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퇴근 후 마르쉐 2025> 여름식구 모임


마르쉐 x 벗밭 <퇴근 후 마르쉐>

농부시장 마르쉐는 시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기꺼이, 가까이' 시민을 만나고자, 2024년 지속가능한 식문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벗밭과 함께 <퇴근 후 마르쉐> 프로그램 기획하였습니다. 나의 일상에 제철 이야기를 들여놓고 싶었지만, 낮 시간 마르쉐 시장에 갈 수 없어서 혹은 채소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제철을 흘려보낸 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꽃이 진 자리에 윤기나는 새 잎이 무럭무럭 자라는 초여름.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퇴근 후 마르쉐 여름 편 네 번의 모임이 열렸습니다. 제철의 에너지를 한가득 담은 꾸러미와 함께, 모여서 요리하고 식사하며 계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퇴근 후 마르쉐>는 계절마다 네 번 모입니다. 식사 모임에서는 마르쉐 농부님들이 그날 새벽에 수확하신 신선한 제철 꾸러미를 나누고, 간편하면서도 제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함께 해 먹어요.

꾸러미는 세 가지로 준비돼요. 일상적으로 쓰이는 생활 꾸러미, 계절의 빛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절 꾸러미, 그리고 혼자서는 잘 시도하지 않았을 어디 한 번 꾸러미. 이렇게 모인 작물로 우리가 직접 밥을 짓고 함께 식탁을 나눕니다.



첫 번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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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임은 항상 떨려요. 어떤 분들이 오실까, 더 많이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는 마음에 자꾸만 무언갈 더하고 싶어지고요.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여름 식구들을 기다렸습니다. 첫 모임의 꾸러미는 두부·상추 모둠·양파 같은 생활 작물부터, 원목표고버섯·풋마늘·머위, 그리고 보리벼·껍질완두·참송이버섯까지 다채롭게 채워졌어요. 

오늘의 메뉴는 두부와 풋마늘장, 머위 쌈밥, 두부 강된장과 상추 무침이에요. 꾸러미에 있는 채소들, 집에 가서 어떻게 해 먹어야 하나 고민이잖아요. 저희가 준비한 레시피를 가지고 미리 여기서 함께 만들어 먹는다면, 집에 가서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그렇게 메뉴 수에 맞게 4팀이 꾸려졌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손을 보태고 요리를 완성하는 식구들의 모습에서 초여름의 활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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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계절마다 퇴근 후 마르쉐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껴지는데요. 지난 봄모임에서는 평온하면서도 상기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여름은 첫 모임부터 활기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참가한 식구들은 “낯선 재료를 시도할 수 있어 좋았다”, “요리가 간단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식재료 뒤 이야기를 들으니 더 특별했다"라는 소감을 남겼답니다. 그중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두부 강된장 레시피를 슬쩍 공개할게요. 집에서 해보셔요!


두부 강된장과 머위 쌈밥 레시피

• 준비물 : 두부, 된장, 고추장, 각종 열매채소, 머위

-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3~40초 정도 머위를 데쳐주세요.

- 데친 머위는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물기를 짜 준비합니다.

- 양파 1알, 대파 1대, 잎마늘 1대, 표고버섯 5개를 잘게 다져줍니다.

-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채소 숨이 살짝 죽을 때까지 볶아주세요.

- 된장 6T, 고추장 2T, 고춧가루 2T를 넣고 잘 풀어줍니다.

- 두부 한 모를 칼등으로 으깨서 넣고, 채수 600ml를 부어 바글바글 끓입니다.

- 강된장이 어느 정도 졸아들면 간을 보고 짜다면 두부를, 싱겁다면 된장을 추가해 주세요.



두 번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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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는 듯한 초여름 저녁, 이번 모임은 특별히 썸띵인그린 현명 농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샐러드로 먹는 허브, 차로 마시는 허브, 마리네이드에 활용하는 허브까지—다양한 허브와 꽃 이야기를 들으며 향과 식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었어요.


이날 농부님의 텃밭에서 직접 기른 허브들이 상을 가득 채웠는데요. 향기가 어찌나 좋았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식구 분들이 "들어오자마자 허브 향이 확 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퇴근하고 조금 지쳐있었는데 기분 좋은 향이 방금 전까지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거 같아요"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해주시더라고요. 갓 딴 허브 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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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마르쉐친구들 다정님이 직접 만들어온 베이글과 두부 차즈키, 취나물 페스토를 버무린 파스타와, 버섯 알 아히요, 그리고 계절 채소 샐러드로 채워졌습니다. 초록 향기로 가득한 저녁, 식구 분들은 허브 한 장 한 장을 손끝으로 찢으며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계속 사무실에만 있다 보면 이런 풍경을 보기도 힘들고 경험하기도 힘든데, 지금 풀을 뜯는 이 순간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라고 말씀해 주신 참가자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메뉴에 허브가 하나씩 들어가는 걸 알게 되면서, 허브의 활용도와 다양성에 새삼 놀라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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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임에 비해 어색함이 훨씬 덜해졌는지, 식구 분들이 음식을 만드는 게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그래서인지 음식의 맛도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이날 식구 분들은 “문을 열자마자 초록 식탁이 펼쳐져 일상의 피로가 사라졌다”, “오늘 비로소 허브를 제대로 알게 됐다”, “향처럼 오래 기억될 시간”이라며 소감을 전했답니다. 



세 번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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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의 초입, 이번 꾸러미는 더욱 알록달록했습니다. 새빨간 토마토가 등장하면서 식탁이 한층 활기가 도는 것 같았어요. 생활 꾸러미로는 양배추 곁순·콩나물·토마토가, 계절 꾸러미는 풋완두·아욱·마늘쫑·바질이, 마지막으로 어디 한 번 꾸러미는 머윗대·생고사리·비트·라벤더꽃이 함께했어요.


오늘의 메뉴는 토마토 비빔밥과 구운 템페 샐러드, 아욱 된장국, 머윗대 볶음, 마늘쫑 무침이에요. 마치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식탁이었습니다. 특히나 오늘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토마토와 아욱, 마늘쫑 같은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재료를 가지고 직접 요리를 해본 적 없다면 아무리 쉽게 구할 수 있어도 선뜻, 사는 게 망설여질 수 있는데요. 퇴근후마르쉐에서는 꾸러미에 들어있는 식재료에 관한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줘요. 또 농부님께서 이 작물들을 가지고 실제로 어떻게 해 먹는지, 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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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간이 되니 어색함은 온데간데없고, 도란도란 정말 식구가 되는 시간으로 채워졌던 오늘. 함께 요리에 참가한 식구들은 “집에서 따라 하고 싶은 식재료가 많았다”, “오늘 자리에서 여름이 왔음을 실감했다”, “이곳은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같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식구 분들이 맛있게 먹은 마늘쫑 무침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여러분도 집에서 한 번 해보세요 :)


마늘쫑 무침 레시피

준비물 : 마늘쫑, 고춧가루, 마늘, 간장, 조청, 고추장, 매실청, 통깨

- 마늘쫑은 손가락 2마디 정도 길이로 자릅니다.

- 물이 끓으면 마늘쫑은 4-50초 정도 데쳐서 건져둡니다.

- 고춧가루 2T, 다진마늘 0.5T, 간장 1T, 조청 2T, 고추장 3T, 매실청 3T, 통깨 적당량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버무려줍니다.



네 번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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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깊어지며 텃밭도 점점 무르익어 갑니다. 무더운 한낮의 햇살과 툭툭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 어느덧 이번 시즌의 마지막 모임이 찾아왔어요. 꾸러미에는 수레국화, 캐모마일, 고수꽃과 씨앗, 박하와 애플민트, 레몬버베나가 묶인 꽃다발부터 - 노란비트와 골든쥬키니, 당근, 완두콩 등 열매가 담겼고요. 적차조기와 고수, 타임, 딜, 샐러리와 바질 잎과 색색의 감자까지. 모양도 색도 다양한 작물들이 풍성하게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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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버섯밥과 골든쥬키니 샐러드, 채소찜과 비건마요, 감자전과 오이무침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감자전이었어요. 맛있는 감자전의 비결은 손맛! 감자전을 만들기 위해 자그마치 두 팀으로 나누어 한 쪽에서는 감자를 강판에 갈갈- 갈고, 한 쪽에서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감자를 노릇하게 구웠어요. 마지막 모임이 되니 꽤 어려운 요리도 뚝딱뚝딱 힘을 합쳐 해내는 퇴근후마르쉐 식구들을 보며 새삼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실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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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요리하는 시간이 퇴근한 이후 우리의 삶을 더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식구 분들이 즐거워해주시고 그런 즐거움을 또 잘 나눠주셔서 우리의 이런 여정들이 풍요로움과 즐거움, 내 삶을 돌볼 수 있는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걸 같이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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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리에 참가한 식구들은 “레시피를 공유하며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어 좋았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농사 기억이 떠올랐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완전한 힐링이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라는 등, 계절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엔 맛있는 수박도 함께 먹었어요.


여름의 식탁을 지나며

약 두 달간의 여름을 함께 보내고 나니, 여름의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매번 새로운 작물과 식탁을 마주하며, 혼자였다면 만나지 못했을 재료와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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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모임이 끝날 때마다 돌아가면서 한 분씩 소감을 나누어 주시는데, 그때 나누어준 소감을 두고두고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귀한 말을 남겨주셨을까, 감탄하고 감사하게 되는데요. 한 식구 분은 “제철 채소를 통해 계절을 느끼고 음식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라고 전해주셨고요. 또 어떤 식구는 “시장에 가면 아는 채소만 샀었는데, 이름을 불러줄 때 꽃이 되듯, 이 모임 덕분에 이름을 알게 된 채소들이 나에게 꽃이 되었다"라는 멋진 소감을 남겨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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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장마 속에서도 땅과 호흡하며 제철 작물을 길러낸 마르쉐 농부님들 덕분에 이 식탁이 가능했습니다. 함께 나눈 여름의 식구들께도 감사드리며, 가을의 식탁에서 또 만나요.


글 및 사진 | 벗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