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지구농부포럼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허브홀에서 열렸습니다. 지구농부포럼은 2022년부터 기후위기에 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시작해, 올해로 벌써 세번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포럼의 타이틀은 “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로, 전통과 연결된 자연농(농민농업)과 서구에서 개념화된 재생유기농업이 한국의 농업 현장에서 만나 토양과 농업의 회복력을 만들어가는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나누며 지구농부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후원사인 파타고니아 환경팀 김광현 부장을 포함해, 사전 신청으로 참여한 농민과 학생, 연구자, 농업관계자, 언론 등 130여 명이 이번 포럼에 참여했습니다.
세션 1
🎤 농민농업에서 찾는 지구농부의 미래 (↗) _ 미겔 알티에리 (Miguel Altierei) 교수 / UC 버클리


첫 번째 발표는 <농민농업에서 찾는 지구농부의 미래>라는 주제로, UC버클리 환경과학관리 및 정책학부의 미겔 알티에리(Miguel Altieri) 교수가 맡았습니다.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발표에서, 알티에리 교수는 기후위기를 포함해 전 지구인이 처한 여러가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토양을 회복하고 생명다양성을 지켜내는 농민농업을 이야기했습니다.
알티에리 교수는 농업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이 땅과 흙의 유기물을 관리하고 천적을 활용해왔던 전통적 소농(혹은 가족농)의 농업 양식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라틴 아메리카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소농들의 다양한 농사 양식을 예로 들며,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고 토양유기물을 관리하며 농업 경관을 유지하는 농생태학의 가치들을 전했습니다.
"농업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만으로 전세계 필요한 식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사전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겪고 있는 식량난은 쌀, 밀, 옥수수 등 단일 작물을 화학비료와 살충제, 경운 등의 방식으로 길러내는 산업농업과 불균형이 문제"라며, "산업농업은 경작지의 70~80%를 쓰면서 식량의 30%만을 충당하고 있으며, 오히려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물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민농업은 경작지의 20~30%를 쓰지만, 전 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50~75%의 식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농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의 확산은, 그렇다면 어떻게 꾀할 수 있을까요? 알티에리 교수는 농생태적 농민농업으로 길러진 먹거리를 학교 급식으로 활용한다든가 하는 국가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으로서 소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먹거리를 선택하느냐, 어떤 농업과 연대하느냐가 결국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위기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 지구농부 생태 조사 결과를 통해 보는 지구농업의 현주소(↗) _유병덕 소장 /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두 번째 발표는 <지구농부 생태 조사 결과를 통해 보는 지구농업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의 유병덕 소장이 맡았습니다. 유병덕 소장은 생태농업의 개념을 “기업이 지배하는 과학 혹은 산업화된 유통 방식에 예속되지 않고, 농민 스스로가 자기 농업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농민농업”이라고 정의하고, “농부시장 마르쉐의 지구농부들이 현재 이에 가장 부합하는 그룹”이라고 소개하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병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은 정교하지 않습니다. 관행농이냐, 생태농업이냐 하는 농업 양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에도 차이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농업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보다 중요한 ‘탄소 축적’ 기준이 간과되어 있습니다.
이에 이시도르연구소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농업 양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를 것이라는 겁니다. 이 가설에 따라 이시도르 연구소는 2023년 한 해 동안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마르쉐의 지구농부들과 함께, 생태농업(지구농부)을 실천하고 있는 10개의 농가와 관행농 4곳을 비교하며 “생태농업 실천농가의 온실가스 배출 및 생물다양성 실태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생물다양성, 온실가스 배출량 및 토양탄소축적량 산출, 토양유기물 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 생물다양성 기준에서 지구농부가 유의미한 우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두 분야(온실가스 배출량 및 탄소축적량, 토양유기물)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유병덕 소장은 “표본수가 적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생태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었다”며, 연구 확대의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발표에서 유병덕 소장도 시민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기준에 따르면, 농업을 비롯해 가공-유통-저장-수출입-폐기에 이르는 농식품 분야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구상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21~37%를 농업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먹거리 문화만 바꾸어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셈입니다.
💬 종합토의


세션1의 종합토의는 농촌사회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 정은정 작가가 좌장을, 유병덕 소장이 패널을 맡아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토양의 탄소 축적에 관한 대학원생의 질문부터, 생태농업으로 길러진 채소의 가격이 왜 마트에 파는 채소보다 더 비싼가, 축산업과 육류소비에 관한 의견 등 예리하고 깊이 있는 질문과 의견이 무대와 객석을 가리지 않고 오갔습니다. 입장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주제가 있었음에도, 좌장의 균형 잡힌 진행과 재치있는 언변에 참가자 모두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먹거리와 관련한 개념으로 과거 지향적인 ‘토종’이나 군사 용어인 ‘식량안보’라는 표현을 썼는데, 농민농업의 확산과 농업생태학적 대안 차원에서 이를 ‘농민종자’나 ‘식량주권’이라는 언어로 바꾸자”는 유병덕 소장의 제안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세션 2
🎤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현황과 과제(↗) _장철이 과장 /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세 번째 발표는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유기농업과의 장철이 과장이 맡아,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생유기농업의 정의와 관련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재생유기농업은 아직은 우리 모두에게 생소한 개념입니다. 유기농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거나 경운을 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인 기준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생태농업이나 자연농업, 순환농법과 같은 농사 양식과도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장철이 과장은 “재생유기농업의 기본 이념은 지속가능성”이며 농사 주체가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와 장철이 과장은 최근 재생유기농업 연구과제를 신설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과 소비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장철이 과장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경작지의 15%에 달하는 면적에서 재생유기농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도 2022년에 87억 달러였고, 2028년까지 그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합니다. 재생유기농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책인 탄소중립과 관련해 책임과 영향력이 큰 글로벌 식품 대기업이 재생유기농업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활발한 주체가 눈에 띄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연구과제가 신설되어 한편으로 반가운 마음입니다. 생태농업의 방식으로 농민농업을 실천해 온 지구농부들이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혹은 지구농부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번 포럼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 조금 더 쉽게 짓는 무경운 농사 (↗) _ 강태양 농부 / 태평농원


네 번째 발표자는 지구농부, 태평농원의 강태양 농부입니다. 강태양 농부는 “조금 더 쉽게 짓는 무경운 농사”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는데요, 30분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습니다.
강태양 농부는 10년 전 땅끝마을 해남으로 귀농해, 돌이 많은 척박한 농지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상황, 비싼 농기계 대출비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무경운 방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는 귀농 전부터 트랙터로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무투입’ 방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무경운 방식을 두고 부모님과 매일 다투면서도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합니다. 뜨거운 태양과 예상할 수 없는 비와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 사이에서 저항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응하기도 하며 강태양 농부만의 농민농업이 태어났습니다.
상황을 역전시키며 즐겁게 농사짓고 있는 모습에 참가자 모두 박수로 큰 응원을 보냈습니다.



🎤 무경운 농사 7년 기록을 통해 보는 소규모 자연농 텃밭 운영 (↗) _ 안정화, 김신범 농부 / 종합재미농장
다섯 번째 발표자는 지구농부, 종합재미농장의 안정화 농부, 김신범 농부입니다. “무경운 농사 7년 기록을 통해 보는 소규모 자연농 텃밭 운영”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이들은 절기별 노지에서의 하루하루와 작물의 배치를 사진과 글과 그림으로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매우 두꺼워졌습니다. 씨앗이 어디의 누구 농부에게로부터 와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의 기록도 마치 육아일기를 보듯 몇 페이지, 몇 권에 걸쳐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을 토대로 사이짓기와 섞어짓기의 기준을 만들기도 하고, 연말이면 이 기록을 바탕으로 내년 농사 계획에 관한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기록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지금은 더 체계적인 기록이 가능해졌다고 하는데요, 종합재미농장 두 농부의 농사에 대한 진심과 소규모 텃밭을 시작하려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하는 마음이, 글로 다 전하지 못할 만큼 크게 다가왔습니다.
💬 종합토의
이어진 세션2의 종합토의는 세션1 종합토의를 맡았던 정은정 작가가 좌장으로, 모든 발표자가 패널로 참가하여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생태농업, 농민농업, 재생유기농업 등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산업농업과 다른 지점에 서 있으며 땅을 관리하여 탄소를 축적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방법, 순환농법과 재생농법의 차이 등 짧은 시간이 무척 아쉬울 만큼 많은 질문과 깊이 있는 의견들이 오갔으며, 농촌진흥청의 참여로 농업생태학에 관한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 정부의 연구와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 2024년 지구농부프로젝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23년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지구농부시장이 5월 농부시장@목동에서 ‘지구장’이라는 이름으로, 종합문화시장 성격의 테마시장으로 개편해 열립니다. 마르쉐친구들과 시민이 함께 지구농부의 현장을 찾아가는 ‘지구농부 필드트립’ 또한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재미있는 기후위기대응 실천 방법을 고안해 작은시장 형태로 여러분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올 한 해도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와 지구농부에게 큰 응원을 보내주세요!
🌏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사'를 응원합니다. 우리는그러한 농사를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농부'라고 일컬으며 함께합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지구농부포럼은 지구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자 재생유기농업, 자연재배 등의 방법론에 기초한 지구농의 가능성과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2024 지구농부포럼_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 현장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2024 지구농부포럼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허브홀에서 열렸습니다. 지구농부포럼은 2022년부터 기후위기에 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시작해, 올해로 벌써 세번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포럼의 타이틀은 “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로, 전통과 연결된 자연농(농민농업)과 서구에서 개념화된 재생유기농업이 한국의 농업 현장에서 만나 토양과 농업의 회복력을 만들어가는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나누며 지구농부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후원사인 파타고니아 환경팀 김광현 부장을 포함해, 사전 신청으로 참여한 농민과 학생, 연구자, 농업관계자, 언론 등 130여 명이 이번 포럼에 참여했습니다.
🎤 농민농업에서 찾는 지구농부의 미래 (↗) _ 미겔 알티에리 (Miguel Altierei) 교수 / UC 버클리
첫 번째 발표는 <농민농업에서 찾는 지구농부의 미래>라는 주제로, UC버클리 환경과학관리 및 정책학부의 미겔 알티에리(Miguel Altieri) 교수가 맡았습니다.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발표에서, 알티에리 교수는 기후위기를 포함해 전 지구인이 처한 여러가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토양을 회복하고 생명다양성을 지켜내는 농민농업을 이야기했습니다.
알티에리 교수는 농업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이 땅과 흙의 유기물을 관리하고 천적을 활용해왔던 전통적 소농(혹은 가족농)의 농업 양식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라틴 아메리카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소농들의 다양한 농사 양식을 예로 들며,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고 토양유기물을 관리하며 농업 경관을 유지하는 농생태학의 가치들을 전했습니다.
"농업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만으로 전세계 필요한 식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사전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겪고 있는 식량난은 쌀, 밀, 옥수수 등 단일 작물을 화학비료와 살충제, 경운 등의 방식으로 길러내는 산업농업과 불균형이 문제"라며, "산업농업은 경작지의 70~80%를 쓰면서 식량의 30%만을 충당하고 있으며, 오히려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물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민농업은 경작지의 20~30%를 쓰지만, 전 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50~75%의 식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농생태학에 기반한 농민농업의 확산은, 그렇다면 어떻게 꾀할 수 있을까요? 알티에리 교수는 농생태적 농민농업으로 길러진 먹거리를 학교 급식으로 활용한다든가 하는 국가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으로서 소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먹거리를 선택하느냐, 어떤 농업과 연대하느냐가 결국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위기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 지구농부 생태 조사 결과를 통해 보는 지구농업의 현주소(↗) _유병덕 소장 /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두 번째 발표는 <지구농부 생태 조사 결과를 통해 보는 지구농업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의 유병덕 소장이 맡았습니다. 유병덕 소장은 생태농업의 개념을 “기업이 지배하는 과학 혹은 산업화된 유통 방식에 예속되지 않고, 농민 스스로가 자기 농업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농민농업”이라고 정의하고, “농부시장 마르쉐의 지구농부들이 현재 이에 가장 부합하는 그룹”이라고 소개하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병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은 정교하지 않습니다. 관행농이냐, 생태농업이냐 하는 농업 양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에도 차이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농업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보다 중요한 ‘탄소 축적’ 기준이 간과되어 있습니다.
이에 이시도르연구소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농업 양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를 것이라는 겁니다. 이 가설에 따라 이시도르 연구소는 2023년 한 해 동안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마르쉐의 지구농부들과 함께, 생태농업(지구농부)을 실천하고 있는 10개의 농가와 관행농 4곳을 비교하며 “생태농업 실천농가의 온실가스 배출 및 생물다양성 실태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생물다양성, 온실가스 배출량 및 토양탄소축적량 산출, 토양유기물 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 생물다양성 기준에서 지구농부가 유의미한 우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두 분야(온실가스 배출량 및 탄소축적량, 토양유기물)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유병덕 소장은 “표본수가 적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생태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었다”며, 연구 확대의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발표에서 유병덕 소장도 시민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기준에 따르면, 농업을 비롯해 가공-유통-저장-수출입-폐기에 이르는 농식품 분야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구상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21~37%를 농업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먹거리 문화만 바꾸어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셈입니다.
💬 종합토의
세션1의 종합토의는 농촌사회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 정은정 작가가 좌장을, 유병덕 소장이 패널을 맡아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토양의 탄소 축적에 관한 대학원생의 질문부터, 생태농업으로 길러진 채소의 가격이 왜 마트에 파는 채소보다 더 비싼가, 축산업과 육류소비에 관한 의견 등 예리하고 깊이 있는 질문과 의견이 무대와 객석을 가리지 않고 오갔습니다. 입장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주제가 있었음에도, 좌장의 균형 잡힌 진행과 재치있는 언변에 참가자 모두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먹거리와 관련한 개념으로 과거 지향적인 ‘토종’이나 군사 용어인 ‘식량안보’라는 표현을 썼는데, 농민농업의 확산과 농업생태학적 대안 차원에서 이를 ‘농민종자’나 ‘식량주권’이라는 언어로 바꾸자”는 유병덕 소장의 제안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현황과 과제(↗) _장철이 과장 /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세 번째 발표는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유기농업과의 장철이 과장이 맡아, <한국 재생유기농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생유기농업의 정의와 관련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재생유기농업은 아직은 우리 모두에게 생소한 개념입니다. 유기농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거나 경운을 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인 기준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생태농업이나 자연농업, 순환농법과 같은 농사 양식과도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장철이 과장은 “재생유기농업의 기본 이념은 지속가능성”이며 농사 주체가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와 장철이 과장은 최근 재생유기농업 연구과제를 신설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과 소비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장철이 과장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경작지의 15%에 달하는 면적에서 재생유기농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도 2022년에 87억 달러였고, 2028년까지 그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합니다. 재생유기농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책인 탄소중립과 관련해 책임과 영향력이 큰 글로벌 식품 대기업이 재생유기농업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활발한 주체가 눈에 띄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연구과제가 신설되어 한편으로 반가운 마음입니다. 생태농업의 방식으로 농민농업을 실천해 온 지구농부들이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혹은 지구농부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번 포럼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 조금 더 쉽게 짓는 무경운 농사 (↗) _ 강태양 농부 / 태평농원
네 번째 발표자는 지구농부, 태평농원의 강태양 농부입니다. 강태양 농부는 “조금 더 쉽게 짓는 무경운 농사”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는데요, 30분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습니다.
강태양 농부는 10년 전 땅끝마을 해남으로 귀농해, 돌이 많은 척박한 농지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상황, 비싼 농기계 대출비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무경운 방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는 귀농 전부터 트랙터로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무투입’ 방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무경운 방식을 두고 부모님과 매일 다투면서도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합니다. 뜨거운 태양과 예상할 수 없는 비와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 사이에서 저항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응하기도 하며 강태양 농부만의 농민농업이 태어났습니다.
상황을 역전시키며 즐겁게 농사짓고 있는 모습에 참가자 모두 박수로 큰 응원을 보냈습니다.
🎤 무경운 농사 7년 기록을 통해 보는 소규모 자연농 텃밭 운영 (↗) _ 안정화, 김신범 농부 / 종합재미농장
다섯 번째 발표자는 지구농부, 종합재미농장의 안정화 농부, 김신범 농부입니다. “무경운 농사 7년 기록을 통해 보는 소규모 자연농 텃밭 운영”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이들은 절기별 노지에서의 하루하루와 작물의 배치를 사진과 글과 그림으로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매우 두꺼워졌습니다. 씨앗이 어디의 누구 농부에게로부터 와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의 기록도 마치 육아일기를 보듯 몇 페이지, 몇 권에 걸쳐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을 토대로 사이짓기와 섞어짓기의 기준을 만들기도 하고, 연말이면 이 기록을 바탕으로 내년 농사 계획에 관한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기록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지금은 더 체계적인 기록이 가능해졌다고 하는데요, 종합재미농장 두 농부의 농사에 대한 진심과 소규모 텃밭을 시작하려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하는 마음이, 글로 다 전하지 못할 만큼 크게 다가왔습니다.
💬 종합토의
이어진 세션2의 종합토의는 세션1 종합토의를 맡았던 정은정 작가가 좌장으로, 모든 발표자가 패널로 참가하여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생태농업, 농민농업, 재생유기농업 등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산업농업과 다른 지점에 서 있으며 땅을 관리하여 탄소를 축적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방법, 순환농법과 재생농법의 차이 등 짧은 시간이 무척 아쉬울 만큼 많은 질문과 깊이 있는 의견들이 오갔으며, 농촌진흥청의 참여로 농업생태학에 관한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 정부의 연구와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 2024년 지구농부프로젝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23년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지구농부시장이 5월 농부시장@목동에서 ‘지구장’이라는 이름으로, 종합문화시장 성격의 테마시장으로 개편해 열립니다. 마르쉐친구들과 시민이 함께 지구농부의 현장을 찾아가는 ‘지구농부 필드트립’ 또한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재미있는 기후위기대응 실천 방법을 고안해 작은시장 형태로 여러분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올 한 해도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와 지구농부에게 큰 응원을 보내주세요!
🌏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사'를 응원합니다. 우리는그러한 농사를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농부'라고 일컬으며 함께합니다. '지구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지구농부포럼은 지구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자 재생유기농업, 자연재배 등의 방법론에 기초한 지구농의 가능성과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2024 지구농부포럼_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 현장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