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③ 이어받은 농장, 이어가는 농장 <츠나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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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야 한 켠에 있던 재료의 사진 모음


가미야마에 도착한 날 가마야에서 성대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가마야 한쪽에는 음식이 아닌 재료의 사진이 쭉 붙어있다. 이 사진은 모두 인근의 농장에서 직접 찍은 것들이다. 産地産食(산지산식)을 지향하는 푸드허브프로젝트(이하 FHP)는 가마야에서 채 3분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농장이 있다.

* 産地産食(산지산식)은 지역에서 키우고, 지역에서 먹는다는 뜻으로, 자급률과 비슷한 의미이다.


츠나구(つなぐ)는 일본어로 ‘잇다’, ‘연결하다’는 뜻이다. 츠나구팜은 여러 가지 활동이 이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1. 죠세이 고등학교에서 농업을 배우는 학생들이 연수를 하는 장

2. 가미야마 지역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장

3. 농업에 대해 생각하는 장

4. 초등학생 아이들이 먹거리 교육을 하는 장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 장소로서, 한 농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미야마 지역 내 FHP가 관리하는 모든 곳을 일컫는다. 그중 두 곳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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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 했던 경작지는 FHP에서 4년을 배우고, 독립한 <oronono>가 관리하는 곳이다.

FHP가 시작했을 때, 가미야마 곳곳 산재해 있는 농지, 경작 포기 농지, 경작 포기 농지 예비군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는 노령 주민의 땅을 이어받았고, 지금까지 임대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농지는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이 논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FHP 이 땅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관리되지 않은 채로 버려지는 땅이 됐을 것이다.

FHP에서는 츠나구, 이어가다 라는 표현이 계속 반복된다.

이곳은 오래도록 논농사를 짓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미야마처럼 중산간 지역에서는 벼농사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FHP에서는 논을 밭으로 바꾸어 채소, 밀을 재배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은 여름에 벼가 푸르르게 자라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바뀌는 동네 풍경을 아꼈다고 한다. 그래서 밭으로 바뀌어 버린 지금, 이곳에 오래 살던 동네 분들에겐 아쉬움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생산성과 지속성을 위해 FHP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변화를 감행했어야 했다.

이곳에서 키우는 밀의 종류는 ‘가미야마밀’이다. FHP 공동대표인 시라모모상의 본가에서 계속 키워왔다고 한다. 가미야마에서 70년 이상 재배되어 왔던 밀이니, 시라모모상의 증조부모 세대부터 쭉 이어온 밀이겠다. 지난 11월 토종장이 떠오른다. 

토종은 이 땅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생존법을 강구하기 위한 다양한 기록을 지니고 있다. 병충해, 혹한, 가뭄, 폭우 등 자라나는 동안 겪은 날씨를 차곡차곡 씨앗에서 씨앗으로 기록해 나간다. 가미야마밀 또한 가미야마의 기후를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러니 스스로 씩씩하게 궂은 날씨를 이겨내고, 여러 방해를 극복하여 자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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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간 곳은 가마야와 도보로 3분도 되지 않는 곳에 있는 츠나구팜의 하우스동. 역세권 청년주택이라고 홍보하는 것 만큼이나, 더욱 열렬히 홍보해도 되겠다. 가마야 텃밭 3분 거리, ‘초하우스권 식당’이라고! 이곳에서 키운 채소들은 마루고토 전문고등학교에 급식으로 보내고, 도쿄에 있는 회사에 사식으로 쓰인다고 한다.

사진 속 치에짱과 한 명 더, 둘이 함께 비닐하우스 15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치에짱은 전업 농부가 된 지 올해로 2년 차, 만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날도 다음날도 혼자 오롯이 하우스 몇 개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타이치상이 이렇게 숙련되고 능숙한 농부가 없다며 치켜세우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

‘월급받는 농부?’ 우리나라도 일본도 서구 국가와 같이 대농을 하기보다는, 농부 본인이 가능한 범위에서 농사를 짓는 것. 농부는 곧 자영업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치에짱은 푸드허브 소속 농부로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고, 풍년이냐 흉년이냐에 따라 농작물을 값어치가 달라진다. 농부는 매번 같은 노동력을 바치더라도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월급 받는 농부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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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쪽부터 오른쪽으로) 코마츠나(소송채), 레드프릴, 미즈나, 와사비나, 레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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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 들어가면 잎채소 4종과 래디쉬가 가지런히 구획되어 있다. 래디쉬는 다른 잎채소들처럼 한 칸을 차지하지 않고, 가운데 틈을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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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노노에서 재배한 당근


농장 방문 전날 먹은 채소 플레이트. 전날 이 채소들이 어디에서 온 줄 몰랐을 때 느꼈던 맛과, 농장에 방문하여 내가 먹은 것들이 어디서 자랐는지 알게 된 후에 느껴지는 기운이 전혀 다르다. 

분명 한 차례 입에서 지워진 맛이지만, 다시 그 땅의 힘을 얻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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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츠나(소송채) 페스토로 만든 파스타


농장 방문 후 저녁 만찬. 유럽에는 바질페스토가 있다면, 한국에는 깻잎 페스토가 있고, 일본에는 코마츠나 페스토가 있다! 영양학적으로 잎채소를 갈아 만드는 것이 괜찮을지는 모르나,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잎채소들을 이렇게 잔뜩 사용해서 소스를 만드는 것은 방법이겠다. 

특히나 잎채소의 쓴맛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페스토로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채소를 쉽게 맛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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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야 한켠의 채소코너


가마야, 가마빵에서 사용하고 판매하는 쌀과 야채는 츠나구팜에서 키운 것이다. 깔끔이 흙을 정리해 소포장 되어 있는 것이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주겠지만, 흙과 가까이 있던 무엇보다 신선한 제품을 다시 비닐에 넣어둔 것이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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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P의 굿즈, 채소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가마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치되어 있는 치에짱의 스티커. 가마빵에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야채를 키우며 여러 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치에쨩. 치에쨩이 그리는 세계. 야채가 부족한 당신에게도 추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치에짱은 농부 겸 일러스트레이터다. FHP의 굿즈, 채소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작업하기도 하였다. 스티커 한 장에 200-300엔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고 전부 집어 든다면 예상치 못한 가격을 만나게 된다! 

마스킹테이프에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순무가 자라서 뿌리는 요리를 해 먹고, 잎에서는 씨앗을 맺어 이듬해 다시 땀에 심어진다. 땅을 돌보며 작업하는 이에게는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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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