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구농부포럼이 지난 3월 25일 수요일,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지구농부포럼은 2022년부터 기후위기에 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시작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좋은 맛은 과연 어디서 올까요?"
우리가 식탁 위에서 만나는 맛있는 채소와 과일, 그 '맛'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26 지구농부포럼>은 그동안 윤리적 선택으로만 여겨졌던 '지구농사'를 미식의 조건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농민, 학생, 연구자, 농업 관계자 및 언론사 등 100여명의 파트너가 모여 지구농사와 맛의 상관관계를 함께 논의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의 '지구농부프로젝트'는 수익의 1%를 지구를 위해 사용하는 파타고니아와 함께 합니다. 이날 포럼에는 파타고니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님이 함께했습니다.
포럼의 문을 연 김광현 팀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회장의 메시지를 빌려 '지구농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했습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단절입니다. 특히 다음 세대가 자연과의 영적 연결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_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 파타고니아 창립자
김광현 팀장은 어린 시절 강원도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자연과 맺었던 긴밀한 관계를 회상하며, 자연과 멀어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 회복'을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이곳에 모인 지구농부임을 강조했습니다. 농업이야말로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숭고한 일이며, 파타고니아는 앞으로도 이 회복의 여정에 함께하는 지구농부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임을 약속하며 인사를 마쳤습니다.
🎤 [발표 1] 토양회복과 미생물이 만드는 맛있는 채소 _ 남재작 소장 / 농업지식전문채널 '짓다' ·정밀농업연구소
첫 번째 발표는 농업지식전문채널 '짓다'를 운영하는 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소장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이번 발제에서는 토양 회복과 미생물 생태계가 작물의 맛과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나아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그리고 AI와 로봇 기술이 확산되는 농업 환경 속에서 소농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해 함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1. 한반도의 척박한 기후가 선사한 '맛' : 호르메시스의 마법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이 말은 우리 땅의 채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남재작 소장님은 한국 식재료가 지닌 특별함의 근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아프리카보다 덥고 러시아보다 추운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겪는 한반도의 지리적인 특성은 식물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줍니다. 하지만 식물에게 가해지는 이런 호르메시스, 즉 적절한 고통은 오히려 작물을 강하게 만듭니다. 기후변화와 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천연 부동액인 당분과 파이토케미컬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채소만이 가진 압도적인 풍미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2. 흙 속의 아마존, 미생물 테루아
💬 "전통적인 테루아가 기후와 지형을 말했다면, 이제는 '미생물 테루아'를 말해야 합니다. 어떤 미생물이 토양에 공생하느냐가 같은 땅, 같은 농부의 손에서도 전혀 다른 맛의 층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남재작 박사는 이제 전통적인 테루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생물 테루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흙 한 스푼에는 아마존보다 풍요로운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하며, 식물은 뿌리를 통해 당분을 나누고 미생물은 토양 속 양분을 녹여 전달하며 긴밀한 공생 관계를 맺습니다. 어떤 미생물이 공생하느냐에 따라 맛의 층위가 완전히 달라지기에, 스마트팜과 같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없이 영양액만으로 키워낸 채소는 풍미를 잃게 됩니다. 결국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는 과정 자체가 작물의 맛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과학적인 미식의 기초가 됩니다.
3. 로봇 시대의 역설과 소농의 미래 : 맛으로 증명하는 생태적 연대
💬 "로봇이 잡초를 뽑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오면, 오히려 손이 많이 가던 생태적 농법들이 더 넓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거대 자본이 유기농 시장으로 진입하기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구농'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결정입니다. 소비자가 맛의 차이를 세심하게 감각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농과 유기농업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남재작 박사는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농업의 구조적 변화를 짚었습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노동력 때문에 대규모 농장이 기피했던 유기농법이 로봇 기술로 자동화되면서, 이제는 거대 자본을 가진 대농들이 프리미엄 유기농 시장에 손쉽게 진입하는 '기술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농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농들에게 커다란 위협이자 새로운 과제입니다.
그는 로봇이 유기농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기술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소농만의 정교한 맛의 가치를 소비자가 알아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이나 편리함을 넘어, 지구 농부가 빚어낸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별해내고 그 가치를 선택할 때 비로소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도 소농과 생태적 다양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전하며 강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충남 예산에서 80여 명의 농민과 함께 우리 땅의 '생명창고'를 일구고 있는 매헌생명창고의 엄청나 농부님이 발표자로 나서주셨습니다. 농부님은 기후위기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개별 소농들이 어떻게 협동을 통해 토양을 지키고 세계가 감탄한 '맛'을 빚어냈는지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1. 관계가 빚은 농사 : 소농의 협동이 가진 힘
💬 "농촌은 관계에 민감한 곳입니다. 품앗이와 두레 같은 농업 문화의 근간에는 '협동'이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소농들이 생명창고를 지켜내는 비결입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매헌생명창고' 라는 이름처럼 윤봉길 의사의 '생명창고지기' 정신을 이어받아, 마을 공동체와 함께 매헌생명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9명의 농민으로 시작해 어느덧 80여 명의 농민이 이 여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각자의 형편을 살피는 세심한 배려에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노령농에게는 품을 덜어주기 위해 다회용 비닐 멀칭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여 지속 가능한 생계를 돕고, 청년 농가에는 엄격한 유기농법을 제안하며 농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갑니다. 이렇게 꾸려온 협동은 거대 자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끈끈한 관계망이 되었고,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5년째 지구농을 이어올 수 있는 든든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2. 토종 종자와 농법 : 함께 이어가는 시간의 맛
💬 "똑같은 종자라도 지역의 토양과 바람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우리 땅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토종 종자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매헌생명창고는 우리 땅의 역사와 시간이 담긴 '토종 종자'를 지키기 위해 농민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대대로 내려온 종자에 깃든 개별 농가의 사연을 소중히 여기며 씨앗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우리 땅과 기후에 맞게 농민들이 몸으로 체득해온 '땅을 살리는 농법'을 함께 실천합니다. 그리고 지역 농부들이 현실적으로 토종 농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매헌생명창고가 직접 씨앗을 채종하고, 건강하게 길러낸 토종 모종을 지역 농부들에게 나누어 토종 농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량 계약 재배 방식으로 수매하여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소농들이 우리 땅과 기후에 맞는 지혜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실제로 같은 종자를 다른 지역에 심었을 때 맛이 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역의 테루아와 절기 농법을 고수하는 것이 맛의 핵심임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그 땅만이 가진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려는 노력이 매헌생명창고만의 풍미를 완성합니다.
3. 함께 지키는 지구 :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이 만든 맛
💬 "우리는 꿀벌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소농들의 끈끈한 협동은 환경과의 공존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매헌생명창고는 규모가 큰 기업에서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재생에너지 100%(RE100)'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옥상태양광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와 시민REC를 통해 RE100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활용 택배 박스와 신문지 완충재를 사용하고, 마르쉐 시장을 통해 빈 병을 회수하는 등 '불편하지만 가치 있는 실천'을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꿀벌식당 프로젝트'를 통해 농민들의 인식을 바꾼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단순히 농약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대신, 우리가 심는 들깨와 참깨가 훌륭한 밀원 식물임을 농민들과 공유하며, 농부 스스로가 '꿀벌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품게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옥수수 생분해 비닐 멀칭 도입, 깻묵의 새활용 실험 등 지구를 위한 실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생산자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소비자와의 단단한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헌생명창고의 기름이 2년 연속 '국제미각식품대회'에서 별 3개(Superior Taste Award)를 수상한 결과는 소농의 협동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빚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거대 기업의 첨단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자연 그대로의 종자'라고 강조합니다. 자연이 오랜 시간 가꿔 온 종자에 농민이 시간을 통해 체득한 농법을 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중한 맛을 철저하게 지켜내는 가공 원칙이 매헌생명창고만의 비결입니다.
무엇보다 농부님은 이렇게 협동으로 일궈낸 '지구농'의 가치를 소비자가 깊이 있게 알아봐 줄 때, 비로소 이 모든 결실과 건강한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강의를 끝마쳤습니다.
🎤 [발표 3] 기후위기 시대, 다시 묻는 맛의 기준 _ 김진영 작가 / 식품 MD · 「아는 만큼 맛있다」저자
세 번째 순서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식재료의 본질을 탐구해 온 식품 MD 김진영 작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김진영 작가는 '맛있다!' 라는 감각을 가르는 결정적 한 끗인 '향'에 주목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숙기를 기다리고 인위적인 공정을 덜어내 원물이 품고 있는 고유한 향이 드러날 때 비로소 발현되는 '진짜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1. '향'이 곧 '맛'이다
💬 "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송이와 표고의 가치를 가르는 것은 결국 그들이 품은 향의 깊이인 것처럼 음식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색이나 모양이 아니라 '향'입니다."
배지에서 자란 표고보다 원목에서 자란 표고의 향이 월등히 진하듯,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난 작물의 향은 인위적인 양액 재배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영역입니다. 김진영 작가님은 짤막한 토종 오이와 개량 오이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 역시 생김새나 식감보다도 '향'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2. 한정식의 역설 : 향을 가리는 밥상 vs 향을 살리는 밥상
💬 "숫자만 채우는 한정식은 향이 사라진 밥상입니다. 반찬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메인 식재료의 퀄리티를 포기하는 순간, 향은 사라집니다."
작가님은 가짓수를 채우느라 정작 메인 식재료의 퀄리티와 향을 놓치고 마는 한정식 문화를 비판하며, 본질에 집중하는 '덜어냄의 미학'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반찬 수는 줄이되 주재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3M' 철학을 실천했습니다. 3M은 반찬은 줄이고(Minor), 재료의 퀄리티는 높여서(Major), 맛을 최고(MVP) 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자연 재배로 길러낸 쌈채소를 내고,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친 쌀로 밥을 짓는 등 모든 정성을 원재료의 향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김진영 작가님의 이런 경험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서도 어떻게 하면 향과 맛을 되찾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했습니다.
김진영 작가는 토종 배추와 고추로 담근 김치, 그리고 지역별로 고유한 맛을 지닌 닭이 자라나는 식탁의 미래를 꿈꿉니다. 그는 마르쉐 농부들이 지켜온 가치가 더 넓은 시장과 연결되고 협업하며 확장되어 나가기를 바라며 응원했습니다.
더불어 본연의 향과 맛을 잃어버린 채 획일화된 99%의 시장을 향해,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탐구자가 될 것을 당부했습니다. 마르쉐의 농부들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줄 때 비로소 우리 식탁의 다양성과 미식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습니다.
🎤 [발표 4] 작은 농업에서 깊은 농업으로 _ 박건오 농부 / 채소생활
네 번째 순서는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건오 농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농업' 이라는 복잡한 생태계를 정교하게 구조화하고 기록하며 '지속 가능한 맛'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간의 실험적인 여정을 나눴습니다.
1. 복잡성을 가치로 전환하기 : 연결하고 모델링하기
💬 "농사의 복잡성을 제거하면 맛도 단순해집니다. 우리는 복잡함을 제거하는 대신, 그것을 연결하고 모델링하여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박건오 농부는 효율을 위해 농사의 과정을 단순화하는 대신, 오히려 그 복잡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잘 지어진 집의 벽돌을 쌓듯 농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기능적으로 구조화할 때, 비로소 작물이 가진 본연의 다채로운 풍미를 온전히 살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양을 살리는 일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며, 토양이 살아난다고 해서 채소가 반드시 맛있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연결고리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건오 농부님은 그 사이의 디테일을 채우기 위해 풍미의 기준을 세 가지 원칙으로 정의합니다. 어느 때나 재연 가능해야 하고, 소비자에게 설명 가능해야 하며, 그 땅만이 낼 수 있는 고유함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2. 농장의 해상도를 높이다 : 쪼개고 나누는 데이터 농법
💬 "농장의 공간을 쪼개고 이름을 붙여 해상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 맛이 왜 맛있는지, 혹은 왜 맛이 없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실제 당근 재배 사례를 통해 채소생활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생산한 것을 일방적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셰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요청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품종을 선정합니다.
특히 농장을 [사이트] - [구역] - [이랑] - [블록] 단위로 세밀하게 나누어 관리함으로써, 맛의 근거와 경로를 파악해 정교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갑니다. 또한 생육, 수확, 출고 단위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기록은 맛의 원인을 분석하는 지표가 됩니다. 농부의 감에만 의존하던 '암묵지'를 누구나 배우고 실행할 수 있는 '형식지'로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맛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3. '사건 중심'의 기록을 통한 효율화
💬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 과업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시간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농업의 비효율을 줄이고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박건오 농부는 기록의 '구조'를 만들고 모든 작업을 시스템화하여 관리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특정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를 데이터로 남기는 방식은 농업에 처음 진입하는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습관은 농부 스스로를 '탐구자'로 거듭나게 합니다. 신념과 철학이 농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실제로 밀고 나가는 힘은 결국 치열한 탐구와 정교한 구조화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박건오 농부님은 파인다이닝이 전체 외식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에 불과하지만, '마이너'가 아닌 미식의 표준과 혁신을 만들어내는 '하이엔드'로 불리는 것처럼, 지구농부 역시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채소생활은 '작음'에서 '깊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헤매고 탐구할 것이라 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 [발표 5] 한국형 생명역동농업, 도전과 가능성 _ 김성택 농부 / 천의바람농장
마지막 발표는 도시의 한 평 텃밭에서 시작해 10년의 여정을 거쳐 만 평의 농지를 일구어낸 '천의바람농장' 김성택 농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다가 '땅을 사랑하는 것이 곧 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농부가 되기까지, 그리고 '생명역동농법'을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1. 신학도에서 농부가 되기까지
김성택 농부는 신학 대학원 시절 고다니 준이치의 저서 《농부의 길》을 접하며 인생의 새로운 지점을 맞이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敬天), 이웃을 사랑하며(愛人), 땅을 사랑하는(愛土)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삼애정신’에 매료된 그는 건강한 땅에서 난 먹거리가 곧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고 농사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한국 생명역동농법의 선구자인 김준권 농부님의 '평화나무농장'에서 1년간 먹고 자며 농사에 대한 모든 것들을 배웠습니다. 2021년 첫 땅을 매입한 후 초기 4년은 농사 수익만으로는 부족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밭과 공사장을 오가며 품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달려온 결과 1,560평으로 시작한 농장은 어느덧 만 평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현재는 고추, 들깨, 벼를 주력으로 40여 가지의 작물을 함께 기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는 한 명의 농부가 되었습니다.
2. 맛있는 농사 : 생명역동농법(Biodynamic Agriculture)
💬 "농법이 좋으니 사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고춧가루 봉투를 뜯었을 때의 향에서, 생들기름은 입술에 닿는 순간, 밥은 밥알을 씹는 그 찰나에 게임이 끝나야된다는 생각으로 농사 짓고 있습니다."
김성택 농부는 밭 4,700평과 논 5,400평에서 소, 염소, 닭과 함께 살아가며 천의바람농장만의 농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농사를 위한 천의바람농장의 비결은 '땅'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가축의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땅에 넣고, 그 땅에서 자란 부산물을 다시 사료로 쓰는 경축순환농업. '그 땅에서 난 것은 그 땅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 아래 볏짚과 고추대, 들깨대 등 모든 부산물을 토양의 유기물로 환원하는 일. 생업과 직결된 800평의 고추밭에는 재활용 가능한 부직포로 최소한의 멀칭을 하되, 나머지 4,000여 평은 자연재배 방식으로 풀을 덮어 관리합니다. 특히 트랙터를 쓰지 않는 보존식 이랑 방식으로 땅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합니다.
이 모든 실천의 바탕에는 '생명역동농법'이 있습니다. 1924년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시작된 이 농법은 농장을 논·밭· 과수·축사가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적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천의바람농장 역시 생명역동농법의 핵심인 파종 달력에 따라 농사를 관리하고, 직접 만든 증폭제로 땅을 돌봅니다.
김성택 농부는 다소 생소한 생명역동농법의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과학적인 근거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는 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FiBL)에서 40년간 진행한 'DOK 장기 시험' 데이터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유기농과 생명역동농법, 관행 농업을 정밀 비교 분석한 이 연구는 생명역동농법이 실제 작물의 품질과 맛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고가의 와인 '로마네 콩티'가 이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우리 땅의 농산물 또한 생명역동농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은, 이런 데이터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김성택 농부님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농장에 어떤 농부가 어떤 기운으로 서 있는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농장에 화장실도 없던 시절부터 찾아와준 요리사들과 마르쉐@ 시장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우프(WWOOF)와 지역 아동 양육 시설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땀 흘린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에너지가 다시 건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길러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헤밍웨이가《노인과 바다》를 쓴 뒤 남긴 인터뷰를 인용하며 이번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떤 훌륭한 책도 작가가 미리 상징을 염두에 두고 쓴 적이 없다. 나는 진짜 노인과 진짜 소년, 진짜 바다, 그리고 진짜 물고기와 진짜 상어들을 그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것들을 충실히 제대로 그려 냈다면 그들은 많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해마다 좋아지는 땅과 늘어나는 수확물에서 희망을 본다는 김성택 농부님. '진짜 농사'와 '진짜 생명역동농법'을 충실히 그려낸다면, 인생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고 좋은 사람들과 계속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하며 그는 자리를 마쳤습니다.
발표자 다섯 분의 강연이 마무리된 후, 종합재미농장의 안정화 농부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종합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종합토론은 강연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객석의 궁금증을 잇는 깊이 있는 대화로 구성되었습니다.
Q1. 남재작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떼루아(Terroir)'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남재작 저는 농업에서 떼루아는 크게 세 가지 층위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토양의 성질과 유기물 함량, 기후, 물 등을 포함하는 '물리적 떼루아'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최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생물 떼루아'입니다. 토양 속의 미생물 생태계가 식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작물 특유의 향과 맛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급격한 기후 위기에 대응해 정밀하게 시설을 도입하고 재배 조건을 설계하는 '디지털 떼루아'가 있습니다.
Q2.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오늘 강연 주제가 ‘지구농부, 맛을 짓다’인데, 사실 농부들에게 맛과 향은 늘 고민인 지점입니다. 그런데 문득 원초적인 질문이 생겼어요. 과연 맛과 향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맛은 미각이고 향은 후각인 걸까요?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맛과 향을 높이는 농사를 짓기 위해 우리가 더 정확히 알아야 할 본질이 있다면 나누어 주십시오.
김진영 흔히 사과나 양파의 맛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코를 막고 먹으면 둘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정말 몰라요. 우리가 느끼는 맛의 상당 부분은 사실 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코를 막은 양파에는 단맛만 남아요. 매운맛조차 사실은 향이거든요. 향이 살아있어야 식재료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만큼 향은 식재료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엄청나 최근 기후 변화로 들깨나 참깨를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모양은 깨끗하고 알도 굵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이 없어요. 일 년에 수십 명의 농부님을 만나며 깨달은 건, 맛과 향은 결국 자연이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시설로 들어가는 순간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는 그 풍미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농사를 ‘농민과 하늘의 동업’이라고 표현하는데, 요즘은 하늘이 정말 ‘슈퍼 울트라 갑’이라는 걸 절감해요. 우리가 손길로 해결할 수 없는 자연 고유의 맛, 그 환경에서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농부의 여정 아닐까 싶습니다.
남재작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떼루아’와도 연결되는 지점인데, 사실 요즘 농산물은 예전과 맛이 정말 달라졌습니다. 수경재배나 첨단 기술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맛은 사라지고 있어요. 스마트 농업에서는 맛을 재현하기 위해 작물에 인위적인 자외선을 쏘는 등 스트레스를 주어 약용 성분이나 향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원하는 건 그런 방식이 아닐 겁니다. 자연적으로 그 맛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래서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맛을 세밀하게 인지하고 가치를 알아봐 주는 노력을 함께해야 합니다.
Q3.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일 1식을 하며 내 몸의 감각을 살피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좋은 식재료를 찾게 되더라고요. 농부님들은 고된 시간을 견디며 소비자의 식탁에 어떤 풍경이 그려지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이 귀한 식재료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요?
김성택 오늘 강연에서 계속 나왔던 '호르메시스(Hormesis)', 고통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을 믿습니다. 제가 사사 받은 좌우명으로 "인간의 최악은 신의 최선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실제 몸은 힘들지만 저는 밭에 있을 때 가장 기쁘고 재밌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라 고통을 견딘다는 거창한 풍경을 그리지는 못해요. 맛있게 먹는 법도 사실 저는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라 답해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내가 지금 먹고 있는 농산물이 어떤 농부의 손을 거쳐 어떤 토양에서 자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박건오 더 많은 사람이 채소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자'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벗밭' 같은 팀과 같이 농장과 식탁을 잇는 이들이 많아질 때 농부와 소비자가 조금 더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영 일상의 식탁에서 '하나에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닭볶음탕을 한다면 다른 반찬 없이 그 요리 하나에만 집중해 보세요. 구색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잘 보입니다.
안정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저서 《빅 매직》에는 "예술은 참담한 노동이자 특권이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농사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맛있을 때의 작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만의 특권이죠. 일반 소비자들은 눈으로만 봐서는 그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부와 관계를 맺고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어쩌면 농부의 그 '특권'과 연결되는 셈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으로 발견한 키워드는 '관찰'입니다. 농부는 차이를 지켜보고 기록하며 다음 단계를 만들어가고, 소비자 역시 농부가 어떻게 농사짓는지, 맛은 어떻게 변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관찰의 시선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좋은 식재료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Q4. 최근 기후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농작물과 떼루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남재작 농업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면 최소 5~10년 단위가 필요합니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판단해야 하죠.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가 알던 세상의 많은 부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미 지구 온도는 1.3도 올랐고 1.7~8도까지 상승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오늘은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사실 붕괴하는 농촌과 무너진 기후 패턴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지켜낼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금 당장은 작황이 좋은 해도, 나쁜 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확실하게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5. 한식은 강한 향채나 조미료를 많이 써서 원재료의 맛이 가려지기도 하는데, 김진영 작가님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영 사실 원재료가 좋으면 조리는 단순해집니다. 향이 강한 참기름이 맛을 지배하는 '깡패'라면, 생들기름은 맛을 돋우는 조연이 되죠. 적절한 조미료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원물의 맛을 모두 빼버렸다가 인위적으로 다시 넣는 가공 방식입니다. 좋은 재료를 만나면 셰프가 할 일은 줄어듭니다. 그저 단순한 조리만으로 본연의 향을 살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Q6. 이상기후로 인해 기존 방식의 농사가 힘들어지고 있는데, 농부님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계시는지요?
엄청나 최근 2년 사이 기후 변화는 토종 종자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종 시기를 늦추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가을 날씨가 예전 같지 않아 싹을 틔우는 속도가 늦어지며 전남 지역의 씨앗이 현재 우리 지역 기후에 더 잘 맞는 현상을 보며, 지역의 경계를 넘어 기후에 맞는 토종 종자를 유지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건오 농민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소농'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입니다. 저는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자연을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토종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브리딩(Breeding)을 통해 새로운 맛과 기후에 적응하는 품종을 만들어내는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택 5년 전 기후 위기를 고려해 대한민국 최북단에 땅을 구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저는 생명역동농법의 증폭제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조량이 부족한 우기에는 '수정가루 증폭제'를, 곰팡이균이 번질 때는 '쇠뜨기 증폭제'를, 고온으로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쥐오줌풀 증폭제'를 살포해 작물이 스스로 견딜 힘을 보태줍니다. 거스를 수 없는 기후 위기 앞에서도,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섯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관통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되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땅을 돌보면서 맛있는 농사를 지을 것인가?'
지구농부가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맛’을 짓고, 음식 시민이 그 맛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식탁에 올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식은 가능해집니다. 기후변화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지구 농부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마르쉐@는 앞으로도 시장과 다양한 프로젝트로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사'를 응원합니다. 우리는그러한 농사를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농부'라고 일컬으며 함께합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지구농부포럼은 지구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자 재생유기농업, 자연재배 등의 방법론에 기초한 지구농의 가능성과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토양을 회복하고 지구를 살리는 재생유기농업 등을 응원하며 2021년부터 지구농부시장, 지구농부여행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지구농사의 확대와 토양회복을 목표로 파타고니아의 1% for the planet 기금의 지원을 받아 개최합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시민들과 함께 '농부의 숲'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재생농업으로 토양을 회복하는 농부를 응원하고, 시민들의 후원과 참여를 통해 농부의 밭을 다년생 먹거리숲으로 가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2025년, '농부의 숲'캠페인을 위해 마리끌레르, 사람엔터테인먼트, 농부시장 마르쉐의 음식 시민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조경가와 연구자, 커뮤니티 그룹, 기획자, 액션 그룹등 각계의 시민들이 연대하여 총 347명의 마음이 모였고 572그루의 나무와 8,019촉의 모종을 심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날갯짓은 계속됩니다. 농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함께 숲을 일굴 시민과 기관·기업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2026년 지구농부포럼이 지난 3월 25일 수요일,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지구농부포럼은 2022년부터 기후위기에 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시작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좋은 맛은 과연 어디서 올까요?"
우리가 식탁 위에서 만나는 맛있는 채소와 과일, 그 '맛'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26 지구농부포럼>은 그동안 윤리적 선택으로만 여겨졌던 '지구농사'를 미식의 조건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농민, 학생, 연구자, 농업 관계자 및 언론사 등 100여명의 파트너가 모여 지구농사와 맛의 상관관계를 함께 논의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의 '지구농부프로젝트'는 수익의 1%를 지구를 위해 사용하는 파타고니아와 함께 합니다. 이날 포럼에는 파타고니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님이 함께했습니다.
포럼의 문을 연 김광현 팀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회장의 메시지를 빌려 '지구농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했습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단절입니다. 특히 다음 세대가 자연과의 영적 연결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_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 파타고니아 창립자
김광현 팀장은 어린 시절 강원도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자연과 맺었던 긴밀한 관계를 회상하며, 자연과 멀어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 회복'을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이곳에 모인 지구농부임을 강조했습니다. 농업이야말로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숭고한 일이며, 파타고니아는 앞으로도 이 회복의 여정에 함께하는 지구농부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임을 약속하며 인사를 마쳤습니다.
🎤 [발표 1] 토양회복과 미생물이 만드는 맛있는 채소 _ 남재작 소장 / 농업지식전문채널 '짓다' ·정밀농업연구소
첫 번째 발표는 농업지식전문채널 '짓다'를 운영하는 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소장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이번 발제에서는 토양 회복과 미생물 생태계가 작물의 맛과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나아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그리고 AI와 로봇 기술이 확산되는 농업 환경 속에서 소농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해 함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1. 한반도의 척박한 기후가 선사한 '맛' : 호르메시스의 마법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이 말은 우리 땅의 채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남재작 소장님은 한국 식재료가 지닌 특별함의 근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아프리카보다 덥고 러시아보다 추운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겪는 한반도의 지리적인 특성은 식물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줍니다. 하지만 식물에게 가해지는 이런 호르메시스, 즉 적절한 고통은 오히려 작물을 강하게 만듭니다. 기후변화와 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천연 부동액인 당분과 파이토케미컬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채소만이 가진 압도적인 풍미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2. 흙 속의 아마존, 미생물 테루아
💬 "전통적인 테루아가 기후와 지형을 말했다면, 이제는 '미생물 테루아'를 말해야 합니다. 어떤 미생물이 토양에 공생하느냐가 같은 땅, 같은 농부의 손에서도 전혀 다른 맛의 층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남재작 박사는 이제 전통적인 테루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생물 테루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흙 한 스푼에는 아마존보다 풍요로운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하며, 식물은 뿌리를 통해 당분을 나누고 미생물은 토양 속 양분을 녹여 전달하며 긴밀한 공생 관계를 맺습니다. 어떤 미생물이 공생하느냐에 따라 맛의 층위가 완전히 달라지기에, 스마트팜과 같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없이 영양액만으로 키워낸 채소는 풍미를 잃게 됩니다. 결국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는 과정 자체가 작물의 맛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과학적인 미식의 기초가 됩니다.
3. 로봇 시대의 역설과 소농의 미래 : 맛으로 증명하는 생태적 연대
💬 "로봇이 잡초를 뽑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오면, 오히려 손이 많이 가던 생태적 농법들이 더 넓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거대 자본이 유기농 시장으로 진입하기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구농'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결정입니다. 소비자가 맛의 차이를 세심하게 감각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농과 유기농업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남재작 박사는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농업의 구조적 변화를 짚었습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노동력 때문에 대규모 농장이 기피했던 유기농법이 로봇 기술로 자동화되면서, 이제는 거대 자본을 가진 대농들이 프리미엄 유기농 시장에 손쉽게 진입하는 '기술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농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농들에게 커다란 위협이자 새로운 과제입니다.
그는 로봇이 유기농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기술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소농만의 정교한 맛의 가치를 소비자가 알아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이나 편리함을 넘어, 지구 농부가 빚어낸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별해내고 그 가치를 선택할 때 비로소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도 소농과 생태적 다양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전하며 강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발표 2] 소농의 협동이 빚어내는 지구의 맛 _ 엄청나 농부 / 매헌생명창고 · 영농조합법인 이웃농부
두 번째 발표는 충남 예산에서 80여 명의 농민과 함께 우리 땅의 '생명창고'를 일구고 있는 매헌생명창고의 엄청나 농부님이 발표자로 나서주셨습니다. 농부님은 기후위기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개별 소농들이 어떻게 협동을 통해 토양을 지키고 세계가 감탄한 '맛'을 빚어냈는지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1. 관계가 빚은 농사 : 소농의 협동이 가진 힘
💬 "농촌은 관계에 민감한 곳입니다. 품앗이와 두레 같은 농업 문화의 근간에는 '협동'이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소농들이 생명창고를 지켜내는 비결입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매헌생명창고' 라는 이름처럼 윤봉길 의사의 '생명창고지기' 정신을 이어받아, 마을 공동체와 함께 매헌생명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9명의 농민으로 시작해 어느덧 80여 명의 농민이 이 여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각자의 형편을 살피는 세심한 배려에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노령농에게는 품을 덜어주기 위해 다회용 비닐 멀칭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여 지속 가능한 생계를 돕고, 청년 농가에는 엄격한 유기농법을 제안하며 농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갑니다. 이렇게 꾸려온 협동은 거대 자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끈끈한 관계망이 되었고,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5년째 지구농을 이어올 수 있는 든든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2. 토종 종자와 농법 : 함께 이어가는 시간의 맛
💬 "똑같은 종자라도 지역의 토양과 바람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우리 땅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토종 종자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매헌생명창고는 우리 땅의 역사와 시간이 담긴 '토종 종자'를 지키기 위해 농민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대대로 내려온 종자에 깃든 개별 농가의 사연을 소중히 여기며 씨앗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우리 땅과 기후에 맞게 농민들이 몸으로 체득해온 '땅을 살리는 농법'을 함께 실천합니다. 그리고 지역 농부들이 현실적으로 토종 농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매헌생명창고가 직접 씨앗을 채종하고, 건강하게 길러낸 토종 모종을 지역 농부들에게 나누어 토종 농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량 계약 재배 방식으로 수매하여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소농들이 우리 땅과 기후에 맞는 지혜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실제로 같은 종자를 다른 지역에 심었을 때 맛이 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역의 테루아와 절기 농법을 고수하는 것이 맛의 핵심임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그 땅만이 가진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려는 노력이 매헌생명창고만의 풍미를 완성합니다.
3. 함께 지키는 지구 :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이 만든 맛
💬 "우리는 꿀벌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소농들의 끈끈한 협동은 환경과의 공존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매헌생명창고는 규모가 큰 기업에서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재생에너지 100%(RE100)'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옥상태양광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와 시민REC를 통해 RE100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활용 택배 박스와 신문지 완충재를 사용하고, 마르쉐 시장을 통해 빈 병을 회수하는 등 '불편하지만 가치 있는 실천'을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꿀벌식당 프로젝트'를 통해 농민들의 인식을 바꾼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단순히 농약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대신, 우리가 심는 들깨와 참깨가 훌륭한 밀원 식물임을 농민들과 공유하며, 농부 스스로가 '꿀벌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품게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옥수수 생분해 비닐 멀칭 도입, 깻묵의 새활용 실험 등 지구를 위한 실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생산자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소비자와의 단단한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헌생명창고의 기름이 2년 연속 '국제미각식품대회'에서 별 3개(Superior Taste Award)를 수상한 결과는 소농의 협동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빚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엄청나 농부님은 거대 기업의 첨단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자연 그대로의 종자'라고 강조합니다. 자연이 오랜 시간 가꿔 온 종자에 농민이 시간을 통해 체득한 농법을 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중한 맛을 철저하게 지켜내는 가공 원칙이 매헌생명창고만의 비결입니다.
무엇보다 농부님은 이렇게 협동으로 일궈낸 '지구농'의 가치를 소비자가 깊이 있게 알아봐 줄 때, 비로소 이 모든 결실과 건강한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강의를 끝마쳤습니다.
🎤 [발표 3] 기후위기 시대, 다시 묻는 맛의 기준 _ 김진영 작가 / 식품 MD · 「아는 만큼 맛있다」저자
세 번째 순서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식재료의 본질을 탐구해 온 식품 MD 김진영 작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김진영 작가는 '맛있다!' 라는 감각을 가르는 결정적 한 끗인 '향'에 주목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숙기를 기다리고 인위적인 공정을 덜어내 원물이 품고 있는 고유한 향이 드러날 때 비로소 발현되는 '진짜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1. '향'이 곧 '맛'이다
💬 "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송이와 표고의 가치를 가르는 것은 결국 그들이 품은 향의 깊이인 것처럼 음식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색이나 모양이 아니라 '향'입니다."
배지에서 자란 표고보다 원목에서 자란 표고의 향이 월등히 진하듯,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난 작물의 향은 인위적인 양액 재배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영역입니다. 김진영 작가님은 짤막한 토종 오이와 개량 오이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 역시 생김새나 식감보다도 '향'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2. 한정식의 역설 : 향을 가리는 밥상 vs 향을 살리는 밥상
💬 "숫자만 채우는 한정식은 향이 사라진 밥상입니다. 반찬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메인 식재료의 퀄리티를 포기하는 순간, 향은 사라집니다."
작가님은 가짓수를 채우느라 정작 메인 식재료의 퀄리티와 향을 놓치고 마는 한정식 문화를 비판하며, 본질에 집중하는 '덜어냄의 미학'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반찬 수는 줄이되 주재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3M' 철학을 실천했습니다. 3M은 반찬은 줄이고(Minor), 재료의 퀄리티는 높여서(Major), 맛을 최고(MVP) 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자연 재배로 길러낸 쌈채소를 내고,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친 쌀로 밥을 짓는 등 모든 정성을 원재료의 향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김진영 작가님의 이런 경험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서도 어떻게 하면 향과 맛을 되찾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했습니다.
김진영 작가는 토종 배추와 고추로 담근 김치, 그리고 지역별로 고유한 맛을 지닌 닭이 자라나는 식탁의 미래를 꿈꿉니다. 그는 마르쉐 농부들이 지켜온 가치가 더 넓은 시장과 연결되고 협업하며 확장되어 나가기를 바라며 응원했습니다.
더불어 본연의 향과 맛을 잃어버린 채 획일화된 99%의 시장을 향해,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탐구자가 될 것을 당부했습니다. 마르쉐의 농부들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줄 때 비로소 우리 식탁의 다양성과 미식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습니다.
🎤 [발표 4] 작은 농업에서 깊은 농업으로 _ 박건오 농부 / 채소생활
네 번째 순서는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건오 농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농업' 이라는 복잡한 생태계를 정교하게 구조화하고 기록하며 '지속 가능한 맛'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간의 실험적인 여정을 나눴습니다.
1. 복잡성을 가치로 전환하기 : 연결하고 모델링하기
💬 "농사의 복잡성을 제거하면 맛도 단순해집니다. 우리는 복잡함을 제거하는 대신, 그것을 연결하고 모델링하여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박건오 농부는 효율을 위해 농사의 과정을 단순화하는 대신, 오히려 그 복잡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잘 지어진 집의 벽돌을 쌓듯 농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기능적으로 구조화할 때, 비로소 작물이 가진 본연의 다채로운 풍미를 온전히 살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양을 살리는 일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며, 토양이 살아난다고 해서 채소가 반드시 맛있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연결고리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건오 농부님은 그 사이의 디테일을 채우기 위해 풍미의 기준을 세 가지 원칙으로 정의합니다. 어느 때나 재연 가능해야 하고, 소비자에게 설명 가능해야 하며, 그 땅만이 낼 수 있는 고유함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2. 농장의 해상도를 높이다 : 쪼개고 나누는 데이터 농법
💬 "농장의 공간을 쪼개고 이름을 붙여 해상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 맛이 왜 맛있는지, 혹은 왜 맛이 없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실제 당근 재배 사례를 통해 채소생활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생산한 것을 일방적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셰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요청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품종을 선정합니다.
특히 농장을 [사이트] - [구역] - [이랑] - [블록] 단위로 세밀하게 나누어 관리함으로써, 맛의 근거와 경로를 파악해 정교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갑니다. 또한 생육, 수확, 출고 단위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기록은 맛의 원인을 분석하는 지표가 됩니다. 농부의 감에만 의존하던 '암묵지'를 누구나 배우고 실행할 수 있는 '형식지'로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맛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3. '사건 중심'의 기록을 통한 효율화
💬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 과업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시간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농업의 비효율을 줄이고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박건오 농부는 기록의 '구조'를 만들고 모든 작업을 시스템화하여 관리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특정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를 데이터로 남기는 방식은 농업에 처음 진입하는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습관은 농부 스스로를 '탐구자'로 거듭나게 합니다. 신념과 철학이 농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실제로 밀고 나가는 힘은 결국 치열한 탐구와 정교한 구조화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박건오 농부님은 파인다이닝이 전체 외식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에 불과하지만, '마이너'가 아닌 미식의 표준과 혁신을 만들어내는 '하이엔드'로 불리는 것처럼, 지구농부 역시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채소생활은 '작음'에서 '깊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헤매고 탐구할 것이라 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 [발표 5] 한국형 생명역동농업, 도전과 가능성 _ 김성택 농부 / 천의바람농장
마지막 발표는 도시의 한 평 텃밭에서 시작해 10년의 여정을 거쳐 만 평의 농지를 일구어낸 '천의바람농장' 김성택 농부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다가 '땅을 사랑하는 것이 곧 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농부가 되기까지, 그리고 '생명역동농법'을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1. 신학도에서 농부가 되기까지
김성택 농부는 신학 대학원 시절 고다니 준이치의 저서 《농부의 길》을 접하며 인생의 새로운 지점을 맞이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敬天), 이웃을 사랑하며(愛人), 땅을 사랑하는(愛土)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삼애정신’에 매료된 그는 건강한 땅에서 난 먹거리가 곧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고 농사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한국 생명역동농법의 선구자인 김준권 농부님의 '평화나무농장'에서 1년간 먹고 자며 농사에 대한 모든 것들을 배웠습니다. 2021년 첫 땅을 매입한 후 초기 4년은 농사 수익만으로는 부족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밭과 공사장을 오가며 품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달려온 결과 1,560평으로 시작한 농장은 어느덧 만 평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현재는 고추, 들깨, 벼를 주력으로 40여 가지의 작물을 함께 기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는 한 명의 농부가 되었습니다.
2. 맛있는 농사 : 생명역동농법(Biodynamic Agriculture)
💬 "농법이 좋으니 사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고춧가루 봉투를 뜯었을 때의 향에서, 생들기름은 입술에 닿는 순간, 밥은 밥알을 씹는 그 찰나에 게임이 끝나야된다는 생각으로 농사 짓고 있습니다."
김성택 농부는 밭 4,700평과 논 5,400평에서 소, 염소, 닭과 함께 살아가며 천의바람농장만의 농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농사를 위한 천의바람농장의 비결은 '땅'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가축의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땅에 넣고, 그 땅에서 자란 부산물을 다시 사료로 쓰는 경축순환농업. '그 땅에서 난 것은 그 땅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 아래 볏짚과 고추대, 들깨대 등 모든 부산물을 토양의 유기물로 환원하는 일. 생업과 직결된 800평의 고추밭에는 재활용 가능한 부직포로 최소한의 멀칭을 하되, 나머지 4,000여 평은 자연재배 방식으로 풀을 덮어 관리합니다. 특히 트랙터를 쓰지 않는 보존식 이랑 방식으로 땅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합니다.
이 모든 실천의 바탕에는 '생명역동농법'이 있습니다. 1924년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시작된 이 농법은 농장을 논·밭· 과수·축사가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적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천의바람농장 역시 생명역동농법의 핵심인 파종 달력에 따라 농사를 관리하고, 직접 만든 증폭제로 땅을 돌봅니다.
김성택 농부는 다소 생소한 생명역동농법의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과학적인 근거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는 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FiBL)에서 40년간 진행한 'DOK 장기 시험' 데이터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유기농과 생명역동농법, 관행 농업을 정밀 비교 분석한 이 연구는 생명역동농법이 실제 작물의 품질과 맛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고가의 와인 '로마네 콩티'가 이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우리 땅의 농산물 또한 생명역동농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은, 이런 데이터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김성택 농부님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농장에 어떤 농부가 어떤 기운으로 서 있는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농장에 화장실도 없던 시절부터 찾아와준 요리사들과 마르쉐@ 시장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우프(WWOOF)와 지역 아동 양육 시설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땀 흘린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에너지가 다시 건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길러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헤밍웨이가《노인과 바다》를 쓴 뒤 남긴 인터뷰를 인용하며 이번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떤 훌륭한 책도 작가가 미리 상징을 염두에 두고 쓴 적이 없다. 나는 진짜 노인과 진짜 소년, 진짜 바다, 그리고 진짜 물고기와 진짜 상어들을 그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것들을 충실히 제대로 그려 냈다면 그들은 많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해마다 좋아지는 땅과 늘어나는 수확물에서 희망을 본다는 김성택 농부님. '진짜 농사'와 '진짜 생명역동농법'을 충실히 그려낸다면, 인생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고 좋은 사람들과 계속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하며 그는 자리를 마쳤습니다.
발표자 다섯 분의 강연이 마무리된 후, 종합재미농장의 안정화 농부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종합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종합토론은 강연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객석의 궁금증을 잇는 깊이 있는 대화로 구성되었습니다.
Q1. 남재작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떼루아(Terroir)'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남재작 저는 농업에서 떼루아는 크게 세 가지 층위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토양의 성질과 유기물 함량, 기후, 물 등을 포함하는 '물리적 떼루아'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최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생물 떼루아'입니다. 토양 속의 미생물 생태계가 식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작물 특유의 향과 맛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급격한 기후 위기에 대응해 정밀하게 시설을 도입하고 재배 조건을 설계하는 '디지털 떼루아'가 있습니다.
Q2.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오늘 강연 주제가 ‘지구농부, 맛을 짓다’인데, 사실 농부들에게 맛과 향은 늘 고민인 지점입니다. 그런데 문득 원초적인 질문이 생겼어요. 과연 맛과 향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맛은 미각이고 향은 후각인 걸까요?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맛과 향을 높이는 농사를 짓기 위해 우리가 더 정확히 알아야 할 본질이 있다면 나누어 주십시오.
김진영 흔히 사과나 양파의 맛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코를 막고 먹으면 둘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정말 몰라요. 우리가 느끼는 맛의 상당 부분은 사실 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코를 막은 양파에는 단맛만 남아요. 매운맛조차 사실은 향이거든요. 향이 살아있어야 식재료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만큼 향은 식재료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엄청나 최근 기후 변화로 들깨나 참깨를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모양은 깨끗하고 알도 굵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이 없어요. 일 년에 수십 명의 농부님을 만나며 깨달은 건, 맛과 향은 결국 자연이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시설로 들어가는 순간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는 그 풍미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농사를 ‘농민과 하늘의 동업’이라고 표현하는데, 요즘은 하늘이 정말 ‘슈퍼 울트라 갑’이라는 걸 절감해요. 우리가 손길로 해결할 수 없는 자연 고유의 맛, 그 환경에서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농부의 여정 아닐까 싶습니다.
남재작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떼루아’와도 연결되는 지점인데, 사실 요즘 농산물은 예전과 맛이 정말 달라졌습니다. 수경재배나 첨단 기술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맛은 사라지고 있어요. 스마트 농업에서는 맛을 재현하기 위해 작물에 인위적인 자외선을 쏘는 등 스트레스를 주어 약용 성분이나 향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원하는 건 그런 방식이 아닐 겁니다. 자연적으로 그 맛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래서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맛을 세밀하게 인지하고 가치를 알아봐 주는 노력을 함께해야 합니다.
Q3.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일 1식을 하며 내 몸의 감각을 살피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좋은 식재료를 찾게 되더라고요. 농부님들은 고된 시간을 견디며 소비자의 식탁에 어떤 풍경이 그려지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이 귀한 식재료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요?
김성택 오늘 강연에서 계속 나왔던 '호르메시스(Hormesis)', 고통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을 믿습니다. 제가 사사 받은 좌우명으로 "인간의 최악은 신의 최선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실제 몸은 힘들지만 저는 밭에 있을 때 가장 기쁘고 재밌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라 고통을 견딘다는 거창한 풍경을 그리지는 못해요. 맛있게 먹는 법도 사실 저는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라 답해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내가 지금 먹고 있는 농산물이 어떤 농부의 손을 거쳐 어떤 토양에서 자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박건오 더 많은 사람이 채소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자'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벗밭' 같은 팀과 같이 농장과 식탁을 잇는 이들이 많아질 때 농부와 소비자가 조금 더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영 일상의 식탁에서 '하나에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닭볶음탕을 한다면 다른 반찬 없이 그 요리 하나에만 집중해 보세요. 구색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잘 보입니다.
안정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저서 《빅 매직》에는 "예술은 참담한 노동이자 특권이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농사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맛있을 때의 작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만의 특권이죠. 일반 소비자들은 눈으로만 봐서는 그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부와 관계를 맺고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어쩌면 농부의 그 '특권'과 연결되는 셈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으로 발견한 키워드는 '관찰'입니다. 농부는 차이를 지켜보고 기록하며 다음 단계를 만들어가고, 소비자 역시 농부가 어떻게 농사짓는지, 맛은 어떻게 변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관찰의 시선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좋은 식재료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Q4. 최근 기후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농작물과 떼루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남재작 농업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면 최소 5~10년 단위가 필요합니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판단해야 하죠.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가 알던 세상의 많은 부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미 지구 온도는 1.3도 올랐고 1.7~8도까지 상승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오늘은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사실 붕괴하는 농촌과 무너진 기후 패턴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지켜낼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금 당장은 작황이 좋은 해도, 나쁜 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확실하게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5. 한식은 강한 향채나 조미료를 많이 써서 원재료의 맛이 가려지기도 하는데, 김진영 작가님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영 사실 원재료가 좋으면 조리는 단순해집니다. 향이 강한 참기름이 맛을 지배하는 '깡패'라면, 생들기름은 맛을 돋우는 조연이 되죠. 적절한 조미료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원물의 맛을 모두 빼버렸다가 인위적으로 다시 넣는 가공 방식입니다. 좋은 재료를 만나면 셰프가 할 일은 줄어듭니다. 그저 단순한 조리만으로 본연의 향을 살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Q6. 이상기후로 인해 기존 방식의 농사가 힘들어지고 있는데, 농부님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계시는지요?
엄청나 최근 2년 사이 기후 변화는 토종 종자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종 시기를 늦추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가을 날씨가 예전 같지 않아 싹을 틔우는 속도가 늦어지며 전남 지역의 씨앗이 현재 우리 지역 기후에 더 잘 맞는 현상을 보며, 지역의 경계를 넘어 기후에 맞는 토종 종자를 유지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건오 농민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소농'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입니다. 저는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자연을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토종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브리딩(Breeding)을 통해 새로운 맛과 기후에 적응하는 품종을 만들어내는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택 5년 전 기후 위기를 고려해 대한민국 최북단에 땅을 구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저는 생명역동농법의 증폭제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조량이 부족한 우기에는 '수정가루 증폭제'를, 곰팡이균이 번질 때는 '쇠뜨기 증폭제'를, 고온으로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쥐오줌풀 증폭제'를 살포해 작물이 스스로 견딜 힘을 보태줍니다. 거스를 수 없는 기후 위기 앞에서도,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섯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관통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되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땅을 돌보면서 맛있는 농사를 지을 것인가?'
지구농부가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맛’을 짓고, 음식 시민이 그 맛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식탁에 올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식은 가능해집니다. 기후변화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지구 농부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마르쉐@는 앞으로도 시장과 다양한 프로젝트로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사'를 응원합니다. 우리는그러한 농사를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농부'라고 일컬으며 함께합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지구농부포럼은 지구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자 재생유기농업, 자연재배 등의 방법론에 기초한 지구농의 가능성과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토양을 회복하고 지구를 살리는 재생유기농업 등을 응원하며 2021년부터 지구농부시장, 지구농부여행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지구농사의 확대와 토양회복을 목표로 파타고니아의 1% for the planet 기금의 지원을 받아 개최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연대, 내일을 위한 작은 날갯짓 [농부의 숲] (↗)
농부시장 마르쉐는 시민들과 함께 '농부의 숲'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재생농업으로 토양을 회복하는 농부를 응원하고, 시민들의 후원과 참여를 통해 농부의 밭을 다년생 먹거리숲으로 가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2025년, '농부의 숲'캠페인을 위해 마리끌레르, 사람엔터테인먼트, 농부시장 마르쉐의 음식 시민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조경가와 연구자, 커뮤니티 그룹, 기획자, 액션 그룹등 각계의 시민들이 연대하여 총 347명의 마음이 모였고 572그루의 나무와 8,019촉의 모종을 심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날갯짓은 계속됩니다. 농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함께 숲을 일굴 시민과 기관·기업의 참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