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2026년 3월] 마르쉐@목동 열네 번째 <씨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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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여는 씨앗장을 마쳤습니다. 

씨앗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농부가 수확할 때 다음 해 씨앗이 될 것을 잘 갈무리해 남겨두고 소중히 간직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수고롭지만 소농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더 맛있고 튼튼한 토종 작물을 만들고 지켜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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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씨앗장은 '이어가는 씨앗'의 의미를 나누기 위해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등 각 출점팀이 제각각 씨앗의 의미와 맛을 찾아 품목으로 선보였고, 마르쉐친구들과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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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씨도리 ; 이어가는 씨앗


💬

"농부들은 가을이면 무와 배추를 수확하여 맛있게 먹고, 몇 포기는 남겨 땅에 묻어둡니다.
겨울을 무사히 난 무와 배추는 이듬해 봄에 다시 땅에 심어져 꽃을 피우고 씨를 맺습니다.
한 해를 넘겨 이어온 씨앗입니다.
이 씨앗에는 월동 기간 동안 무·배추가 얼지 않도록 살피던 농부의 마음과 시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시 <씨도리; 이어가는 씨앗>은 종합재미농장이 SNS에 올린 씨도리무·배추 이야기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동안 열매 속에 있는 작고 단단한 것만 씨앗인 줄 알았는데, 뿌리와 줄기와 어린 나무 등 이어가는 씨앗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앎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기획 의도를 종합재미농장 김신범·안정화 농부님께 전했고, 두 농부님께서는 정성껏 기록하고 준비하신 고구마순내기도 함께 소개해주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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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범 농부님은 구억배추와 쥐꼬리무가 혹여 이른 봄 추위에 다칠까 봐 고이 화분에 모셔왔습니다. 장다리(길게 올라온 무·배추의 꽃대)를 올리고 노란 꽃망울을 달고 있는 무·배추가 소풍 나온 아이들마냥 귀여워,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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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도리 무·배추의 여정은 월동부터 시작됩니다. 무·배추가 얼지 않도록 신문지로 잘 싸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보관했다가, 봄이 되면 땅으로 다시 옮겨 심습니다. 지난겨울에는 처음으로 화분에 뿌리를 묻어 보관하는 실험을 해봤다고 합니다. 날이 제법 따뜻해지는 3월 중순 무렵이면 무·배추는 꽃대를 길게 올립니다. 이를 '장다리'라고 합니다. 흰색, 노란색 꽃이 피면 달콤한 향을 맡은 벌·나비가 찾아오고, 머지않아 꽃이 지고 콩처럼 생긴 열매 꼬투리가 열립니다. 갈색빛의 꼬투리를 장마를 피해 수확해 잘 말린 후 털어서, 점점이 무·배추 씨앗을 받아 그 해의 농사를 이어갑니다.

이렇게 씨도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겨울을 견뎌야 하는 우리 땅에서 더 튼튼하고 잘 자라는 무·배추를 얻기 위해 아주 오래전 농부님들이 터득해온 농사의 지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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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씨앗 번식이 어려워, 고구마를 땅에 묻거나 물꽂이 방식으로 새순을 내어 옮겨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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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가는 씨앗의 다양한 모습들]

① 15해째 이어온 문래동 옥상 텃밭의 목화씨
경기도 양평의 자란다팜 안교성 농부님은 목화에 담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목화는 15년 전 문래동의 옥상 텃밭에 심었던 씨앗을 이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문래동 옥상 텃밭은 자란다팜 박정자 농부님과 농부시장 마르쉐를 처음 시작했던 도시농부들이 활동했던 공간입니다. 그곳에 무슨 씨앗을 심을까 고민하던 중, 동네 이름인 '문래'가 실을 잣던 '물레'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고 목화를 심기로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문래동에는 방직공장도 있었다고 하지요. 목화는 여름에 노란빛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면 씨방이 통통해지고, 동글동글 어린아이 주먹만 한 열매가 갈색으로 잘 익으면 껍질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하얀 솜과 솜에 둘러싸인 검은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② 양평 옆집 할머니 완두
경기도 양평의 자란다팜 옆집 할머니께서는 처음 몇 해 동안 자란다팜을 가자미눈으로 살펴보셨다고 합니다. 귀농한 젊은 부부가 약도 치지 않고 비료도 주지 않으며 농사짓는 모습이 영 못 미더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 아름다운 꽃과 풍성한 열매가 어우러진 자란다팜을 보시고선, 그제야 두 농부님께 말도 건네시고 이것저것 알려주시며 도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이 완두도 심어보라며 건네주신 것인데, 정확한 품종을 알 수 없어 '양평 완두'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③ 강화 분홍감자
토종팜 양인자 농부님이 6년 전 강화도의 한 할머니 밭에서 얻어와 이어가고 있는 분홍감자입니다. 분홍 감자 색을 닮아 꽃도 분홍색으로 예쁘게 핀다고 합니다.

④ 블루스파이스 바질
브리암 김성찬 농부님께서 블루스파이스 바질 씨앗을 봉지에 담아 나눠주셨습니다. 봉지를 열자마자 기분 좋은 바질 향이 풍겼습니다. 블루스파이스 바질은 인도에서 '카푸르 툴시(Kapoor Tulsi)' 또는 '홀리 바질(Holy Basil)'이라 불리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명상에 쓰이는 허브라고 합니다. 김성찬 농부님은 더위와 추위가 강한 경기도 양평의 노지에서 허브를 기르시는데,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 땅과 기후에 적응한 씨앗을 이어가는 일이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고 하십니다.

⑤ 노디씨앗의 알록달록 3종 빈
노디씨앗은 씨앗을 큐레이팅하고 육종합니다. 충남 홍성 채소생활의 멤버인 농부 노디 님이 최근 독립하여 육종가이자 씨드세이버로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이날은 채소생활에서부터 이어온, 달큰하고 예쁜 세 가지 색의 콩을 소개해주셨습니다.

⑥ 현암산방의 토종 종자들
강원도 영월에서 먹거리숲을 가꾸고 있는 현암산방 유제성 농부님은 농부시장 마르쉐 농부님들과 나누고 싶다며 토종 씨앗을 정성껏 챙겨 보내주셨습니다. 제주 긴단호박, 안동 약도라지, 삼척 무시터오이 등 15종의 토종 씨앗이 농부의 땅에서 친구 농부의 땅으로 이어집니다.

⑦ 토종과일나무모임 장영란 농부님과 모임 회원들
장영란 농부님은 토종과일나무모임 회원들과 함께 능금, 홍매, 백매, 모과, 오얏 등 우리 땅에 오래전부터 자리해온 나무의 모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상품성이 낮다는 이유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토종 과일나무 이야기에 많은 시민과 농부님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 [워크숍] 씨드스왑 with 마인드풀가드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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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매년 씨앗장에서는 마인드풀가드너스와 함께 씨드스왑(seed swap)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정성껏 기르고 갈무리한 씨앗들(꽃과 허브, 채소 등)과 모종을 모아 씨앗의 시간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매년 한 번씩 나누는 작은 교류지만, 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들과 그 곁을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공존하는 ‘미소 서식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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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씨앗장에서는 씨드스왑에 앞서, 씨앗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초심자를 위한 기초 파종법’ 미니 워크숍과 가챠기계를 통해 씨앗을 뽑을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기초 파종법에서는 씨앗의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심어야 하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어떻게 식물을 잘 가꿔갈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씨앗 하나를 손에 쥐고 시작하는 일이 생각보다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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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그램에 들어가서는 꾸준히 참여해 온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씨앗 이야기를 듣고, 15명의 시민이 각자의 품에서 가져온 50여 종의 씨앗을 함께 펼쳐보았습니다. 손과 손을 거쳐온 씨앗들이 또 다른 누군가로 이어지는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씨앗장이 처음 시작된 마음처럼 이어온 씨앗을 다시 나누고 또 이어가는 일. 우리의 씨앗 교류가 앞으로도 천천히, 오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출점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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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각자 일 년간 잘 갈무리한 각종 씨앗을 가지고 왔습니다. 콩, 오크라, 관상용 씨앗, 씨감자 등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생명이 싹을 틔우는 3월에는 시장 곳곳에서 모종과 새싹, 알록달록한 화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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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팀들은 씨앗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창의적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였습니다. 먹는 씨앗의 대표격인 ‘콩’으로 팔라펠부터 후무스, 청국장까지 만들었고, 그 외에도 농부들의 제철 재료로 다채롭고 재료를 귀하게 여기는 요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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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주제로 각자의 개성을 담아 재미를 더한 팀들도 있습니다. 씨앗을 주제로 엽서와 소창 달력으로 만들기도 하고, 씨앗이 톡톡 씹히는 디저트와 빵을 준비한 팀들도 있었지요.

그 외에도 마르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느리게 발효한 식료품,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반찬, 생산자의 이야기와 철학이 담긴 다양한 품목이 있었습니다.


함께 한 출점팀과 자세한 출점품목이 더 궁금하다면 씨앗장 소개글을 참고해주세요. 

보러가기




시장 도슨트와 제철 공연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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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띵인그린 농부님과의 도슨트에서는 여성의 날을 맞아 빵과 장미를 나누며 여성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 시장에서 눈여겨보면 좋을 제철 채소와 과일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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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르프렌치코드와 함께하는 제철 공연에서는 성진영 아티스트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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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앗장도 함께한 출점팀, 손님, 자원활동가들과 덕에 따뜻했습니다.

나눈 씨앗을 들고 돌아가 각자의 밭과 집에서 잘 기르고, 갈무리하여 우리는 내년에도 씨앗장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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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만든 사람들]

- 사진 촬영 : 고상석

- 집기 : 한칸, 휴매니지먼트

- 공연 : 르프렌치코드

- 마르쉐친구들 : 이보은, 이단비, 문소라, 정다정, 이시선, 송승리, 이유화, 김하경


[후기 작성]

전체 취합 : 송승리

씨드스왑 후기 : 정다정

씨도리 : 이어가는 씨앗 후기 : 문소라

편집 / 게시 : 김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