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④ 마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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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iyama Valley Satellite Office Complex(위성사무소) 전경


가미야마 마을의 창구, 그린밸리

4600명 인구(2003년 기준)가 살고 있는 마을을 만나러 찾아오는 힘을 찾아 마을로 간다. 오전에는 NPO 그린밸리(이하 그린밸리) 소속 아디차상의 안내로 시작되었다. 초록창에 가미야마를 검색하면 자주 워케이션 장소로 소개되는데,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Kamiyama Valley Satellite Office Complex(이하 위성사무소)로 간다. 긴 영문을 해석하면 복합적인 것들이 들어있다는 의미로 작업공간을 의미한다. 

이 공간은 미싱 공장이었던 장소를 지자체에서 건물을 매입하여 임대료를 내고, 그린밸리에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10년 가까이 지나오면서 시설과 운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변했지만,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미야마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위성사무소는 정식멤버가 되어 정기 사용도 가능하지만, 1일 사용료 1100엔을 내면 9시부터 5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아쉬움 반 부러움 반 감정이 섞였다. 워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가미야마 연수로 잠시 멈춘 업무를 이어 하고자, 가방 한 쪽에 노트북을 담았던 터였다. 하루 일과가 마치고 시간이 된다면 위성사무소에서 워케이션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9시부터 5시까지 운영이라니 갈 수 없다. 아쉽다는 마음과 동시에 한국의 많은 워케이션 사무실을 떠올린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24시간 운영하거나 못해도 자정까지 운영하는데,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워케이션이라 불러도 될까? 고개를 들면 통유리창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일한다면 그건, 그저 일이 아닌가. 

한국의 다양한 워케이션 사례를 보면서 일과 방학이 함께 붙어있는 단어의 이상성에 대한 의문이, 9시부터 5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가미야마 위성사무소를 만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공간이라면 무리하지 않고 일하기 전 산책을, 이후에는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일을 할 수 있을 터이니… 가미야마에 마르쉐 위성사무소를 만들고 일하는 꿈이 생긴다. (실제로 타이치 마나베상에게 “가미야마로 유학 오고 싶어” 선언하기도 했고, 와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이런 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지 의류, IT 등 다양한 기업에서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소를 만들고 일부 직원들은 이주한다. 최근엔 가미야마를 찾아오는 곳이 많아지면서, 더 좋은 집과 사무공간을 찾기 위해 사무실이 생기기 전까지 이 공간에 머물며 월별 가입자가 되기도 한다. (개인도 월별 사용이 가능) 이용료는 월 11000엔 정도로 이용 인원수가 늘어나거나 공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10명 정도 인원이 위성사무소를 사용한다면 7명은 가미야마에 집 소유, 3명 중 1명은 도쿠시마현에 거주 또는 주변 숙박을 이용한단다. 위성사무소는 자연스레 머무는 사람들에 의해 지속해서 마을의 자원(가게, 식당, 숙소 등)을 이용하니, 자연스레 마을은 움직인다.

또한 25년째 운영 중인 아티스트인레지던스는 1년에 3명 선정하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80명 정도 지원한단다. 선발기준은 개인의 훌륭함보다 마을에 섞여 함께 나누는 가치 사항을 보고 선정하며, 이들의 지원에 대한 업무 또한 밸리에서 이주교류지원센터로서 역할을 한단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작지만 마을로 모이는 힘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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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과 새로움의 공존

툇마루라는 의미를 가진 엔가와는 영상 제작 업체이자 2013년에 오픈한 도쿄의 위성사무소이다. 4동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엔가와, 플랫이즈, 플라토웍스 총 3개의 회사가 함께 있는데 모두 스미다상이 대표이다. 2012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재해 속에서도 사업추진을 할 수 있는 안전한 데이터 보관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정부, 기업 모두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미다상은 여러 장소를 보던 중 우연히 그린밸리 운영하던 오오미나미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른 지역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오기를 바라지 않는 적정한 관계를 맺은 모습을 좋게 보았다. 무엇보다 가미야마가 일본 전체로 봤을 때 지진으로서 안전하여 가미야마 위성사무소가 만들어졌다.

가미야마로 온 스미다상은 건물의 설계를 우리가 머문 숙소 위크카미야마 세 명의 설계자에게 맡겼는데, 통유리 컨셉으로 진행하여 모든 건물엔 너른 풍경을 볼 수 있는 창이 있다. (세 사람 중 스마상은 마루고토 고등학교도 설계했는데 역시 통유리창이다. 일관된 컨셉!) 엔가와 건물은 4동으로 구성되었고, 메인 오피스에서 작업을 하는데 기존에 있는 가옥을 살리고 내진설계를 보충하였다. 

메인 건물에서는 13명 정도 일을 하는데, 일하는 분들은 도쿠시마현 또는 가미야마 내외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건물에는 엔가와 오피스 심장이라 불리는 장소. 가장 중요한 서버 저장 장소. 서버가 있는 심장이 있을 수 있기에, 가미야마에 오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도쿄 외 지역에서 일한다면 지사 발령으로 보는데, 위성사무소 업무는 장소만 다를 뿐 도쿄와 동일한 업무를 한다. 이러한 점은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직원 개인이 일하는 방식, 지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스타일을 결정하는 계기를 준다고 한다.

건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속 최첨단 시설의 모습에 놀라우면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할 수 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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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더 작은 곳으로 

마나베상 가족이 식료품점을 운영하려 했던 장소로 가마야식당을 대신해서 지금은 함께 모여 만들어 먹는 장소로 사용된다. 게스트 홈파티 가능한 장소로 위에 숙박 장소가 있어서 모노사스에 온 분들이 잠시 머무는 장소로 사용되며 가미야마 주민 거주지였던 곳을 모노사스가 임대하고 있다.

그 옆의 건물은 빈집 매입프로젝트를 진행하는 1년살이를 해볼 수 있는 시범주택은 2명 정도 거주 가능한데 가미야마연대공사에서 매입하여 운영한다. 빈집 리노베이션을 할 때 가미야마 기술자(목공)와 함께하였으며, 아래 건물 상점에 입주한 로스팅 숍은 5년째 운영 중이다. 가미야마에서 장기체류 경험을 통해 이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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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곳곳을 둘러볼수록 잠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미야마 일정을 마치고 머물렀던 숙소부터 천천히 마을로 향했다. 급하게 보았던 건물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모노사스 위성사무소에서 줌으로 일하는 타이치마나베상과 타네모토상을 만나 손인사를 건넸다. 

조금 더 걸으니 에어비앤비 손님을 위해 숲속에 사우나를 만들었다는 사장님이 바쁘게 토마토를 배달하는 모습, 오래된 잡화점 안에 노부부가 앉아 나란히 책 읽는 모습을 마주했다. 두 분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조용히 지나갈까 고민하고, 잡화점 안이 궁금하여 조심히 문을 열고 목인사를 건네며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되어 보이지만 곳곳에 정갈하게 놓인 물건들을 천천히 살피다 안쪽에 두어있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양말이 맘에 들어 계산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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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걷다 보니 익숙하고 반가운 가마빵집과 가마야 식당을 다시 만났다. 세 번째 방문인데도 여전히 새롭고 즐거워 다시 하나하나 살펴본다. 

1976년에 발간한 가미야마 어머님들의 레시피가 적힌 책, 오래전부터 만들어왔던 쑥떡, 가미야마 밀로 만든 쇼트브레드 그리고 폭신폭신한 식빵부터 다양한 빵의 향연. 그 빵의 향연 속에 며칠 전 모습과 다르게 매장에는 빵 쟁반 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기와 함께 온 가족, 혼자 온 사람들이 쟁반 위에 고른 빵을 살펴보면서 마지막 가미야마 빵식을 위한 빵을 골랐다. 최근에는 가마빵팀에서 가미야마 밀 재배를 시작하면서, 시작부터 해보고 싶어서 연간 1톤 재배가 목표라 하는데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되는 마음으로 고르다 보니 쟁반 위에 빵의 산을 이뤘다. 

계산을 마치고 보니 30% 할인된 어제의 빵도 선물로 받고, 첫날 타이치마나베상의 소개로 인사한 가마빵 베이커가 마중을 나온다. 올해 마르쉐 햇밀장에서는 얼굴을 마주하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하며 여름이 기다려진다.



가미야마를 오래 기억하는 법

가미야마를 가기 전, 방문한 지인을 통해 “가미야마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 비싼 그릇이 있는데, 안 사 왔더니 후회되더라”라는 말을 들었다. 비싸지만 사지 않으면 후회할 그릇에 대한 궁금증은 나 혼자만이 아니어서, 오오미나미상의 강의를 마치고 폐점 10분 전 도착하였다. 오오미나미상은 우리가 SHIZQ에 방문한다는 이야기에 꼭 그릇 아래 가격표를 보라고 하였는데, 그릇 아래에 가격이 적혀있지 않았다. 한 켠에서는 SHIZQ에 대한 이야기가 빠르게 옮겨졌다. 

이곳은 가미야마에서 많이 자라는 삼나무를 산과 강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가미야마는 30년 전과 비교해 강의 수량이 약 30%로 줄어들었다. 강의 물을 늘리기 위해서 과밀해진 삼나무를 베었고, 베어낸 삼나무의 활용법으로 그릇으로 만들게 되었다. 폐점 2분 전, 마쳐진 이야기 사이로 손을 들고 “스미마셍, 고레와 이쿠라데스카?(죄송한데, 이건 얼마일까요?)”를 물었고 드디어 가격을 들었다. 폐점 1분 전 용감한 몇몇 사람은 삼나무 그릇을 소중히 담아 나왔다.

가미야마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의 피날레는 가미야마 양조장 방문이었는데, 겨울방학이라는 말에 고민하다 위크 가미야마와 가마야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판매하는 ochicochi 방문을 추천받았다. 가미야마에 머물면서 만나는 그릇들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터라 가게에서 만날 다양한 그릇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급하게 방문의 날을 정했는데 가미야마에서 가죽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LICHT LICHT와 MINATOHE 커피 팝업이 이뤄져 궁금해졌다. 

가미야마와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동네 한 곳에 조용히 위치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곳에서는 구두를 손질하는 솔질 소리가 들렸고, 다른 한 곳에서는 커피향이 피어올랐다. 잔잔한 솔질 소리와 잔잔한 커피향 덕분에 이동하느라 분주해진 마음이 고요해져, 더욱 찬찬히 그릇을 살폈다. 내부 사진 촬영이 불가하여 눈으로 기억을 남기고자 그릇을 이리저리 만지고 둘러보았다. 덕분에 가미야마의 그릇 몇 가지를 가방에 담았고, 커피 팝업 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잔을 고르고 커피를 주문했다. 향긋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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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