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2024년 10월] 2024 공공디자인 페스티벌_② 우정과 돌봄의 농가 만들기 : 봉금의뜰에서 자라는 농부와 요리사


지난 12년 동안 농부시장 마르쉐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약속을 지키며 도심 곳곳에서 시장을 열었습니다.

마르쉐에 수많은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그리고 시민들이 오가며 손님으로, 친구로, 때로는 작당을 도모하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생겨나고 사라지고 확장된 관계 속에서 우정과 돌봄은 서서히 피어납니다. 그 관계에서 농부는 요리사를 생각하며 작물을 기르고, 요리사는 농부의 시간을 떠올리며 밥을 짓습니다. 또 다른 곁에 있던 친구는 농부의 이야기에 그림을 얹거나 즐거운 음률을 만들어 냅니다. 순서 없이 저절로 피어난 관계는 농부의 밭에서 작물과 함께 자라나는 풀같고, 그들은 풀처럼 자유로이 오갑니다. 자유로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풀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10월 26~27일 양일간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4 '포용으로부터 피어나는 공공디자인'> 프로그램 하나로 우정과 돌봄을 나누는 농부, 요리사, 기획자가 만들어낸 지역의 이야기가 펼쳤습니다. 10월 27일에는 마르쉐에서 가까이 자리한 출점팀으로 시작된 농부와 요리사가 매주 화요일 경기도 양평 봉금의 뜰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엮은 책<봉금의뜰 레시피>와 전시, 그리고  밥상으로 전했습니다. 요리사·건축가·이웃 주민 등 29명의 팀화요와 함께 농사짓는 김현숙 농부와 그 곁에서 계절을 경험한 신소영 신성하(마하키친)·심은리(심스타파스), 엄현정(프란로칼)·정다정(다정한 마음) 요리사, 마르쉐친구들이 진행으로 함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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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 화요일의 마음

이번 다이닝에서 사용한 재료들은 봉금의 뜰과 팀화요의 공동밭과 개인 밭에서 기른 제철의 작물들(10월의 작물_이런저런 무, 배추, 쪽파, 갓, 루꼴라, 당근, 고춧잎, 양배추, 방울 양배추, 브로콜리, 적양배추, 동부, 팥, 울타리콩, 신데렐라호박, 통들깨, 감자, 채소차 등)입니다. 그러니 입꼬리를 올리고 드시면 더욱 풍미가 짙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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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마음의 ‘구운 채소 맑은 국’

고소하게 구운 봉금의뜰 채소로 깊은 맛을 끌어낸 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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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스타파스의 타파스 두가지, ‘양배추 야채 절임, 콩콩팥팥 호박범벅’

봉금의뜰 레시피 책에 소개 했던 양배추 절임을 활용한 타파스와 가을 정취가득 달콤한 늙은호박(농부님은 신데렐라호박이라 불러요) 메쉬에 햇콩, 햇팥을 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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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키친의 ‘무와 쌀, 토마토 된장 주먹밥’

오래전부터 우리의 든든한 주식이자, 바쁜 현대인의 편의점 식사 단골 메뉴인 주먹밥. 봉금의 뜰을 상상하며 천천히 꼭꼭 씹어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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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로칼의 ‘당근케이크와 당근소르베’

비건 메뉴로 가을에 맛이 맛이 좋은 뿌리작물 중 팀화요 밭에 함께 심은 당근으로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밭에 한 번 놀러오세요'로 시작된 사람들

정다정 (마르쉐친구들) : 이야기에 앞서서 네 분의 요리사가 준비한 메뉴를 하나씩 하나씩 맛보았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위해 요리를 준비해 주신 네 분의 요리사와 농부님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신소영 (마하키친) : 마하키친은 신소영, 신성하 두 자매가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워서 요리법은 스페인 요리인데, 재료는 땅을 살리는 지구농부의 제철 작물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재료에는 땅과 키우는 사람의 손길이 담겨있기에, 그 부분까지도 음식에 담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다정 (다정한마음) : 서대문구에서 '다정한마음'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밭일과 마르쉐 모든 게 팀화요에서 제일 초보인 입장인데요. 초보자라서 재밌고 신기해하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엄현정 (프란로칼) : 2018년에 농부님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에 재미를 느꼈어요. 덕분에 프란로칼이 원래 하고자 했던 방향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어요. 프란로칼은 저 뿐 아니라 다양한 분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힘이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은 요리사이자 농사짓는 반 농부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은리 (심스타파스) : 오래전 운영하던 '심스타파스' 멈추고, 더 이상 남들을 위한 요리는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시골에 가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텃밭이라도 가꿀 줄 알아야지 싶어서 농사를 시작했는데, 농부님을 만나면서 또다시 요리하게 되었어요. 타파스는 고기, 생선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저는 엔초비를 좋아했어요. 지금은 그 전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면서, 타파스를 채소로도 충분히 맛있게 완성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변화된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즐겁게 팀화요 멤버들과 농사짓고 있어요.

김현숙 (봉금의뜰) : 양평 양서면 부용에서 농사짓는 짓고 있습니다. 저의 꿈이 세상의 모든 채소를 만나는 일인데, 팀화요는 그 채소를 만나게 해줘요. 요리사와 농부는 훌륭한 상생의 파트너라고 생각하는데, 이분들과 함께 있으면 제가 전생에 우주를 구한 농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어요. 지난 10년 농사를 지어왔듯이 또 10년동안 농사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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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마르쉐친구들) : 오늘의 시간을 준비하면서 책 <봉금의뜰 레시피>를 세 번 읽었어요. 보면서 잠깐 울기도 하고, 출근이 아니라 밭으로 간절히 가고 싶기도 했어요. 토크를 진행하면서 책 속의 문장도 나누고 싶어요. 첫 문장은 김현숙 농부님이 쓴 부분인데 '여기 계신 분들 이분들은 참 뭐라 해야 하나 무슨 씨앗처럼 밭으로 나아와 싹트고 무성해져 꽃 피우고 열매를 매달고 또 그 열매의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그렇게 해를 넘겨온다. 에어룸 도반들.' 에어룸은 집안의 가보이자 대대로 내려오는 종자, 소중한 씨앗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농부님 말처럼 에어룸 같은 도반들 어떻게 끌어모으셨나요? 토크에 함께하는 셰프님들의 종목만 보아도 다양한데, 각자의 영역에서 출중하신 분들을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그 인연을 소개해 주세요.

엄현정 : 각자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팀화요와 김현숙 농부님과의 관계는 제 삶의 철학까지도 살짝 바꿔놓았어요. 팀화요는 유연성이 큰 모임인 것 같아요. 반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부분인데, 저는 MBTI에서 파워 J(계획형)예요. 극 J여서 삶을 시시각각 계획하면서 1개년, 5개년, 10개년 계획으로 바쁘게 달려가면서 살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농사를 흉내 내는 시점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임을 너무 많이 느꼈어요.

팀화요는 농사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어요. 농부님이 언제까지 오라고 이야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누가 모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좋아서 모이는 사람들이에요. 시작은 제각각 왔는데 그럼 농부님의 일상생활과 밭일에 너무 해가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적이 있었어요. 인원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다 같이 올 수 있는 요일을 정했는데 모임에 요리사가 많다 보니 영업장을 쉬는 화요일로 정했어요. 팀화요는 농사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무언가를 계획하면 오히려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계획이 크게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4~5명으로 시작된 팀화요 카톡방에는 현재 29명이 모여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이 있으신가요?

심은리 : 팀화요 이름은 작명 왕 김현숙 농부님이 지어주셨어요. 이 모임에는 누구든지 와도 되고, 누구든지 나가도 되고, 단톡방 초대를 원하면 해드릴 수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안 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용기만 있으면 같이 밥 먹고 농사하고 함께 뒹굴 수 있어요. 처음에는 농부님 일손을 도우려고 소소하게 모였는데, 2년 전쯤 농부님이 낙상 사고를 한 번 당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팀화요에 우정과 돌봄 키워드가 추가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북돋아 주거든요. 마지막으로 키워드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새참에 사심을 품고 오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엄현정 : 팀화요는 밭에서 오늘처럼 먹어요.

심은리 : 다들 하나씩 도시락을 가지고 오면, 코스처럼 먹게 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접시에 예쁘게 놓고 먹는 건 아니지만, 농사를 짓는다는 건 농부님도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서 짓는 거고 우리도 먹기 위해서 농사를 짓잖아요. 어떻게 키우고 먹고 수확하는지, 서로 배우고 함께하면서 어느새 29명 되었어요. 물론 29명에서 끝이 아닐 거로 생각해요. 여기 계신 여러분도 밭으로 오세요.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책 속에 농부, 농부가 되고 싶은 사람, 요리사, 건축가, 문화기획자 등 많은 분이 자신만의 경험과 말로 이야기하는데 참으로 아름다워요.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모두 '화요일에 오세요! 화요일에 오세요.'라고 읽는이를 밭으로 초대해요. 다 읽은 후 정말 화요일에 밭에서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봉금의 뜰에서 자라나는 사람들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부제를 '봉금의뜰에서 자라는 농부와 요리사'라고 지었어요. 자라는 대상에 봉금의뜰을 운영하는 농부님도 포함되어있는데, 왜 농부님도 포함되었는지 봉금의뜰 이름의 의미부터 살펴볼까요?

김현숙 : 봉금의뜰은 저희 어머니 이름인 '한봉금'에서 따와서 지었어요. 그 이유는 저는 밭을 만들고 씨를 뿌려서 작물을 가꾸지만, 농사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거둬들여서 갈무리해야 완성이 되어요. 그 완성하는 작업을 저희 어머니가 다 해 주셨고, 부용리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이 함께 도와서 완성했어요. 농사는 곳간에 다 들여놓아야 끝난다고 하거든요. 저는 농사를 홀로 짓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이웃 어르신들하고 함께하는 농사라고 생각하여 '봉금의뜰'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그때는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의미를 설명하곤 했는데, 이제는 저를 도와주시던 어르신들이 다 연로해지셔서 한 분은 요양원에 가셨어요. 또 저희 어머니는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면서, 더는 갈무리할 수 없게 되는 처지가 되다 보니 막막한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제가 농사를 놓지 않고 가게 하는 힘이 팀화요에요.

팀화요 멤버들이 제가 낙상사고로 입원해 있는데, 직접 밭으로 오셔서 수확하고 포장하고 마르쉐 시장에서 작물을 판매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농사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했어요. 제가 농부가 되지 않았으면, 누가 저를 이렇게 주목하고 지지했을까요? 팀화요는 농부가 있어야 요리하고, 넓게는 지구도 살린다고 생각하는 훌륭한 분들이세요. 반면 저에게 팀화요는 아주 단순하게 '농부 한 사람이 계속 농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라고 생각해요. 그저 늘 감사해요.

밭에는 다양한 분들이 화요일뿐만 아니라, 다른 요일에도 오세요. 밭으로 초대하는 일은, 그동안 함부로 많은 것들을 사용하면서 생겨난 환경문제에 대해 지구에 갚는 행동이에요. 오시는 분들이 밭에 와서 그 작물을 보는 것만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 지구 환경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밭에 있으니까 직접 오셔서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만나 뵙는 모든 분을 초대하고 있어요. 밭으로 오는 것도 좋고, 직접 경작을 해보셔도 좋아요. 처음에 일손을 도우러 오셨던 분들이 지금은 다 경작하는 요리사가 되었거든요. 어떨 때는 저보다 더 뿌리 농사를 잘하셔서, 저를 고무시켜요. 덕분에 제가 지속 가능한 농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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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농부님(왼쪽)과 어머니 한봉금 여사(오른쪽)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농부님의 농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써주셨는데, 책 속에 재밌게 묘사된 부분이 있어서 낭독해보겠습니다. “농사에 대한 이야기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다. 각자의 조리법, 날씨 이야기, 넓게는 환경 이야기까지 이루어지는데 이런 대화에서 영감을 얻고 또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농사를 꿈꾸게 됐다. 농사일의 즐거움을 알기에 농사를 권하고 함께하자고 초대한다. 씨앗과 모종을 나누고 그렇게 모두 재미나고 뜻깊은 일을 하면 좋겠다.” 정말 좋은 문장이죠? 좋은 문장이 담겨있는 책을 만들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서지정보를 보면 펴낸 곳 마하기후미식연구소라고 써있어요.이 연구소는 마하키친 셰프님이 운영하고계신데, 직접 소개해 주시겠어요?

신소영 : 제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저 뒤에 앉아 있는 동생의 관찰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늘 같이 일을 하다 보니 동생이 제 거울처럼 제가 어떤 상태인지 잘 파악해요. 어느 날 동생이 제가 화요일에 봉금의뜰에 다녀오면 흙투성이에, 땀에 젖어있어도, 제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로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면, 또 다른 분들한테도 전해드리면 더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좋음을 상상했어요.

작년 7월 팀화요에게 '우리 같이 한번 책을 만들어 볼까요?' 이야기를 꺼냈어요. 책을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을 기록해 보고, 회고하면 여기에서 우리 각자가 발견하는 일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 생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앞으로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드렸는데 모두가 응해주셨어요. 덕분에 올해 8월 책이 나왔어요. 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만들고, 출판업을 배웠어요. 표지는 농부님의 이웃이자 친구인 일러스트 이파람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멋지게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손 잡고 책<봉금의뜰 레시피>를 낭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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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마르쉐친구들) :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신소영 셰프님이 토크 중간에 참여하는 분들이 뽑은 문장을 참여자와 글쓴이가 손잡고 낭독해 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저도 책 곳곳 문장에 줄을 그었기에, 좋다고 응하였어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책 속에 좋아하는 색연필로 써주시라고 요청하였는데, 다양한 분들이 남겨주셔서 몇 몇 문장을 꼽아 써보려 해요.


"끝까지 잘 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내 깜냥을 넘기는 순간 이 모든 산뜻함이 없어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의 낭독 소감_ '끝까지 잘 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많이 와닿아요. 어떻게든 끝까지 잘해보려고 다 각자 자리에서 노력을 너무 많이 하는데, 잘 안되는 게 훨씬 많잖아요. 이 문장을 필사하면서 농사지으셨을 때, 끝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자연이 저절로 만들어 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제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문장이었어요.

"밭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무한대입니다. 내어주기만 하면 밭은 더 많이 돌려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웁니다. 이러니 밭은 영감의 원천이 될 수밖에요."

참여자의 낭독 소감_저는 경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밭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고, 저도 가까운 미래에 청년 농부를 생각하고 있어서 앞으로 밭에 많은 청년 농부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좋은'이라는 게 하나의 씨앗으로 그저 많이 거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밭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무한대입니다."

참여자의 낭독 소감_저는 '좋은'이라는 문장에 꽂혔거요. 좋은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하나의 씨앗으로 거둠으로 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좋은 것이다. 생각이 들어서 이 문장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부정해야 살아남는 도시의 언어에 익숙한 현대인의 두려움은 두려움을 온몸 흔들어 반기는 발끝의 바질 향에 놀라운 위로를 받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벌거벗고 반기는 초면의 초록들이라니 이 순간 세상 모든 것은 나에게 클로즈업 됩니다."

함께 낭독한 소감_ 멀리서 열리는 마르쉐에 관심을 보내다 이 프로그램은 정말 와야겠다 싶어서 왔습니다. 귀농에 대한 생각은 굉장히 오래 했는데, 여전히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거든요. 꾸역꾸역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문장을 보고, 제 이야기 같았어요. 저도 자연에서 위로를 많이 받는데, 사계절이 어떻게 가는지 정말 모르고 바쁘게 지내기에 우리가 조금 더 농가도 방문하고. 하늘을 조금 더 많이 보고, 흐르는 바람을 조금 더 느끼면서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책 속 저자분들의 손을 꼭 잡고 책 속의 문장을 낭독해 보았습니다. 함께 읽는 동안 따뜻해지는 마음이 가득 들었네요. 오늘 팀화요가 함께 만든 책을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소감도 들어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책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오늘이 있기까지 다양한 시간이 떠오를 것 같아요.

정다정 : 저는 밭에 간 지는 1년이 조금 못 되었는데, 이 책을 같이 쓰게 되었어요. 조금 어설프게 알면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잖아요. (웃음) 글을 쓰는 동안 쓰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았어요. 밭에서 보는 배추, 무, 풀, 꽃 등에 대한 이야기부터 농부님이 주신 수확물을 먹지 못해서 숨겨놓고 퇴비간에 버리려다가 들킨 죄송했던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모든 내용을 다 담지 못해서 아쉬워요. 매번 농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드라마틱하고 새롭고, 저의 경험도 달라지고요. 언젠가 못다 한 이야기들을 책에 시즌2, 시즌 3으로 담고 싶어요.

정다정(마르쉐친구들) : 앞으로 팀화요의 이야기가 많이 기대되네요. 마지막 질문으로 많은 지역에서 '지역 살리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공공기관에서는 지역으로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기획하죠. 그런 계획한 지역 활동가와 다르게, 봉금의 뜰 곁에 있는 분들은 저절로 지역으로 모이셨어요. 농부님, 부용리로 29명의 사람을 부르는 힘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세요?

김현숙 : 저도 너무 궁금해요. 봉금의뜰로 오는 건, 제가 중심에 있어서가 아니라 들과 자연이 거기에 있고. 마침, 밭으로 가고 싶었는데 양수역에서 가까우니 오셨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가사인데 팀화요는 슬픈 계산 없이 모이셔서 기꺼이 나누는 분들이세요. 저라면 계산했을 텐데, 팀화요는 여름 내내 힘들게 거둔 작물을 새로 처음 오신 분에게도 기꺼이 나눠주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팀화요는 성정이 자연에 가까운 분들인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마르쉐에 나오는 도시 근교에 농사짓는 분들이 여러분 가까이에 있어요. 양평에는 종합재미농장, 자란다팜도 있고 고양시에는 초록손가락, 찬우물농장이 있어요. 모두 소명으로 열심히 농사짓는 분이세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다양한 곳에서 만나고 계속 노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러분들을 초대할게요.


남은 이야기들


Q. 음식이 너무 맛있고,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사랑이 넘치셔서 눈물이 났어요. 농부님은 농사지으면서 언제 가장 그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셨는지가 궁금하고, 계속 밭으로 초대해 주셨는데 어떻게 하면 제일 그 초대에 응할 수 있을까요?

김현숙 : 매 순간 감동인데, 가장 큰 감동은 팀화요가 저를 대신해서 작물을 수확하고 시장에 판매한 일이에요. 제가 오이 줄을 메러 의자를 밟고 올라갔는데, 두더지가 뚫어놓은 굴에 의자 다리 하나가 들어가면서 넘어졌어요. 그때 심하게 복합 골절이 오고, 기절 할 정도로 아주 크게 다쳤어요. 그런 과정 중에 그날 보여준 우정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어요. 울컥한 마음과 함께 농부를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봉금의뜰은 경의중앙선 양수역과 가까이에 있는데, 걸어오셔도 좋고 마을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어요. 밭에는 화요일에 많은 분들이 오시니깐, 화요일에 오셔서 함께 만나도 좋겠다 생각해요.


Q. TV에서 셰프님들이 간단 요리법을 소개하지만, 보면서 셰프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가 조금 더 원물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까요?

엄현정 : 레시피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리할 때 어렵지 않으려면, 레시피를 보지 않아야 해요.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하면, 더 어려워지고 용기 내기 어려워요. 마트에서 오는 것과 마르쉐 시장 혹은 농부님의 밭에서 오는 채소는 향, 맛, 비주얼이 극명하게 달라요. 요리하기 어렵다면, 먼저 생으로 먹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요리하기 전에 밭에서 흙 묻은 것도 먹거든요. 그런 시도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레시피 없이도 이것저것 해서 먹어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마트에서 사는 채소들은 감미료를 넣지 않으면, 그 이상 재료의 맛을 끌어내는 방법이 별로 없거든요. 마트에서 세척된 채소를 보다 직접 흙이 묻은 채소를 다듬으려면, 시간도 없는데 내가 이런 재료를 사서 왔을까 싶지만, 이 힘든 과정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요. 매번 하기 어렵겠지만, 한 달에 한 번 마르쉐에서 시장을 보면서 시도하면 어렵지 않게 그 맛을 즐기실 수 있으세요.


Q. 질문보다는 소감을 나누고 싶어요. 토크를 즐겁게 보는데, 농부님 표정이 자꾸 눈에 가게 되어요. 낭독할 때마다 참가자분에게 너무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물도 나고,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언젠가 꼭 봉금의뜰에 가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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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십 년 후에 마을 어르신들의 지금처럼, 텃밭을 일구고 새 농부들에게 씨앗도 나누고 그들의 밭일을 거들면서 살면 좋겠다. 그때가 되어도 내 소유의 땅은 여전히 한 뼘도 없겠지만, 이웃이 나눠준 밭을 일구며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맘씨 좋은 할머니가 되어 있기를, 굵어진 과일나무 그늘에서 만발한 꽃무지를 보면서 또래들과 빚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풍경도 좋겠다."


심은리 : 다시 책을 읽으면서 정말 울컥울컥한 순간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책<봉금의 뜰 레시피>를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참여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동의 순간은 다다르지만, 또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어서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배경희 (팀화요) :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농부님의 밭으로 가는 일을 좀 쉬고 있는데. 오랜만에 갈 때마다 식구가 늘고 있다는 것을 빼면, 다르지 않더라고요. 밭으로 결이 비슷한 분들이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도농 지역에서 살다 보니 다른 농부님들을 보면 외로워 보일 때가 많아요. 밭에서 비가 오든 춥든 가족, 혹은 고군분투하고 계실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김현숙 농부님이 팀화요 분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안 되고 든든해 보여요.

정다정 (마르쉐친구들) : 오늘 참여한 소회와 함께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심은리 : 저는 진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사는 사람이에요. 봉금의 뜰에서 김현숙 농부님과 함께 온 지내 온 시간도 항상 그랬어요. 오늘은 이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거의 4년 동안 함께 농사짓고 마르쉐도 같이 나오게 되었더라고요. 앞으로도 계획 없이 흐르는 대로 이렇게 잘살아 보려고 합니다.

엄현정 : 저는 양평에 아무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들어왔는데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이사 오고 얼마 안 되고부터 하기 시작했고요. 부용리에 가면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뿌리를 내렸어요. 제가 양평에 산 지 10년을 조금 앞두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살면서 그때 처음에 양평에 도착해서 농부님들을 찾아다니는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할머니들처럼 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다정 : 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데요. 앞서서 제가 쓰지 못하고 몰래 버리려다가 걸렸다는 게, 무청이었거든요. 무는 많이 쓰고 왔는데 무청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는데. 조금 시간이 지났다고, 오늘 국에 넣은 것도 무청이었어요. 몇 번 다뤄보니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저도 수확물을 잘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이제 좀 드는 것 같아요. 또 내년 한 해가 재밌을 것 같습니다.

신소영 : 책 <봉금의뜰 레시피>를 처음에 만들 때 농부님께서 이 책을 만드는 데 동의하신 이유가 팀화요같은 모임들이 곳곳에서 많은 농가에서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동의를 해 주신 거거든요. 그런 바람이 받아서 우리 동네에서도 작게 모임을 하고, 이런 모임들이 더욱더 많아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김현숙 :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인데, 제가 처음 논농사를 팀화요 덕분에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할 수 있으면 종류를 조금 더 늘려보고 싶어요. 200평에 8가지를 심었는데 너무 재밌고, 10년 동안 농사지은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너무 벅차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어요. 일은 좀 많긴 했는데 논농사를 좀 더 늘려보고 싶은데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많은 분과 함께 하고 싶어요. (웃음)




진행자 소개

* 김현숙 (봉금의뜰) @bonggeum_garden
봉금의뜰은 경기도 양평에서 귀농 10년차 초보 김현숙 농부와 귀촌 17년차인 팔순의 한봉금 농부가 함께 일구는 농장입니다. 2천여 평의 빌린 땅에 백가지 작물과 백가지 꽃을 가꾸며 백명의 다채로운 이웃과 더불어 ‘백화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철채소를 자연에 가깝게, 자연과 더불어 경작하는, 할 수 있는 한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농사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빌어쓰는 지구’를 많이 상하지 않게 잘 쓰고 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정다정 요리사 (다정한마음) @dajeong_han_maeum
다정한 마음을 담아 김밥을 돌돌 말아 팔고 있습니다. 


* 심은리 요리사(심스타파스) @shimstapas @like_thoreau
심스타파스 매장을 쉬면서 자급자족을 꿈꾸며 밭으로 갔습니다. 봉금의뜰 김현숙 농부님을 따라 호미로 괭이로 땅을 일구며 지구에 덜 해가 되는 텃밭농사를 지은지 4년차. 갓 수확한 채소로 요리하는 영광과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제철 채소, 새로운 품종의 채소를 만나면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땅을 살피며 건강한 채소를 길러내는 농부님들을 존경하며, 채소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요리합니다.


* 신소영 요리사, 신성하(마하키친) @maja_kitchen
마하(Maja)는 스페인어로 ‘친절한, 사람 좋은’ 이라는 뜻의 여성 형용사입니다. 마하 언니(신소영)와 동생(신성하)이 스페인 바스크 요리에서 받은 영감으로, 지금 우리 곁의 농부님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식탁을 차리고 있습니다. 남양주 화도읍 마석에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며, 식문화 워크샵을 기획합니다. 계절 채소와 과일 가공품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와 농부시장 마르쉐 출점을 병행하며, ‘농부의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제로 웨이스트, 자연 식물식 지향 케이터링을 제공합니다. 


* 프란포칼 @franlokal @farm_franlokal
경기도 양평에서 친환경 자연 농사를 고집하는 농부님들과 교류하며 지역 재료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서울에서 경력을 쌓으며 꿈 꿔온 로컬(Local)과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을 지금은 프란로칼에서 조금씩 이뤄가는 중입니다. 요리는 식재료가 전부입니다. 채소가 가진 다양한 맛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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