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9일 올해 세 번째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이 기후위기대응공간인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시대 토양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시장으로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며 파타고니아와 함께 만들어갑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에서는 '지구농부 한 접시' 를 통해 토양을 보살피고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 그리고 농부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어느덧 농부의 친구가 된 요리사가 협업하여 건강한 제철 채소의 맛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파파팜&밀마운트의 황진옥 농부와 자연주의 요리교실 김희종 셰프가 친구가 되어, '지구농부 한 접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8월 지구농부 한 접시
_파파팜&밀마운트 황진옥 농부 X 자연주의 요리교실 김희종 셰프

파파팜&밀마운트 황진옥 농부
저희는 경기도 가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과수원 1,000여평에 다품종 소량 유실수를 심었고요. 300마리의 닭을 풀어 키우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닭들이 주는 퇴비를 발효해 다품종 소량으로 허브나 채소를 재배하고 있어요. 과수원에도 마찬가지로 다품종의 유실수를 재배해서 과일도 키우고 있어요. 마르쉐에는 2018년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연주의 요리교실 김희종 셰프
채소 장보기를 좋아하며,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자연의 맛을 전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채소를 소개하고, 먹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사람들의 니즈를 다시 농부님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농부님들이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요리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가 꼭 필요한데, 그 중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친구가 된 농부와 요리사
Q. 친구가 된 지구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준비하는 <지구농부 한 접시>, 친구를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세요!

"김희종 셰프는 '낯선 채소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메신저'"
2020년도에 마르쉐에 자주 오시던 김희종 셰프님의 수강생 중 한 분이 저희 농장의 꾸러미를 구매하신 걸 보고, 셰프님께서 농장을 소개해달라고 하신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관계와 우정을 쌓아 왔습니다.
'자연주의 요리사'라는 타이틀처럼 김희종 셰프님의 요리에는 채소가 많이 쓰여요. 저희가 재배하는 채소 중에는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품종이 많은데, 셰프님께서는 이런 재료들을 요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세요. 이 채소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흔히 쓰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데요.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품종의 채소라도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면 또 다른 맛을 내요. 몇 해 간 재배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그리고 저희의 땅에 토착화되어서 여기만의 맛을 내더라고요. ‘이 채소의 맛을 어떻게 요리로 드러낼 수 있을까?’ 라는 게 저의 고민이었는데, 셰프님이 요리로 풀어내어 대중에게 소개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 주셔서 기쁩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규모를 확대해 재배하고 있어요. 오늘도 많은 양을 가져왔는데 손님들이 모두 가져가 주셨어요. 셰프님이 저희 채소를 맛보시고 “이때가 정말 맛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 시기를 체크해 두었다가 그 무렵에 집중적으로 재배해 시장에 가지고 나와 손님들께도 “지금 드시면 정말 맛있어요”라고 팁을 드리기도 합니다.
처음보다 지금은 셰프님도 채소를 더 많이 사용하시고, 저희도 덕분에 매해 더욱 섬세하게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황진옥 농부는 '빈틈 없이 채소를 키우는 농부'"
황진옥 농부님은 자신의 채소가 어떻게 요리되어 밥상에 오르는지에 대해 정말 궁금해하시는 분이에요. 또 어떤 것이 트렌드인지 계속해서 공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 만났던 작물과 지금의 작물을 비교해보면, 완성도가 정말 많이 높아졌어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요리는 요리사를 닮는다’는 말을 하듯, 채소도 농부님의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해요. 황진옥 농부님은 빈틈 없이 채소를 키우시는 분이에요. 그게 맛에서 그대로 느껴질 정도예요.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이건 내보내도 된다, 안 된다”, “이건 여기까지다” 같은 기준이 분명히 있으신데, 그 마지노선이 굉장히 까다롭고 철저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변태적인 섬세함’이 참 좋았어요. 제가 아몬드 껍질을 까서 쓰면 사람들은 절 변태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맛을 다르게 만들거든요. 결국 수고로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도 마찬가지예요. 얼마나 수고로움이 따르느냐가 그 농작물의 맛을 결정한다고 봐요.
황진옥 농부님의 채소는 점점 더 섬세하게 맛있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훌륭한 농부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여성 농부와 여성 요리사가 만나 자매애가 피어났다고 들었어요. 서로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났나요?
김희종 셰프_ 황진옥 농부님은 늘 채소와 품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셔서 처음에 뵀을 때보다 많이 성장하셨어요. 농부님이 채소를 더 잘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시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함께 커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진옥 농부_ 2013년도에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농부의 일은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시장에서 파는 것까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셰프님을 만나고부터는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농부가 씨를 심고 수확하고, 수확한 그 채소로 요리한 것을 손님들이 먹는 순간까지 농사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저희 채소를 드셔주신 여러분도 사실 농사에 동참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우리 채소가 어떻게 하면 맛을 잘 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셰프님과 협업을 하면서는 작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고려하게 되었어요. 저는 생각하지 못했던 맛을 끄집어내서 채소의 맛을 확장해 채소의 가치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절에 따라 채소의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셰프님만큼 섬세하게 알아채지는 못 했는데 덕분에 제일 맛있는 시기에 수확할 수 있도록 한 해 농사를 계획하게 되었어요.



🥗 8월의 '지구농부 한 접시' <메뉴>
바나나 잎에 싼 찐 밥 l 연잎밥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게 되었어요. 바나나 잎 안에 찹쌀, 건표고, 찰옥수수를 넣어 쪘습니다.
들기름 버섯절임 l 들기름, 맛간장, 호두를 비롯한 약간의 견과류를 버섯과 함께 절였어요.
가지크림 l 가지를 오븐이나 후라이팬에 아주 바싹 구운 다음에 껍질을 벗기고 속살만 남겨 들깨가루와 같이 소금, 후추를 넣고 블렌더에 갈았어요. 한국적이면서 여름에 먹기 부드러운 크림입니다.
주키니와 토마토 구이 l 주키니는 생으로 드셔도 맛이 좋은 채소라 팬에 살짝만 구워 사각한 식감을 살렸습니다. 찰토마토는 구웠을 때 단 맛이 많이 올라와 구워 드셔도 좋습니다. 그 옆에 작은 토마토는 체리토마토라는 품종으로 이건 생으로 드셨을 때 더 맛있기 때문에 조리하지 않고 올렸습니다.
쿠카멜론 살사 l 물에 불려 껍질을 깐 아몬드, 파프리카, 올리브, 쿠카멜론을 넣어 만든 살사입니다.
차가운 감자 수프 l 홍감자와 남작, 두 가지의 품종의 감자에 양파와 소금, 후추, 물만 더한 수프입니다. 감자 수프를 끓일 때 우유를 조금 넣어 봤더니 감자의 향이 죽더라고요, 그래서 물만 넣고 수프를 만들었습니다. 감자 수프를 만드실 때 감자와 양파의 비율은 3:1 정도가 좋아요. 감자 수프는 따뜻할 때 드셔도 좋지만 이렇게 차가울 때 드셔도 너무 좋아요. 여름 감자는 분질이 많아 냉장고에 하루 넣어 두고 다음날이 되면 전분기가 가라앉으면서 더 걸쭉해져요. 전날 만든 카레가 맛있다고 하듯이 냉장고에 하루 두었다 다음 날 드시면 이렇게 쫀쫀한 감자 수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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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농부와 요리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식탁 만들기'

김희종 셰프_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채소를 먹는 습관이 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채소만 먹겠어."라는 강박보다는,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요. 집에 고기가 있으면 채소를 곁들여 먹고, 생선이 있다면 또 거기에 어울리는 채소를 함께 요리하는 식으로요. 모두가 요리사가 될 순 없으니,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를 버리지 않고 채소와 함께 잘 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황진옥 농부_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결국 중요한 건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용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식재료를 대할 때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 어떻게든 활용해보겠다는 태도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위해 식재료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건 처음 보는 재료인데?” 하고 주저하기보다,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사실 웬만한 채소는 소금으로 절이기만 해도 다 먹을 수 있거든요. 저희도 주키니를 여러 종류로 심고 있지만, 무조건 먼저 절여서 먹어봐요. 소금에 절여서 살짝 볶아보기도 하고, 후라이팬이나 오븐에 구워 맛을 테스트해요. 어떤 건 껍질이 질겨서 구웠을 때 맛이 없기도 하고, 어떤 건 아주 훌륭하기도 하죠. 이렇게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저도 계속 경험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식재료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이겨내고 다양하게 실험해보세요.
유독 더위와 긴 비로 힘들었던 이번 여름의 한가운데에 열려 더욱 뜻깊었던 8월의 지구농부 한 접시였습니다. 김희종 셰프님과 황진옥 농부님이 나누어 주신 말처럼, 거창한 다짐도 좋지만 이번 여름만큼은 '구입한 채소 버리지 않고 다 먹기.', '냉장고 속 재료 알뜰하게 활용하기.' 등 지금 당장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사소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분명 기후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에 필요한 중요한 열쇠가 되어줄 거예요.
진행 : 문소라
사진 : 박혜정
정리 : 김하경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8/9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
지난 8월 9일 올해 세 번째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이 기후위기대응공간인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시대 토양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시장으로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며 파타고니아와 함께 만들어갑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에서는 '지구농부 한 접시' 를 통해 토양을 보살피고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 그리고 농부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어느덧 농부의 친구가 된 요리사가 협업하여 건강한 제철 채소의 맛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파파팜&밀마운트의 황진옥 농부와 자연주의 요리교실 김희종 셰프가 친구가 되어, '지구농부 한 접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파파팜&밀마운트 황진옥 농부
저희는 경기도 가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과수원 1,000여평에 다품종 소량 유실수를 심었고요. 300마리의 닭을 풀어 키우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닭들이 주는 퇴비를 발효해 다품종 소량으로 허브나 채소를 재배하고 있어요. 과수원에도 마찬가지로 다품종의 유실수를 재배해서 과일도 키우고 있어요. 마르쉐에는 2018년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연주의 요리교실 김희종 셰프
채소 장보기를 좋아하며,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자연의 맛을 전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채소를 소개하고, 먹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사람들의 니즈를 다시 농부님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농부님들이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요리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가 꼭 필요한데, 그 중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친구가 된 농부와 요리사
Q. 친구가 된 지구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준비하는 <지구농부 한 접시>, 친구를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세요!
"김희종 셰프는 '낯선 채소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메신저'"
2020년도에 마르쉐에 자주 오시던 김희종 셰프님의 수강생 중 한 분이 저희 농장의 꾸러미를 구매하신 걸 보고, 셰프님께서 농장을 소개해달라고 하신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관계와 우정을 쌓아 왔습니다.
'자연주의 요리사'라는 타이틀처럼 김희종 셰프님의 요리에는 채소가 많이 쓰여요. 저희가 재배하는 채소 중에는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품종이 많은데, 셰프님께서는 이런 재료들을 요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세요. 이 채소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흔히 쓰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데요.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품종의 채소라도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면 또 다른 맛을 내요. 몇 해 간 재배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그리고 저희의 땅에 토착화되어서 여기만의 맛을 내더라고요. ‘이 채소의 맛을 어떻게 요리로 드러낼 수 있을까?’ 라는 게 저의 고민이었는데, 셰프님이 요리로 풀어내어 대중에게 소개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 주셔서 기쁩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규모를 확대해 재배하고 있어요. 오늘도 많은 양을 가져왔는데 손님들이 모두 가져가 주셨어요. 셰프님이 저희 채소를 맛보시고 “이때가 정말 맛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 시기를 체크해 두었다가 그 무렵에 집중적으로 재배해 시장에 가지고 나와 손님들께도 “지금 드시면 정말 맛있어요”라고 팁을 드리기도 합니다.
처음보다 지금은 셰프님도 채소를 더 많이 사용하시고, 저희도 덕분에 매해 더욱 섬세하게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황진옥 농부는 '빈틈 없이 채소를 키우는 농부'"
황진옥 농부님은 자신의 채소가 어떻게 요리되어 밥상에 오르는지에 대해 정말 궁금해하시는 분이에요. 또 어떤 것이 트렌드인지 계속해서 공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 만났던 작물과 지금의 작물을 비교해보면, 완성도가 정말 많이 높아졌어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요리는 요리사를 닮는다’는 말을 하듯, 채소도 농부님의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해요. 황진옥 농부님은 빈틈 없이 채소를 키우시는 분이에요. 그게 맛에서 그대로 느껴질 정도예요.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이건 내보내도 된다, 안 된다”, “이건 여기까지다” 같은 기준이 분명히 있으신데, 그 마지노선이 굉장히 까다롭고 철저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변태적인 섬세함’이 참 좋았어요. 제가 아몬드 껍질을 까서 쓰면 사람들은 절 변태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맛을 다르게 만들거든요. 결국 수고로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도 마찬가지예요. 얼마나 수고로움이 따르느냐가 그 농작물의 맛을 결정한다고 봐요.
황진옥 농부님의 채소는 점점 더 섬세하게 맛있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훌륭한 농부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여성 농부와 여성 요리사가 만나 자매애가 피어났다고 들었어요. 서로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났나요?
김희종 셰프_ 황진옥 농부님은 늘 채소와 품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셔서 처음에 뵀을 때보다 많이 성장하셨어요. 농부님이 채소를 더 잘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시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함께 커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진옥 농부_ 2013년도에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농부의 일은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시장에서 파는 것까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셰프님을 만나고부터는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농부가 씨를 심고 수확하고, 수확한 그 채소로 요리한 것을 손님들이 먹는 순간까지 농사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저희 채소를 드셔주신 여러분도 사실 농사에 동참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우리 채소가 어떻게 하면 맛을 잘 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셰프님과 협업을 하면서는 작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고려하게 되었어요. 저는 생각하지 못했던 맛을 끄집어내서 채소의 맛을 확장해 채소의 가치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절에 따라 채소의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셰프님만큼 섬세하게 알아채지는 못 했는데 덕분에 제일 맛있는 시기에 수확할 수 있도록 한 해 농사를 계획하게 되었어요.
🥗 8월의 '지구농부 한 접시' <메뉴>
바나나 잎에 싼 찐 밥 l 연잎밥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게 되었어요. 바나나 잎 안에 찹쌀, 건표고, 찰옥수수를 넣어 쪘습니다.
들기름 버섯절임 l 들기름, 맛간장, 호두를 비롯한 약간의 견과류를 버섯과 함께 절였어요.
가지크림 l 가지를 오븐이나 후라이팬에 아주 바싹 구운 다음에 껍질을 벗기고 속살만 남겨 들깨가루와 같이 소금, 후추를 넣고 블렌더에 갈았어요. 한국적이면서 여름에 먹기 부드러운 크림입니다.
주키니와 토마토 구이 l 주키니는 생으로 드셔도 맛이 좋은 채소라 팬에 살짝만 구워 사각한 식감을 살렸습니다. 찰토마토는 구웠을 때 단 맛이 많이 올라와 구워 드셔도 좋습니다. 그 옆에 작은 토마토는 체리토마토라는 품종으로 이건 생으로 드셨을 때 더 맛있기 때문에 조리하지 않고 올렸습니다.
쿠카멜론 살사 l 물에 불려 껍질을 깐 아몬드, 파프리카, 올리브, 쿠카멜론을 넣어 만든 살사입니다.
차가운 감자 수프 l 홍감자와 남작, 두 가지의 품종의 감자에 양파와 소금, 후추, 물만 더한 수프입니다. 감자 수프를 끓일 때 우유를 조금 넣어 봤더니 감자의 향이 죽더라고요, 그래서 물만 넣고 수프를 만들었습니다. 감자 수프를 만드실 때 감자와 양파의 비율은 3:1 정도가 좋아요. 감자 수프는 따뜻할 때 드셔도 좋지만 이렇게 차가울 때 드셔도 너무 좋아요. 여름 감자는 분질이 많아 냉장고에 하루 넣어 두고 다음날이 되면 전분기가 가라앉으면서 더 걸쭉해져요. 전날 만든 카레가 맛있다고 하듯이 냉장고에 하루 두었다 다음 날 드시면 이렇게 쫀쫀한 감자 수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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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농부와 요리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식탁 만들기'
김희종 셰프_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채소를 먹는 습관이 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채소만 먹겠어."라는 강박보다는,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요. 집에 고기가 있으면 채소를 곁들여 먹고, 생선이 있다면 또 거기에 어울리는 채소를 함께 요리하는 식으로요. 모두가 요리사가 될 순 없으니,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를 버리지 않고 채소와 함께 잘 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황진옥 농부_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결국 중요한 건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용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식재료를 대할 때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 어떻게든 활용해보겠다는 태도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위해 식재료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건 처음 보는 재료인데?” 하고 주저하기보다,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사실 웬만한 채소는 소금으로 절이기만 해도 다 먹을 수 있거든요. 저희도 주키니를 여러 종류로 심고 있지만, 무조건 먼저 절여서 먹어봐요. 소금에 절여서 살짝 볶아보기도 하고, 후라이팬이나 오븐에 구워 맛을 테스트해요. 어떤 건 껍질이 질겨서 구웠을 때 맛이 없기도 하고, 어떤 건 아주 훌륭하기도 하죠. 이렇게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저도 계속 경험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식재료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이겨내고 다양하게 실험해보세요.
유독 더위와 긴 비로 힘들었던 이번 여름의 한가운데에 열려 더욱 뜻깊었던 8월의 지구농부 한 접시였습니다. 김희종 셰프님과 황진옥 농부님이 나누어 주신 말처럼, 거창한 다짐도 좋지만 이번 여름만큼은 '구입한 채소 버리지 않고 다 먹기.', '냉장고 속 재료 알뜰하게 활용하기.' 등 지금 당장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사소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분명 기후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에 필요한 중요한 열쇠가 되어줄 거예요.
진행 : 문소라
사진 : 박혜정
정리 : 김하경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8/9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