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 공부모임을 끝내고 꽃비원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보슬비에 촉촉히 젖은 땅, 싱그러운 흙 냄새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회화나무(원호나무)
농장의 입구, 꽃비원 2세 원호가 태어나던 해에 심은 회화나무(원호나무)가 보입니다. 원호가 중학생이 되었고, 꽃비원 농장도 14살이 되었습니다. 꽃비원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늘 이 원호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를 지나 한 번 꺾자, 키친에서의 설명처럼 넓은 농장이 펼쳐졌습니다.


📷 [사진] 꽃비원 농장 회화나무(일명, 원호나무)와 입구 / 입구에서 한번 꺾자 펼쳐진 농장



📷 [사진] 꽃비원 농장 하우스
직접 지은 하우스
농장에서 처음 들어선 곳은 하우스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지은 큰 하우스 하나, 그 옆에 정광하 농부님이 혼자 만든 작은 하우스 하나가 있었습니다. 하우스 안에는 상추와 루콜라, 딸기가 있었습니다. 차광막 없이 비닐만으로 만든 하우스라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여기는 적극적으로 생산한다기보다는, 온도에 민감한 것들이나 벌레 피해를 좀 피해야 하는 애들 심어두는 곳이에요."
딸기에 매달려 있는 빨간 열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딸기 껍질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토종 딸기를 키우는 농부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황토에서 안 되면 틀밭에서 - 자급 구역의 틀밭
하우스 옆으로 나오면 틀밭이 펼쳐집니다. 황토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작물들을 기르기 위해 조성한 틀밭입니다. 틀과 틀 사이 주 통로는 150cm 정도, 틀밭 사이 좁은 통로는 70~80cm. 가운데에 스프링클러가 있어 위에서 물이 내려오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고추, 토마토, 가지 같은 열매채소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딜이 나란히 심어져 있었습니다. 키가 큰 작물 앞에 낮은 허브를 배치한 것입니다. 남북 방향으로 틀밭을 조성해서 해가 고르게 드는 구조입니다.
마늘과 양파밭 - 기후 변화를 담은 밭
마늘과 양파를 심은 밭에서 기후 변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양파는 11월에 심어서 겨울을 나고, 6월에 수확합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모종을 심고 자리가 잡히기 전에 갑자기 더 추워져서 양파가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월동 없이 봄에 바로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래도 꽤 잘 자라고 있어요. 이것도 기후 변화에 작물 방식을 바꾸는 거죠."






📷 [사진]자급구역인 틀밭과 마늘밭






📷 [사진]자급-생산-채집으로 이어지는 꽃비원 농장
오가피 울타리, 미나리밭, 버드나무
농장 둘레는 오가피 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 키를 넘는 생 울타리로, 잎을 따서 먹을 수도 있고, 경계도 되고, 바람막이도 됩니다.
야트막한 경사면의 아래쪽(물이 모이는 자리)에는 미나리가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먹은 미나리 무침, 저기서 왔어요.”
어린 묘목으로 심었다는 버드나무는 이미 키가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도 지형에 따라, 땅의 특징에 따라 다른 나무와 채소가 자리합니다. 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버드나무에게는 이자리가 딱이었습니다.
자두나무와 바이오체리 - 가지치기의 현장
자두나무 가지에는 열매가 여러 개 달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개가 달려 있으면, 하나만 남기고 다 솎아내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큰 거 하나를 얻을 수 있거든요."
바이오체리라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키가 너무 크게 자라서 위를 확 잘랐더니, 자른 자리 옆으로 잔가지가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습니다. 강전정 후에 에너지가 옆으로 분산되는 현상입니다. 이 가지들을 다시 수형에 맞게 정리해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클로버가 있는 땅과 없는 땅
걷다가 한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잔디와 클로버가 가득한 길과, 클로버가 없는 흙 사이였습니다.
"색깔이 다르죠?" 나란히 놓고 보니 정말 달랐습니다. 클로버가 있는 쪽의 흙은 좀 더 어두웠습니다.



📷 [사진] 흙 색깔 비교
클로버는 콩과 식물입니다. 뿌리에 공생하는 근류균이 공기 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시킵니다. 유기물도 쌓입니다. 거름을 따로 주지 않아도, 클로버가 자연스럽게 토양을 개선한 것입니다. 분석을 하지 않아도 색깔만 봐도 느껴지는 차이였습니다.
척박한 땅에 콩을 먼저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콩이 토양을 살리면, 그다음 작물이 더 잘 자랍니다. 클로버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과밭에서 먹거리 숲으로
원래 사과밭이었던 자리를 지났습니다. 꽃비원은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를 접고, 이 자리에 감나무, 호두나무, 밤나무를 새로 심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사과나무 몇 그루가 남아 있고, 그 사이사이에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3년만 되면 확실히 존재감이 달라질 거예요. 그때쯤 되면 여기가 진짜 숲처럼 보일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지금 이 자리가 완성형이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니다. 꽃비원은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 [사진] 보라시골 자녀들과 장지뱀 - 장지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고사리밭에서 - 채집의 즐거움
고사리밭에 이르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다들 자연스럽게 고사리를 꺾기 시작했습니다. "쑥 캐는 어머니 수준이다." 누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막 올라온 고사리 새순이 손을 맞닿으면 꺾이는 느낌이 재미있었습니다. 오남도 농부님은 이 고사리로 고사리 장아찌를 담는다고 했습니다.

📷 [사진] 고사리 꺾기 대회
탱자나무 울타리와 상수리나무
경계를 따라 탱자나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부지 정리를 하면서 뽑았는데, 뿌리가 살아남아 다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4년 동안 그냥 두었더니 지금은 가시가 촘촘한 생울타리가 됐습니다. "웬만한 동물은 못 들어오죠."
상수리나무도 있었습니다. 산에서 어린 묘목을 캐다 옮겨 심은 것입니다. "낙엽이 많이 나오니까 멀칭 재료로도 쓸 수 있어요. 봄에 상수리도 줍고요."






📷 [사진] 꽃비원 농장의 곳곳을 누비며
마무리 — 꽃비가 내리는 곳에서
농부님들과 함께 소감을 나눴습니다.






"뒤돌면 또 새로운 게 있고, 또 뒤돌면 또 새로운 게 있어요.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었어요."
"비움의 철학, 느림의 철학이 느껴졌어요. 하우스 일에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유 있게 가야겠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세월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 농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당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고, 삶이 그대로 녹아든 농장이에요."
"이 2천 평에 두 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네요. 경이롭습니다. 숲과 밭이 공존하는 숲밭이에요."
헤어지기 전, 해든농장 어머니 손에 들린 고사리 부케가 너무 예뻐 탄성이 나왔습니다. 생태적이면서 지속가능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농장에서 고사리를 꺾어 싱그러운 부케를 만드는 상상을 해봅니다. 봄에는 꽃비가, 우리가 간 날에는 단비가 내렸습니다.

📷 [사진] 고사리 부케를 든 지구농부(해든농장)
바쁜 농사철에 함께 해주신 농부님들 감사합니다.
후원_벌새클럽, 글로벌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화미사]
정리_마르쉐친구들
실내 공부모임을 끝내고 꽃비원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보슬비에 촉촉히 젖은 땅, 싱그러운 흙 냄새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회화나무(원호나무)
농장의 입구, 꽃비원 2세 원호가 태어나던 해에 심은 회화나무(원호나무)가 보입니다. 원호가 중학생이 되었고, 꽃비원 농장도 14살이 되었습니다. 꽃비원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늘 이 원호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를 지나 한 번 꺾자, 키친에서의 설명처럼 넓은 농장이 펼쳐졌습니다.
📷 [사진] 꽃비원 농장 회화나무(일명, 원호나무)와 입구 / 입구에서 한번 꺾자 펼쳐진 농장
직접 지은 하우스
농장에서 처음 들어선 곳은 하우스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지은 큰 하우스 하나, 그 옆에 정광하 농부님이 혼자 만든 작은 하우스 하나가 있었습니다. 하우스 안에는 상추와 루콜라, 딸기가 있었습니다. 차광막 없이 비닐만으로 만든 하우스라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여기는 적극적으로 생산한다기보다는, 온도에 민감한 것들이나 벌레 피해를 좀 피해야 하는 애들 심어두는 곳이에요."
딸기에 매달려 있는 빨간 열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딸기 껍질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토종 딸기를 키우는 농부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황토에서 안 되면 틀밭에서 - 자급 구역의 틀밭
하우스 옆으로 나오면 틀밭이 펼쳐집니다. 황토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작물들을 기르기 위해 조성한 틀밭입니다. 틀과 틀 사이 주 통로는 150cm 정도, 틀밭 사이 좁은 통로는 70~80cm. 가운데에 스프링클러가 있어 위에서 물이 내려오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고추, 토마토, 가지 같은 열매채소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딜이 나란히 심어져 있었습니다. 키가 큰 작물 앞에 낮은 허브를 배치한 것입니다. 남북 방향으로 틀밭을 조성해서 해가 고르게 드는 구조입니다.
마늘과 양파밭 - 기후 변화를 담은 밭
마늘과 양파를 심은 밭에서 기후 변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양파는 11월에 심어서 겨울을 나고, 6월에 수확합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모종을 심고 자리가 잡히기 전에 갑자기 더 추워져서 양파가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월동 없이 봄에 바로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래도 꽤 잘 자라고 있어요. 이것도 기후 변화에 작물 방식을 바꾸는 거죠."
📷 [사진]자급구역인 틀밭과 마늘밭
📷 [사진]자급-생산-채집으로 이어지는 꽃비원 농장
오가피 울타리, 미나리밭, 버드나무
농장 둘레는 오가피 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 키를 넘는 생 울타리로, 잎을 따서 먹을 수도 있고, 경계도 되고, 바람막이도 됩니다.
야트막한 경사면의 아래쪽(물이 모이는 자리)에는 미나리가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먹은 미나리 무침, 저기서 왔어요.”
어린 묘목으로 심었다는 버드나무는 이미 키가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도 지형에 따라, 땅의 특징에 따라 다른 나무와 채소가 자리합니다. 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버드나무에게는 이자리가 딱이었습니다.
자두나무와 바이오체리 - 가지치기의 현장
자두나무 가지에는 열매가 여러 개 달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개가 달려 있으면, 하나만 남기고 다 솎아내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큰 거 하나를 얻을 수 있거든요."
바이오체리라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키가 너무 크게 자라서 위를 확 잘랐더니, 자른 자리 옆으로 잔가지가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습니다. 강전정 후에 에너지가 옆으로 분산되는 현상입니다. 이 가지들을 다시 수형에 맞게 정리해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클로버가 있는 땅과 없는 땅
걷다가 한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잔디와 클로버가 가득한 길과, 클로버가 없는 흙 사이였습니다.
"색깔이 다르죠?" 나란히 놓고 보니 정말 달랐습니다. 클로버가 있는 쪽의 흙은 좀 더 어두웠습니다.
📷 [사진] 흙 색깔 비교
클로버는 콩과 식물입니다. 뿌리에 공생하는 근류균이 공기 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시킵니다. 유기물도 쌓입니다. 거름을 따로 주지 않아도, 클로버가 자연스럽게 토양을 개선한 것입니다. 분석을 하지 않아도 색깔만 봐도 느껴지는 차이였습니다.
척박한 땅에 콩을 먼저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콩이 토양을 살리면, 그다음 작물이 더 잘 자랍니다. 클로버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과밭에서 먹거리 숲으로
원래 사과밭이었던 자리를 지났습니다. 꽃비원은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를 접고, 이 자리에 감나무, 호두나무, 밤나무를 새로 심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사과나무 몇 그루가 남아 있고, 그 사이사이에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3년만 되면 확실히 존재감이 달라질 거예요. 그때쯤 되면 여기가 진짜 숲처럼 보일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지금 이 자리가 완성형이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니다. 꽃비원은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 [사진] 보라시골 자녀들과 장지뱀 - 장지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고사리밭에서 - 채집의 즐거움
고사리밭에 이르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다들 자연스럽게 고사리를 꺾기 시작했습니다. "쑥 캐는 어머니 수준이다." 누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막 올라온 고사리 새순이 손을 맞닿으면 꺾이는 느낌이 재미있었습니다. 오남도 농부님은 이 고사리로 고사리 장아찌를 담는다고 했습니다.
📷 [사진] 고사리 꺾기 대회
탱자나무 울타리와 상수리나무
경계를 따라 탱자나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부지 정리를 하면서 뽑았는데, 뿌리가 살아남아 다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4년 동안 그냥 두었더니 지금은 가시가 촘촘한 생울타리가 됐습니다. "웬만한 동물은 못 들어오죠."
상수리나무도 있었습니다. 산에서 어린 묘목을 캐다 옮겨 심은 것입니다. "낙엽이 많이 나오니까 멀칭 재료로도 쓸 수 있어요. 봄에 상수리도 줍고요."
📷 [사진] 꽃비원 농장의 곳곳을 누비며
마무리 — 꽃비가 내리는 곳에서
농부님들과 함께 소감을 나눴습니다.
"뒤돌면 또 새로운 게 있고, 또 뒤돌면 또 새로운 게 있어요.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었어요."
"비움의 철학, 느림의 철학이 느껴졌어요. 하우스 일에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유 있게 가야겠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세월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 농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당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고, 삶이 그대로 녹아든 농장이에요."
"이 2천 평에 두 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네요. 경이롭습니다. 숲과 밭이 공존하는 숲밭이에요."
헤어지기 전, 해든농장 어머니 손에 들린 고사리 부케가 너무 예뻐 탄성이 나왔습니다. 생태적이면서 지속가능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농장에서 고사리를 꺾어 싱그러운 부케를 만드는 상상을 해봅니다. 봄에는 꽃비가, 우리가 간 날에는 단비가 내렸습니다.
📷 [사진] 고사리 부케를 든 지구농부(해든농장)
바쁜 농사철에 함께 해주신 농부님들 감사합니다.
후원_벌새클럽, 글로벌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화미사]
정리_마르쉐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