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농부[2025년 12월] 지구농부 한 접시 with 원슈가데이 그로서리 X 작은 알자스 X 천의바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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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채 녹지 않은 지난 12월 6일 토요일, 올해의 마지막 작은지구농부시장이 기후위기대응공간인 카페 어스돔에서 열렸습니다. 

작은지구농부시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땅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최소경운, 덮개작물, 섞어짓기, 유기물순환, 동물복지 등 땅을 살리는 농법을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일구는 '지구농부'를 응원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와 마르쉐@가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이 시장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준비하는 '지구농부 한 접시' 입니다. 기후위기에 맞서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며 토양을 보살피고 자연과 협력하는 농부, 그리고 그 농부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어느덧 농부의 든든한 친구가 된 요리사가 협업하여 건강한 제철 채소의 맛을 전합니다.

이번 12월 지구농부 한 접시는 '생명역동농법'의 이야기를 담아 더욱 뜻깊었습니다. 땅에서 식탁으로의 여정을 '한결같지만 새롭게' 플레이트와 식료품에 담아내는 <원슈가데이 그로서리>의 샘&유진 요리사, 경기 포천에서 고추와 쌀, 들깨를 재배하는 <천의바람농장>의 김성택 농부, 그리고 충주 수안보에서 사과와 포도를 기르며 내추럴 와인을 빚는 <작은알자스>의 도미니크 에어케(Dominique Herque) &신이현 농부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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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지구농부 한 접시 메뉴

- 햇고춧가루, 내추럴 레드와인으로 끓인
따뜻한 크리스마스 스튜

- 토종들깨 우리밀 롤브레드

- 쐐기풀 크래커와 속노란 서리태 스프레드

- 딩켈밀 생면 화이트 무청 크림 라자냐

- 내추럴 로제와인으로 마리네이드한
토종생강과 유자 무 샐러드

- 땅콩호박 크림 뇨끼

- 보늬밤을 올린 바닐라 크림 타르트


12월 지구농부 한 접시는 연말을 앞두고 따뜻한 스튜와 라자냐 등 크리스마스 파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메뉴들로 차려졌습니다. 공간을 가득 채운 맛있고 포근한 기운에 함께한 모두의 마음이 기분 좋게 들떴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후 변화를 온몸으로 실감했던 2025년. 다사다난했던 사계절의 기록을 접시 위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던 <원슈가데이 그로서리>는 '생명에 대한 축복',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찾아올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기로 했습니다. 그 속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을 틔워내기 위해 농부들이 흘린 정직한 땀과 풍성한 결실에 대한 감사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이번 지구농부 한 접시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농부의 재료들이었습니다. 모든 메뉴에는 <천의바람농장>과 <작은알자스>에서 온 작물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고춧가루가 들어갔다니!', '이 요리의 풍미는 와인이 주는 거였구나!"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는 아이처럼, 요리를 하나 하나 음미하며 그에 담긴 채소를 탐구해 보는 재미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슈가데이 그로서리>는 이 다정한 맛을 집에서도 즐겨보기를 권하며, 고춧가루를 더한 '크리스마스 스튜' 레시피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
"스튜용 채수를 낼 때 토마토와 함께

말린 고추를 같이 넣고 끓여 보세요.

감기 걸리기 쉬운 추운 겨울날,
몸의 에너지를 기분 좋게 끓어올리는 데는
고춧가루만한 게 없어요. 

스튜를 만들 때 어떤 채소를 사는 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 보세요.

그리고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기보다 계절과 날씨에 맞춰 내 몸에서 이끄는 소리를 듣고 요리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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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알자스>의 와인도 더해져 식탁을 더욱 빛내주었습니다. 이번 '지구농부 한 접시'를 위해 준비된 와인은 평소 시중에서는 만날 수 없는, 오직 양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것이라 그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지난 8월, 뜨거운 햇살 아래 수확한 포도를 껍질째 일주일간 발효하고, 채 발효가 끝나기 전 병에 담아낸 와인입니다. 아직 발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병입했기에 효모가 만들어낸 천연 탄산이 가득 담겨, 한 모금 머금으면 경쾌하고 가벼운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포도 본연의 생생한 맛과 향이 진하게 어우러진 이 와인은 원슈가데이 그로서리의 요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우리를 충주 수안보 농장의 풍경 속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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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와인을 맛보며 농부, 요리사와의 대화도 곁들여졌습니다. 먼저 오늘의 '지구농부 한 접시'를 정성껏 준비해 주신 <원슈가데이 그로서리>의 소개로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원슈가데이 그로서리>는 2017년부터 제철 농산물로 요리하고 식료품을 만드는 작은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계절을 일궈내는 농부님들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마르쉐를 통해 인연을 맺은 농부님들과 깊이 교류하며, 땅에서 작물이 자라나는 생동감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요리에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처음에는 재료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정작 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미디어나 책으로 수없이 접했어도
몸으로 느끼지 못하니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죠. 

그래서 식당을 주 6일 운영하면서도
쉬는 날 하루는 꼭 텃밭으로 달려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농사는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이렇다 할 수확물을 거두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농부님들의 수고를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부님들을 직접 만나며 땅에서 생명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과정을 직접 몸으로 배우고 익혔습니다.


💬
"올해 여름은 특히 무더웠는데요.

<작은알자스> 농장에서 포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잡는 작업을 함께했어요.
약을 쓰지 않고 뜨거운 볕 아래서 
벌레를 잡아내던
고된 시간을 거친 뒤 맛본 와인은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마실 수 없는 맛'이었어요.

그 한 잔에 담긴 수고로움을 몸소 느꼈기에,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께
전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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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슈가데이 그로서리>에게 농사와 땅, 그리고 농부의 이야기는 요리의 영감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단순히 좋은 식재료를 수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농부의 삶이 펼쳐지는 농장을 수시로 찾습니다. 특히 오늘 '지구농부 한 접시'를 함께 준비한 소중한 친구 농장인 <천의바람농장>과 <작은알자스>는 가장 자주 발걸음하는 농장이기도 합니다. 식재료를 넘어 삶의 에너지를 얻어오게 된다는 농장 방문기를 샘과 유진이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천의바람농장으로 향하는 길, 유진과 샘의 마음은 이미 두근거림으로 가득합니다. 땅을 되살리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에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주방에 서 있느라 생긴 근막염도 농장에만 다녀오면 씻은 듯 사라집니다. 언제나 두 사람은 땅 위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
"슬럼프가 올 때면 고추숲이 우거진

농장의 풍경을 떠올려요.
천의바람농장 특유의 맑은 꽃 향기를 맡으며

밭 사이를 걷다 보면 생명력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치유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힘들 때마다 제가 '농장 가고 싶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갈 때마다 늘 처음인 것처럼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는
농부님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저희는 오늘도 한 접시의 요리를 내어놓습니다."


원슈가데이 그로서리와 작은알자스의 신이현 작가이자 농부님과의 인연은 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역동농법을 실천하는 <천의바람농장>과 <작은알자스>에서 워크숍에 참여하고, 농사일을 돕는 모든 시간은 유진과 샘에게 요리사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작은알자스 농부님의 부탁으로 포천에서 충주까지 평화나무농장의 강아지를 데려다주었던 일화처럼, 두 사람은 농부를 돕는 일이 결국 요리사인 자신들을 살찌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유진과 샘은 자연의 에너지를 한 접시에의 요리에 담아 손님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법을 고민합니다.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결국 마지막에 머문다'는

말처럼 농부와 요리사, 그리고 손님은 결국
한곳에 같이 머문다고 생각해요.

그 물을 맑게 정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임을 알기에,
땅과 식탁 사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참 많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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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요리사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 주는 천의바람농장은 2021년 경기도 포천 관인면에서 '자연과 사람을 이롭게'라는 표어와 함께 1,500평으로 시작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논과 밭을 합쳐 1만 평 규모의 당당한 생태계로 성장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추와 들깨, 벼를 주작물로 삼고 40여 가지 작물을 기르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합니다. 농부의 가족뿐만 아니라 리트리버 '역동이', 송아지 '소풍이', 산양과 닭들이 한데 어우러져 농장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갑니다.

오늘 함께한 두 농장이 실천하고 있는 '생명역동농법(Biodynamic Agriculture)'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생명역동농법은 농장을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땅이 아닌, 논과 밭, 축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보는 100년 전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생명역동농법은 땅의 생명력이 쇠퇴하고

수탈당하는 것을 막는 농법입니다.
9가지 천연 증폭제를 사용하고

별자리와 달의 움직임을 고려한 파종 달력을 지키며,
농장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춘 하나의 완결된 세계가

되도록 가꾸는 것이 핵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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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부로서 아홉 번째 여름을 맞이한 그에게도 이번 폭염은 유독 혹독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농장은 4년 연속 풍년을 맞이했습니다. 남부 지방의 수해 소식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기후 위기 속에서 거둔 이 값진 결실 뒤에는 천의바람농장 김성택 농부의 선제적인 고민과 '벗'들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농부는 기후변화로 빨라진 더위에 맞춰 파종 시기를 앞당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농사에서 '때'를 놓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분주해진 일손을 유진과 샘 같은 친구들이 제때 찾아와 채워주었고, 덕분에 기후 위기 속에서도 풍년의 결과물을 함께 누릴 수 있었습니다.


💬
"농사를 지은 지 9년째 되다 보니,

이전에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격언들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공자가 말한 
'멀리서 친구가 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입니다.

귀농을 하니 모든 친구가 저희를 만나러
먼 길을 달려와 주는데,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개인적으로 농사의 완성은
결국 '요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그것도 요리사가 직접 농장에 와
일손을 거들고 제 농사를 완성해주니,
샘과 유진은 제게 

'농사를 완성시켜 주는 기쁜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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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충주 수안보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며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작은알자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작은알자스> 퍼머컬처 농법과 생명역동농법으로 정성껏 포도를 가꾸고 와인을 양조하는 곳입니다. 

도미니크와 신이현 두 농부에게도 원슈가데이 그로서리의 두 사람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는 농업의 정점이 ‘술’이라면, 그 꽃을 피워내는 것은 결국 ‘요리’라고 믿습니다. 유진과 샘이 농장을 방문할 때마다 땅과 밭을 세심하게 살피고, 와인을 여러 방식으로 해석해 내고 요리하는 모습에서 그는 매번 새로운 영감을 얻습니다.


💬
"농업의 꽃이 술이라면, 그 꽃을 가장 아름답게
피워주는 것이 바로 요리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와인을 마실 때 단순히 맛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밭의 상태와 식재료를 연결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와인을 새롭게 해석해 내요.

샘과 유진은 작은 알자스의 와인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와인의 마법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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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알자스의 두 농부에게 유진, 샘과 함께하는 밭 산책은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잡초 하나에서도 식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피어나는 모든 생명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요리사의 시선은 농부에게도 큰 기쁨이 됩니다. 오랜 시간 농장에 머물며 노는 듯, 일하는 듯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 온 이들은 이제 농부에게 떼어놓고 싶지 않은 소중한 가족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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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월 '지구농부 한 접시'는 <천의바람농장>과 <작은알자스>, 그리고 <원슈가데이 그로서리>가 보여준 끈끈한 우정과 연대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일구어 온 여정을 마주하며, 농부의 밭은 요리사의 접시 위에서 완성되고 요리사의 영감은 다시 농부의 밭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진행: 마르쉐친구들 정다정
사진: 박혜정
정리: 마르쉐친구들 김하경


🍀마르쉐 작은지구농부시장@필동🍀
12/6 (토) 11:00~14:00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46,
어스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