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농부시장연합 제3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세계농부시장연합의 회원으로서 1명의 활동가를 총회에 파견했습니다.
WorldFMC 제3회 총회(WorldFMC The Second General Assembly)
- 장소 : 이탈리아 로마
- 기간 : 2025. 10. 9. ~ 10. 12.
- 참여 : 80여 개 국가 200여 명
세계농부시장연합(World Farmers Markets Coalition)
세계농부시장연합(World Farmers Markets Coalition, 이하 WorldFMC)은 2021년 설립된 국제 기구로, 80여 개 국가, 100여 개 연합체, 2만 8천여 개 농부시장, 33만 농민과 4억의 소비자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WorldFMC는 '커먼풀 리소스(공공재)'로서 농부시장을 정의하고 전 세계 푸드 체인 시스템의 이슈로 식량주권과 불균형의 문제를 다룹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농부시장의 가치를 인정하며, 생태농업을 응원하고 농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 아래부터는 총회에 참가한 활동가 (시선)의 눈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편안하게 읽어주세요.
Day1.
- 식전 행사 총회 등록
- 환영만찬
첫째 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전략책임자 로빈문 박사를 만나 반갑게 셔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5년 희년을 맞이하여 이탈리아는 더 많은 관광객이 모였는데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세 곳의 숙소로 나뉘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머문 곳은 Centro Pellegrini으로 수녀분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 작년 총회 이야기(↗)를 보신다면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농업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답니다.
희년에 수녀분들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머물며 총회를 지내게 된 것이 다른 호텔보다도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도착해서는 3박을 함께할 룸메이트 대만에서 온 기획자 비비안을 만났습니다. 같은 대륙끼리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준 덕에 많은 공감대를 느끼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첫날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캄파냐 아미카(Campagna Amica del Circo Massimo)' 시장이었습니다.
올해의 단체티, 모자를 전달받았고, 사흘간 필요한 서류들을 제공받았습니다. 올해는 FAO 본부에서도 진행되기에 보안을 통과하기 위한 명찰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주말에 WorldFMC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로컬푸드를 찾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보며, 농부시장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거대한 '공동의 장(Commons)'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마르쉐 시장 한 가운데 토크가 진행되는 것 처럼, 이 지역의 커먼즈에서 총회를 진행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숨가쁘게 진행될 총회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첫 날 밤은 잔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Day2.
- GA 개회 “Food for Peace”
- FAO 80주년 From Seeds to Foods 생물다양성 전시
- 청년 네트워킹
- 지역 네트워킹
- Regi
- Cena dei Popoli



🌱 FAO 80주년 From Seeds to Foods 생물다양성 전시
이번 생물다양성 전시는 작년과 달리 각 나라별로 가져와야 할 품목의 가지수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한국과 농부시장 마르쉐@를 소개하고 대표할 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매헌생명창고의 들기름, 우보농장의 백팔미, (마르쉐의 파퓰레이션 밀) 라당스밀을 들고 갔습니다. 작년에 전시할 수 있는 면적은 작아졌지만, 각국의 다양성이 함께 어우러져 전 세계 농부시장에서 온 것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80여개의 국가에서 모였는데, 한 국가 당 세 개씩 가져왔으니 240 여개의 다양성이 옹기종기 모여 농부시장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 GA 개회 “Food for Peace”
생물다양성 전시가 끝나고 본격적인 개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식장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여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인 협회인 콜디레티(Coldiretti)의 리더들은 물론, FAO 사무차장과 로마 시의원, 그리고 멀리 가나, 세네갈, 콩고 공화국에서 온 농업부 장관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었지요. 이번 총회가 단순한 연례 행사를 넘어, 전 세계가 농부시장의 가능성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세 나라의 장관들이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이유는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조성한 자금을 통해 가나의 농식품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이 자금은 가나 전역에 농부시장을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외무부의 지원 아래 진행되는 MAMi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작년 제2회 총회에서 MAMi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불과 일 년만에 큰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MAMi 프로젝트는 농부시장이 생소한 지역에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을 제공하여 새로운 시장이 뿌리내리도록 돕는 멋진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미 알렉산드리아, 나이로비, 트리폴리, 튀니지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활기찬 시장들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농부시장이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희망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청년 네트워킹 Youth Alliance Networking
점심식사 후에는 Youth Alliance Networking을 가졌습니다. 잔디가 펼쳐진 공원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주변에서 큰 원형으로 앉아 이야기합니다. 파랑색 단체티를 입고 온 SocietingLAB의 Rural Hack 친구들, 페루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친구들. 모두가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Youth만 초대받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대를 경험하며, 앞으로 존재할 시간이 비슷할 세대 간의 공감대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라온 배경과 청년의 목소리가 푸드 시스템, 로컬푸드에서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이야기 하는 자리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해 긴장이 되어 핸드폰에 다음날 발표를 위해 써두었던 대본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그러다 정제된 내용보다 차분히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핸드폰을 덮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농업과 밀접한 유년기, 멀어졌던 청소년기와 학생 시절, 그리고 농부시장 기획자로 함께 하며 청년으로서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더 많은 청년들이 왜 농부시장을 경험했으면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달을 하다보니 다음날 발표하고 싶은 내용들이 한 차례 구체화가 되었습니다.
❔Rural Hack이란? (@ruralhackit)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농업과 현대의 디지털 혁신(4.0 기술)을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태스크포스'이자 연구 커뮤니티입니다. 쉽게 말해, 시골(Rural)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조(Hack)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농업의 강점인 '장인 정신'에 '디지털 도구'를 접목해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
🗺️ 지역 네트워킹 Regional Networking
Youth Alliance Networking 이후에는 Regional Networking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회원국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지역모임도 두 배로 풍성해졌습니다. 올해는 동아시아&오세아니아가 한 그룹으로 묶여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호주까지 7개국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농부시장에 대한 인식이 국가별로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코로나 시기를 이겨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코로나를 맞으며 오히려 농부시장이 더 활성화 됐다는 국가들도 있었습니다. 그 두 국가에서는 농부시장을 사람들이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부 국가는 농부시장을 위험 존재로 여긴 곳도 있었습니다. 문화권이 비슷한 국가끼리 모여 이해가 쉬운 점도 많았지만, 각국의 특색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두 번째 날의 마지막 일정인 저녁식사를 위해 캄파냐 아미카로 이동하였고 이 곳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80여개국의 회원이 입장하는 내내 전통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진실한 맛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로 잇는 즐겁고 화기애애한 모임’, Cena dei Popoli를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Cena dei Popoli란? 서로 다른 민족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문화에서 온 전통 음식을 나누며 함께 식사하는 문화·미식 행사 |
WorldFMC 사무국으로부터 Cena dei Popoli에 대한 감사 인사로 두 병의 꿀을 챙겨와달라는 메일을 미리 받았습니다. 저는 '꿀건달'의 밤꿀과 '반팜'의 아까시꿀 두 종류를 챙겨가 나누었습니다. 접경선과 마주한 경기 북부의 밀원지에서 생산된 두 꿀의 의미를 잘 알아주길 바라며 메모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또한 준비하며 한국의 아까시꿀의 영어 표기는 Acacia 이기 때문에 해외의 Acacia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꿀건달 강효님께 여쭈어보니 아직 아까시꿀의 영어표기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표기한다고 전해 들었어요. 한국의 꿀도 더 알려진다면 정확한 표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답니다.
현장에서는 전달받은 식권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Youth Alliance Networking을 통해 알게된 Rural Hack 친구들과 금방 편해질 수 있었던 중국와 일본, 대만의 친구들과 교류를 하며 재미있는 음식 축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먹은 음식들은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캄파냐 아미카에 출점하는 농부 요리사들이 준비한 것들이었습니다. 제철의 음식들을 이용하기에 더없이 신선하고 건강하며, 정성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식은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 거리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놀라운 힘을 보여줍니다. 첫째 날 오지 못했던 일부 사람들과도 처음으로 교류를 가졌는데, Cena dei Popoli에서 준비해준 신나는 음악과 농부요리사들의 맛있는 음식 덕분에 모두가 금새 동화되어 어울릴 수 있었답니다.
Day3.
- Farmers Markets Count! for Biodiversity, lessons learned and inspiring experiences from our global count
- Mapping the World of Farmers Markets, connecting communities, knowledge, and opportunities worldwide
- Co-Labs: Campagna Amica - Best Practices, exploring innovative models from around the world
- Launch of the Youth Manifesto
- Women for Local Food



셋째 날의 시작은 매우 긴장이 되었습니다. 사흘 간의 공식 일정 중 가장 많은 세션을 들어야 하기도 했고, Launch of “Youth Manifesto - Alliance for Local Food” 세션의 패널로서 3분 발표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전날 밤부터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 Farmers Markets Count! for Biodiversity, lessons learned and inspiring experiences from our global count
오전에는 지난 FM Count에서 이야기했던 생물다양성에 대해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FM Count 세션을 들으면서 옆 자리에서 열심히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던 분께 '바빠보이네요.'하고 여쭈어보니, 다음 세션에서 발표를 해야되어서 정신없이 자료를 만들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 Mapping the World of Farmers Markets, connecting communities, knowledge, and opportunities worldwide
다음 차례는 Mapping the World of Farmers Markets, connecting communities, knowledge, and opportunities worldwide에 대한 세션으로 마르쉐가 올해 공을 들여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여서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였습니다. 아프리카 두 국가의 농부시장 초기 영향력을 제도적(거버넌스/관리/정책 환경), 사회경제적(생계/집단 행동/생산자-소비자 연계), 환경적(생물 다양성/인프라), 영양(식품 다양성 및 접근성)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룬 세션이었습니다.
이후 점심식사는 날이 좋아 코펜하겐의 Caro와 대만의 Vivian과 함께 잔디밭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자원활동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시장은 자원활동가와 함께 시장을 꾸립니다. 대만의 Vivian도 농부시장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기획자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원활동가들의 역할과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Co-Lab: Campagna Amica - Best Practices, exploring innovative models from around the world
그 이후에 진행된 Co-Lab: Campagna Amica - Best Practices, exploring innovative models from around the world 또한 같은 잔디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WorldFMC의 총괄이사이자 캄파냐 아미카의 이사이기도 한 카멜로가 이 Co-Lab을 통해 캄파냐 아미카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든 노란색 텐트가 보이면 그곳이 캄파냐 아미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캄파냐 아미카는 농부들이 직접 가공과 요리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에서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요리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행사 기간 동안 매끼 제공된 음식을 맛보며 농부들의 요리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Launch of the Youth Manifesto
이번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지역 식품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생산자, 기업가, 소비자 및 활동가를 연결하는 글로벌 청년 주도 이니셔티브인 '지역 식품을 위한 청년 연합' 의 출범이었습니다. 로마로 떠나기 8일 전 받은 패널 초대 메일은 이 총회 일정을 더욱 설레게 만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의 활동가로서, 전 세계의 많은 청년 농부와 청년 농부시장 기획자의 한 목소리로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추석을 꼬박 반납하고 저의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르쉐가 청년 시장기획자들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청년 농부들이 함께하는 농부시장을 통해,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었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합류하며 농업 현장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깃발을 세워 농부시장을 여는 순간, 이곳이 모두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임을 드러내며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길 바랐습니다.
페루 Agroferias Campesinas 농부 다윈, 미국 National Young Farmers Coalition 셸비, 이탈리아 Coldiretti 엔리코, Rural Hack의 Peju까지 함께 했던 세션을 통해 청년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지식을 공유하며, 미래의 식량 시스템을 재편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든 WorldFMC 회원들과 공유했습니다.


🚺 Women for Local Food
그 이후에는 Women for Local Food 세션에 참가하였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다섯 대륙에서의 여성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여성농민의 역할은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지만, 어느 대륙에서도 여전히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대륙과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상황이라 해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거나, 농업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등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현실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분명한 점은, 농부시장이 여성이 지역 경제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지막 저녁 식사를 위해 캄파냐 아미카로 이동하였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이틀 동안 전시되었던 물건을 다시 돌려 받고 서로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스태프가 전시장에서 챙겨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들기름과 쌀은 분실되어 아쉽게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라당스 밀은 올리브 오일과 핸드워시를 준비해 준 레바논 팀에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추가로 챙겨 온 꿀스틱 두 종류와 라당스 밀, 김까지 8국가에 (중국, 일본, 대만, 이집트, 터키, 태국, 베트남, 호주, 아르헨티나, 페루) 전달하였습니다.
큰 숙제를 해치우니, 저녁식사가 지금껏 모든 식사 중 유난히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션 중 팔레스타인 연대를 표한 이집트 팀에 가서 인사를 하기도 했고, Mapping 관련 발표를 해준 탄자니아의 Furaha에게도 데이터 관련 궁금증을 털어놓으며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가장 바빴던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일정을 남긴 밤은 아쉽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동 시간대에 두 세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어야 할 때 서로 하나씩 듣고 내용을 공유했던 비비안과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언젠가 한국과 대만의 농부시장 교류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Day4
- Farmers Markets: Tools for local development / Farmers Markets Awards Ceremony!




Farmers Markets: Tools for local development
WorldFMC에 소속되어 있는 국가, 단체만 남아 합의문을 같이 읽고 서명을 했습니다. 모두가 농부시장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명확하고 공통된 정의를 요구합니다. 농부시장은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중심지이며, 생물 다양성 보존의 공간이자 지역 경제 및 환경 회복력 증진의 촉매제임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정책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Farmers Markets Awards Ceremony!
그 이후에는 Farmers Markets Awards가 이어졌습니다. 이 시상은 농부 개개인은 물론, 시장 운영자와 도시까지 함께 조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농부시장을 통해 미래의 식량 안보를 재편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았습니다.
이번 7월 Farmers Markets Awards '올해의 농부' 후보 등록을 준비하며, 우보농장 이근이 농부님의 역사를 모으는 데 언덕과 소라, 버들이 큰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비록 최종 수상은 페루의 Milly Saravia 농부에게 돌아갔지만, 농업과 농부시장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온 Milly의 이야기를 들으면 박수와 애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고의 농부상은 페루의 농부 Milly에게, 최고의 시장기획자상은 케냐의 Dennis에게 최고의 도시상은 로마가 각각 수상하였습니다.
Farmers Markets Awards는 그들의 개인적 삶에 박수를 보내는 것 이상으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농부시장이 음식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가 형성되고, 생물 다양성이 보호되며, 경제가 재구상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공식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026년의 총회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마지막 점심을 먹으며 이후 개인 일정을 이야기 하다가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콜로세움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나라로 돌아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4일간의 짧지만 강하고 끈끈한 연대를 경험했습니다.
공식 테이블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국가별로, 조직별로 시장 기획자가 온 경우도 있었고, 농부이자 기획자인 사람, 농부시장의 중요 출점자인 사람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각자의 시선과 관점은 다르더라도 결국 모두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농부시장을 잘 꾸려가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간에 대한 고민부터 농부시장 운영을 위한 재정 문제, 출점자들과의 관계, 시장의 안정적 설치, 함께하는 자원활동가 관리, 커먼즈에 대한 국가별 인식, 농부시장에서 농부의 역할, 데이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몇 줄 짜리 페이퍼에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년 총회 전 까지, FM Count를 통해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나니 개인적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들도 분명해졌습니다. "Youth Alliance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두 장의 문서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마르쉐@ 청년활동가들의 고민은 결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눈다면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때로는 훨씬 쉽게 풀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마르쉐@가 어떤 영향을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 어떤 설계가 필요할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일지부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까지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FAO에서 연구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Furaha와도 밀접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WorldFMC 홈페이지에서도 소개된 MarketWurks(↗) 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출점자 데이터를 관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데이터 관리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면, 지금까지 서류 작업에 들였던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WFMC 총회에서의 나흘간의 시간은 한 해를 다시 다잡을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2026년의 WorldFMC 제4회 총회는 또 다른 활동가가 이 자리를 경험하며,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연대의 힘과 농부시장이 전 세계의 푸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라는 자긍심을 안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세션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WorldFMC 홈페이지 > Our NEWS > Articles(↗)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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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시선
지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농부시장연합 제3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세계농부시장연합의 회원으로서 1명의 활동가를 총회에 파견했습니다.
WorldFMC 제3회 총회(WorldFMC The Second General Assembly)
- 장소 : 이탈리아 로마
- 기간 : 2025. 10. 9. ~ 10. 12.
- 참여 : 80여 개 국가 200여 명
세계농부시장연합(World Farmers Markets Coalition)
세계농부시장연합(World Farmers Markets Coalition, 이하 WorldFMC)은 2021년 설립된 국제 기구로, 80여 개 국가, 100여 개 연합체, 2만 8천여 개 농부시장, 33만 농민과 4억의 소비자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WorldFMC는 '커먼풀 리소스(공공재)'로서 농부시장을 정의하고 전 세계 푸드 체인 시스템의 이슈로 식량주권과 불균형의 문제를 다룹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농부시장의 가치를 인정하며, 생태농업을 응원하고 농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 아래부터는 총회에 참가한 활동가 (시선)의 눈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편안하게 읽어주세요.
첫째 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전략책임자 로빈문 박사를 만나 반갑게 셔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5년 희년을 맞이하여 이탈리아는 더 많은 관광객이 모였는데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세 곳의 숙소로 나뉘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머문 곳은 Centro Pellegrini으로 수녀분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 작년 총회 이야기(↗)를 보신다면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농업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답니다.
희년에 수녀분들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머물며 총회를 지내게 된 것이 다른 호텔보다도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도착해서는 3박을 함께할 룸메이트 대만에서 온 기획자 비비안을 만났습니다. 같은 대륙끼리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준 덕에 많은 공감대를 느끼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첫날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캄파냐 아미카(Campagna Amica del Circo Massimo)' 시장이었습니다.
올해의 단체티, 모자를 전달받았고, 사흘간 필요한 서류들을 제공받았습니다. 올해는 FAO 본부에서도 진행되기에 보안을 통과하기 위한 명찰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주말에 WorldFMC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로컬푸드를 찾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보며, 농부시장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거대한 '공동의 장(Commons)'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마르쉐 시장 한 가운데 토크가 진행되는 것 처럼, 이 지역의 커먼즈에서 총회를 진행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숨가쁘게 진행될 총회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첫 날 밤은 잔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 FAO 80주년 From Seeds to Foods 생물다양성 전시
이번 생물다양성 전시는 작년과 달리 각 나라별로 가져와야 할 품목의 가지수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한국과 농부시장 마르쉐@를 소개하고 대표할 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매헌생명창고의 들기름, 우보농장의 백팔미, (마르쉐의 파퓰레이션 밀) 라당스밀을 들고 갔습니다. 작년에 전시할 수 있는 면적은 작아졌지만, 각국의 다양성이 함께 어우러져 전 세계 농부시장에서 온 것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80여개의 국가에서 모였는데, 한 국가 당 세 개씩 가져왔으니 240 여개의 다양성이 옹기종기 모여 농부시장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 GA 개회 “Food for Peace”
생물다양성 전시가 끝나고 본격적인 개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식장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여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인 협회인 콜디레티(Coldiretti)의 리더들은 물론, FAO 사무차장과 로마 시의원, 그리고 멀리 가나, 세네갈, 콩고 공화국에서 온 농업부 장관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었지요. 이번 총회가 단순한 연례 행사를 넘어, 전 세계가 농부시장의 가능성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세 나라의 장관들이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이유는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조성한 자금을 통해 가나의 농식품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이 자금은 가나 전역에 농부시장을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외무부의 지원 아래 진행되는 MAMi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작년 제2회 총회에서 MAMi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불과 일 년만에 큰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MAMi 프로젝트는 농부시장이 생소한 지역에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을 제공하여 새로운 시장이 뿌리내리도록 돕는 멋진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미 알렉산드리아, 나이로비, 트리폴리, 튀니지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활기찬 시장들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농부시장이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희망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청년 네트워킹 Youth Alliance Networking
점심식사 후에는 Youth Alliance Networking을 가졌습니다. 잔디가 펼쳐진 공원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주변에서 큰 원형으로 앉아 이야기합니다. 파랑색 단체티를 입고 온 SocietingLAB의 Rural Hack 친구들, 페루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친구들. 모두가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Youth만 초대받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대를 경험하며, 앞으로 존재할 시간이 비슷할 세대 간의 공감대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라온 배경과 청년의 목소리가 푸드 시스템, 로컬푸드에서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이야기 하는 자리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해 긴장이 되어 핸드폰에 다음날 발표를 위해 써두었던 대본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그러다 정제된 내용보다 차분히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핸드폰을 덮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농업과 밀접한 유년기, 멀어졌던 청소년기와 학생 시절, 그리고 농부시장 기획자로 함께 하며 청년으로서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더 많은 청년들이 왜 농부시장을 경험했으면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달을 하다보니 다음날 발표하고 싶은 내용들이 한 차례 구체화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농업과 현대의 디지털 혁신(4.0 기술)을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태스크포스'이자 연구 커뮤니티입니다. 쉽게 말해, 시골(Rural)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조(Hack)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농업의 강점인 '장인 정신'에 '디지털 도구'를 접목해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 지역 네트워킹 Regional Networking
Youth Alliance Networking 이후에는 Regional Networking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회원국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지역모임도 두 배로 풍성해졌습니다. 올해는 동아시아&오세아니아가 한 그룹으로 묶여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호주까지 7개국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농부시장에 대한 인식이 국가별로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코로나 시기를 이겨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코로나를 맞으며 오히려 농부시장이 더 활성화 됐다는 국가들도 있었습니다. 그 두 국가에서는 농부시장을 사람들이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부 국가는 농부시장을 위험 존재로 여긴 곳도 있었습니다. 문화권이 비슷한 국가끼리 모여 이해가 쉬운 점도 많았지만, 각국의 특색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두 번째 날의 마지막 일정인 저녁식사를 위해 캄파냐 아미카로 이동하였고 이 곳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80여개국의 회원이 입장하는 내내 전통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진실한 맛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로 잇는 즐겁고 화기애애한 모임’, Cena dei Popoli를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서로 다른 민족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문화에서 온 전통 음식을 나누며 함께 식사하는 문화·미식 행사
WorldFMC 사무국으로부터 Cena dei Popoli에 대한 감사 인사로 두 병의 꿀을 챙겨와달라는 메일을 미리 받았습니다. 저는 '꿀건달'의 밤꿀과 '반팜'의 아까시꿀 두 종류를 챙겨가 나누었습니다. 접경선과 마주한 경기 북부의 밀원지에서 생산된 두 꿀의 의미를 잘 알아주길 바라며 메모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또한 준비하며 한국의 아까시꿀의 영어 표기는 Acacia 이기 때문에 해외의 Acacia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꿀건달 강효님께 여쭈어보니 아직 아까시꿀의 영어표기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표기한다고 전해 들었어요. 한국의 꿀도 더 알려진다면 정확한 표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답니다.
현장에서는 전달받은 식권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Youth Alliance Networking을 통해 알게된 Rural Hack 친구들과 금방 편해질 수 있었던 중국와 일본, 대만의 친구들과 교류를 하며 재미있는 음식 축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먹은 음식들은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캄파냐 아미카에 출점하는 농부 요리사들이 준비한 것들이었습니다. 제철의 음식들을 이용하기에 더없이 신선하고 건강하며, 정성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식은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 거리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놀라운 힘을 보여줍니다. 첫째 날 오지 못했던 일부 사람들과도 처음으로 교류를 가졌는데, Cena dei Popoli에서 준비해준 신나는 음악과 농부요리사들의 맛있는 음식 덕분에 모두가 금새 동화되어 어울릴 수 있었답니다.
셋째 날의 시작은 매우 긴장이 되었습니다. 사흘 간의 공식 일정 중 가장 많은 세션을 들어야 하기도 했고, Launch of “Youth Manifesto - Alliance for Local Food” 세션의 패널로서 3분 발표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전날 밤부터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 Farmers Markets Count! for Biodiversity, lessons learned and inspiring experiences from our global count
오전에는 지난 FM Count에서 이야기했던 생물다양성에 대해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FM Count 세션을 들으면서 옆 자리에서 열심히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던 분께 '바빠보이네요.'하고 여쭈어보니, 다음 세션에서 발표를 해야되어서 정신없이 자료를 만들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 Mapping the World of Farmers Markets, connecting communities, knowledge, and opportunities worldwide
다음 차례는 Mapping the World of Farmers Markets, connecting communities, knowledge, and opportunities worldwide에 대한 세션으로 마르쉐가 올해 공을 들여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여서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였습니다. 아프리카 두 국가의 농부시장 초기 영향력을 제도적(거버넌스/관리/정책 환경), 사회경제적(생계/집단 행동/생산자-소비자 연계), 환경적(생물 다양성/인프라), 영양(식품 다양성 및 접근성)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룬 세션이었습니다.
이후 점심식사는 날이 좋아 코펜하겐의 Caro와 대만의 Vivian과 함께 잔디밭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자원활동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시장은 자원활동가와 함께 시장을 꾸립니다. 대만의 Vivian도 농부시장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기획자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원활동가들의 역할과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Co-Lab: Campagna Amica - Best Practices, exploring innovative models from around the world
그 이후에 진행된 Co-Lab: Campagna Amica - Best Practices, exploring innovative models from around the world 또한 같은 잔디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WorldFMC의 총괄이사이자 캄파냐 아미카의 이사이기도 한 카멜로가 이 Co-Lab을 통해 캄파냐 아미카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든 노란색 텐트가 보이면 그곳이 캄파냐 아미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캄파냐 아미카는 농부들이 직접 가공과 요리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에서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요리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행사 기간 동안 매끼 제공된 음식을 맛보며 농부들의 요리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Launch of the Youth Manifesto
이번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지역 식품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생산자, 기업가, 소비자 및 활동가를 연결하는 글로벌 청년 주도 이니셔티브인 '지역 식품을 위한 청년 연합' 의 출범이었습니다. 로마로 떠나기 8일 전 받은 패널 초대 메일은 이 총회 일정을 더욱 설레게 만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의 활동가로서, 전 세계의 많은 청년 농부와 청년 농부시장 기획자의 한 목소리로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추석을 꼬박 반납하고 저의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르쉐가 청년 시장기획자들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청년 농부들이 함께하는 농부시장을 통해,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었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합류하며 농업 현장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깃발을 세워 농부시장을 여는 순간, 이곳이 모두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임을 드러내며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길 바랐습니다.
페루 Agroferias Campesinas 농부 다윈, 미국 National Young Farmers Coalition 셸비, 이탈리아 Coldiretti 엔리코, Rural Hack의 Peju까지 함께 했던 세션을 통해 청년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지식을 공유하며, 미래의 식량 시스템을 재편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든 WorldFMC 회원들과 공유했습니다.
🚺 Women for Local Food
그 이후에는 Women for Local Food 세션에 참가하였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다섯 대륙에서의 여성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여성농민의 역할은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지만, 어느 대륙에서도 여전히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대륙과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상황이라 해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거나, 농업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등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현실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분명한 점은, 농부시장이 여성이 지역 경제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지막 저녁 식사를 위해 캄파냐 아미카로 이동하였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이틀 동안 전시되었던 물건을 다시 돌려 받고 서로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스태프가 전시장에서 챙겨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들기름과 쌀은 분실되어 아쉽게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라당스 밀은 올리브 오일과 핸드워시를 준비해 준 레바논 팀에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추가로 챙겨 온 꿀스틱 두 종류와 라당스 밀, 김까지 8국가에 (중국, 일본, 대만, 이집트, 터키, 태국, 베트남, 호주, 아르헨티나, 페루) 전달하였습니다.
큰 숙제를 해치우니, 저녁식사가 지금껏 모든 식사 중 유난히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션 중 팔레스타인 연대를 표한 이집트 팀에 가서 인사를 하기도 했고, Mapping 관련 발표를 해준 탄자니아의 Furaha에게도 데이터 관련 궁금증을 털어놓으며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가장 바빴던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일정을 남긴 밤은 아쉽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동 시간대에 두 세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어야 할 때 서로 하나씩 듣고 내용을 공유했던 비비안과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언젠가 한국과 대만의 농부시장 교류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Farmers Markets: Tools for local development
WorldFMC에 소속되어 있는 국가, 단체만 남아 합의문을 같이 읽고 서명을 했습니다. 모두가 농부시장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명확하고 공통된 정의를 요구합니다. 농부시장은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중심지이며, 생물 다양성 보존의 공간이자 지역 경제 및 환경 회복력 증진의 촉매제임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정책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Farmers Markets Awards Ceremony!
그 이후에는 Farmers Markets Awards가 이어졌습니다. 이 시상은 농부 개개인은 물론, 시장 운영자와 도시까지 함께 조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농부시장을 통해 미래의 식량 안보를 재편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았습니다.
이번 7월 Farmers Markets Awards '올해의 농부' 후보 등록을 준비하며, 우보농장 이근이 농부님의 역사를 모으는 데 언덕과 소라, 버들이 큰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비록 최종 수상은 페루의 Milly Saravia 농부에게 돌아갔지만, 농업과 농부시장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온 Milly의 이야기를 들으면 박수와 애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고의 농부상은 페루의 농부 Milly에게, 최고의 시장기획자상은 케냐의 Dennis에게 최고의 도시상은 로마가 각각 수상하였습니다.
Farmers Markets Awards는 그들의 개인적 삶에 박수를 보내는 것 이상으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농부시장이 음식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가 형성되고, 생물 다양성이 보호되며, 경제가 재구상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공식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026년의 총회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마지막 점심을 먹으며 이후 개인 일정을 이야기 하다가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콜로세움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나라로 돌아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4일간의 짧지만 강하고 끈끈한 연대를 경험했습니다.
공식 테이블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국가별로, 조직별로 시장 기획자가 온 경우도 있었고, 농부이자 기획자인 사람, 농부시장의 중요 출점자인 사람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각자의 시선과 관점은 다르더라도 결국 모두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농부시장을 잘 꾸려가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간에 대한 고민부터 농부시장 운영을 위한 재정 문제, 출점자들과의 관계, 시장의 안정적 설치, 함께하는 자원활동가 관리, 커먼즈에 대한 국가별 인식, 농부시장에서 농부의 역할, 데이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몇 줄 짜리 페이퍼에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년 총회 전 까지, FM Count를 통해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나니 개인적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들도 분명해졌습니다. "Youth Alliance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두 장의 문서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마르쉐@ 청년활동가들의 고민은 결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눈다면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때로는 훨씬 쉽게 풀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마르쉐@가 어떤 영향을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 어떤 설계가 필요할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일지부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까지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FAO에서 연구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Furaha와도 밀접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WorldFMC 홈페이지에서도 소개된 MarketWurks(↗) 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출점자 데이터를 관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데이터 관리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면, 지금까지 서류 작업에 들였던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WFMC 총회에서의 나흘간의 시간은 한 해를 다시 다잡을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2026년의 WorldFMC 제4회 총회는 또 다른 활동가가 이 자리를 경험하며,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연대의 힘과 농부시장이 전 세계의 푸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라는 자긍심을 안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세션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WorldFMC 홈페이지 > Our NEWS > Articles(↗)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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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