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의 주제는 ‘공존 :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 입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마켓 with 마르쉐를 맞이하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는 채소시장을 개최하고, 코사이어티에서는 워크숍 <공존하는 차담>과 다큐상영회<공존하는 사람들 : 이히브루>가 진행되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먹거리로 모든 삶을 연결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와 음식시민이 대화하는 시장을 엽니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 그 재료로 요리하는 요리사, 자연 소재로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수공예가 함께 모여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갑니다.
<공존하는 차담>에서는 지구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 농사를 선택한 종합재미농장,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자연농 삶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시티애즈네이처의 공존하는 삶을 나누는 시간에 50여명의 음식시민들과 함께하였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전합니다.


1부 종합재미농장, 시트애즈네이처 소개
2부 차와 다과
3부 공존, 주고받는 대화
풀과 벌레, 흙과 씨앗이 함께 살아가는 밭, 종합재미농장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문득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7개월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베를린의 프린체신 가르텐(Prinzessinnengarten)에서 도시 한가운데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보고, 덴마크 평야에서는 거대한 기계농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가족농과 사회적 농장을 찾아다니며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여행길을 함께하며 만난 책『자연농 교실』에서 땅을 갈지 않고 제초제와 농약, 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에 대해 소개를 읽으며 놀라웠고,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귀국 후, 양평에 정착한 두 사람은 서울 노들텃밭에서 배운 경험으로 자연농의 길을 탐구했습니다. 밭에는 풀이 작물과 함께 자라고 개구리와 뱀, 두더지, 새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때로는 농사에 방해가 되었지만, 먼저 이 땅을 터전으로 삼은 생명체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자연농의 일상은 고개 숙여 풀을 베는 반복이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쪽파가 눈 사이로 자라고 서리를 맞은 딸기잎이 반짝이며 계절을 알립니다. 지금의 종합재미농장은 “땅에는 자연의 시간이 쌓이고, 씨앗에는 사람의 시간이 쌓이는 농사를 짓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두 사람이 발견한 자연과 사람의 공존 방식입니다.
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삶, 시티애즈네이처

도시 속에서 자전거를 타며 자연을 느꼈던 수희의 경험과 패트릭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과수원에서 보았던 도시화의 변화를 떠올리며,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수희는 양평 두물머리에서 주말마다 농사를 지으며 삶을 배우기 시작했고, 패트릭과 함께 웹진 ‘소사이시티’의 주제를 고민하던 중 자연농을 접했습니다. 단순한 농사를 넘어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었고, 2011년 시작한 다큐는 4년 동안 이어졌고 2015년 다큐 ‘자연농’-자연의 지혜를 따르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이야기’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다큐 작업이 끝난 후, 각자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가지며 ‘자연농에게 배운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두고 살아보면 어떨까?’ 질문을 시작으로 미국, 한국, 일본을 오가던 중 일본 오사카에서 생활·예술 공간을 운영하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전에서 ‘이끼와 돌’이라는 작업실 겸 허브 가게를 열었고 지금은 통영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낡은 한옥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삶을 실험하며,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차와 다과로 공존에 머무르기
풀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 모든 풀이 결국 이 땅의 생태계를 이루고
우리가 먹는 작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애쓴다.
그리고 그냥 잡초로 흘려보내지 않고 풀 이름을 찾아 기억하려 한다.
_ ⟪농사가 재미있어서⟫ P.43



정다정 책에서 이 문장을 보고 농부에게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있는 풀을 차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희님께 차 제작을 요청드렸어요. 차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강수희 종합재미농장의 쑥과 민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제가 여름내 곳곳에서 모아온 조릿대잎, 산초잎, 차조기잎, 레몬그라스 같은 여러 풀을 더해 블렌딩하였어요. 이 차에 '풀숲 사이로 난 오솔길' 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올 여름 종합재미농장을 찾아갔는데, 집과 밭 곳곳에 자라나고 있는 풀들이 참 어여쁘게 느껴졌어요. 이야기 나누면서 풀을 아끼고 또 고마워하는 두 농부의 고운 마음을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번 시간을 준비하면서 종합재미농장, 시티애즈네이처 모두 쭉 뻗은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좁다란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속도도 느리고, 오르막 내리막도 많아 걷기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도 기쁨도 아름다움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으로 차를 만들었어요. 차를 마시는 동안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때의 풀내음과 다채로운 풍경을 떠올려주세요.
정다정 차와 함께 준비된 다과는 우리밀과 난각번호1번 달걀로 디저트를 만드는 리피칩에서 종합재미농장 농작물로 생강 아마레띠, 고구마 카라멜 파운드를 만들었어요. 차와 다과를 먹는 방법에 대해 리피칩에서 보내주신 글을 낭독할게요.
뜨끈한 차를 먼저 홀짝 마시면
풀밭에 누워있는 듯
풀풀 풀향이 가득합니다
생강 아마레띠를 한 입 먹으면
고백을 받은 듯
기분이 들뜰거에요.
아마레띠를 다 드신 후
차를 두세모금 더 마시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후
묵직하고 촉촉한 고구마 파운드를 맛 봅니다.
찻물로 입안의 파운드를 적셔가며 찬찬히 드셔보세요.
대지의 기운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찻물로 개운하게 마무리합니다.
농부님들의 일년의 기다림을,
말린 찻잎에 담겨진 공존의 마음을
디저트로 전합니다.
공존, 주고 받는 대화

정다정 올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년 주제는 '공존 :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이에요.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공공디자인’과 주제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저부터 대답을 꺼내면, 마르쉐 농부시장은 자연에 가까운 농사를 짓는 농부, 그 농부의 재료로 요리하는 요리사, 그리고 수공예가는 오래 쓸수록 더 자연스러운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요. 각 출점팀이 만드는 것들을 보면, 단순히 편리하거나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존을 고민하며 내린 선택임이 느껴져요. 서로 협업하면서 공존의 관계를 넓히고, 많은 음식시민의 방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어요. 시장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집기는 10년 가까이 되었고 끊임없이 고치며 사용하고 있어요. 또한 쓰레기 없는 시장을 위해 다시살림 부스와 용기 대여, 장바구니 혜택 등으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려 해요. 이러한 경험은 마르쉐가 주변 환경을 이루는 것들을 고려하며 시장을 만들고 있구나 느껴져요.
디자인에 대해서는 마르쉐를 오고 간 많은 분들이 표현하는 언어 중 하나는 ‘아름다움’이에요. 정형화된 형태의 건물과 회색빛의 도심 속에서 제철 채소가 주는 색감과 생동함 그리고 출점팀 마다의 배치를 통해 시장을 여는 것으로 ‘매번 새롭게 디자인 하고 있구나’ 느껴요.
패트릭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디자이너나 예술가도 무언가를 만들 때 자연을 듣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근본은 자연과의 협업이니까요.
강수희 ‘자연농’이란 말에는 이미 공존과 디자인의 요소가 녹아 있어요. 시티애즈네이처 배경에는 자연농의 철학이 자리 잡고, 그 위에 가지를 펼치는 거죠. 저와 패트릭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자연과 공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부족함도 느끼지만요.
김신범 공존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함’이에요. 저희 농사는 풀과 함께하는 일이에요. 공존이라는 단어는 안 썼지만, 공존의 단어 뜻을 찾게되면서 마음속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어요. 농사를 짓는 일은 자연의 도움을 받는 일이기에 늘 도움받고 있고, 저희도 자연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의 도움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지 않지만, 공존하려는 과정인 것 같아요.
‘디자인인가?’에 대해서 답하면, 농사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으로 시작해요. 작물의 자람새를 예측하며 언제,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설계하죠. 매년 밭 지도를 그린 후, 실제로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곤하는데 그럴때마다 ‘이건 디자인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정다정 두 팀의 책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재미'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종합재미농장의 책 제목에 '농사가 재미있어서' 한 번, 저자 이름에 '종합재미농장'의 재미 두 번, 책 표지 뒤편에 '재미있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좌충우돌 생존기' 총 세 번 재미가 등장해요. 시티애즈네이처가 쓴 책에는 뒷면에 '지구에서는 원래 즐겁게 사는 거예요!'라는 소개문과 함께 인용문이 보여요. 공존하며 사는 두 팀에게 삶에서 재미의 의미와 최근 재밌었던 순간은 어떤 것인가요?
강수희 패트릭에게 최근의 재밌었던 순간'이 언제였나 물어봤는데, “없었어. 지난 며칠 내내 재미 없고 괴로웠다!”고 해서 놀랐어요. 왜 그런가 곰곰이 들여다보니 한옥을 고치면서 과로, 걱정, 스트레스에 잔뜩 지쳐 있던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다음날 자체휴일을 가졌어요. 근심 없이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사소한 곳에서도 재미를 쉽게 발견하는데, 어딘가 걱정스럽거나 지쳐있을 땐 어디에서든 재미를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몸과 마음과 주변 환경이 조화롭고 평온한 상태일 때가 재미인 것 같아요.
안정화 재미는 일상에서 우리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좋다고 생각한 일이라 할지라도 기쁨만 있을 수 없겠지요. 어려움, 슬픔, 아쉬움, 극복까지 포함하는 과정이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재밌는 일은 수확하거나 갈무리 할 때예요. 땅 속에서 아주 예쁜 붉은색의 고구마를 꺼냈을 때, 반짝거리고 알록달록 귀여운 풋팥, 풋동부를 깔때 히죽 웃고 넘어가는 순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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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며 남는 시간에 이런 자급자족에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배워 보려 했지만,
기술을 배울수록 나혼자 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아 보려 하니 오히려 사람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셈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막연한 소망에 머물러 있었다'
_⟪농사가 재미있어서⟫ P.14
나 역시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이게 과연 옳은 삶인가?’를 고민했고 한때는 진지하게 귀농을 다짐하기도 했다.
곳곳의 공동체를 찾아가보고, 귀농에 관한 강의와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꽤나 열심이었다.
_ ⟪ 불안과 경쟁 없는 이 곳에서⟫ p.80-81
정다정 재미를 만들어 가는 두 팀에게 현재가 있기 전, 직장인이었던 삶이었던 시절 고민와 바람에 대한 기록이 책에 있어요. 종합재미농장은 양평에서 농사짓는 삶으로, 시티애즈네이처는 자연농을 인터뷰하고 기록하였지만 도시에서 작업하는 작업자로 남았어요. 각자 공존하는 삶을 향해 선택한 터전을 농촌/도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선택 후 공존의 영역을 '농촌에서 도시로' 혹은 '도시에서 농촌로' 바꾸고 싶었던 적은 있으신가요?
강수희 어디에 살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며 돌아다니던 중, 처음 정착한 곳이 오사카였어요. 매번 다가오는 흐름에 맞춰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사카로 가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삶을 경험해보고 싶어 구례에서 반 년간 귀농귀촌 체험을 했지만, 도시와 먼 시골 생활이 우리에게는 쉽지 않다는 걸 느꼈죠. 패트릭은 운전 트라우마, 저는 면허가 없어서 차 없이 시골 생활을 하였는데 그 어려움을 절감했어요. 이후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돌봐야 해서 대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통영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거점을 이동하면서 더 이상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었었어요. 반 년 넘게 지내보니,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통영은 저희에게 잘 맞아요. 통영으로 이사 소식을 전하고, 많은 분들이 통영으로 간 이유를 궁금해하는데 패트릭의 결정 중 하나였어어요.
패트릭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방향을 설정한 것이에요. 무언가에 주목하고 귀를 기울이면,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정화 저희는 앞으로 어디에 살지 딱 정해두지 않기로 했어요. 신범이 “서울에서 전셋집 옮기는 것처럼 가볍게 시작해보자”라고 하자는 말에 저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양평으로 내려갔어요. 지금의 농사는 제 삶에 필수적이고 필연적이지만, 상업농이 될지, 우리 둘만을 위한 농사가 될지는 아직 정해두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농촌이나 중소도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살아갈 생각이에요. 다만 서울에서 내려오게 된 계기는 노들섬 텃밭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다정 준비하는 동안 두 분도 서로에게 궁금한 점이 많아서 공식적으로 서로 질문하는 시간을 담았습니다. 시티애즈네이처가 종합재미농장에게 남긴 질문을 들어볼까요?
시티애즈네이처 이번 만남을 준비하면서, 종합재미농장의 책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정독했어요. 닮아 있는 생각들도, 겹쳐지는 지점들도 아주 많아서 참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넷은 '자연농'이라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 각자 자기 자신에게 더 알맞은 갈래를 택해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아닐까 느꼈어요. 그러면서 저희가 가보지 못한 '농부'의 길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농부로 살길 참 잘했다, 가장 기쁘고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김신범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하고 있어요. ‘내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항상 기쁘고 만족스러워요.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죠. 체력 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때문에 쉽지 않은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만족감을 느껴요. 최근 가을걷이로 바쁘면서 손을 조금 다쳤는데, 수확 중 문득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키우는 작물들 하나하나, 밭을 오가는 풀과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순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 순간이 농부로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농사 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정화 집 바로 앞에서 작물을 뽑거나 수확해 요리할 때 느끼는 만족이 커요. 원하는 만큼만 생산될 때도 있고 그와 반대로 오십 배 이상 나올 때도 있죠. (웃음) 그럴 때는 계속 그 작물만 먹어야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농사는 참담한 노동임을 자주 느끼지만, 그렇게 얻은 작물로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만족감은 정말 큽니다.
정다정 이번에는 종합재미농장이 시티에즈네이처에게 남긴 질문을 들어볼까요?
종합재미농장 두 분의 활동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면서, 몇 년 사이 삶의 공간이 자주 변했는데도 항상 그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시는 걸 봤어요. 삶의 터가 바뀌어도 나의 삶과 아름다움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과 자신의 공간으로 바꾸어 나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강수희 집돌이, 집순이여서 그런지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알맞게 마련된 공간에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도 예전엔 꽤 무딘 편인데 공간이 주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옆에서 살면서, 예를 들어 디자인 전공자인 미국 아저씨인 패트릭의 미감을 보면서 영향을 받아요. (웃음)
패트릭 저는 누구나 자신을 편안하게 하고 즐겁게 하는 ‘좋은 것들의 목록’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사람들이 공간을 만들 때 그 목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간을 설계할 때, 창밖 나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이런 질문을 중심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 삶에는 우리를 여러번 움직이게 한 사건들이 있었어요. 그중 일부는 늘 집을 빌려 살았던 경험과 관련이 있죠. 온전한 저희 집이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고, 때로는 살던 곳을 떠나야 했어요.
강수희 원동력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과 보람인 것 같아요. 공간 안에서 어떤 요소가 어떻게 나에게 좋은 감정을 주는지 생각하고, 그 목록을 공간마다 구현하는 것을 중요할 때마다 참으로 기뻐요. 물론 공간을 너무 많이 이주하면서 저희는 조금 더 불운이 세게 닥쳤다고 생각했어요. 종합재미농장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에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본의 아니게 계속 쫓겨나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그 흐름에 떠밀려 통영으로 가게 되었는데 매우 만족해요. 반년간 통영에서 지내면서 도시와 대중교통편도 잘 되어있고, 허브티를 만드는 제게 필요한 허브도 잘 자라서 저희에게 맞는 삶터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정다정 두 팀에게 <공존하는 차담> 참여를 요청하였을 때, 두 팀 모두 '저희 삶이 공존하는게 맞을까요?’ 되물으셨어요. 각자의 삶의 터에서 공존을 지향하지만 겪고 있는 딜레마가 있으신가요?
안정화 공존을 주제로 오늘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지금 저희가 하는 방식의 농사가 꼭 옳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물론 저희에게 맞고 하고 싶은 방식이라 선택한 것이지만, 이것만 옳고 다른 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저희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유기농, 퍼머컬처, 다른 농법들을 계속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 선택한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부족했거나 달라질 수도 있다고 느껴요. 이런 딜레마에 대한 고민 자체가 오히려 저희가 계속 배우고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시작하면서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많이 느꼈어요. 태양광이나 패시브하우스를 설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빌린 집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단열 보강 정도였고, 자연농이 맞다고 느끼면서도 작물의 성장이나 수확량, 경제적 고민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계속 부딪히죠. ‘농사란 무엇인가’, ‘왜 이렇게 지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졌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은 없어요. 그저 저희 삶과 경험 속에서 ‘이런 방식으로 살아보자’라고 마음을 정했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선택과 생각은 또 달라질 수도 있다고 봐요.
강수희 저희가 자연농 다큐를 만들면서 들었던 말 중 “백 명 농부가 자연농을 하면 백 가지 자연농이 있다”가 있었어요. ‘딜레마’ 단어를 듣고 바로 떠올린 건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였어요. 그러나 한옥을 고치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없어요. 저의 마음과 상황이 다르듯이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니, 그 안에서 나의 재료를 잘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폼을 사서 단열재를 넣으면 몇 분 만에 끝나는 일을, 저희는 며칠에 걸쳐 흙을 발라요. 고된 노동이어서 ‘이게 맞나?’ 스스로 물어보지만, 그 과정도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이어서 그 고됨을 감수하며 가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마치며

정다정 앞서 이야기 한 공존과 딜레마 속에서 삶을 엮어가는 두 팀에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져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강수희 11월에는 공주 금강 자연 미술 비엔날레에서 전시 ‘잡초 약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일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안정화 앞으로도 이어갈 큰 방향성은 농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에요. 다가오고 있는 숙제는 빌려서 살고 있는 집과 밭을 넘어서 남은 생을 지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것이에요. 지금 진행해야하는 밭 작업 계획은 마르쉐의 ‘벌새의 숲 프로젝트’*일환으로 다년생 먹거리숲을 조성을 위해 산나물을 모종을 심는 일이 있습니다.
*벌새의 숲 프로젝트 소개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의 에세이 <벌새의 물 한 방울>에는 남미 안데스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을 때, 모든 동물들이 앞다퉈 도망쳤지만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벌새는 작은 부리에 물을 한 방울씩 담아 와 산불 위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행동을 비웃는 다른 동물들에게 크리킨다는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냉소와 체념 앞에서 자신의 작은 최선을 다짐하는 벌새의 마음으로 마르쉐는 올해 음식시민으로 후원으로 14개 농가에 벌새의 숲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벌새의 숲은 인간과 비인간동물 모두를 위한 먹거리숲이 되어 토양을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확장하며 기후위기 전선에서 있는 지구농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다정 오늘의 참여 소감을 하이쿠로 표현해달라고 신범님께 요청하였어요. 준비해주신 것 읽어주시겠어요?
김신범 하이쿠는 5.7.5. 17자로 쓰는 일본의 정형시예요. 계절과 자연을 주제로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재치 있는 짧은 시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저도 자연과 가까이 농사를 지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짧은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2022년 입춘부터 매 절기 마다 한두편씩 써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리가 내리는 상강 절기인데요. 작년 상강에 썼던 하이쿠를 소개 해드려볼까해요.
‘된서리 와도
오늘을 살아가네
농사 지으며’
정다정 어느새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의 시간을 준비하면서, 두 팀 모두 여전히 고민중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물으셨어요. 그 질문에 저는 우리의 삶은 살면서 결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어떠한 결론을 짓고 살진 않기에 지금의 삶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어요. 여전히 공존 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두 팀과 같이 오늘의 자리 오신 여러분도 ‘나는 어떤 공존을 하고 사는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그리는가?’ ‘그 삶의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면서 각자의 <공존하는 차담>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 김신범·안정화(종합재미농장) @amusebyfarm(↗)
풀과 작물이 어우러지는 작은 땅에서 자급을 꿈꾸며 50여 가지 작물을 기르고, 그 이야기를 책〈농사가 재미있어서〉에 담았습니다.
*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시티애즈네이처) @suheekang(↗) @cityasnature(↗)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기록한 다큐〈자연농 Final Straw> 와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이후, 사람과 자연을 잇는 예술과 글쓰기, 허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와 다과 제작
* 차 : 곰과 호랑이 허브 약방 ‘풀숲 사이로 난 오솔길’
* 다과 : 리피칩 생강 아마레띠와 고구마 카라멜 파운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의 주제는 ‘공존 :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 입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마켓 with 마르쉐를 맞이하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는 채소시장을 개최하고, 코사이어티에서는 워크숍 <공존하는 차담>과 다큐상영회<공존하는 사람들 : 이히브루>가 진행되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먹거리로 모든 삶을 연결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와 음식시민이 대화하는 시장을 엽니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 그 재료로 요리하는 요리사, 자연 소재로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수공예가 함께 모여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갑니다.
<공존하는 차담>에서는 지구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 농사를 선택한 종합재미농장,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자연농 삶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시티애즈네이처의 공존하는 삶을 나누는 시간에 50여명의 음식시민들과 함께하였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전합니다.
1부 종합재미농장, 시트애즈네이처 소개
2부 차와 다과
3부 공존, 주고받는 대화
풀과 벌레, 흙과 씨앗이 함께 살아가는 밭, 종합재미농장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문득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7개월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베를린의 프린체신 가르텐(Prinzessinnengarten)에서 도시 한가운데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보고, 덴마크 평야에서는 거대한 기계농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가족농과 사회적 농장을 찾아다니며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여행길을 함께하며 만난 책『자연농 교실』에서 땅을 갈지 않고 제초제와 농약, 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에 대해 소개를 읽으며 놀라웠고,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귀국 후, 양평에 정착한 두 사람은 서울 노들텃밭에서 배운 경험으로 자연농의 길을 탐구했습니다. 밭에는 풀이 작물과 함께 자라고 개구리와 뱀, 두더지, 새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때로는 농사에 방해가 되었지만, 먼저 이 땅을 터전으로 삼은 생명체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자연농의 일상은 고개 숙여 풀을 베는 반복이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쪽파가 눈 사이로 자라고 서리를 맞은 딸기잎이 반짝이며 계절을 알립니다. 지금의 종합재미농장은 “땅에는 자연의 시간이 쌓이고, 씨앗에는 사람의 시간이 쌓이는 농사를 짓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두 사람이 발견한 자연과 사람의 공존 방식입니다.
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삶, 시티애즈네이처
도시 속에서 자전거를 타며 자연을 느꼈던 수희의 경험과 패트릭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과수원에서 보았던 도시화의 변화를 떠올리며,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수희는 양평 두물머리에서 주말마다 농사를 지으며 삶을 배우기 시작했고, 패트릭과 함께 웹진 ‘소사이시티’의 주제를 고민하던 중 자연농을 접했습니다. 단순한 농사를 넘어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었고, 2011년 시작한 다큐는 4년 동안 이어졌고 2015년 다큐 ‘자연농’-자연의 지혜를 따르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이야기’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다큐 작업이 끝난 후, 각자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가지며 ‘자연농에게 배운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두고 살아보면 어떨까?’ 질문을 시작으로 미국, 한국, 일본을 오가던 중 일본 오사카에서 생활·예술 공간을 운영하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전에서 ‘이끼와 돌’이라는 작업실 겸 허브 가게를 열었고 지금은 통영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낡은 한옥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삶을 실험하며,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차와 다과로 공존에 머무르기
풀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 모든 풀이 결국 이 땅의 생태계를 이루고
우리가 먹는 작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애쓴다.
그리고 그냥 잡초로 흘려보내지 않고 풀 이름을 찾아 기억하려 한다.
_ ⟪농사가 재미있어서⟫ P.43
정다정 책에서 이 문장을 보고 농부에게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있는 풀을 차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희님께 차 제작을 요청드렸어요. 차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강수희 종합재미농장의 쑥과 민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제가 여름내 곳곳에서 모아온 조릿대잎, 산초잎, 차조기잎, 레몬그라스 같은 여러 풀을 더해 블렌딩하였어요. 이 차에 '풀숲 사이로 난 오솔길' 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올 여름 종합재미농장을 찾아갔는데, 집과 밭 곳곳에 자라나고 있는 풀들이 참 어여쁘게 느껴졌어요. 이야기 나누면서 풀을 아끼고 또 고마워하는 두 농부의 고운 마음을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번 시간을 준비하면서 종합재미농장, 시티애즈네이처 모두 쭉 뻗은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좁다란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속도도 느리고, 오르막 내리막도 많아 걷기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도 기쁨도 아름다움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으로 차를 만들었어요. 차를 마시는 동안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때의 풀내음과 다채로운 풍경을 떠올려주세요.
정다정 차와 함께 준비된 다과는 우리밀과 난각번호1번 달걀로 디저트를 만드는 리피칩에서 종합재미농장 농작물로 생강 아마레띠, 고구마 카라멜 파운드를 만들었어요. 차와 다과를 먹는 방법에 대해 리피칩에서 보내주신 글을 낭독할게요.
뜨끈한 차를 먼저 홀짝 마시면
풀밭에 누워있는 듯
풀풀 풀향이 가득합니다
생강 아마레띠를 한 입 먹으면
고백을 받은 듯
기분이 들뜰거에요.
아마레띠를 다 드신 후
차를 두세모금 더 마시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후
묵직하고 촉촉한 고구마 파운드를 맛 봅니다.
찻물로 입안의 파운드를 적셔가며 찬찬히 드셔보세요.
대지의 기운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찻물로 개운하게 마무리합니다.
농부님들의 일년의 기다림을,
말린 찻잎에 담겨진 공존의 마음을
디저트로 전합니다.
공존, 주고 받는 대화
정다정 올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년 주제는 '공존 :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이에요.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공공디자인’과 주제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저부터 대답을 꺼내면, 마르쉐 농부시장은 자연에 가까운 농사를 짓는 농부, 그 농부의 재료로 요리하는 요리사, 그리고 수공예가는 오래 쓸수록 더 자연스러운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요. 각 출점팀이 만드는 것들을 보면, 단순히 편리하거나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존을 고민하며 내린 선택임이 느껴져요. 서로 협업하면서 공존의 관계를 넓히고, 많은 음식시민의 방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어요. 시장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집기는 10년 가까이 되었고 끊임없이 고치며 사용하고 있어요. 또한 쓰레기 없는 시장을 위해 다시살림 부스와 용기 대여, 장바구니 혜택 등으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려 해요. 이러한 경험은 마르쉐가 주변 환경을 이루는 것들을 고려하며 시장을 만들고 있구나 느껴져요.
디자인에 대해서는 마르쉐를 오고 간 많은 분들이 표현하는 언어 중 하나는 ‘아름다움’이에요. 정형화된 형태의 건물과 회색빛의 도심 속에서 제철 채소가 주는 색감과 생동함 그리고 출점팀 마다의 배치를 통해 시장을 여는 것으로 ‘매번 새롭게 디자인 하고 있구나’ 느껴요.
패트릭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디자이너나 예술가도 무언가를 만들 때 자연을 듣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근본은 자연과의 협업이니까요.
강수희 ‘자연농’이란 말에는 이미 공존과 디자인의 요소가 녹아 있어요. 시티애즈네이처 배경에는 자연농의 철학이 자리 잡고, 그 위에 가지를 펼치는 거죠. 저와 패트릭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자연과 공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부족함도 느끼지만요.
김신범 공존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함’이에요. 저희 농사는 풀과 함께하는 일이에요. 공존이라는 단어는 안 썼지만, 공존의 단어 뜻을 찾게되면서 마음속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어요. 농사를 짓는 일은 자연의 도움을 받는 일이기에 늘 도움받고 있고, 저희도 자연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의 도움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지 않지만, 공존하려는 과정인 것 같아요.
‘디자인인가?’에 대해서 답하면, 농사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으로 시작해요. 작물의 자람새를 예측하며 언제,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설계하죠. 매년 밭 지도를 그린 후, 실제로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곤하는데 그럴때마다 ‘이건 디자인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정다정 두 팀의 책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재미'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종합재미농장의 책 제목에 '농사가 재미있어서' 한 번, 저자 이름에 '종합재미농장'의 재미 두 번, 책 표지 뒤편에 '재미있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좌충우돌 생존기' 총 세 번 재미가 등장해요. 시티애즈네이처가 쓴 책에는 뒷면에 '지구에서는 원래 즐겁게 사는 거예요!'라는 소개문과 함께 인용문이 보여요. 공존하며 사는 두 팀에게 삶에서 재미의 의미와 최근 재밌었던 순간은 어떤 것인가요?
강수희 패트릭에게 최근의 재밌었던 순간'이 언제였나 물어봤는데, “없었어. 지난 며칠 내내 재미 없고 괴로웠다!”고 해서 놀랐어요. 왜 그런가 곰곰이 들여다보니 한옥을 고치면서 과로, 걱정, 스트레스에 잔뜩 지쳐 있던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다음날 자체휴일을 가졌어요. 근심 없이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사소한 곳에서도 재미를 쉽게 발견하는데, 어딘가 걱정스럽거나 지쳐있을 땐 어디에서든 재미를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몸과 마음과 주변 환경이 조화롭고 평온한 상태일 때가 재미인 것 같아요.
안정화 재미는 일상에서 우리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좋다고 생각한 일이라 할지라도 기쁨만 있을 수 없겠지요. 어려움, 슬픔, 아쉬움, 극복까지 포함하는 과정이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재밌는 일은 수확하거나 갈무리 할 때예요. 땅 속에서 아주 예쁜 붉은색의 고구마를 꺼냈을 때, 반짝거리고 알록달록 귀여운 풋팥, 풋동부를 깔때 히죽 웃고 넘어가는 순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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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며 남는 시간에 이런 자급자족에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배워 보려 했지만,
기술을 배울수록 나혼자 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아 보려 하니 오히려 사람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셈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막연한 소망에 머물러 있었다'
_⟪농사가 재미있어서⟫ P.14
나 역시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이게 과연 옳은 삶인가?’를 고민했고 한때는 진지하게 귀농을 다짐하기도 했다.
곳곳의 공동체를 찾아가보고, 귀농에 관한 강의와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꽤나 열심이었다.
_ ⟪ 불안과 경쟁 없는 이 곳에서⟫ p.80-81
정다정 재미를 만들어 가는 두 팀에게 현재가 있기 전, 직장인이었던 삶이었던 시절 고민와 바람에 대한 기록이 책에 있어요. 종합재미농장은 양평에서 농사짓는 삶으로, 시티애즈네이처는 자연농을 인터뷰하고 기록하였지만 도시에서 작업하는 작업자로 남았어요. 각자 공존하는 삶을 향해 선택한 터전을 농촌/도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선택 후 공존의 영역을 '농촌에서 도시로' 혹은 '도시에서 농촌로' 바꾸고 싶었던 적은 있으신가요?
강수희 어디에 살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며 돌아다니던 중, 처음 정착한 곳이 오사카였어요. 매번 다가오는 흐름에 맞춰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사카로 가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삶을 경험해보고 싶어 구례에서 반 년간 귀농귀촌 체험을 했지만, 도시와 먼 시골 생활이 우리에게는 쉽지 않다는 걸 느꼈죠. 패트릭은 운전 트라우마, 저는 면허가 없어서 차 없이 시골 생활을 하였는데 그 어려움을 절감했어요. 이후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돌봐야 해서 대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통영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거점을 이동하면서 더 이상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었었어요. 반 년 넘게 지내보니,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통영은 저희에게 잘 맞아요. 통영으로 이사 소식을 전하고, 많은 분들이 통영으로 간 이유를 궁금해하는데 패트릭의 결정 중 하나였어어요.
패트릭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방향을 설정한 것이에요. 무언가에 주목하고 귀를 기울이면,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정화 저희는 앞으로 어디에 살지 딱 정해두지 않기로 했어요. 신범이 “서울에서 전셋집 옮기는 것처럼 가볍게 시작해보자”라고 하자는 말에 저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양평으로 내려갔어요. 지금의 농사는 제 삶에 필수적이고 필연적이지만, 상업농이 될지, 우리 둘만을 위한 농사가 될지는 아직 정해두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농촌이나 중소도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살아갈 생각이에요. 다만 서울에서 내려오게 된 계기는 노들섬 텃밭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다정 준비하는 동안 두 분도 서로에게 궁금한 점이 많아서 공식적으로 서로 질문하는 시간을 담았습니다. 시티애즈네이처가 종합재미농장에게 남긴 질문을 들어볼까요?
시티애즈네이처 이번 만남을 준비하면서, 종합재미농장의 책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정독했어요. 닮아 있는 생각들도, 겹쳐지는 지점들도 아주 많아서 참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넷은 '자연농'이라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 각자 자기 자신에게 더 알맞은 갈래를 택해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아닐까 느꼈어요. 그러면서 저희가 가보지 못한 '농부'의 길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농부로 살길 참 잘했다, 가장 기쁘고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김신범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하고 있어요. ‘내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항상 기쁘고 만족스러워요.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죠. 체력 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때문에 쉽지 않은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만족감을 느껴요. 최근 가을걷이로 바쁘면서 손을 조금 다쳤는데, 수확 중 문득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키우는 작물들 하나하나, 밭을 오가는 풀과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순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 순간이 농부로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농사 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정화 집 바로 앞에서 작물을 뽑거나 수확해 요리할 때 느끼는 만족이 커요. 원하는 만큼만 생산될 때도 있고 그와 반대로 오십 배 이상 나올 때도 있죠. (웃음) 그럴 때는 계속 그 작물만 먹어야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농사는 참담한 노동임을 자주 느끼지만, 그렇게 얻은 작물로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만족감은 정말 큽니다.
정다정 이번에는 종합재미농장이 시티에즈네이처에게 남긴 질문을 들어볼까요?
종합재미농장 두 분의 활동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면서, 몇 년 사이 삶의 공간이 자주 변했는데도 항상 그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시는 걸 봤어요. 삶의 터가 바뀌어도 나의 삶과 아름다움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과 자신의 공간으로 바꾸어 나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강수희 집돌이, 집순이여서 그런지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알맞게 마련된 공간에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도 예전엔 꽤 무딘 편인데 공간이 주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옆에서 살면서, 예를 들어 디자인 전공자인 미국 아저씨인 패트릭의 미감을 보면서 영향을 받아요. (웃음)
패트릭 저는 누구나 자신을 편안하게 하고 즐겁게 하는 ‘좋은 것들의 목록’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사람들이 공간을 만들 때 그 목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간을 설계할 때, 창밖 나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이런 질문을 중심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 삶에는 우리를 여러번 움직이게 한 사건들이 있었어요. 그중 일부는 늘 집을 빌려 살았던 경험과 관련이 있죠. 온전한 저희 집이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고, 때로는 살던 곳을 떠나야 했어요.
강수희 원동력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과 보람인 것 같아요. 공간 안에서 어떤 요소가 어떻게 나에게 좋은 감정을 주는지 생각하고, 그 목록을 공간마다 구현하는 것을 중요할 때마다 참으로 기뻐요. 물론 공간을 너무 많이 이주하면서 저희는 조금 더 불운이 세게 닥쳤다고 생각했어요. 종합재미농장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에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본의 아니게 계속 쫓겨나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그 흐름에 떠밀려 통영으로 가게 되었는데 매우 만족해요. 반년간 통영에서 지내면서 도시와 대중교통편도 잘 되어있고, 허브티를 만드는 제게 필요한 허브도 잘 자라서 저희에게 맞는 삶터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정다정 두 팀에게 <공존하는 차담> 참여를 요청하였을 때, 두 팀 모두 '저희 삶이 공존하는게 맞을까요?’ 되물으셨어요. 각자의 삶의 터에서 공존을 지향하지만 겪고 있는 딜레마가 있으신가요?
안정화 공존을 주제로 오늘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지금 저희가 하는 방식의 농사가 꼭 옳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물론 저희에게 맞고 하고 싶은 방식이라 선택한 것이지만, 이것만 옳고 다른 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저희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유기농, 퍼머컬처, 다른 농법들을 계속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 선택한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부족했거나 달라질 수도 있다고 느껴요. 이런 딜레마에 대한 고민 자체가 오히려 저희가 계속 배우고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시작하면서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많이 느꼈어요. 태양광이나 패시브하우스를 설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빌린 집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단열 보강 정도였고, 자연농이 맞다고 느끼면서도 작물의 성장이나 수확량, 경제적 고민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계속 부딪히죠. ‘농사란 무엇인가’, ‘왜 이렇게 지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졌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은 없어요. 그저 저희 삶과 경험 속에서 ‘이런 방식으로 살아보자’라고 마음을 정했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선택과 생각은 또 달라질 수도 있다고 봐요.
강수희 저희가 자연농 다큐를 만들면서 들었던 말 중 “백 명 농부가 자연농을 하면 백 가지 자연농이 있다”가 있었어요. ‘딜레마’ 단어를 듣고 바로 떠올린 건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였어요. 그러나 한옥을 고치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없어요. 저의 마음과 상황이 다르듯이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니, 그 안에서 나의 재료를 잘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폼을 사서 단열재를 넣으면 몇 분 만에 끝나는 일을, 저희는 며칠에 걸쳐 흙을 발라요. 고된 노동이어서 ‘이게 맞나?’ 스스로 물어보지만, 그 과정도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이어서 그 고됨을 감수하며 가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마치며
정다정 앞서 이야기 한 공존과 딜레마 속에서 삶을 엮어가는 두 팀에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져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강수희 11월에는 공주 금강 자연 미술 비엔날레에서 전시 ‘잡초 약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일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안정화 앞으로도 이어갈 큰 방향성은 농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에요. 다가오고 있는 숙제는 빌려서 살고 있는 집과 밭을 넘어서 남은 생을 지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것이에요. 지금 진행해야하는 밭 작업 계획은 마르쉐의 ‘벌새의 숲 프로젝트’*일환으로 다년생 먹거리숲을 조성을 위해 산나물을 모종을 심는 일이 있습니다.
*벌새의 숲 프로젝트 소개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의 에세이 <벌새의 물 한 방울>에는 남미 안데스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을 때, 모든 동물들이 앞다퉈 도망쳤지만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벌새는 작은 부리에 물을 한 방울씩 담아 와 산불 위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행동을 비웃는 다른 동물들에게 크리킨다는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냉소와 체념 앞에서 자신의 작은 최선을 다짐하는 벌새의 마음으로 마르쉐는 올해 음식시민으로 후원으로 14개 농가에 벌새의 숲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벌새의 숲은 인간과 비인간동물 모두를 위한 먹거리숲이 되어 토양을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확장하며 기후위기 전선에서 있는 지구농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다정 오늘의 참여 소감을 하이쿠로 표현해달라고 신범님께 요청하였어요. 준비해주신 것 읽어주시겠어요?
김신범 하이쿠는 5.7.5. 17자로 쓰는 일본의 정형시예요. 계절과 자연을 주제로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재치 있는 짧은 시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저도 자연과 가까이 농사를 지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짧은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2022년 입춘부터 매 절기 마다 한두편씩 써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리가 내리는 상강 절기인데요. 작년 상강에 썼던 하이쿠를 소개 해드려볼까해요.
‘된서리 와도
오늘을 살아가네
농사 지으며’
정다정 어느새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의 시간을 준비하면서, 두 팀 모두 여전히 고민중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물으셨어요. 그 질문에 저는 우리의 삶은 살면서 결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어떠한 결론을 짓고 살진 않기에 지금의 삶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어요. 여전히 공존 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두 팀과 같이 오늘의 자리 오신 여러분도 ‘나는 어떤 공존을 하고 사는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그리는가?’ ‘그 삶의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면서 각자의 <공존하는 차담>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 김신범·안정화(종합재미농장) @amusebyfarm(↗)
풀과 작물이 어우러지는 작은 땅에서 자급을 꿈꾸며 50여 가지 작물을 기르고, 그 이야기를 책〈농사가 재미있어서〉에 담았습니다.
*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시티애즈네이처) @suheekang(↗) @cityasnature(↗)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기록한 다큐〈자연농 Final Straw> 와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이후, 사람과 자연을 잇는 예술과 글쓰기, 허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와 다과 제작
* 차 : 곰과 호랑이 허브 약방 ‘풀숲 사이로 난 오솔길’
* 다과 : 리피칩 생강 아마레띠와 고구마 카라멜 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