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가 함께 하는 [지구농부 프로젝트] 2024 두 번째 지구농부 필드트립은 2024년 7월 2일, 충청북도 충주의 작은알자스, 슬로우파머, 스페이스선 이렇게 세 곳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날 비가 왔습니다. 극으로 치닫는 기후의 영향 때문에 물 피해가 염려되는 농부님들도 있었을 겁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땀 흘리던 농부님들에게는 일터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과 배움의 기회가 되었던 시간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마르쉐 친구들에게는 생명역동농법, 먹거리 숲, 생명을 존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X 파타고니아 [지구농부 프로젝트]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탄소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땅에 가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농부들을 지구농부라고 일컫습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구농부포럼, 농부시장@목동_지구농, 지구농부필드트립, 작은지구농부시장이 2024년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작은알자스 (충청북도 충주 수안보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작은알자스 입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에 와 보신 분들 중에서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는 프랑스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프랑스 알자스가 고향인 도미니크가 한국인 신이현 작가를 만나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충북 충주에 정착했습니다. 도미니크는 이곳에서 퍼머컬처 방식, 생명역동농업 방식 등으로 포도밭을 일궈오고 있습니다.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양조장 ‘레돔'도 지었습니다. 도미니크의 곁에 작은알자스와 레돔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전하는 신이현 작가와 도미니크를 닮아 말수가 적고 성실한 아들이 함께 합니다. 작은알자스 팀은 충주 수안보의 검은 흙과 따스한 태양이 만들어낸 포도와 사과로 내추럴 와인과 시드르를 만들어 농부시장 마르쉐에 선보이고 있지요. 작은알자스의 이야기는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떼루아의 맛> 등 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답니다.



마을 입구에 전세버스를 세우고 오솔길을 오르자, 오른편으로 완만한 경사면의 포도밭이 보였습니다. 포도밭을 지나자 하얀 색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 곳이 작은알자스의 과일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양조장 '레돔'이자, 작은알자스 가족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동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발효조와 벽에 걸린 와인들이 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이 기대되었으니까요.




작은알자스의 주요 작물은 포도입니다. 4가지 다른 종류의 포도들을 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굉장한 이점이 있습니다. 포도는 병충해가 생기면 전염이 잘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포도를 한 줄 씩 번갈아 심어준다고 해요. 이렇게 다양한 종류를 번갈아 심으면, A포도에 병충해가 생기더라도 옆 줄의 B포도로 전염이 안 되어 살아남는 식으로 기후 변화나 병충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합니다.
작은알자스 포도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물이 있습니다. 바로 “호밀"입니다. 포도 수확이 끝나고 식물의 초록 생명력이 다해가는 늦가을이 되면 포도밭에 호밀을 뿌린다고 합니다. 싹을 틔운 호밀은 추운 겨울 동안 땅 위를 덮는 카페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땅 아래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적당한 온도에서 활동하며 다음해 농사에 필요한 영양분들을 만들고 있겠지요. 이른 봄 키가 자란 호밀은 찬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 주고, 다른 잡초가 자리잡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호밀을 밟거나 베어 땅에 눕혀 놓습니다. 포도밭의 닭과 거위들이 호밀을 쪼아먹고 분변을 생산하고 또 땅을 파헤치며 돌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유기물과 흙이 섞이게 됩니다. 결국 호밀이 땅 속 미생물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포도가 더욱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포도밭 주위로 심은 큰 나무들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작은알자스 포도밭 주변에는 헤이즐넛, 떡갈나무, 회화나무, 감나무, 자두나무 등 큰 나무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 큰 나무들에는 숲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포도밭에 있는 밭 작물들에게 전하게 되지요. 식물들의 연결고리와 소통의 방식은 참 신비롭습니다. 큰 나무 아래에는 균들이 자리합니다. 환경이 잘 맞으면 버섯이 자라기도 합니다. 버섯은 밭의 수분 조절에도 도움을 주고, 밭의 생태계를 위한 좋은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며, 작물에 좋은 영양소가 되기도 합니다. 큰 나무를 심은 덕분에 덤으로 열매와 버섯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포도밭에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멀칭하는 것은 호밀만이 아닙니다. 버드나무 가지, 포도나무 가지, 토끼풀, 딸기, 깻단과 같은 식물입니다. 어떤 식물은 마치 항생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땅 속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쐐기풀, 컴프리의 씨앗도 많이 뿌렸습니다. 이 식물들을 잘 발효시켜 밭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미를 밭 곳곳에 심어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벌레들이 어디에 어떤 환경에서 출몰하는지 장미를 보고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도미니크가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농사 지식을 알게 됐는지도 궁금했습니. 도미니크는 프랑스에서 IT기업의 컴퓨터 에니지어였습니다. 매일 컴퓨터만 바라보던 직업이었죠. 그러나 그의 마음 한 편에 포도를 기르고 싶다는 꿈이 항상 있었다고 합니다. 소위 번아웃을 느끼던 무렵, 늦기 전에 농사에 뛰어들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지요. 도미니크가 자란 알자스는 독일과 가까웠고, 그곳에서는 독일에서 시작된 생명역동농업을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다양한 농사법이 일찍부터 발달했습니다. 식물과 숲을 잘 알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에서 포도밭을 보고 자랗기 때문이었겠지요.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는 농업학교에 다시 진학해 이론과 기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신이현 작가님은 도미니크가 뜻을 세우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합니다. 도미니크는 한국에 온 후로도 포도밭을 살릴 궁리를 매일 했다고 합니다.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는 ‘평화나무농장'의 김준권 농부님을 찾아가서 교류하고, 유튜브를 보며 연구하는 등 늘 땅과 식물을 보며 연구하는 모든 노력들이 지금의 작은알자스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발표를 들은 이후 작은알자스에서 준비해주신 프랑스 가정식 요리에 까뮈브레드의 사워도우, 미트로칼 소세지를 곁들여 다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빗속에 따끈한 빵을 안고 달려와준 까뮈브레드 덕분에 더욱 따뜻한 식탁이 되었습니다. 내추럴 와인과 함께 모두의 마음이 모여 맛있게 차려진 식사는 말 그대로 꿀맛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포도밭으로 나갔습니다. 물을 머금고 싱그러워진 잎사귀들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포도밭을 설명하는 신이현 작가님(좌)과 서로 다른 종류의 포도를 번갈아 심어놓은 포도나무 이랑(우)입니다. 우리나라의 보통 포도밭은 포도나무 가지가 넓게 퍼지도록 지지대를 세웁니다. 터널이 된 포도나무 넝쿨 아래에서 포도를 수확합니다. 그런데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터널형보다는 이렇게 '지주형(기둥형)'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땅을 뒤덮고 있는 토끼풀, 딸기, 쐐기풀, 컴프리 등 풀들(좌)과 여름에 베어서 땅에 덮어놓은 호밀(우)입니다. 이 풀들이 자리하거나 호밀이 덮여 있으면 다른 잡초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질소 고정 효과가 있고, 퇴비가 되기도 합니다. 약효가 있는 풀들을 발효시켜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뿌리기도 하고, 딸기 열매는 5~6월에 따먹습니다.


충주는 사과로도 유명합니다. 작은알자스의 사과(좌)는 '시드르'를 만드는 재료입니다. 닭과 오리가 자유롭게 포도밭을 노닐고 있습니다(우). 이들은 풀과 알곡과 벌레를 쪼아먹고 분변을 생산하고 땅을 파헤치며 퇴비화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작은알자스의 포도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이 지역은 현무암 지대여서 흙이 검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흙이 태양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추위에 약한 포도나무를 재배하기에도 알맞다고 합니다.

슬로우파머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두번째 방문한 곳은 순수 자연주의 슬로우파머 입니다. 슬로우파머는 해발 200미터부터 시작해 550미터까지에 이르는 산에 자리한 '먹거리 숲'입니다. 슬로우파머의 정성훈 농부님은 2011년까지 건축 분야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이곳 충주 수안보로 귀촌귀농을 해 13년 동안 먹거리 숲을 일궈 왔는데요, 지금의 산은 조부로부터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슬로우파머의 대표 품목은 산마늘, 곰취를 비롯한 산나물류와 산마늘 페스토, 장아찌 등의 가공품입니다. 특히 산마늘 페스토는 농부시장 마르쉐의 가공품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인기 품목 중 하나입니다. 현재 산나물과 가공품은 임업진흥원의 K포레스트푸드 인증을 받아, 유기농 식품 판매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슬로우파머는 농산물, 농가공품 판매 뿐만 아니라 재활을 위한 치유농장, 팜파티나 음악회, 트래킹,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으로도 운영하며 임농업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슬로우파머의 정성훈 농부님은 귀농귀촌 이전까지 농사 경험이 적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3년 먹거리 숲을 일구는 과정 자체가 숲에 대한 이해와 작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시행 착오도 겪었습니다. 해발 700미터에서 자라는 곰취를 해발 400미터에서 길러보고자 모종을 심었다가 병해가 찾아와서 곰취밭을 다 갈아엎기도 하고요, 고라니나 멧돼지와 같은 자연과 경쟁하며 산마늘을 쟁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빼고 농장을 조성하려다가 18kg이나 체중이 빠지고 관절염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가족들의 생계의 기반이자 청정 먹거리 숲을 가꾸는 일이 참 비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슬로우파머에는 다양한 임업 작물들을 수확해 가공하고 있는데요, 정성훈 농부님이 심은 작물은 산마늘, 눈개승마, 삼잎국화 3종뿐이고 두릅, 곰취, 둥글레, 고사리 등 나머지 작물들은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던 것들입니다. 봄이 되면 '심마니, 약초꾼'이라 불리는 분들이 산나물을 채취하도록 하고요, 가을이 되면 높게 자란 풀들을 베거나 거두어 퇴비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개복숭아청, 고로쇠수액, 신나무 잎차와 시럽, 신나무 염색 등도 슬로우파머에서 꾸준히 인기있는 품목입니다. 자연이 주는 단맛을 찾는 사람들, 조상들의 삶의 기술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께도 슬로우파머는 좋은 재료들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슬로우파머' 하면 아무래도 산마늘과 산마늘 페스토를 대표 품목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흔히 '명이나물'이라고 알려진 산마늘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자양강장 효과가 좋다고 해서 건강을 신경쓰는 분들이 많이 찾지요. 우리나라에는 오대산종과 울릉종 2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울릉종은 잎이 넓은 편이고 오대산 종은 잎이 좁은 편입니다.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은 잎이 좁은 산마늘이 많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중국산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오대산종은 오대산과 평창 쪽에서 재배되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가 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산마늘은 씨를 뿌리면 상품성 있는 잎을 수확하기까지 약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청정 자연이 허락할 때까지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하는 한편, 고라니와 멧돼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잘 관리도 해야 합니다. 그 수고로움이 보통이 아닙니다.
따뜻한 페퍼민트차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트래킹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트래킹에 앞서 정성훈 농부님은 명아주 지팡이를 하나씩 들려주었습니다. 숲에서 지팡이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산길을 오르내릴 때 체중을 분산시켜 몸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한편, 혹시 모를 뱀을 쫓을 때에도 쓰입니다. 정성훈 농부님은 농장주답게 신성스러운 모양의 멋진 지팡이를 짚었습니다.


처음으로 간 곳은 명상숲(좌)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보이는 길 바깥쪽 평지에 데크를 설치하고 요가매트 등을 두어 명상과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곳입니다. 이날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한 번 쯤 바람소리와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곰취밭과 머위밭이 있었습니다. 다래나무, 모싯잎도 있었습니다. 해설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저 산에 있는 나무들, 풀들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에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풍년초(망초), 어수리나물도 있었습니다. 망초가 일제 시대에 조선의 멸망을 바라는 일제가 붙인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풍년초라는 것, 임금님 상에 진상할 정도로 최고로 꼽힌다는 어수리 나물과 같은 이야기는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옛날 5리마다 한 그루씩 심었다는 오리나무, 화전민들에게 염분을 공급했던 소금나무(북나무) 이야기는 어떻고요. 정성훈 농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비가 오는지, 모기가 무는지, 경사가 가파른지 모르고 재미있게 산을 올랐습니다.
산나물 밭의 경계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신나무' 푯말이 설치돼 있었습니다(우). 신나무 수액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바닐라향이 난다고 합니다. 껍질과 뿌리는 관절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약재로 쓰이고, 열매는 염색을 할 때에 쓰이고, 꽃은 벌과 곤충을 유인하는 밀원이 됩니다. 푯말의 문구가 딱 신나무에 어울리는 표현이었습니다.

30여 분을 오르자 산마늘 밭이 나타났습니다. 옛 사람들이 보릿고개를 넘었던 것처럼, 울릉도에서는 봄철 산마늘로 생명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한 번 심고 5년이 지나 수확할 수 있지만, 군락지를 이루면 해마다 많은 수확을 안겨주는 작물입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가 함께 하는 [지구농부 프로젝트] 2024 두 번째 지구농부 필드트립은 2024년 7월 2일, 충청북도 충주의 작은알자스, 슬로우파머, 스페이스선 이렇게 세 곳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날 비가 왔습니다. 극으로 치닫는 기후의 영향 때문에 물 피해가 염려되는 농부님들도 있었을 겁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땀 흘리던 농부님들에게는 일터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과 배움의 기회가 되었던 시간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마르쉐 친구들에게는 생명역동농법, 먹거리 숲, 생명을 존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X 파타고니아 [지구농부 프로젝트]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탄소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땅에 가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농부들을 지구농부라고 일컫습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구농부포럼, 농부시장@목동_지구농, 지구농부필드트립, 작은지구농부시장이 2024년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작은알자스 (충청북도 충주 수안보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작은알자스 입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에 와 보신 분들 중에서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는 프랑스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프랑스 알자스가 고향인 도미니크가 한국인 신이현 작가를 만나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충북 충주에 정착했습니다. 도미니크는 이곳에서 퍼머컬처 방식, 생명역동농업 방식 등으로 포도밭을 일궈오고 있습니다.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양조장 ‘레돔'도 지었습니다. 도미니크의 곁에 작은알자스와 레돔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전하는 신이현 작가와 도미니크를 닮아 말수가 적고 성실한 아들이 함께 합니다. 작은알자스 팀은 충주 수안보의 검은 흙과 따스한 태양이 만들어낸 포도와 사과로 내추럴 와인과 시드르를 만들어 농부시장 마르쉐에 선보이고 있지요. 작은알자스의 이야기는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떼루아의 맛> 등 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답니다.
마을 입구에 전세버스를 세우고 오솔길을 오르자, 오른편으로 완만한 경사면의 포도밭이 보였습니다. 포도밭을 지나자 하얀 색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 곳이 작은알자스의 과일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양조장 '레돔'이자, 작은알자스 가족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동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발효조와 벽에 걸린 와인들이 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이 기대되었으니까요.
작은알자스의 주요 작물은 포도입니다. 4가지 다른 종류의 포도들을 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굉장한 이점이 있습니다. 포도는 병충해가 생기면 전염이 잘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포도를 한 줄 씩 번갈아 심어준다고 해요. 이렇게 다양한 종류를 번갈아 심으면, A포도에 병충해가 생기더라도 옆 줄의 B포도로 전염이 안 되어 살아남는 식으로 기후 변화나 병충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합니다.
작은알자스 포도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물이 있습니다. 바로 “호밀"입니다. 포도 수확이 끝나고 식물의 초록 생명력이 다해가는 늦가을이 되면 포도밭에 호밀을 뿌린다고 합니다. 싹을 틔운 호밀은 추운 겨울 동안 땅 위를 덮는 카페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땅 아래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적당한 온도에서 활동하며 다음해 농사에 필요한 영양분들을 만들고 있겠지요. 이른 봄 키가 자란 호밀은 찬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 주고, 다른 잡초가 자리잡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호밀을 밟거나 베어 땅에 눕혀 놓습니다. 포도밭의 닭과 거위들이 호밀을 쪼아먹고 분변을 생산하고 또 땅을 파헤치며 돌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유기물과 흙이 섞이게 됩니다. 결국 호밀이 땅 속 미생물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포도가 더욱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포도밭 주위로 심은 큰 나무들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작은알자스 포도밭 주변에는 헤이즐넛, 떡갈나무, 회화나무, 감나무, 자두나무 등 큰 나무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 큰 나무들에는 숲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포도밭에 있는 밭 작물들에게 전하게 되지요. 식물들의 연결고리와 소통의 방식은 참 신비롭습니다. 큰 나무 아래에는 균들이 자리합니다. 환경이 잘 맞으면 버섯이 자라기도 합니다. 버섯은 밭의 수분 조절에도 도움을 주고, 밭의 생태계를 위한 좋은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며, 작물에 좋은 영양소가 되기도 합니다. 큰 나무를 심은 덕분에 덤으로 열매와 버섯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포도밭에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멀칭하는 것은 호밀만이 아닙니다. 버드나무 가지, 포도나무 가지, 토끼풀, 딸기, 깻단과 같은 식물입니다. 어떤 식물은 마치 항생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땅 속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쐐기풀, 컴프리의 씨앗도 많이 뿌렸습니다. 이 식물들을 잘 발효시켜 밭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미를 밭 곳곳에 심어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벌레들이 어디에 어떤 환경에서 출몰하는지 장미를 보고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도미니크가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농사 지식을 알게 됐는지도 궁금했습니. 도미니크는 프랑스에서 IT기업의 컴퓨터 에니지어였습니다. 매일 컴퓨터만 바라보던 직업이었죠. 그러나 그의 마음 한 편에 포도를 기르고 싶다는 꿈이 항상 있었다고 합니다. 소위 번아웃을 느끼던 무렵, 늦기 전에 농사에 뛰어들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지요. 도미니크가 자란 알자스는 독일과 가까웠고, 그곳에서는 독일에서 시작된 생명역동농업을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다양한 농사법이 일찍부터 발달했습니다. 식물과 숲을 잘 알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에서 포도밭을 보고 자랗기 때문이었겠지요.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는 농업학교에 다시 진학해 이론과 기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신이현 작가님은 도미니크가 뜻을 세우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합니다. 도미니크는 한국에 온 후로도 포도밭을 살릴 궁리를 매일 했다고 합니다.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는 ‘평화나무농장'의 김준권 농부님을 찾아가서 교류하고, 유튜브를 보며 연구하는 등 늘 땅과 식물을 보며 연구하는 모든 노력들이 지금의 작은알자스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발표를 들은 이후 작은알자스에서 준비해주신 프랑스 가정식 요리에 까뮈브레드의 사워도우, 미트로칼 소세지를 곁들여 다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빗속에 따끈한 빵을 안고 달려와준 까뮈브레드 덕분에 더욱 따뜻한 식탁이 되었습니다. 내추럴 와인과 함께 모두의 마음이 모여 맛있게 차려진 식사는 말 그대로 꿀맛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포도밭으로 나갔습니다. 물을 머금고 싱그러워진 잎사귀들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포도밭을 설명하는 신이현 작가님(좌)과 서로 다른 종류의 포도를 번갈아 심어놓은 포도나무 이랑(우)입니다. 우리나라의 보통 포도밭은 포도나무 가지가 넓게 퍼지도록 지지대를 세웁니다. 터널이 된 포도나무 넝쿨 아래에서 포도를 수확합니다. 그런데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터널형보다는 이렇게 '지주형(기둥형)'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땅을 뒤덮고 있는 토끼풀, 딸기, 쐐기풀, 컴프리 등 풀들(좌)과 여름에 베어서 땅에 덮어놓은 호밀(우)입니다. 이 풀들이 자리하거나 호밀이 덮여 있으면 다른 잡초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질소 고정 효과가 있고, 퇴비가 되기도 합니다. 약효가 있는 풀들을 발효시켜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뿌리기도 하고, 딸기 열매는 5~6월에 따먹습니다.
충주는 사과로도 유명합니다. 작은알자스의 사과(좌)는 '시드르'를 만드는 재료입니다. 닭과 오리가 자유롭게 포도밭을 노닐고 있습니다(우). 이들은 풀과 알곡과 벌레를 쪼아먹고 분변을 생산하고 땅을 파헤치며 퇴비화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작은알자스의 포도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이 지역은 현무암 지대여서 흙이 검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흙이 태양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추위에 약한 포도나무를 재배하기에도 알맞다고 합니다.
슬로우파머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두번째 방문한 곳은 순수 자연주의 슬로우파머 입니다. 슬로우파머는 해발 200미터부터 시작해 550미터까지에 이르는 산에 자리한 '먹거리 숲'입니다. 슬로우파머의 정성훈 농부님은 2011년까지 건축 분야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이곳 충주 수안보로 귀촌귀농을 해 13년 동안 먹거리 숲을 일궈 왔는데요, 지금의 산은 조부로부터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슬로우파머의 대표 품목은 산마늘, 곰취를 비롯한 산나물류와 산마늘 페스토, 장아찌 등의 가공품입니다. 특히 산마늘 페스토는 농부시장 마르쉐의 가공품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인기 품목 중 하나입니다. 현재 산나물과 가공품은 임업진흥원의 K포레스트푸드 인증을 받아, 유기농 식품 판매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슬로우파머는 농산물, 농가공품 판매 뿐만 아니라 재활을 위한 치유농장, 팜파티나 음악회, 트래킹,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으로도 운영하며 임농업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슬로우파머의 정성훈 농부님은 귀농귀촌 이전까지 농사 경험이 적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3년 먹거리 숲을 일구는 과정 자체가 숲에 대한 이해와 작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시행 착오도 겪었습니다. 해발 700미터에서 자라는 곰취를 해발 400미터에서 길러보고자 모종을 심었다가 병해가 찾아와서 곰취밭을 다 갈아엎기도 하고요, 고라니나 멧돼지와 같은 자연과 경쟁하며 산마늘을 쟁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빼고 농장을 조성하려다가 18kg이나 체중이 빠지고 관절염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가족들의 생계의 기반이자 청정 먹거리 숲을 가꾸는 일이 참 비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슬로우파머에는 다양한 임업 작물들을 수확해 가공하고 있는데요, 정성훈 농부님이 심은 작물은 산마늘, 눈개승마, 삼잎국화 3종뿐이고 두릅, 곰취, 둥글레, 고사리 등 나머지 작물들은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던 것들입니다. 봄이 되면 '심마니, 약초꾼'이라 불리는 분들이 산나물을 채취하도록 하고요, 가을이 되면 높게 자란 풀들을 베거나 거두어 퇴비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개복숭아청, 고로쇠수액, 신나무 잎차와 시럽, 신나무 염색 등도 슬로우파머에서 꾸준히 인기있는 품목입니다. 자연이 주는 단맛을 찾는 사람들, 조상들의 삶의 기술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께도 슬로우파머는 좋은 재료들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슬로우파머' 하면 아무래도 산마늘과 산마늘 페스토를 대표 품목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흔히 '명이나물'이라고 알려진 산마늘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자양강장 효과가 좋다고 해서 건강을 신경쓰는 분들이 많이 찾지요. 우리나라에는 오대산종과 울릉종 2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울릉종은 잎이 넓은 편이고 오대산 종은 잎이 좁은 편입니다.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은 잎이 좁은 산마늘이 많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중국산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오대산종은 오대산과 평창 쪽에서 재배되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가 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산마늘은 씨를 뿌리면 상품성 있는 잎을 수확하기까지 약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청정 자연이 허락할 때까지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하는 한편, 고라니와 멧돼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잘 관리도 해야 합니다. 그 수고로움이 보통이 아닙니다.
따뜻한 페퍼민트차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트래킹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트래킹에 앞서 정성훈 농부님은 명아주 지팡이를 하나씩 들려주었습니다. 숲에서 지팡이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산길을 오르내릴 때 체중을 분산시켜 몸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한편, 혹시 모를 뱀을 쫓을 때에도 쓰입니다. 정성훈 농부님은 농장주답게 신성스러운 모양의 멋진 지팡이를 짚었습니다.
처음으로 간 곳은 명상숲(좌)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보이는 길 바깥쪽 평지에 데크를 설치하고 요가매트 등을 두어 명상과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곳입니다. 이날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한 번 쯤 바람소리와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곰취밭과 머위밭이 있었습니다. 다래나무, 모싯잎도 있었습니다. 해설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저 산에 있는 나무들, 풀들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에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풍년초(망초), 어수리나물도 있었습니다. 망초가 일제 시대에 조선의 멸망을 바라는 일제가 붙인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풍년초라는 것, 임금님 상에 진상할 정도로 최고로 꼽힌다는 어수리 나물과 같은 이야기는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옛날 5리마다 한 그루씩 심었다는 오리나무, 화전민들에게 염분을 공급했던 소금나무(북나무) 이야기는 어떻고요. 정성훈 농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비가 오는지, 모기가 무는지, 경사가 가파른지 모르고 재미있게 산을 올랐습니다.
산나물 밭의 경계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신나무' 푯말이 설치돼 있었습니다(우). 신나무 수액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바닐라향이 난다고 합니다. 껍질과 뿌리는 관절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약재로 쓰이고, 열매는 염색을 할 때에 쓰이고, 꽃은 벌과 곤충을 유인하는 밀원이 됩니다. 푯말의 문구가 딱 신나무에 어울리는 표현이었습니다.

30여 분을 오르자 산마늘 밭이 나타났습니다. 옛 사람들이 보릿고개를 넘었던 것처럼, 울릉도에서는 봄철 산마늘로 생명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한 번 심고 5년이 지나 수확할 수 있지만, 군락지를 이루면 해마다 많은 수확을 안겨주는 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