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를 갓 지나 태양이 길고 뜨거운 6월 25일, 농부시장 마르쉐는 충청남도 홍성으로 재생유기농업 필드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농가는 채소생활, 딩켈의 언덕, 이히브루(풀풀농장) 총 3곳입니다.
재생유기농업 필드트립의 목적
이번 필드트립은 홍성에서 재생유기농을 실천하는 농부들의 현장을 둘러보며, 앞으로의 재생유기농업이 더욱 심화되고 발전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그런 자리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진행했습니다. 1%프로젝트를 통해 농부시장 마르쉐와 연대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환경팀, 다양한 사회문제를 거버넌스로 풀고자 노력하고 있는 KB증권 김대돈 이사, 기후위기에 대응 웹3.0 기반 실천 커뮤니티인 프리키폭스크루(FFC) 백종원팀장, 인구소멸 시대의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는 언론사 더 영주,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박사, 스토리텔링컴퍼니 봄바람 박성현이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재생유기농업 연구팀, 마르쉐의 데이터 자원활동가 최요한님과 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홍성에 모였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X 파타고니아 [지구농부 프로젝트]_지구농부 필드트립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땅에 가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농부들을 지구농부라고 일컫습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구농부포럼, 농부시장@목동_지구농, 지구농부필드트립, 작은지구농부시장이 2024년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채소생활
박건오 농부는 2010년 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지속해오며 현재 이윤선 농부와 함께 채소생활이라는 팀을 이루어 재생유기농업을 지향하는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재생유기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농업은 힘들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인식을 해결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부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총 5천평의 밭을 '채소밭/나무밭/꽃밭' 3구역으로 나누어 지속가능하고 확산 가능한 재생유기농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채소생활의 밭을 농부님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채소밭 : 최소경운으로 땅을 살리는 채소밭
채소밭의 목표
일반적으로 농업에 진입할 때 축사나 논 농사는 많은 자본과 시설, 기계가 필요하다. 과수 같은 경우에도 수익이 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농부'가 진입할 수 있는 모델 중에 하나가 채소밭이라고 생각했다. 1천 제곱미터(330평)라는 농업의 최소한의 단위로 밭을 구성하고, 40개의 이랑으로 나눴다. 각 고랑과 이랑은 경제적 목표와 생태적인 목표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밭 전체적으로 최소 3천만원에서 6천만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각 두둑과 고랑마다 투입에 대한 기대 수익(목표)이 달라진다. 생태적으로는 더 많은 탄소를 재격리 시키고 토양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경제적 목표를 세우는 이유
새로운 농민, 젊은 세대의 농부가 농업에 진입했을 때 200만원~300만원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으면 농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하고 있는 모델이다. 채소생활 전체 품목 중 가장 수익률이 낮은 양배추를 기준으로 했을 때, 2기작을 한다면 이랑 당 연간 16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농사를 처음 짓는다고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50% 정도로 기대 수익을 잡아도, 단위 면적 당 연간 3천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채소생활이 추구하는 재생유기농업의 핵심
재생농업의 핵심적 가치는 토양이다. 토양을 위해서 가능한 하지 않으면 좋은것이 경운이다. 그래서 '최소경운'으로 농업을 하고있다. 보통은 퇴비를 뿌린 다음, 소위 말하는 로타리를 쳐서 유기물을 땅속으로 넣어주는데, 우리는 표층 시비만 하고 있다.
*표층 시비 : 표면에만 유기물을 넣고 살짝 갈아만 주는 것
적정기술과 도구
토양 보존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농부도 보존돼야 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거나 고된 노동을 어떻게 덜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적정기술과 농기구의 사용과 제작으로 이어졌다.
- 브로드포크 : 이랑의 간격에 맞추어 75cm로 제작하여 단단한 이랑을 팔 때 사용한다.
- 파종기 : 씨앗을 뿌리는 도구, 몸을 수그리지 않고 선 자세로 작업이 가능하다.
- 전동수레 : 작은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동수레, 다양한 장비를 장착할 수 있으며 100kg~150kg 까지 가능하다.


젠Z 세대 농부의 등장, 호버보드와 전동수레의 결합
이재영 농부 / 오와린 농장(채소생활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독립한 농장) - 전동수레를 써도 뚜벅뚜벅 걸어다녀야 하는데 이것도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든다. 호버보드(전동보드)를 같이 써보자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잔디를 깎을 수도 있고, 농장 내 원거리 이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켜 누군가가 디자인을 하고 상품화가 돠는 과정을 통해 농업이 점점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랑과 고랑의 역할
이랑은 작물을 기르는 곳이고 고랑은 땅을 기르는 곳이다. 보통 고랑은 사람이 다니거나 움직이는 공간, 작업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고랑에서는 퇴비가 만들어지고 있다.
땅을 보호하기 위한 이불, 이랑덮개
재생농업에서 핵심 가치는 토양이기 때문에 토양을 복원하는 동시에 토양을 보존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건조한 시기와 장마가 있어서 땅을 보호할 물리적 덮개가 필요하다. 채소생활의 농지는 경사져 있어서 장마철 토양침식이 심하기 때문에 땅에 옷을 입혀준다.
이랑덮개 소재에 대한 고민
종이 멀칭도 있지만 1년 이상 사용이 어렵다. 두꺼운 비닐 멀칭은 최대 5년 정도 사용한다. 녹비라고 부르는 덮개 식물을 활용한 멀칭도 가능하다. 이랑덮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도 같이 생각하고 있어서, 소재의 선택에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농부의 수고를 덜고 미기후를 만드는 터널과 차열막
농부는 기후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한다. 추위, 더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기후 적정 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편의 상 크기에 따라 '그냥 터널, 앉은 터널, 선 터널'이라고 부른다. 추울 때 부직포나 비닐을 활용해 보온을 하고, 햇빛이 뜨겁고 비가 자주 내릴 때에는 *차열망을 덮어 열기를 차단하고 비가림 역할도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토양을 보존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채소생활의 중요한 질문의 방향이다.
*미기후 적정시설 : 변화가 심한 바깥의 온도에 대응해 적정 기후를 조성할 수 있는 시설, 해가림, 비가림 등의 터널이 이에 해당한다.
*차열막 : 재배를 위한 빛은 투과시키면서 열은 차단하여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덮개.


무경운, 최소경운을 해도 작물이 잘 자라는가?
가지와 같이 양분을 많이 필요로하는 열매 작물들도 잘 자란다. 재생유기농업이 생태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기계도 사용하지 않고 노동력도 덜 들이기 때문이다.
무경운의 장점
작목과 품종에 대한 선택에서 유리하다. '베이비 당근'을 기르고 있는데, 땅을 갈지 않아도 되는 작물 즉, 노동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선택한 작물이다. 시장에서 희소성이 있어서 판매가 잘 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무경운을 하면 처음 몇 해 풀 관리를 해주고, 점차 풀이 많이 자라지 않는다. 파종기로 파종하고 풀 관리에 드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수확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랑마다 연결된 호스, 서로 연결되고 순환하는 농장
물탱크와 연결된 호스가 각 이랑으로 뻗어있다. 경사진 덕분에 물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1년의 빗물을 담으면 1년 동안 쓸 수 있는 농업용수가 나온다. 농장이 세팅되면 호스들을 땅에 묻고, 키 작은 나무, 병충해에 강한 베리류, 열매 과수를 울타리로 심을 예정이다. 바람이 강한 지역에 방풍 역할도 하고 부수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도시 유기물이 농장으로 순환
커피 포대가 도시에서 처치 곤란이라고 한다. 커피포대를 덮개로 활용해,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토양 침식을 막고자 했다. 도심의 폐기 자원이 재생유기농업과 잘 연결되면 좋겠다. 국내 유기물들은 에너지와 비용을 써서 폐기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재료로 유박비료를 만드는 현실이 개선되면 좋겠다.
*유박비료(유기질 퇴비) : 비료의 성분이 유기화합물 형태로 함유되어 있는 비료를 말한다. 식물성 물질, 동물성 물질이나 배설물(분뇨), 인간 배설물 등에서 추출되며, 질소, 인산, 칼리 성분 등의 성분을 일정 이상 함유하고 있다. 주요 유기질비료는 이탄, 가축 폐기물, 농업에서 발생하는 식물 폐기물, 처리된 하수 슬러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기질비료 [organic fertilizer] (식물학백과)



나무밭 : 다년생 숲을 꿈꾸다
황폐해진 인삼밭의 재 야생화
오래 전에는 사슴 목장이었던 곳이다. 이후 인삼밭이 들어왔다. 인삼 재배에 많은 농약이 사용된다. 5년 동안 인삼 농사를 짓다보니 땅이 황폐해졌다. 지금은 이곳을 재 야생화하고 있다.
다년생 먹거리 숲의 꿈
야생화 한 일부 구간은 생태 축산 또는 다년생 먹거리 숲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공간이 많은데 산림과 같은 생태적 공간이 생산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델이 재생유기농업에서 생겨나면 좋겠다.


꽃밭 : 풀로 흙을 기르는 곳, 진입가능한 농업모델을 꿈꾸는 곳
풀로 흙을 기르는 곳
꽃밭은 풀로 흙을 기르는 곳이다. 2년째 계속 녹비를 기르고 있다. 호밀, 헤어리비치 등 벼과 식물과 콩과 식물을 심으면 땅이 부드러워진다. 이후 작물을 그대로 땅 위에 덮어 퇴비화한다. 해외에는 '롤러크림퍼'라고 하는 기구가 있어서 녹비를 기른 다음에 롤러크림퍼를 이용해 눕혀준다. 아직 국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직접 잘라 덮어준다.
꽃밭을 만든 이유
지금은 땅을 기르고 있고, 하반기부터 꽃을 기르려고 한다. 꽃이나 허브는 승계농이 아닌 새로운 농부들에게 접근성이 좋다. 큰 자본, 논, 지역 연고가 없다면 논 농사로 진입하기 어렵다. 과수 농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농민이 진입하기 쉬운 모델로 채소밭과 함께 꽃밭을 계획한 것이다.

스마트팜은 대안으로서 불충분한가
스마트팜을 국가에서 많이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대출을 크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형식이다. 지역에서는 2~3억 정도, 국가에서는 15~30억 까지도 대출을 해주는데 자본집약적 방식에 의존하는 것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모두 달려가기 보다는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싶다고 했을 때는 청년세대가 접근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재생유기농업적 지향을 가지고 다양하게 접근해보고 있다. 이곳은 아직 재생유기농업이 실현되지는 않았고, 꿈을 꾸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채소생활의 밭들을 둘러보며 재생유기농업을 통해 땅을 살려가는 생생한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안으로 이동하여, 채소생활이 재생유기농업을 하고있는 이유와 지금의 밭을 만들어온 과정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생유기농업의 등장
기존 유기농업 분야의 주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유기농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생태계를 잘 보전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자 지속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재생과 회복이 필요해졌다. 농업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30%, 생물 자성 감소의 60% 가 농업으로 인해 일어나고 수자원의 70%를 농업이 쓰고 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농업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농업이 당면한 과제는 '기존 농업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더 나은 방식은 무엇일까?'이다. 재생유기농업은 질문에 대한 의제 또는 방향성에 가깝다.
재생유기농업의 어려움
유기농과 재생농이 다른 기술 체계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우리 농어촌 환경에서 실현할 농기구나 농기계가 부재하다. 대표적인 게 롤러크림퍼이다. 기존 유기농업에서는 자라난 풀들을 다 갈아엎는데 재생농업에서는 갈아엎지 않고 롤러크림퍼로 그냥 꺾어준다. 마디마디를 꺾어주면 그 상태에서 고사하면서 자연적으로 멀칭이 된다. 이런 기계들이 있다면 재생 유기농 혹은 재생 농업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속도를 높이고 보편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소멸과 농업인구 감소의 원인
지역의 청년인구 소멸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 농사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농민으로의 진입의 장벽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힘들고, 돈을 벌 수 없고, 사회적으로 존중을 못 받는다는 이 3가지 인식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 인식들을 바꿔야 한다. 힘이 덜 들고,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사회적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농업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진입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농업
토지, 자본, 기술이 열악한 새로운 세대가 농촌으로 진입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채소생활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정책적 솔루션으로 스마트 농업이 나왔지만, 스마트팜 사관학교에서 1~2년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청년 농부는 초보농부이다. 농업도 초보고 사업도 처음인 사람이 30억의 대출을 가지고 어떠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것들이 굉장히 리스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이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향이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채소생활이 추구하는 재생유기농업
다품종 적정 생산을 통해 청년농부가 1차적으로 진입 가능한 농업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적정시간을 투자해 적정한 규모로 생산하고 적정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확장 할수도 있고,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새로운 활동들을 하는 농촌적 활동으로 확장을 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농업
농민들의 장점은 유기적이고 전체론적인 사유를 한다는 것인데, 한편으로 분석적 시스템적 사고는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정보를 시각화, 데이터화하고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갖추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Tend Smar Farm 이라는 어플을 비롯한 도구들이 나와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재생유기농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무리하며
재생농업이라는 관점과 관심에서다양한 농업적 방법론과 농업전통이 (농생태학, 유기농업, 생명역동, 보존농업, 퍼머컬쳐, 다년생 먹거리 재배, 디지털농업 등) 지속가능성을 넘어 ‘회복과 재생의 관점’에서 통합되고 연결되며, 무엇보다 구체성과 실용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생태계 파괴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모두가 마주할 심각한 문제이자 고통이고, 농업이 문제에 대한 의미있는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재생농업은 확산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그 확산이 가속화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생유기농업이 예외적이고 특별한 소수의 실천이 아니라 다수가 접근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농업해결책이자 농업방식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채소생활 박건오 농부님의 발표가 끝나고, 모인 이들과 함께 재생유기농업의 현 지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분야의 관점에서 바라본 재생유기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풍성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의미있는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는 마르쉐 요리팀으로 출점했던 변산노을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딩켈언덕
두번째로 방문한 답사지는 장구지 & 황윤미 농부님이 가꾸어가는 딩켈언덕 입니다. 딩켈언덕은 홍성 홍동의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과 학교의 미래세대에게 좋은 밀로 만든 먹거리를 나누고자 생명역동농법을 지향하며 발도로프학교 학생들과 함께 스펠트를 길러가는 작은 농장입니다.


딩켈언덕은
스펠트 밀 한 종류만을 키우고 있다. 스펠트 밀을 잘 키우기 위해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증폭제'라고 불리는 퇴비를 쓰고 있는데, 소똥이 핵심 재료다. 좋은 소똥을 받기 위해서 소 9마리를 기르고 있다. 소에게 사료 50%만 급여하고 나머지 50%는 직접 키운 수단그라스, 라이스그라스, 생초,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을 급여한다. 저온창고와 오스트리아 산 밀 제분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스펠트밀을 기르는 이유
스펠트 밀은 모든 밀의 원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된다. 독일에서는 스펠트밀이 주로 식사용 밀에 쓰인다. 글루텐 성분은 적은 편이어서 빵을 만들면 잘 부풀지는 않지만, 먹어본 이들은 속이 편하다고 말한다.
스펠트밀로 만드는 음식
제분해서 밀가루를 만들기도 하고, 밀알을 그대로 쌀과 함께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현재 이히브루 맥주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장에서 자원들을 순환시키고 있는 딩켈 언덕입니다. 로컬의 다양한 판매처에 밀을 공급하며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히브루/풀풀농장
마지막으로 이히브루(풀풀농장)로 이동했습니다. 풀풀농장은 충남 홍성에서 무경운, 무투입 방식으로 농사짓습니다. 농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땅의 힘을 최대한 키우는 자연농법으로 밭작물과 쌀을 키웁니다. 논밭에는 작물말고도 각종 풀과 생명들이 공존합니다. 농장에서 키운 쌀과 국산 곡물을 사용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이히브루'를 운영합니다.


자연농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이연진x남경숙 농부님의 가족은 2009년에 홍성으로 귀농해 15년째 자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석유를 쓰지 않고,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여 두둑을 만들 때에도 삽을 썼다. 세상이 정해놓은 질서나 규칙과는 다르게 살고자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물이 이연진 농부 가족의 귀농과 자연농으로 이어졌다.
흙을 살리는 자연농
농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인위적인 부분이 있는데, 자연과 농사가 만나 '자연농'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땅(흙)이 가진 태초의 생산력을 복원하려는 흐름은 70년 전 후쿠시마마사노부, 가와구치 요시카즈 농부가 대표적이다. 이 방법의 특징은 땅을 갈지 않고 거름을 넣지 않고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유기농 자연농을 설명할 때, 흙이 황폐해졌다고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표토의 유실을 든다. 표토는 비가 올 때마다 쓸려가고 유실된다. 표토 1cm를 다시 만드는 데 수 백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연농은 표토를 만드는 농사다. 일본의 자연농 농가에 방문한 적이 있다. 30년 이상 된 논이었는데 물 자체가 검은빛이었고 거대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기물 분석 결과 많은 유기물이 있었다.
이연진 농부는 사람들의 욕심과 과도한 개입으로 땅이 생산력을 잃고 황폐해졌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흙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자연농의 방식을 선택했다.

흙을 살리는 풀
풀은 실제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풀이 있는 곳과 흙이 드러난 곳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흙이 드러난 곳에 해가 비추면 수분이 사라지고, 생명이 살 수 없는 메마른 땅이 된다. 풀은 지표를 덮어 흙의 훼손과 유실을 막고 수분을 보존한다. 땅속의 풀뿌리에는 미생물들이 기생하며 땅속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자연농과 생산성
자연농 방식이 생산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연진 농부가 처음 농사를 지을 때, 거름 없이 무경운 방식으로 감자를 10kg를 심었다고 한다. 첫 해에는 50kg 이듬해에는 120kg을 수확했다. 그러나 높은 수확량은 착각이었다. 해가 가고 5년을 넘기면서 가뭄과 함께 수확랑이 급격히 떨어졌다. 감자 10kg을 심으면 수확은 1kg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몇 년 동안 땅에 남아있던 거름을 감자가 다 빨아먹은 것이었다. 풀이 필요했고, 회복이 필요했다. 이후 10년 동안 풀을 열심히 키웠고 그 결과 최근 감자 수확량은 투입의 2배 정도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꾸러미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이연진 농부가 선택한 방법은 '꾸러미'이다. 한 달에 1~2회 제철 작물 대여섯 종을 한 박스에 담아서 보내는 형태였다.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자연농 농산물을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대안적 선택이었다. 풀이 많으니까 나물을 먹을 수 있는 봄에는 명아주나 녹비작물을 함께 보내기도 했고, 상처가 나거나 작은 열매들은 가공해서 보내기도 하고, 꽃이 필 때에는 매화나뭇가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농부시장 마르쉐를 통해 자연농을 응원하고 동참하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30여 꾸러미 고객들 덕분에 월매출 약 200만원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택배비 외에는 노동력만 들어가는 자연농이었기 때문에, 매출은 대부분 수익으로 연결됐다. 지금은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꾸러미를 종료했다.
이히브루, 맥주양조장을 시작한 계기
맥주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연농과 연결돼있다. 거름을 주지 않고 농사지은 작물들은 단단하고 고유의 맛과 향이 진했다. 풀이 땅속으로 들어가 유기물이 됐고, 땅속 미생물이나 균과 교류가 좋았을 거란 생각에 이르자, 작물들을 발효시키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양한 방법의 가공을 시도한 끝에, 이연진 농부 부부가 좋아하는 맥주에 정착하게 됐다.


다음으로는 이히브루의 대표님인 남경숙 농부님이 이히브루의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히브루(ichbrew) 탄생 스토리
이히(ich)는 독일어로 '나', 부르(brew)는 브루어리의 약자이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남경숙 농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폰(iPhone)이 떠오른다. 남경숙 농부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맥주를 좋아해서 수제 맥주집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술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에도 관심이 많았고, 큰 자본 없이 맥주 양조장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먹은지 7~8년 만에 양조장을 직접 만들게 됐다고. 이히브루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어요,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하고 말을 건넨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생활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이히브루 1주년, 농부의 마음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의 가족은 자연농을 선택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이 농사는 돼, 안 돼?"라는 물음 앞에서 "할 수 있어!"라는 것을 계속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조장도 마찬가지였다. 맥주도 음식이고 하나의 문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곡물로 맥주 맛을 평균 수준 이상으로 구현하는 데에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했다.
군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국산 맥아를 연구하고, 농부들이 키우고 수확한 것을 양조장으로 가져와 맥주를 만든다. 맥주 하나에 다양한 연결고리가 이어져있다.
이히브루는 이제 1년이 됐다. 남경숙 농부는 풀풀농장의 성장을 많은 분들이 지켜봐준 것 처럼, 이히브루라는 맥주양조장이 우리 땅의 곡물과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재료로 맛있는 맥주를 맛드는 곳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분들이 맥주를 즐기고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이히브루가 도심이 아닌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잘 뿌리내리고 자리를 잡기를,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를 꿈꾼다.
농부시장 마르쉐와 이히브루
남경숙 농부는 이히브루가 만들어지기까지 농부시장 마르쉐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는 농부가 손님을 직접 만나, 작물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농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손님과의 대화는 농부로하여금 보람을 느끼게 한다. 양조장을 열고 맥주 시음회를 가장 처음 진행한 곳도, 맥주 판매를 가장 처음 한 곳도 마르쉐다. 마르쉐 손님들의 열열한 반응에 힘입어 1년 동안 양조장을 잘 키워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히브루가 꿈꾸는 내일
소규모 양조장을 직접 설계하고 지어보고 맥주를 만들고 연결되면서 이 과정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홍성 뿐만아니라 예산, 청양 등 곳곳에 작은 양조장이 생겨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전국 어디를 가도 서울을 따라하려 하고, 자연경관은 비슷해 보인다. 지역의 재료로 지역의 색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져 순환되면 좋겠다.


이야기가 끝난 후,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가 직접 지은 양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볏짚과 황토로 직접 지은 양조장
이히브루는 볏짚 블록을 쌓아올려 지었다. 볏짚에는 바실러스라는 균이 많다고 한다. 이연진 농부는 10년 후 이곳에서 토착화한 균으로 맥주 양조를 꿈꾸고 있는데, 정말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샌드위치 판넬이 아닌 스트로베일 흙집을 선택한 이유는 뜻밖에도 양조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가정집으로 매매할 경우를 대비해서였다고 한다. 아늑한 느낌의 공간은 딱딱한 공장식 생산시설이라기보다 균과 발효통의 집 처럼 여겨졌다.
양조장에는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의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있다. 탱크는 수입해 직접 조립해 만들었다. 양조장 지을 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조립기술자를 들일 수 없는 상황, 조립법도 사용법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익혔다. 발효통은 보통 1톤 정도고, 큰 규모의 기업들은 4~5톤 정도 발효통을 쓴다. 이히브루는 400리터 작은 규모의 발효통을 쓴다. 규모로 따지면, 나노보다 작은 '피코 브루어리'로 홈브루어리 바로 윗 단계에 속한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 스트로(straw)는 짚으로 볏짚, 밀짚, 보리짚 등을 칭한다. 베일(bale)은 가축용 사료로 쓰기 위해 직육면체로 짚단을 압축해 묶어 놓은 것이다. 즉, 짚을 벽돌모양 직육면체로 압축한 것이 스트로베일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말 그대로 스트로베일로 집을 짓는 하우스이다. [출처]나무위키


국산 곡물, 국산 효모
이히브루는 발효조가 1개여서 다양한 맥주를 하지는 않는다. 현재 3종의 맥주가 출시되고 있다.
곡물은 국산을 쓴다. 그러나 홉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내의 홉 재배는 10군데이고 제품화한 곳은 1곳밖에 없다. 홉이 강조된 호피맥주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히브루는 호피맥주의 생산을 지양하고 있다. 대신 국산 곡물을 사용해 몰티한 맥주를 만든다. 홉은 맛과 향이 진해서 맥주의 아쉬운 부분이 많이 가려진다. 이히브루의 맥주는 몰트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히브루의 '별숲'은 밀맥주다. 밀맥주는 효모가 일을 많이 해서 만들어지는 맥주다. 효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을 보통 '이스티하다'고 표현한다. 대부분 수제맥주 양조장에서는 수입 건조 효모를 쓴다.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비용을 줄여 많은 양을 한번에 들여와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히브루는 국산 효모를 쓴다. 국산 효모는 액상형이고 활동성이 왕성하다. 이히브루 맥주 맛을 결정짓는 것은 국산 효모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산 밀 사용의 어려움
국산밀은 맥아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혼합 곡물은 다양한 생산자의 밀이 섞여 있고, 생산자마다 재배 방법과 거름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만들어진 맥주를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딩켈의 언덕에서 받아오는 밀은 동일한 생산자, 동일한 밭 환경이어서 맥아의 품질이 균일하다.


양조장 답사 후, 이히브루 앞뜰에서 자유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생유기농업의 가치에 공감하며, 임팩트 투자와 일손돕기, 농기계 구매를 위한 지원금까지 실효성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보태졌습니다. 우리 모두의 연대가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도록, 농부시장 마르쉐가 '지구농부 프로젝트'로 함께 합니다.
이번 필드트립에 함께 한 <영주인터넷방송>의 기사를 첨부합니다. (링크)
하지를 갓 지나 태양이 길고 뜨거운 6월 25일, 농부시장 마르쉐는 충청남도 홍성으로 재생유기농업 필드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농가는 채소생활, 딩켈의 언덕, 이히브루(풀풀농장) 총 3곳입니다.
재생유기농업 필드트립의 목적
이번 필드트립은 홍성에서 재생유기농을 실천하는 농부들의 현장을 둘러보며, 앞으로의 재생유기농업이 더욱 심화되고 발전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그런 자리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진행했습니다. 1%프로젝트를 통해 농부시장 마르쉐와 연대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환경팀, 다양한 사회문제를 거버넌스로 풀고자 노력하고 있는 KB증권 김대돈 이사, 기후위기에 대응 웹3.0 기반 실천 커뮤니티인 프리키폭스크루(FFC) 백종원팀장, 인구소멸 시대의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는 언론사 더 영주,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박사, 스토리텔링컴퍼니 봄바람 박성현이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재생유기농업 연구팀, 마르쉐의 데이터 자원활동가 최요한님과 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홍성에 모였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X 파타고니아 [지구농부 프로젝트]_지구농부 필드트립
농부시장 마르쉐와 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땅에 가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농부들을 지구농부라고 일컫습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구농부포럼, 농부시장@목동_지구농, 지구농부필드트립, 작은지구농부시장이 2024년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채소생활
박건오 농부는 2010년 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지속해오며 현재 이윤선 농부와 함께 채소생활이라는 팀을 이루어 재생유기농업을 지향하는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재생유기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농업은 힘들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인식을 해결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부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총 5천평의 밭을 '채소밭/나무밭/꽃밭' 3구역으로 나누어 지속가능하고 확산 가능한 재생유기농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채소생활의 밭을 농부님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채소밭 : 최소경운으로 땅을 살리는 채소밭
채소밭의 목표
일반적으로 농업에 진입할 때 축사나 논 농사는 많은 자본과 시설, 기계가 필요하다. 과수 같은 경우에도 수익이 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농부'가 진입할 수 있는 모델 중에 하나가 채소밭이라고 생각했다. 1천 제곱미터(330평)라는 농업의 최소한의 단위로 밭을 구성하고, 40개의 이랑으로 나눴다. 각 고랑과 이랑은 경제적 목표와 생태적인 목표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밭 전체적으로 최소 3천만원에서 6천만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각 두둑과 고랑마다 투입에 대한 기대 수익(목표)이 달라진다. 생태적으로는 더 많은 탄소를 재격리 시키고 토양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경제적 목표를 세우는 이유
새로운 농민, 젊은 세대의 농부가 농업에 진입했을 때 200만원~300만원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으면 농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하고 있는 모델이다. 채소생활 전체 품목 중 가장 수익률이 낮은 양배추를 기준으로 했을 때, 2기작을 한다면 이랑 당 연간 16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농사를 처음 짓는다고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50% 정도로 기대 수익을 잡아도, 단위 면적 당 연간 3천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채소생활이 추구하는 재생유기농업의 핵심
재생농업의 핵심적 가치는 토양이다. 토양을 위해서 가능한 하지 않으면 좋은것이 경운이다. 그래서 '최소경운'으로 농업을 하고있다. 보통은 퇴비를 뿌린 다음, 소위 말하는 로타리를 쳐서 유기물을 땅속으로 넣어주는데, 우리는 표층 시비만 하고 있다.
*표층 시비 : 표면에만 유기물을 넣고 살짝 갈아만 주는 것
적정기술과 도구
토양 보존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농부도 보존돼야 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거나 고된 노동을 어떻게 덜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적정기술과 농기구의 사용과 제작으로 이어졌다.
- 브로드포크 : 이랑의 간격에 맞추어 75cm로 제작하여 단단한 이랑을 팔 때 사용한다.
- 파종기 : 씨앗을 뿌리는 도구, 몸을 수그리지 않고 선 자세로 작업이 가능하다.
- 전동수레 : 작은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동수레, 다양한 장비를 장착할 수 있으며 100kg~150kg 까지 가능하다.
젠Z 세대 농부의 등장, 호버보드와 전동수레의 결합
이재영 농부 / 오와린 농장(채소생활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독립한 농장) - 전동수레를 써도 뚜벅뚜벅 걸어다녀야 하는데 이것도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든다. 호버보드(전동보드)를 같이 써보자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잔디를 깎을 수도 있고, 농장 내 원거리 이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켜 누군가가 디자인을 하고 상품화가 돠는 과정을 통해 농업이 점점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랑과 고랑의 역할
이랑은 작물을 기르는 곳이고 고랑은 땅을 기르는 곳이다. 보통 고랑은 사람이 다니거나 움직이는 공간, 작업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고랑에서는 퇴비가 만들어지고 있다.
땅을 보호하기 위한 이불, 이랑덮개
재생농업에서 핵심 가치는 토양이기 때문에 토양을 복원하는 동시에 토양을 보존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건조한 시기와 장마가 있어서 땅을 보호할 물리적 덮개가 필요하다. 채소생활의 농지는 경사져 있어서 장마철 토양침식이 심하기 때문에 땅에 옷을 입혀준다.
이랑덮개 소재에 대한 고민
종이 멀칭도 있지만 1년 이상 사용이 어렵다. 두꺼운 비닐 멀칭은 최대 5년 정도 사용한다. 녹비라고 부르는 덮개 식물을 활용한 멀칭도 가능하다. 이랑덮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도 같이 생각하고 있어서, 소재의 선택에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농부의 수고를 덜고 미기후를 만드는 터널과 차열막
농부는 기후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한다. 추위, 더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기후 적정 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편의 상 크기에 따라 '그냥 터널, 앉은 터널, 선 터널'이라고 부른다. 추울 때 부직포나 비닐을 활용해 보온을 하고, 햇빛이 뜨겁고 비가 자주 내릴 때에는 *차열망을 덮어 열기를 차단하고 비가림 역할도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토양을 보존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채소생활의 중요한 질문의 방향이다.
*미기후 적정시설 : 변화가 심한 바깥의 온도에 대응해 적정 기후를 조성할 수 있는 시설, 해가림, 비가림 등의 터널이 이에 해당한다.
*차열막 : 재배를 위한 빛은 투과시키면서 열은 차단하여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덮개.
무경운, 최소경운을 해도 작물이 잘 자라는가?
가지와 같이 양분을 많이 필요로하는 열매 작물들도 잘 자란다. 재생유기농업이 생태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기계도 사용하지 않고 노동력도 덜 들이기 때문이다.
무경운의 장점
작목과 품종에 대한 선택에서 유리하다. '베이비 당근'을 기르고 있는데, 땅을 갈지 않아도 되는 작물 즉, 노동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선택한 작물이다. 시장에서 희소성이 있어서 판매가 잘 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무경운을 하면 처음 몇 해 풀 관리를 해주고, 점차 풀이 많이 자라지 않는다. 파종기로 파종하고 풀 관리에 드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수확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랑마다 연결된 호스, 서로 연결되고 순환하는 농장
물탱크와 연결된 호스가 각 이랑으로 뻗어있다. 경사진 덕분에 물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1년의 빗물을 담으면 1년 동안 쓸 수 있는 농업용수가 나온다. 농장이 세팅되면 호스들을 땅에 묻고, 키 작은 나무, 병충해에 강한 베리류, 열매 과수를 울타리로 심을 예정이다. 바람이 강한 지역에 방풍 역할도 하고 부수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도시 유기물이 농장으로 순환
커피 포대가 도시에서 처치 곤란이라고 한다. 커피포대를 덮개로 활용해,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토양 침식을 막고자 했다. 도심의 폐기 자원이 재생유기농업과 잘 연결되면 좋겠다. 국내 유기물들은 에너지와 비용을 써서 폐기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재료로 유박비료를 만드는 현실이 개선되면 좋겠다.
*유박비료(유기질 퇴비) : 비료의 성분이 유기화합물 형태로 함유되어 있는 비료를 말한다. 식물성 물질, 동물성 물질이나 배설물(분뇨), 인간 배설물 등에서 추출되며, 질소, 인산, 칼리 성분 등의 성분을 일정 이상 함유하고 있다. 주요 유기질비료는 이탄, 가축 폐기물, 농업에서 발생하는 식물 폐기물, 처리된 하수 슬러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기질비료 [organic fertilizer] (식물학백과)
나무밭 : 다년생 숲을 꿈꾸다
황폐해진 인삼밭의 재 야생화
오래 전에는 사슴 목장이었던 곳이다. 이후 인삼밭이 들어왔다. 인삼 재배에 많은 농약이 사용된다. 5년 동안 인삼 농사를 짓다보니 땅이 황폐해졌다. 지금은 이곳을 재 야생화하고 있다.
다년생 먹거리 숲의 꿈
야생화 한 일부 구간은 생태 축산 또는 다년생 먹거리 숲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공간이 많은데 산림과 같은 생태적 공간이 생산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델이 재생유기농업에서 생겨나면 좋겠다.
꽃밭 : 풀로 흙을 기르는 곳, 진입가능한 농업모델을 꿈꾸는 곳
풀로 흙을 기르는 곳
꽃밭은 풀로 흙을 기르는 곳이다. 2년째 계속 녹비를 기르고 있다. 호밀, 헤어리비치 등 벼과 식물과 콩과 식물을 심으면 땅이 부드러워진다. 이후 작물을 그대로 땅 위에 덮어 퇴비화한다. 해외에는 '롤러크림퍼'라고 하는 기구가 있어서 녹비를 기른 다음에 롤러크림퍼를 이용해 눕혀준다. 아직 국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직접 잘라 덮어준다.
꽃밭을 만든 이유
지금은 땅을 기르고 있고, 하반기부터 꽃을 기르려고 한다. 꽃이나 허브는 승계농이 아닌 새로운 농부들에게 접근성이 좋다. 큰 자본, 논, 지역 연고가 없다면 논 농사로 진입하기 어렵다. 과수 농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농민이 진입하기 쉬운 모델로 채소밭과 함께 꽃밭을 계획한 것이다.
스마트팜은 대안으로서 불충분한가
스마트팜을 국가에서 많이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대출을 크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형식이다. 지역에서는 2~3억 정도, 국가에서는 15~30억 까지도 대출을 해주는데 자본집약적 방식에 의존하는 것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모두 달려가기 보다는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싶다고 했을 때는 청년세대가 접근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재생유기농업적 지향을 가지고 다양하게 접근해보고 있다. 이곳은 아직 재생유기농업이 실현되지는 않았고, 꿈을 꾸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채소생활의 밭들을 둘러보며 재생유기농업을 통해 땅을 살려가는 생생한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안으로 이동하여, 채소생활이 재생유기농업을 하고있는 이유와 지금의 밭을 만들어온 과정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생유기농업의 등장
기존 유기농업 분야의 주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유기농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생태계를 잘 보전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자 지속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재생과 회복이 필요해졌다. 농업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30%, 생물 자성 감소의 60% 가 농업으로 인해 일어나고 수자원의 70%를 농업이 쓰고 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농업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농업이 당면한 과제는 '기존 농업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더 나은 방식은 무엇일까?'이다. 재생유기농업은 질문에 대한 의제 또는 방향성에 가깝다.
재생유기농업의 어려움
유기농과 재생농이 다른 기술 체계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우리 농어촌 환경에서 실현할 농기구나 농기계가 부재하다. 대표적인 게 롤러크림퍼이다. 기존 유기농업에서는 자라난 풀들을 다 갈아엎는데 재생농업에서는 갈아엎지 않고 롤러크림퍼로 그냥 꺾어준다. 마디마디를 꺾어주면 그 상태에서 고사하면서 자연적으로 멀칭이 된다. 이런 기계들이 있다면 재생 유기농 혹은 재생 농업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속도를 높이고 보편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소멸과 농업인구 감소의 원인
지역의 청년인구 소멸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 농사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농민으로의 진입의 장벽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힘들고, 돈을 벌 수 없고, 사회적으로 존중을 못 받는다는 이 3가지 인식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 인식들을 바꿔야 한다. 힘이 덜 들고,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사회적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농업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진입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농업
토지, 자본, 기술이 열악한 새로운 세대가 농촌으로 진입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채소생활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정책적 솔루션으로 스마트 농업이 나왔지만, 스마트팜 사관학교에서 1~2년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청년 농부는 초보농부이다. 농업도 초보고 사업도 처음인 사람이 30억의 대출을 가지고 어떠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것들이 굉장히 리스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이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향이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채소생활이 추구하는 재생유기농업
다품종 적정 생산을 통해 청년농부가 1차적으로 진입 가능한 농업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적정시간을 투자해 적정한 규모로 생산하고 적정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확장 할수도 있고,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새로운 활동들을 하는 농촌적 활동으로 확장을 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농업
농민들의 장점은 유기적이고 전체론적인 사유를 한다는 것인데, 한편으로 분석적 시스템적 사고는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정보를 시각화, 데이터화하고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갖추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Tend Smar Farm 이라는 어플을 비롯한 도구들이 나와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재생유기농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무리하며
재생농업이라는 관점과 관심에서다양한 농업적 방법론과 농업전통이 (농생태학, 유기농업, 생명역동, 보존농업, 퍼머컬쳐, 다년생 먹거리 재배, 디지털농업 등) 지속가능성을 넘어 ‘회복과 재생의 관점’에서 통합되고 연결되며, 무엇보다 구체성과 실용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생태계 파괴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모두가 마주할 심각한 문제이자 고통이고, 농업이 문제에 대한 의미있는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재생농업은 확산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그 확산이 가속화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생유기농업이 예외적이고 특별한 소수의 실천이 아니라 다수가 접근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농업해결책이자 농업방식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채소생활 박건오 농부님의 발표가 끝나고, 모인 이들과 함께 재생유기농업의 현 지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분야의 관점에서 바라본 재생유기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풍성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의미있는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는 마르쉐 요리팀으로 출점했던 변산노을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딩켈언덕
두번째로 방문한 답사지는 장구지 & 황윤미 농부님이 가꾸어가는 딩켈언덕 입니다. 딩켈언덕은 홍성 홍동의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과 학교의 미래세대에게 좋은 밀로 만든 먹거리를 나누고자 생명역동농법을 지향하며 발도로프학교 학생들과 함께 스펠트를 길러가는 작은 농장입니다.
딩켈언덕은
스펠트 밀 한 종류만을 키우고 있다. 스펠트 밀을 잘 키우기 위해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증폭제'라고 불리는 퇴비를 쓰고 있는데, 소똥이 핵심 재료다. 좋은 소똥을 받기 위해서 소 9마리를 기르고 있다. 소에게 사료 50%만 급여하고 나머지 50%는 직접 키운 수단그라스, 라이스그라스, 생초,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을 급여한다. 저온창고와 오스트리아 산 밀 제분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스펠트밀을 기르는 이유
스펠트 밀은 모든 밀의 원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된다. 독일에서는 스펠트밀이 주로 식사용 밀에 쓰인다. 글루텐 성분은 적은 편이어서 빵을 만들면 잘 부풀지는 않지만, 먹어본 이들은 속이 편하다고 말한다.
스펠트밀로 만드는 음식
제분해서 밀가루를 만들기도 하고, 밀알을 그대로 쌀과 함께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현재 이히브루 맥주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장에서 자원들을 순환시키고 있는 딩켈 언덕입니다. 로컬의 다양한 판매처에 밀을 공급하며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히브루/풀풀농장
마지막으로 이히브루(풀풀농장)로 이동했습니다. 풀풀농장은 충남 홍성에서 무경운, 무투입 방식으로 농사짓습니다. 농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땅의 힘을 최대한 키우는 자연농법으로 밭작물과 쌀을 키웁니다. 논밭에는 작물말고도 각종 풀과 생명들이 공존합니다. 농장에서 키운 쌀과 국산 곡물을 사용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이히브루'를 운영합니다.
자연농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이연진x남경숙 농부님의 가족은 2009년에 홍성으로 귀농해 15년째 자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석유를 쓰지 않고,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여 두둑을 만들 때에도 삽을 썼다. 세상이 정해놓은 질서나 규칙과는 다르게 살고자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물이 이연진 농부 가족의 귀농과 자연농으로 이어졌다.
흙을 살리는 자연농
농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인위적인 부분이 있는데, 자연과 농사가 만나 '자연농'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땅(흙)이 가진 태초의 생산력을 복원하려는 흐름은 70년 전 후쿠시마마사노부, 가와구치 요시카즈 농부가 대표적이다. 이 방법의 특징은 땅을 갈지 않고 거름을 넣지 않고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유기농 자연농을 설명할 때, 흙이 황폐해졌다고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표토의 유실을 든다. 표토는 비가 올 때마다 쓸려가고 유실된다. 표토 1cm를 다시 만드는 데 수 백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연농은 표토를 만드는 농사다. 일본의 자연농 농가에 방문한 적이 있다. 30년 이상 된 논이었는데 물 자체가 검은빛이었고 거대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기물 분석 결과 많은 유기물이 있었다.
이연진 농부는 사람들의 욕심과 과도한 개입으로 땅이 생산력을 잃고 황폐해졌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흙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자연농의 방식을 선택했다.
흙을 살리는 풀
풀은 실제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풀이 있는 곳과 흙이 드러난 곳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흙이 드러난 곳에 해가 비추면 수분이 사라지고, 생명이 살 수 없는 메마른 땅이 된다. 풀은 지표를 덮어 흙의 훼손과 유실을 막고 수분을 보존한다. 땅속의 풀뿌리에는 미생물들이 기생하며 땅속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자연농과 생산성
자연농 방식이 생산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연진 농부가 처음 농사를 지을 때, 거름 없이 무경운 방식으로 감자를 10kg를 심었다고 한다. 첫 해에는 50kg 이듬해에는 120kg을 수확했다. 그러나 높은 수확량은 착각이었다. 해가 가고 5년을 넘기면서 가뭄과 함께 수확랑이 급격히 떨어졌다. 감자 10kg을 심으면 수확은 1kg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몇 년 동안 땅에 남아있던 거름을 감자가 다 빨아먹은 것이었다. 풀이 필요했고, 회복이 필요했다. 이후 10년 동안 풀을 열심히 키웠고 그 결과 최근 감자 수확량은 투입의 2배 정도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꾸러미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이연진 농부가 선택한 방법은 '꾸러미'이다. 한 달에 1~2회 제철 작물 대여섯 종을 한 박스에 담아서 보내는 형태였다.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자연농 농산물을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대안적 선택이었다. 풀이 많으니까 나물을 먹을 수 있는 봄에는 명아주나 녹비작물을 함께 보내기도 했고, 상처가 나거나 작은 열매들은 가공해서 보내기도 하고, 꽃이 필 때에는 매화나뭇가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농부시장 마르쉐를 통해 자연농을 응원하고 동참하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30여 꾸러미 고객들 덕분에 월매출 약 200만원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택배비 외에는 노동력만 들어가는 자연농이었기 때문에, 매출은 대부분 수익으로 연결됐다. 지금은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꾸러미를 종료했다.
이히브루, 맥주양조장을 시작한 계기
맥주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연농과 연결돼있다. 거름을 주지 않고 농사지은 작물들은 단단하고 고유의 맛과 향이 진했다. 풀이 땅속으로 들어가 유기물이 됐고, 땅속 미생물이나 균과 교류가 좋았을 거란 생각에 이르자, 작물들을 발효시키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양한 방법의 가공을 시도한 끝에, 이연진 농부 부부가 좋아하는 맥주에 정착하게 됐다.
다음으로는 이히브루의 대표님인 남경숙 농부님이 이히브루의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히브루(ichbrew) 탄생 스토리
이히(ich)는 독일어로 '나', 부르(brew)는 브루어리의 약자이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남경숙 농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폰(iPhone)이 떠오른다. 남경숙 농부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맥주를 좋아해서 수제 맥주집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술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에도 관심이 많았고, 큰 자본 없이 맥주 양조장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먹은지 7~8년 만에 양조장을 직접 만들게 됐다고. 이히브루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어요,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하고 말을 건넨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생활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이히브루 1주년, 농부의 마음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의 가족은 자연농을 선택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이 농사는 돼, 안 돼?"라는 물음 앞에서 "할 수 있어!"라는 것을 계속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조장도 마찬가지였다. 맥주도 음식이고 하나의 문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곡물로 맥주 맛을 평균 수준 이상으로 구현하는 데에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했다.
군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국산 맥아를 연구하고, 농부들이 키우고 수확한 것을 양조장으로 가져와 맥주를 만든다. 맥주 하나에 다양한 연결고리가 이어져있다.
이히브루는 이제 1년이 됐다. 남경숙 농부는 풀풀농장의 성장을 많은 분들이 지켜봐준 것 처럼, 이히브루라는 맥주양조장이 우리 땅의 곡물과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재료로 맛있는 맥주를 맛드는 곳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분들이 맥주를 즐기고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이히브루가 도심이 아닌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잘 뿌리내리고 자리를 잡기를,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를 꿈꾼다.
농부시장 마르쉐와 이히브루
남경숙 농부는 이히브루가 만들어지기까지 농부시장 마르쉐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는 농부가 손님을 직접 만나, 작물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농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손님과의 대화는 농부로하여금 보람을 느끼게 한다. 양조장을 열고 맥주 시음회를 가장 처음 진행한 곳도, 맥주 판매를 가장 처음 한 곳도 마르쉐다. 마르쉐 손님들의 열열한 반응에 힘입어 1년 동안 양조장을 잘 키워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히브루가 꿈꾸는 내일
소규모 양조장을 직접 설계하고 지어보고 맥주를 만들고 연결되면서 이 과정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홍성 뿐만아니라 예산, 청양 등 곳곳에 작은 양조장이 생겨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전국 어디를 가도 서울을 따라하려 하고, 자연경관은 비슷해 보인다. 지역의 재료로 지역의 색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져 순환되면 좋겠다.
이야기가 끝난 후,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가 직접 지은 양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볏짚과 황토로 직접 지은 양조장
이히브루는 볏짚 블록을 쌓아올려 지었다. 볏짚에는 바실러스라는 균이 많다고 한다. 이연진 농부는 10년 후 이곳에서 토착화한 균으로 맥주 양조를 꿈꾸고 있는데, 정말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샌드위치 판넬이 아닌 스트로베일 흙집을 선택한 이유는 뜻밖에도 양조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가정집으로 매매할 경우를 대비해서였다고 한다. 아늑한 느낌의 공간은 딱딱한 공장식 생산시설이라기보다 균과 발효통의 집 처럼 여겨졌다.
양조장에는 이연진 농부와 남경숙 농부의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있다. 탱크는 수입해 직접 조립해 만들었다. 양조장 지을 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조립기술자를 들일 수 없는 상황, 조립법도 사용법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익혔다. 발효통은 보통 1톤 정도고, 큰 규모의 기업들은 4~5톤 정도 발효통을 쓴다. 이히브루는 400리터 작은 규모의 발효통을 쓴다. 규모로 따지면, 나노보다 작은 '피코 브루어리'로 홈브루어리 바로 윗 단계에 속한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 스트로(straw)는 짚으로 볏짚, 밀짚, 보리짚 등을 칭한다. 베일(bale)은 가축용 사료로 쓰기 위해 직육면체로 짚단을 압축해 묶어 놓은 것이다. 즉, 짚을 벽돌모양 직육면체로 압축한 것이 스트로베일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말 그대로 스트로베일로 집을 짓는 하우스이다. [출처]나무위키
국산 곡물, 국산 효모
이히브루는 발효조가 1개여서 다양한 맥주를 하지는 않는다. 현재 3종의 맥주가 출시되고 있다.
곡물은 국산을 쓴다. 그러나 홉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내의 홉 재배는 10군데이고 제품화한 곳은 1곳밖에 없다. 홉이 강조된 호피맥주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히브루는 호피맥주의 생산을 지양하고 있다. 대신 국산 곡물을 사용해 몰티한 맥주를 만든다. 홉은 맛과 향이 진해서 맥주의 아쉬운 부분이 많이 가려진다. 이히브루의 맥주는 몰트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히브루의 '별숲'은 밀맥주다. 밀맥주는 효모가 일을 많이 해서 만들어지는 맥주다. 효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을 보통 '이스티하다'고 표현한다. 대부분 수제맥주 양조장에서는 수입 건조 효모를 쓴다.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비용을 줄여 많은 양을 한번에 들여와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히브루는 국산 효모를 쓴다. 국산 효모는 액상형이고 활동성이 왕성하다. 이히브루 맥주 맛을 결정짓는 것은 국산 효모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산 밀 사용의 어려움
국산밀은 맥아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혼합 곡물은 다양한 생산자의 밀이 섞여 있고, 생산자마다 재배 방법과 거름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만들어진 맥주를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딩켈의 언덕에서 받아오는 밀은 동일한 생산자, 동일한 밭 환경이어서 맥아의 품질이 균일하다.
양조장 답사 후, 이히브루 앞뜰에서 자유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생유기농업의 가치에 공감하며, 임팩트 투자와 일손돕기, 농기계 구매를 위한 지원금까지 실효성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보태졌습니다. 우리 모두의 연대가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도록, 농부시장 마르쉐가 '지구농부 프로젝트'로 함께 합니다.
이번 필드트립에 함께 한 <영주인터넷방송>의 기사를 첨부합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