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쓰레기 없는 장터: 지속가능한 마켓을 위한 한 걸음,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다회용기 대여 부스 및 개인 용기 지참 혜택 등을 통해 모두가 즐거운 마켓을 만들기 위해 출점팀과 방문객 모두가 동참하였습니다.
〰
특별히 서울미식마켓에서 만날 수 있었던 워크숍과 토크 등 기획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구본일, 정혜경의 장독대 토크 <함께 이어가는 장; 맛>
음식 인문학을 통해 우리 식문화의 깊이를 탐구해 온 정혜경 선생, 옛 문헌 속의 장을 오늘의 장독에 되살려가는 구본일 선생. 두 분이 함께 들려주는 ‘장(醬)’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우리 삶의 정체성을 이루는 장 문화의 시작점, 장독대를 무대로 진행된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장을 함께 맛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장의 의미와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는 자리였습니다.
장, 기원과 역사에 대하여 _ 정혜경 선생님
장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 맛의 소울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물과 소금만을 더해 이루어지는 발효는 신의 영역이라고 할 만큼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집집마다 다양한 맛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식의 본질을 이루고 최근에는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이 된 장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기원전 6~8세기의 고조선시대부터 장을 담갔던 흔적이 유물로 남아 있으니 장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 자체입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장은 결혼 선물이 되기도 하고 중국의 문헌에는 고구려의 후손인 발해에서 만들어지는 '시'가 굉장히 중요한 특산품이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장은 바로 이 시가 발전한 것인데 우리가 요즘 먹는 청국장과 유사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콩의 감칠맛을 내는 시는 이규호 선생이나 포은 이색 선생의 시에도 기록될 만큼 중요한 먹거리였고 고려시대의 장은 그 자체로 세금이자 구휼품으로 국가가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물질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와서 장은 '간이 되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간장으로, '되직하다 의미에서 된장으로 불리게 되었고 집집마다 다양하고 화려한 장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 그리고 제 강점기의 우리 역사를 함께 겪으면서 공장제 장생산도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에서의 장의 역사와 문화가 이렇게 발달한 것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만주와 한반도 지역이 장의 원료가 되는 콩의 원산지였기 때문입니다.
이어오는 장, 그 다양성에 대하여 _ 구본일 선생님
저는 3대째 이어오는 100년 된 씨간장을 간직하고 있어요. 이렇게 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망가지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맛으로 응축해 갑니다. 한때 왜간장이라 불리는 양조간장에 밀려난 한식장이 싸구려 취급받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저는 손주들에게 우리가 먹는 간장을 꼭 이어주고 싶어 장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조리서를 보다 보니 우리 역사 속에서는 정말 다양한 장들이 만들어져 왔어요. 콩만이 아니라 고구마가 많은 곳에서는 감저장을 만들었고요 도토리가 많은 곳은 도토리로 상실장을 만들었습니다. 들깻묵으로 만들어지는 장, 콩깍지로 만들어지는 태각장은 모든 유기물을 귀하게 사용한 선조들의 삶을 보여주는 맛있는 장입니다.
콩의 종류를 달리해서 완두장, 푸른콩으로는 청태장, 팥으로는 소두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순무로 만들어지는 만청장처럼 채소가 들어가기도 했고 콩이 귀한 곳에서는 바다의 산물을 넣어서 어간장을 만들기도 했고요.
장 만들기가 성가시고 힘든 일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 온 다양한 장맛은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을만한 훌륭한 맛의 보고입니다.
백가백미, 그 다양성의 세계_ 정혜경 선생님
장이라고 하면 고기로 만드는 육장, 생선 어패류로 만드는 어장, 콩으로 만드는 두장문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은 육장이 대세였고 남쪽은 어장을 중심으로 장문화가 만들어져요. 한반도에서는 두장이 발달하는데 심지어 어간장을 만들 때도 콩으로 만든 메주를 넣어 창의적인 장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요리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것이 장의 다양성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콩과 물과 소금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장은 고조리서에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백여 가지가 됩니다.
'백가백미'라는 말이 우리장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른 이런 우리 장의 다양성을 우리의 정체성이자 문화로 드러내는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맥락에서 산업화의 맥락에서 맛의 일률화, 표준화는 행복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전통 방식의 장문화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고 그 다양성을 이어가는 구본일 선생의 접근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장 맛보기, 누리기 _ 구본일 선생님
저는 선조들의 장에 대한 기록을 이용해서 다양한 장을 담으면서 조상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마다 고유한 맛이 있고 이게 각각의 식자재와 어울려 음식으로 만들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깻묵장으로 겨울 나물들을 지져내면 정말 구수한 맛을 내어주고 완두장으로 회를 드시면 또 특별한 맛을 느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점점 더 공부하게 되는 겁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장담기를 어려워들 하시는데요. 사실 원리를 알고 좋은 재료가 있다면 어디서나 그 기후에 맞춤하여 장담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현대의 삶의 여건을 고려하여 온습도를 관리해 준다면 좀 더 깔끔하고 내외국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장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저는 장에 관심을 가지고 오시는 셰프님들이나 방문자들에게 자신만의 장을 담가보시라고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누구나 장을 담을 수 있고 장 담그는 일을 통해서 우리 맛의 다양성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함께 맛본 간장
한식간장
한식간장은 메주(삶은 콩을 띄운 것)로 담근 전통 간장입니다. 보통 ‘조선간장’이라고도 부릅니다. 한식간장은 콩으로 띄운 메주로 만든 전통 간장으로, 짠맛이 강하지만 감칠맛과 구수함이 깊은 간장입니다.
청태장
‘푸른콩(청태)’으로 만든 메주를 사용해 담근 간장입니다. 청태간장은 푸른콩으로 만든 메주에서 나오는 풍부한 단백질과 당분 덕분에 감칠맛이 깊고 깔끔하며 단맛이 은은한 간장입니다.
깻묵장
깻묵장은 참깨를 짜고 남은 깻묵을 메주처럼 발효시켜 담근 간장입니다. 고조리서에 기록된 전통 간장으로, 콩으로 만든 간장보다 감칠맛은 약하지만 고소하고 진한 향이 특징입니다.
완두장
완두콩에 통밀을 넣어 만든 간장입니다. 완두콩 특유의 고소하고 밀의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어간장
3년 멸치 숙성 + 2년 메주 숙성으로 만들어진 간장입니다.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진하고 농축된 멸치의 풍미와 구수함이 살아있으며, 매우 진하고 강하지만 과하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과 균형을 이루는 감칠맛이 일품인 간장입니다.
💬 참여자 후기
“ 이렇게 많은 장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는 사실 제주도에서 왔는데 제가 지금 장을 담가 먹기 시작한 지 한 10년 됐어요. 기후때문에 장이 자꾸 말라서 걱정입니다. 저는 푸른 콩으로 장을 담가 먹고 있는데 오늘 선생님의 청태장에서 제 입맛에는 아주 익숙한 장이 나와서 반가웠고 깻묵장에서 깨의 향이 느껴져서 되게 독특했고 완두장은 또 특이하게 발사믹같은 진한 농도와 바디감이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 저는 제육볶음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만듭니다. 이때 제일 많이 쓰는 것이 고추장이고 간장입니다. 집에 어간장이니 양조간장, 조선간장 등이 있어서 매일매일 다르게 사용하다보니 장에 대해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신청을 하게 됐는데 장의 역사부터 제가 몰랐던 다양한 장을 맛볼 수 있어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강민구의 [장;맛] with 강민구 셰프 (밍글스)
전통의 맛을 현대적 해석으로 풀어온 미쉐린3스타 <밍글스> 강민구 셰프와 함께 한국 발효의 깊이와 가능성을 탐색 해보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K콘텐츠의 약진 덕분에 높아진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신청 오픈 10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강민구 셰프가 준비한 시청각 자료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 잊고 있던 “장”의 진면모를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재료의 맛을 살리는 장”
강민구 셰프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장을 단순한 “집밥의 양념”이 아니라 한국 미식의 언어로 다시 말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생일상의 갈비찜·잡채·미역국부터 파인다이닝의 디저트까지, 장이 스며 있는 한국 음식의 폭을 짚어 주며 “장은 재료의 좋은 맛을 살리고 나쁜 맛을 가려주는 재료”라는 말로 장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해주었습니다.
〰
“장 맛의 핵심은 떼루아”
'된장은 코리안 미소가 아니다.'는 강 셰프의 말 속에는 전통 장의 위상에 대한 확신과 함께 맛의 핵심 역할을 하는 ‘떼루아’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통 장 담그기 과정은 일본의 미소·쇼유 제조법과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콩과 밀, 보리 등에 단일 균(코우지)을 접종해 만드는 일본 미소와 달리, 전통 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에 메주를 둘러싼 환경의 다양한 균이 들어와 다양한 맛을 내게 됩니다.
서구에서 ‘떼루아’라는 요소를 맛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여기듯, 장 맛의 핵심 또한 땅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미생물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셰프의 역할, 발견과 활용”
이번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된장·간장·고추장을 모두 넣은 디저트 ‘장트리오’를 맛봤습니다.
직접 맛본 한입 크기의 장슈(choux)와 고추장초콜릿은 장의 짠맛·매운맛·감칠맛이 디저트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느끼게 해 주는 장치였습니다.
강민구 셰프는 이뿐만 아니라, 장 비율을 수치로 정리한 레시피, 장을 활용한 파스타·샌드위치 등의 메뉴 개발을 통해, 전통 장이 한식의 경계를 넘어 세계 음식과 만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재료를 길러내는 농부, 장을 만드는 요리사와 장인 등 생산자와 작업자의 시간 위에 강민구 셰프의 현대적 언어가 더해져 장 문화를 한층 더 높이 쌓아 올리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장의 맛: 땅의 맛, 바다의 맛, 시간의 맛 with 부암댁 이영민 요리사 (공간 사부작)
부암댁(이영민 요리사)은 지난 7년간 장맛을 알고 싶어 직접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며, 오감으로 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 ‘장의 맛’을 감각하는 법을 깨우쳤습니다.
이 여정의 이야기를 워크숍 <장의 맛_땅의 맛, 바다의 맛, 시간의 맛>을 통해 나누었습니다.
‘장’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감각부터, 장맛을 완성하는 ‘균형’을 찾는 과정까지 장 맛을 어떻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지 함께 탐색하는 시간입니다.
‘전통장의 맛’을 느끼다
산분해간장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전통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비판에 의문이 생겼다.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어 2019년 단양에서 전통 장 공부를 시작했다.
첫 장 담그기 수업은 낯설었고 전통 장의 짠맛만 느껴졌지만, 주변의 감탄을 보며 “내가 모르는 맛이 있나?” 싶어 공부를 이어갔다. 된장과 간장을 각각 만들어내는 공장식 제품과 달리 전통장은 된장과 간장을 따로 각각 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에서 갈라낸다는 점, 탈지대두를 쓰는 산분해간장과 달리 전통 간장은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대두를 써서 풍미가 깊다는 점 등을 배웠다.
6개월 뒤 직접 담근 장을 가지러 갔을 때 장독대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색과 향에 놀랐고 맛 보았을 때는 처음과 달리 짠맛 뒤 오는 깊은 감칠맛을 느꼈다. 전통장을 더 알고싶어졌다.
직접 전통장을 담그며 보낸 7년
2020년부터 메주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콩을 푸욱 삶고 으깨어 틀에 넣고 발로 밟아 모양을 만든 뒤 곰팡이가 잘 자리 잡기를 기다린다. 집집마다 메주의 향과 곰팡이 모양은 다르다.
2021년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에서 장을 담가보았지만 기대한 맛이 나지 않았다. 항아리의 부재, 적은 양, 집의 공기 등 여러 환경적 요소가 장맛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다시 단양에서 선생님의 메주를 보며, 잘 된 메주의 형태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메주를 뜨고 장을 담그는 일을 3년간 계속했다.
2024년에는 콩과 소금을 바꿔가며 비교했다. 소금 종류(천일염·용융소금·토판염)에 따라 장의 익는 속도와 맛이 달라졌고, 서리태나 쥐눈이콩으로 담근 장은 균형이 맞지 않아 결국 대두가 장 담그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2025년, 다시 서울 집에서 장을 담갔지만 단양에서의 장보다 맛이 좁게 느껴졌고, 환경이 장맛을 완성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 시간들을 통해 “사람이 불을 써서 직접 만드는 것만 요리가 아니고. 재료를 어떤 상태로 놔두고 햇빛을 밭고 비를 맞으며 발효되는 이 자체도 자연환경이 장을 요리해 주는 과정이구나” 느꼈다.
7년간 깨달은 장맛의 요소
1. 장의 짠맛 뒤에 오는 감칠맛을 이해하게 됐다.
2. 발효 시간과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3. 메주의 곰팡이에 따라 맛이 다양하게 나뉜다.
4. 콩과 소금에 따라 성질과 맛이 달라진다.
5. 장을 만드는 공간이 장맛에 깊게 영향을 준다.
장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땅·바다·시간
땅 – 콩 : 발아가 너무 빠른 콩, 탄수화물이 많아 부패가 빠른 콩은 장에 적합하지 않다. 장에 적합한 콩은 결국 단백질과 지방 비율이 높아 풍미가 있고 부패가 느린 대두다. 대두도 콩의 산지, 날씨, 재배 환경에 따라 적합한 발효 환경이 다르다. 발효는 속도가 맞아야 하기에 균형 있는 발효를 위해서는 장을 담그는 곳과 가까운 지역의 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기농 콩이 다채로운 균이 앉기가 좋아 메주맛이 깊어진다.
바다 – 소금 : 소금은 크게 정제염·자염·천일염 세가지로 구분한다. 천일염에는 일반천일염, 용융소금, 토판염, 황토토판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소금의 생산 방식과 바다 환경은 소금의 맛과 깊이, 미네랄의 양을 결정한다. 미네랄의 양, 소금의 녹는 속도 등이 다 달라 각 소금에 따라 발효의 속도가 달라진다. 발효 속도에 맞는 소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 익어가는 과정 : 장독은 계절을 지나며 여름에는 부풀고 겨울에는 가라앉으며 단단해지고 익어간다. 사람은 이 과정에서 이불을 덮어주거나 습기를 닦아주며 극단적인 날씨에 발효가 꺾이지 않도록 돕는다. 장이 익어가며 그 장소의 환경(넓이, 공기, 습도, 온도)가 그대로 축적되어 장맛으로 남는다.
장 맛을 감각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짠 맛 뒤 오는 감칠맛의 종류 느껴보기 -> 매운 맛과 단 맛을 느껴보기 -> 느껴지는 맛 각각의 정도(진하기, 맑기)를 느껴본다. -> 그 맛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연결하여 ‘떼루아’를 느껴본다. 이러한 것들을 가장 잘 감각하는 법은 장을 직접 담구어 보는 것이다.
장 담그기가 가르쳐준 것
장맛은 결국 땅의 콩, 바다의 소금이 균형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때 완성된다. 7년간 장 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했다. 장을 맛 볼 때 제대로 감각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맛의 균형에 집중했다 맛을 보고 즉각적으로 맛이 있어도 균형이 깨진 장이 있다. 장은 균형이 깨지면 계속 발효되는 것이 아닌 부패로 흐른다.
그런 장의 특성이 꼭 삶과 닮았다. 오늘 하루 장 맛이 좋아야 좋은 장이 되듯 오늘 하루의 삶이 내일에 영향을 미치기에 나도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장을 알려주신 분은 단양 마중물 자연음식연구소 김서진 선생님이다. 특별한 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점을 늘 일깨워주셨다.
미생물의 맛 : 한국과 일본, 두장(豆醬)의 세계 with 김수향 요리사 (발효 그로서리 카페 ‘큔’)
때때로 무언가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는 ‘비교’가 좋은 도구가 되어 줍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한국의 ‘장’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옆 나라 일본의 장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았습니다.
함께한 김수향 요리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3세이자 발효 그로서리 카페 ‘큔’을 운영하며, 한국과 일본의 음식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두 나라에 한국의 맛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콩’에서 비롯된 두장(豆醬) 문화
한국과 일본 모두 ‘두장’ 문화가 발달한 데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콩이 원산 작물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두 나라가 오랜 시간 동안 콩을 중심으로 식문화를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같은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기후와 생활문화 속에서 장은 다른 모습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여러 장을 직접 맛보며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맛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장의 차이: 재료, 발효, 방식
한국과 일본의 장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첫 번째로 재료입니다. 한국의 장은 콩이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반면 일본의 간장(쇼유)에는 콩과 밀, 된장(미소)에는 콩과 쌀이 함께 사용됩니다.
두 번째로는 발효 방식이 다릅니다. 일본은 누룩을 따로 만들어 곰팡이를 배양하는 ‘입국 방식’을 사용하며 단일균 발효가 주를 이룹니다. 이는 일본의 습하고 무더운 기후 속에서 균을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해 발달했습니다. 메주에는 다양한 곰팡이는 물론 지푸라기에서 오는 거처균까지 공존하며, 김수향 요리사는 이를 ‘여러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셰어하우스’라고 비유했습니다.
세 번째는 장 문화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집에서 직접 발효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집집마다 고유한 장맛이 존재합니다. 반면 일본의 쇼유는 일찍이 산업화되어 대부분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집집마다가 아닌 지역마다의 맛의 차이를 보입니다.
네 번째는 발효 환경입니다. 한국은 장을 항아리에 담아 야외에서 발효하는 ‘양장’ 문화가 중심입니다. 자연의 미생물이 장 속으로 스며들며 복합적인 맛을 냅니다. 반대로 일본은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발효하는 ‘음장’ 문화가 중심입니다. 인간이 균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차이는 장맛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일본의 장맛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쌀과 누룩의 단맛이 두드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장문화는 자연스럽게 다시를 내어 국물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의 장맛은 야외 발효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미생물의 복합적인 맛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된장만 풀어도 충분히 풍성한 맛이 나고, 장 자체의 맛을 중심으로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 미생물의 맛의 지금과 미래
김수향 요리사는 요즘 한국에서 흔히 소비되는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이 사실은 일본식 쇼유에 가까운 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쇼유 공장이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그 공장을 인수한 기업들이 현재 한국 장 제조를 주도하면서 현재의 장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1997년 그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아파트 베란다와 주택가 옥상 곳곳에서 항아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이 거의 사라졌고, 한국 식당에서도 일본식 간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무엇을 먹든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먹고 선택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우마미’라는 맛의 언어가 존재하듯, 한국 장맛을 설명할 수 있는 고유한 언어를 찾아가는 일도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한국과 일본의 장을 직접 맛보고 비교하며 우리는 한국 장이 가진 고유한 독창성과 깊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장’이라는 전통 식문화가 멀리 있는 주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무엇을 먹고 선택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습니다.
지난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노들섬에서 열린 <2025 서울미식마켓 with 마르쉐>는 '장(醬);맛'이라는 테마의 특별한 마켓으로, 발효의 깊은 풍미와 서울의 다채로운 미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셰프, 생산자, 명인들이 직접 부스로 참여하여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었고, 이를 주제로 한 워크숍이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_____
[서울미식마켓 하이라이트]
📌 개요 및 전체 출점팀 소개 (↗)
1️⃣ 장 테마 부스: 구본일발효의 된장·간장, 델레떼의 된장 젤라또, 봉우리 한정식의 김치, 파티셰리 재인의 장 디저트, 홀썸의 시래기 된장 링귀네 등 전통 발효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들이 함께 했습니다.
2️⃣ 워크숍과 토크: 이영민 요리사(부암댁), 김수향 셰프(그로서리카페 큔), 강민구 셰프(밍글스), 구본일 대표(구본일발효)와 정혜경 교수의 장 맛 강연과 테이스팅으로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서울미식 100선 부스: 꽃밥에피다, 메종조, 보보식당, 젠제로, 테이블포포, 파티세리 뮤흐, 페리지, 호라파 등 올해 서울미식 100선에 선정된 레스토랑이 함께하여 마켓에 활기가 가득하였습니다.
4️⃣ 쓰레기 없는 장터: 지속가능한 마켓을 위한 한 걸음,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다회용기 대여 부스 및 개인 용기 지참 혜택 등을 통해 모두가 즐거운 마켓을 만들기 위해 출점팀과 방문객 모두가 동참하였습니다.
〰
특별히 서울미식마켓에서 만날 수 있었던 워크숍과 토크 등 기획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구본일, 정혜경의 장독대 토크 <함께 이어가는 장; 맛>
음식 인문학을 통해 우리 식문화의 깊이를 탐구해 온 정혜경 선생, 옛 문헌 속의 장을 오늘의 장독에 되살려가는 구본일 선생. 두 분이 함께 들려주는 ‘장(醬)’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우리 삶의 정체성을 이루는 장 문화의 시작점, 장독대를 무대로 진행된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장을 함께 맛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장의 의미와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는 자리였습니다.
장, 기원과 역사에 대하여 _ 정혜경 선생님
장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 맛의 소울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물과 소금만을 더해 이루어지는 발효는 신의 영역이라고 할 만큼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집집마다 다양한 맛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식의 본질을 이루고 최근에는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이 된 장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기원전 6~8세기의 고조선시대부터 장을 담갔던 흔적이 유물로 남아 있으니 장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 자체입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장은 결혼 선물이 되기도 하고 중국의 문헌에는 고구려의 후손인 발해에서 만들어지는 '시'가 굉장히 중요한 특산품이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장은 바로 이 시가 발전한 것인데 우리가 요즘 먹는 청국장과 유사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콩의 감칠맛을 내는 시는 이규호 선생이나 포은 이색 선생의 시에도 기록될 만큼 중요한 먹거리였고 고려시대의 장은 그 자체로 세금이자 구휼품으로 국가가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물질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와서 장은 '간이 되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간장으로, '되직하다 의미에서 된장으로 불리게 되었고 집집마다 다양하고 화려한 장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 그리고 제 강점기의 우리 역사를 함께 겪으면서 공장제 장생산도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에서의 장의 역사와 문화가 이렇게 발달한 것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만주와 한반도 지역이 장의 원료가 되는 콩의 원산지였기 때문입니다.
이어오는 장, 그 다양성에 대하여 _ 구본일 선생님
저는 3대째 이어오는 100년 된 씨간장을 간직하고 있어요. 이렇게 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망가지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맛으로 응축해 갑니다. 한때 왜간장이라 불리는 양조간장에 밀려난 한식장이 싸구려 취급받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저는 손주들에게 우리가 먹는 간장을 꼭 이어주고 싶어 장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조리서를 보다 보니 우리 역사 속에서는 정말 다양한 장들이 만들어져 왔어요. 콩만이 아니라 고구마가 많은 곳에서는 감저장을 만들었고요 도토리가 많은 곳은 도토리로 상실장을 만들었습니다. 들깻묵으로 만들어지는 장, 콩깍지로 만들어지는 태각장은 모든 유기물을 귀하게 사용한 선조들의 삶을 보여주는 맛있는 장입니다.
콩의 종류를 달리해서 완두장, 푸른콩으로는 청태장, 팥으로는 소두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순무로 만들어지는 만청장처럼 채소가 들어가기도 했고 콩이 귀한 곳에서는 바다의 산물을 넣어서 어간장을 만들기도 했고요.
장 만들기가 성가시고 힘든 일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 온 다양한 장맛은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을만한 훌륭한 맛의 보고입니다.
백가백미, 그 다양성의 세계_ 정혜경 선생님
장이라고 하면 고기로 만드는 육장, 생선 어패류로 만드는 어장, 콩으로 만드는 두장문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은 육장이 대세였고 남쪽은 어장을 중심으로 장문화가 만들어져요. 한반도에서는 두장이 발달하는데 심지어 어간장을 만들 때도 콩으로 만든 메주를 넣어 창의적인 장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요리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것이 장의 다양성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콩과 물과 소금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장은 고조리서에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백여 가지가 됩니다.
'백가백미'라는 말이 우리장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른 이런 우리 장의 다양성을 우리의 정체성이자 문화로 드러내는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맥락에서 산업화의 맥락에서 맛의 일률화, 표준화는 행복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전통 방식의 장문화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고 그 다양성을 이어가는 구본일 선생의 접근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장 맛보기, 누리기 _ 구본일 선생님
저는 선조들의 장에 대한 기록을 이용해서 다양한 장을 담으면서 조상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마다 고유한 맛이 있고 이게 각각의 식자재와 어울려 음식으로 만들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깻묵장으로 겨울 나물들을 지져내면 정말 구수한 맛을 내어주고 완두장으로 회를 드시면 또 특별한 맛을 느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점점 더 공부하게 되는 겁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장담기를 어려워들 하시는데요. 사실 원리를 알고 좋은 재료가 있다면 어디서나 그 기후에 맞춤하여 장담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현대의 삶의 여건을 고려하여 온습도를 관리해 준다면 좀 더 깔끔하고 내외국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장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저는 장에 관심을 가지고 오시는 셰프님들이나 방문자들에게 자신만의 장을 담가보시라고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누구나 장을 담을 수 있고 장 담그는 일을 통해서 우리 맛의 다양성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식간장은 콩으로 띄운 메주로 만든 전통 간장으로, 짠맛이 강하지만 감칠맛과 구수함이 깊은 간장입니다.
💬 참여자 후기
“ 이렇게 많은 장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는 사실 제주도에서 왔는데 제가 지금 장을 담가 먹기 시작한 지 한 10년 됐어요.
기후때문에 장이 자꾸 말라서 걱정입니다.
저는 푸른 콩으로 장을 담가 먹고 있는데 오늘 선생님의 청태장에서 제 입맛에는 아주 익숙한 장이 나와서 반가웠고
깻묵장에서 깨의 향이 느껴져서 되게 독특했고 완두장은 또 특이하게 발사믹같은 진한 농도와 바디감이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 저는 제육볶음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만듭니다. 이때 제일 많이 쓰는 것이 고추장이고 간장입니다.
집에 어간장이니 양조간장, 조선간장 등이 있어서 매일매일 다르게 사용하다보니 장에 대해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신청을 하게 됐는데 장의 역사부터 제가 몰랐던 다양한 장을 맛볼 수 있어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강민구의 [장;맛] with 강민구 셰프 (밍글스)
전통의 맛을 현대적 해석으로 풀어온 미쉐린3스타 <밍글스> 강민구 셰프와 함께 한국 발효의 깊이와 가능성을 탐색 해보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K콘텐츠의 약진 덕분에 높아진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신청 오픈 10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강민구 셰프가 준비한 시청각 자료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 잊고 있던 “장”의 진면모를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재료의 맛을 살리는 장”
강민구 셰프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장을 단순한 “집밥의 양념”이 아니라 한국 미식의 언어로 다시 말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생일상의 갈비찜·잡채·미역국부터 파인다이닝의 디저트까지, 장이 스며 있는 한국 음식의 폭을 짚어 주며 “장은 재료의 좋은 맛을 살리고 나쁜 맛을 가려주는 재료”라는 말로 장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해주었습니다.
〰
“장 맛의 핵심은 떼루아”
'된장은 코리안 미소가 아니다.'는 강 셰프의 말 속에는 전통 장의 위상에 대한 확신과 함께 맛의 핵심 역할을 하는 ‘떼루아’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통 장 담그기 과정은 일본의 미소·쇼유 제조법과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콩과 밀, 보리 등에 단일 균(코우지)을 접종해 만드는 일본 미소와 달리, 전통 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에 메주를 둘러싼 환경의 다양한 균이 들어와 다양한 맛을 내게 됩니다.
서구에서 ‘떼루아’라는 요소를 맛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여기듯, 장 맛의 핵심 또한 땅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미생물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셰프의 역할, 발견과 활용”
이번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된장·간장·고추장을 모두 넣은 디저트 ‘장트리오’를 맛봤습니다.
직접 맛본 한입 크기의 장슈(choux)와 고추장초콜릿은 장의 짠맛·매운맛·감칠맛이 디저트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느끼게 해 주는 장치였습니다.
강민구 셰프는 이뿐만 아니라, 장 비율을 수치로 정리한 레시피, 장을 활용한 파스타·샌드위치 등의 메뉴 개발을 통해, 전통 장이 한식의 경계를 넘어 세계 음식과 만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재료를 길러내는 농부, 장을 만드는 요리사와 장인 등 생산자와 작업자의 시간 위에 강민구 셰프의 현대적 언어가 더해져 장 문화를 한층 더 높이 쌓아 올리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장의 맛: 땅의 맛, 바다의 맛, 시간의 맛 with 부암댁 이영민 요리사 (공간 사부작)
부암댁(이영민 요리사)은 지난 7년간 장맛을 알고 싶어 직접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며, 오감으로 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 ‘장의 맛’을 감각하는 법을 깨우쳤습니다.
이 여정의 이야기를 워크숍 <장의 맛_땅의 맛, 바다의 맛, 시간의 맛>을 통해 나누었습니다.
‘장’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감각부터, 장맛을 완성하는 ‘균형’을 찾는 과정까지 장 맛을 어떻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지 함께 탐색하는 시간입니다.
‘전통장의 맛’을 느끼다
산분해간장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전통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비판에 의문이 생겼다.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어 2019년 단양에서 전통 장 공부를 시작했다.
첫 장 담그기 수업은 낯설었고 전통 장의 짠맛만 느껴졌지만, 주변의 감탄을 보며 “내가 모르는 맛이 있나?” 싶어 공부를 이어갔다. 된장과 간장을 각각 만들어내는 공장식 제품과 달리 전통장은 된장과 간장을 따로 각각 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에서 갈라낸다는 점, 탈지대두를 쓰는 산분해간장과 달리 전통 간장은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대두를 써서 풍미가 깊다는 점 등을 배웠다.
6개월 뒤 직접 담근 장을 가지러 갔을 때 장독대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색과 향에 놀랐고 맛 보았을 때는 처음과 달리 짠맛 뒤 오는 깊은 감칠맛을 느꼈다. 전통장을 더 알고싶어졌다.
직접 전통장을 담그며 보낸 7년
2020년부터 메주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콩을 푸욱 삶고 으깨어 틀에 넣고 발로 밟아 모양을 만든 뒤 곰팡이가 잘 자리 잡기를 기다린다. 집집마다 메주의 향과 곰팡이 모양은 다르다.
2021년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에서 장을 담가보았지만 기대한 맛이 나지 않았다. 항아리의 부재, 적은 양, 집의 공기 등 여러 환경적 요소가 장맛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다시 단양에서 선생님의 메주를 보며, 잘 된 메주의 형태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메주를 뜨고 장을 담그는 일을 3년간 계속했다.
2024년에는 콩과 소금을 바꿔가며 비교했다. 소금 종류(천일염·용융소금·토판염)에 따라 장의 익는 속도와 맛이 달라졌고, 서리태나 쥐눈이콩으로 담근 장은 균형이 맞지 않아 결국 대두가 장 담그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2025년, 다시 서울 집에서 장을 담갔지만 단양에서의 장보다 맛이 좁게 느껴졌고, 환경이 장맛을 완성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 시간들을 통해 “사람이 불을 써서 직접 만드는 것만 요리가 아니고. 재료를 어떤 상태로 놔두고 햇빛을 밭고 비를 맞으며 발효되는 이 자체도 자연환경이 장을 요리해 주는 과정이구나” 느꼈다.
7년간 깨달은 장맛의 요소
1. 장의 짠맛 뒤에 오는 감칠맛을 이해하게 됐다.
2. 발효 시간과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3. 메주의 곰팡이에 따라 맛이 다양하게 나뉜다.
4. 콩과 소금에 따라 성질과 맛이 달라진다.
5. 장을 만드는 공간이 장맛에 깊게 영향을 준다.
장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땅·바다·시간
땅 – 콩 : 발아가 너무 빠른 콩, 탄수화물이 많아 부패가 빠른 콩은 장에 적합하지 않다. 장에 적합한 콩은 결국 단백질과 지방 비율이 높아 풍미가 있고 부패가 느린 대두다. 대두도 콩의 산지, 날씨, 재배 환경에 따라 적합한 발효 환경이 다르다. 발효는 속도가 맞아야 하기에 균형 있는 발효를 위해서는 장을 담그는 곳과 가까운 지역의 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기농 콩이 다채로운 균이 앉기가 좋아 메주맛이 깊어진다.
바다 – 소금 : 소금은 크게 정제염·자염·천일염 세가지로 구분한다. 천일염에는 일반천일염, 용융소금, 토판염, 황토토판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소금의 생산 방식과 바다 환경은 소금의 맛과 깊이, 미네랄의 양을 결정한다. 미네랄의 양, 소금의 녹는 속도 등이 다 달라 각 소금에 따라 발효의 속도가 달라진다. 발효 속도에 맞는 소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 익어가는 과정 : 장독은 계절을 지나며 여름에는 부풀고 겨울에는 가라앉으며 단단해지고 익어간다. 사람은 이 과정에서 이불을 덮어주거나 습기를 닦아주며 극단적인 날씨에 발효가 꺾이지 않도록 돕는다. 장이 익어가며 그 장소의 환경(넓이, 공기, 습도, 온도)가 그대로 축적되어 장맛으로 남는다.
장 맛을 감각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짠 맛 뒤 오는 감칠맛의 종류 느껴보기 -> 매운 맛과 단 맛을 느껴보기 -> 느껴지는 맛 각각의 정도(진하기, 맑기)를 느껴본다. -> 그 맛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연결하여 ‘떼루아’를 느껴본다. 이러한 것들을 가장 잘 감각하는 법은 장을 직접 담구어 보는 것이다.
장 담그기가 가르쳐준 것
장맛은 결국 땅의 콩, 바다의 소금이 균형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때 완성된다. 7년간 장 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했다. 장을 맛 볼 때 제대로 감각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맛의 균형에 집중했다 맛을 보고 즉각적으로 맛이 있어도 균형이 깨진 장이 있다. 장은 균형이 깨지면 계속 발효되는 것이 아닌 부패로 흐른다.
그런 장의 특성이 꼭 삶과 닮았다. 오늘 하루 장 맛이 좋아야 좋은 장이 되듯 오늘 하루의 삶이 내일에 영향을 미치기에 나도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장을 알려주신 분은 단양 마중물 자연음식연구소 김서진 선생님이다. 특별한 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점을 늘 일깨워주셨다.
미생물의 맛 : 한국과 일본, 두장(豆醬)의 세계 with 김수향 요리사 (발효 그로서리 카페 ‘큔’)
때때로 무언가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는 ‘비교’가 좋은 도구가 되어 줍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한국의 ‘장’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옆 나라 일본의 장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았습니다.
함께한 김수향 요리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3세이자 발효 그로서리 카페 ‘큔’을 운영하며, 한국과 일본의 음식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두 나라에 한국의 맛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콩’에서 비롯된 두장(豆醬) 문화
한국과 일본 모두 ‘두장’ 문화가 발달한 데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콩이 원산 작물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두 나라가 오랜 시간 동안 콩을 중심으로 식문화를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같은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기후와 생활문화 속에서 장은 다른 모습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여러 장을 직접 맛보며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맛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장의 차이: 재료, 발효, 방식
한국과 일본의 장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첫 번째로 재료입니다. 한국의 장은 콩이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반면 일본의 간장(쇼유)에는 콩과 밀, 된장(미소)에는 콩과 쌀이 함께 사용됩니다.
두 번째로는 발효 방식이 다릅니다. 일본은 누룩을 따로 만들어 곰팡이를 배양하는 ‘입국 방식’을 사용하며 단일균 발효가 주를 이룹니다. 이는 일본의 습하고 무더운 기후 속에서 균을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해 발달했습니다. 메주에는 다양한 곰팡이는 물론 지푸라기에서 오는 거처균까지 공존하며, 김수향 요리사는 이를 ‘여러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셰어하우스’라고 비유했습니다.
세 번째는 장 문화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집에서 직접 발효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집집마다 고유한 장맛이 존재합니다. 반면 일본의 쇼유는 일찍이 산업화되어 대부분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집집마다가 아닌 지역마다의 맛의 차이를 보입니다.
네 번째는 발효 환경입니다. 한국은 장을 항아리에 담아 야외에서 발효하는 ‘양장’ 문화가 중심입니다. 자연의 미생물이 장 속으로 스며들며 복합적인 맛을 냅니다. 반대로 일본은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발효하는 ‘음장’ 문화가 중심입니다. 인간이 균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차이는 장맛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일본의 장맛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쌀과 누룩의 단맛이 두드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장문화는 자연스럽게 다시를 내어 국물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의 장맛은 야외 발효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미생물의 복합적인 맛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된장만 풀어도 충분히 풍성한 맛이 나고, 장 자체의 맛을 중심으로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 미생물의 맛의 지금과 미래
김수향 요리사는 요즘 한국에서 흔히 소비되는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이 사실은 일본식 쇼유에 가까운 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쇼유 공장이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그 공장을 인수한 기업들이 현재 한국 장 제조를 주도하면서 현재의 장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1997년 그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아파트 베란다와 주택가 옥상 곳곳에서 항아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이 거의 사라졌고, 한국 식당에서도 일본식 간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무엇을 먹든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먹고 선택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우마미’라는 맛의 언어가 존재하듯, 한국 장맛을 설명할 수 있는 고유한 언어를 찾아가는 일도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한국과 일본의 장을 직접 맛보고 비교하며 우리는 한국 장이 가진 고유한 독창성과 깊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장’이라는 전통 식문화가 멀리 있는 주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무엇을 먹고 선택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