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후기] <퇴근 후 마르쉐> 봄식구 모임

마르쉐 x 벗밭 <퇴근 후 마르쉐>

농부시장 마르쉐는 시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기꺼이, 가까이' 시민을 만나고자, 2024년 지속가능한 식문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벗밭과 함께 <퇴근 후 마르쉐> 프로그램 기획하였습니다. 나의 일상에 제철 이야기를 들여놓고 싶었지만, 낮 시간 마르쉐 시장에 갈 수 없어서 혹은 채소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제철을 흘려보낸 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한가득 계절의 꾸러미를 담아 가는 날, 제철 채소 본연의 맛을 느끼는 날,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먹고사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날. <퇴근 후 마르쉐>엔 이 모든 시간이 담겨 있어요.

월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장을 봐서 요리할 시간과 여력은 없지만, 수고한 나에게 정성이 담긴 식사를 주고 싶은 마음이 부딪히곤 해요. 피곤함을 못 이겨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먹는 날도 많아요. 벗밭도 원하는 식사와 현실 사이의 벽을 자주 느껴요. 그래서 저희는 '함께' 하기를 선택했어요. 평일엔 일정이 맞지 않아 오지 못하는 벗들과 꾸러미를 나누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는 번거로움을 나누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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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챙겨온 용기와 장바구니에 꾸러미를 챙기는 모습


<퇴근 후 마르쉐>는 세 번의 식사 모임과 한 번의 농가행까지 총 네 번 모여요. 식사 모임에선 마르쉐 농부님들이 그날 아침에 가져오신 신선한 제철 식재료 꾸러미를 나누고 가장 간편하면서 제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사를 함께 나누어요. 밭으로 떠나는 농가행은 꾸러미 뒤의 이야기와 관계를 만나는 여행이에요. 

이번 봄 식구는 봄나물을 가득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제철을 가장 다양하게 담는 “계절” 꾸러미, 일상적으로 쓰이는 두부와 같은 “생활” 꾸러미, 그리고 나 혼자서는 시도하지 않았을 새로운 작물인 “어디 한 번” 꾸러미로 구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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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미 사진, 순서대로 1,2,3회차 식사 모임


모임에선 꾸러미와 농부님을 소개하고 함께 간단한 요리를 해 먹었어요. 가장 간편하면서도 원물에 담긴 계절의 맛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3월 초 첫 모임에선 ‘냉이’의 맛을 재발견했다는 식구가 많았어요. 겨울의 언 땅이 녹으면서 조금씩 자라난 노지 냉이에는 겨울을 이겨낸 단단함과 깊은 향이 담겨 있죠. 그런 향을 함께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냉이비빔밥을 먹었어요. 마트  냉이보다 작고 단단하지만 향이 정말 풍성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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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와 봄나물 한 그릇


시장이 열리지 않는 두 번째 모임의 꾸러미는 직접 농가에서 받아 오며, 봄을 준비하는 밭과 마을도 둘러봤어요. 그날의 모임에선 봉금의뜰 농부님께서 알려주신 ‘민들레 양파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 봉금의뜰 농부님의 <민들레 양파 샐러드> 레시피

1. 민들레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양파와 딸기는 채 썰어요.
2. 식초와 올리브유, 후추를 살짝 둘러 가볍게 섞어 주세요.
3. 내가 원하는 드레싱을 첨가해서 맛있게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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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오른편에 민들레 양파 샐러드가 놓여 있다.


휘뚜루 마뚜루 채소가 가진 원래의 맛을 조금 더 살려줄 수 있는 나만의 소스를 찾고, 가볍게 비벼 먹는 식사부터 된장찌개와 쪽파 강회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까지 함께 먹으며 정말 식구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 집에서 해 먹을 때 보다 나눌 때 훨씬 즐겁고 다채로운 식사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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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함께 준비한 한 그릇, (우)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마지막 농가행에선 농부님의 밭을 만나며 먹거리를 넘어 사람과 자연으로 관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나눌 수  있었어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 길러져 왔는지 알고 먹는 것은 식사에 큰 변화를 주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봉금의뜰의 마을회관 뒤 밭에 옥수수를 심고, 민들레와 부추를 수확하고, 완두의 지주대를 세워주었어요. 작년에 털고 말린 들깻대를 지주대로 쓰시는 등 쓰레기를 줄이고 밭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두려는 농부님의 세심한 마음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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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금의뜰 김현숙 농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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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삼삼오오 나뉘어 옥수수를 심었다. (우) 들깻대로 완두의 지지대를 세워 주었다.


밭일 후 나누어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죠! 농부님이 해주신 냉이튀김과 봄 채소 샐러드에 각자의 반찬이 더해지니 정말 풍성했어요. 식사 후 벚꽃과 개나리가 핀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봄나들이 기분도 만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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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모종 하우스 둘러보기, (우) 마을 산책


이번 봄 식구들은 퇴근 후 마르쉐 모임에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참여했는데, 따뜻한 마음과 관계까지 얻었다는 후기를 많이 남겨 주었어요. 내가 몰랐던 새로운 맛을 만났다는 분도 있었고, 받은 꾸러미를 직장 동료, 가족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나눠주신 분도 계셨죠. 함께 모여 먹는 모임엔 관계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레 담기는 것 같아요. 꼭 그 식탁이 화려할 필요는 없어요. 농부와 식구,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식탁이라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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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농가행 단체사진, 김현숙 농부님의 쑥튀김, 함께 나눠먹은 포트락 점심


이번 여름엔 어떤 재료와 이야기로 식구를 맞이할지 머리를 맞대며 궁리하고 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더욱 다양한 작물이 나오는 계절이니 또 어떤 새로운 조합을 찾을 수 있을지도 기대되네요 :) 그럼 다음 여름 식구에서 만나요!


+덧붙이는 말
참! 이번 봄 식구들이 꾸러미로 만든 맛난 요리 후기들도 살짝 남겨요! 요리를 잘 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새로운 재료를 만날 호기심만 있다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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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식구가 보내온 꾸러미 사용 후기 





글 / 벗밭 기현

사진 / 벗밭 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