나요?
10여년 전에 해외 여행을 가면 작은 시장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채소를 맛있게 먹는데, 우리는 어디서 먹을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우리나라에도 마르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시장은 누군가의 응원이 없으면, 누군가가 사 주지 않으면 유지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마르쉐 시장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농부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농부님들은 채소를 판매해 주시는 분들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선생님들이기도 해요.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농부님이 기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마르쉐를 다니면서 배우게 됐고요. 이런 채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르쉐가 저에겐 채소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에요.
또, 미미하겠지만 제가 하나라도 더 구입해서 쓰면 농부님들도 농사를 더 지으실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채소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요. 그게 사실 가장 크죠. 그래서 좋은 농부님들, 맛있는 채소를 찾는 건 제가 좀 잘하는 편이에요.
오늘 지구농부 한접시에 어떤 채소가 올라갔고 어떤 요리를 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오늘은 자란다팜 채소만 사용했고, 자란다팜에서 나오는 작물들이 너무 맛있어서 채소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크게 손 대지 않으려고 애쓰며 요리했습니다.
노란색 주키니와 트럼펫 주키니_지금 아주 연해서 생으로 먹기 좋은 시기에요. 이렇게 맛있는 생주키니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굉장히 짧아요. 온전히 채소의 맛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약간의 올리브오일, 치즈만 더했어요.
노란색 비트와 타겟 비트_타겟 비트는 익히지 않고 채썰어 조금의 레몬즙과 소금으로만 간 했어요. 노란색 비트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저는 쪘을 때 단맛이 많이 올라오고 맛있어서 쪘어요. 잣과 땅콩이 베이스가 되는 소스를 곁들였습니다.
네 가지 감자_아주 얇게 슬라이스해서 계란물과 함께 오븐에서 구워 감자 또르띠뇨로 완성했어요. 밑에 있는 초록색 살사는 자란다팜의 고수, 파슬리, 딜, 타임, 그리고 박하를 갈아 만든 페스토입니다. 날씨가 더울 걸 생각하고 박하를 넣어 강한 향을 내었어요.
콜리플라워_마늘쫑을 볶아 콜리플라워를 익힌 물과 같이 갈아 소스를 만들었어요. 채소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치즈도 평소보다 10분의 1밖에 쓰지 않았어요.
쉐프님은 '아무것도 하신 게 없다.' 라고 하시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런 맛을 내기는 어렵거든요. 누구든지 집에서 채소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채소는 당일 사서 당일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지금은 채소가 맛있는 시즌이기 때문에 찌거나 오븐에서 굽는 게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또, 조리할 때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얼마나 찌고 굽느냐에 따라서 맛이 어떤 선을 넘거든요. 저는 타이머를 3분 간격으로 맞추며 요리해요. 오늘 비트 같은 경우에는 사각거림과 부드러움 사이에 있을 때 가장 달고 맛있다고 생각해서 칼이 겨우 들어갈 때까지만 불 위에서 조리하고, 나머지는 뜸 들이듯 잔열로 익혔어요.
그리고 간은 채소가 가지고 있는 맛을 먼저 보신 후 하시면 좋아요. 오늘 제가 쓴 소금의 양도 정말 적거든요. 채소가 가진 다채로운 단 맛, 짠 맛, 신 맛 때문에 크게 조미료를 하지 않아도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박정자 농부님과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점이 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농부님들이 마음을 다해서 농사를 짓고, 저도 여러 농부님들의 채소를 맛보았지만 제가 하려는 음식에 가장 맞는 농부님이 자란다팜 선생님이에요. 자란다팜 선생님이 가진 단정함과 엄격함이 있어요. 선생님이 항상 그런 마음으로 채소를 대하시거든요. 보기에만 예쁜 것이 아니라, 맛도 단정하고 아름답고, 늘 엄격하게 최상의 것을 골라내 주세요. 저는 이런 엄격한 농부님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농사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엄격해야지만 더 좋은 맛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란다팜 선생님의 엄격함이 언제나 존경스러워요.
아마 제가 한번도 선생님께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을 거에요. 애정표현을 말로는 못 하지만, 어쨌든 선생님의 채소를 먹고 좋은 피드백을 드리려 해요. 또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고요. 그래야 저도 선생님도 같이 배우고 오래할 수 있기 때문에 피드백하는 걸 소홀히 하지 않는 편이에요. 선생님께서 지쳐 보이면 "그러시면 안 돼요. 저 내년에도 트럼펫 주키니 먹고 싶어요." 같은 이야기를 드려요. 위기의 순간이 농부님에게도, 저에게도, 모두에게 있어요.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까지 함께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이런 관계들이 저한테는 많이 소중해요.
허인 쉐프님 주변으로는 문화 예술인들이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과관계'라는 채널도 만드셨다고요. 한번 소개해 주세요.
인과관계는 저랑 두오모, 그리고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기록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는 PD 동생이 만든 채널이에요. 두오모를 17년 동안 하면서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작년에 이제는 진짜 그만둘 수도 있겠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오겠구나 하는 위기가 있었을 때, 없어지기 전에 기록해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름처럼 저 허인과 관계된 모든 기록, 두오모, 레시피들에 대한 기록을 해 가고 있고 이걸 통해서 더 큰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구독자가 1,000명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지 4-5개월 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지금은 구독자가 12,000명 가까이 되었어요. 사부작 사부작 요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이번 여름도 이른 긴 장마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누군가의 응원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허인 요리사님의 말처럼, 자연을 보살피며 농사 짓는 '지구농부'들이 건강하게 키운 채소들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연대의 마음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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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문소라
사진 : 박혜정
정리 : 김하경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6/21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