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⑤ 연결과 지지로 이루어진 <WEEK KAMIY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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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리셉션과 라운지, 식당 공간 (오른쪽)숙박동



연결과 지지로 이루어진 <WEEK KAMIYAMA>

가미야마에서 2박의 일정을 할 숙소는 2015년에 개장한 <WEEK KAMIYAMA>이다. 약 60년의 세월을 거친 오래된 집을 리노베이션하여 리셉션과 라운지, 식당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 옆에는 가미야마산의 편백과 삼나무(일부는 마을에서 나온 폐목재를 재활용한)를 이용하여 만든 숙박동이 별개로 있었다. 가미야마의 얼굴이라고 소개한 <WEEK KAMIYAMA>는 말 그대로 마을의 모든 지향점과 이야기를 잘 담아낸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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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KAMIYAMA>는 가미야마 마을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연구와 프로젝트로 모이는데, 이들이 교류하며 지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이 되어 스미다씨(엔가와의 대표)와 그의 부인이 중심이 되어 토지를 매입하고 지역 주민과 기타 많은 관계자들의 출자를 받아 오픈하였다고 한다. 숙소가 세워지는 데 힘을 보탠 사람들의 이름을 현판으로 새겨 라운지동 천장에 ‘WEEK’의 형태로 배열해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가미야마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마을을 둘러보러 오는 등 개인 및 기업의 시찰과 연수가 주 목적인 이들이 많이 방문하였으나, 점차 일반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WEEK KAMIYAMA>에 숙박한 이들의 소개나 재방문의 영향도 크다고 하니, 경험에서 기록되는 기억이 참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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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6명까지 사용 가능한 그룹룸 (오)업무용 테이블이 있는 1인실


숙박동은 총 8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1인실(작업실), 트윈룸, 더블룸, 그룹룸 등 다양한 형태로 방문자의 수와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마르쉐친구들 중 일부는 함께 그룹룸을 이용하였는데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는 탁 트인 경치와 더불어 나무향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의 마음에 꼭 들었다. 잠귀가 밝은 시선과 소라는 양 끝으로, 어딜 눕혀놔도 잘~자는 다정과 나는 가운데 침대를 택했다.

숙소 내 여유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침대 아래 알차게 수납함도 있고 세면대도 2개에 일본답게 샤워실과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어 여럿이 쓰기에 아주 알맞은 공간이었다. 방 안의 나무 제품(침대, 테이블, 삼나무 주머니 등)은 모두 가미야마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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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볼 수 있는 풍경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숙소는 모든 방의 창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경관을 한껏 즐길 수 있다. <WEEK KAMIYAMA>와 엔가와 위성사무소, 마루고토 고등학교 모두 같은 사람이 설계하였는데, 건물의 전면을 통유리로 만드는 것이 그 만의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새벽 동트기 전 일어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빛으로 마을이 서서히 밝혀지는 모습을 보았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늦게 일어나고 또 매우 늦게 자는 내가 이 경치를 보기 위해 평소 잠들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인데, 바이오리듬을 깰 정도로 아주 인상적인 시간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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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라운지&식당 건물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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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뒷편의 판매대 / 분주히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의 모습


<WEEK KAMIYAMA>의 라운지는 프론트이자 식당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거나 커피를 주문할 수도 있고, 가미야마산의 먹거리와 아기자기한 기획 상품도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푸드허브 프로젝트에 관한 강연을 듣기도 하고,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 동료가 오기를 기다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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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벽면을 살펴보다 눈길이 가는 그림이 있어 상세히 살펴보니, 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름하여 ‘석축 프로젝트 - 석재 WEEK with 석축학교’.

숙소가 세워진 곳 아래는 4단의 석축으로 되어 있으며, 군데군데 무너지거나 보수가 필요한 곳이 있어서 2021년부터는 "석축 WEEK"이라고도 불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만약 이 보수작업이 단순히 일로서 맡겨지게 된다면 큰 비용이 들거나 인력의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이 하나의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어 완전히 다른 방면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2013년부터 일본 전국 각지 약 130개소 이상에서 활동한 ‘석축학교’와 함께 돌 쌓기 기술을 배우면서 실제 보수작업도 해본다고 한다. 심지어 참가비로 3천엔을 받는다. 식사와 숙박을 포함한 별도의 플랜까지 판매하고 있다니, 참으로 비상한 지혜가 엿보이는 프로젝트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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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KAMIYAMA>를 받치고 있는 석축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돌은 가미야마 마을의 빈집이나 시설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곳곳에서 회수한 돌을 모아 숙소 옆 한쪽에 크기별로 보관하고 있으며, 이 돌을 숙소의 석축을 보수하는 데 사용할 뿐만 아니라 마을 어디에서든 필요한 곳이 있다면 자유롭게 가져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폐석재 순환 시스템을 이용한 복원 작업을 즐거운 축제로 만들면서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한 깊이와 가능성, 체험을 통한 교류의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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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아침식사


🍳 두 번의 아침 식사 그리고 한 번의 저녁 식사

<WEEK KAMIYAMA>에서는 미리 신청하여 아침 식사 혹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숙박객은 물론 마을 주민 혹은 모든 방문객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두 번의 아침 식사와 한 번의 저녁 식사를 하였다.

이곳의 메인 셰프는 처음엔 경험(인턴)으로 와서 운영을 보조하다가 이후 메인 셰프 직을 제안받아, 이제는 모든 메뉴 구성 및 연구와 더불어 주방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고 했다.

첫 아침 식사는 간편 빵식으로! 빵은 가미아먀 마을의 유일한 빵집 ‘가마야’에서 만든 빵이고, 샐러드 채소와 드레싱, 잼, 요거트, 달걀, 수프. 모두 지역에서 나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두껍게 잘라 살짝 익힌 식빵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그날 일정 중 들른 가마야에서 통식빵을 한 덩이 사서 틈날 때마다 쪼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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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침식사


둘째 날의 아침 식사는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 아침 식사로! 쌀밥과 유부 미소국, 배추와 청경채와 멸치를 볶은 찬, (아마도) 우엉 볶음, 우메보시, 요거트까지.

개인적으로 우메보시의 짭짤하고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날은 열매와 발효로 빚어진 맛으로 아침을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몽롱한 아침엔 늘 찬 커피나 음료로 잠을 쫓곤 했는데, 발효의 맛으로 몽롱한 오전 시간을 깨우는 기분이 색달랐다.

또 젓가락에도 작은 감동 포인트가 있었다. 손에 쥐는 부분은 굴곡이 있는 나무로 되어 쥐기에 가볍고 편했으며, 음식을 집는 부분은 매끈한 모양에 약간 거친 돌 같은 재질로 음식을 잡기에 수월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있어 얇고 무게감 있는 쇠젓가락 사용하는 것이 힘든 나 같은 사람도 이용하기 매우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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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만찬, 저녁식사


일정에 함께한 모든 사람이 둘러앉아 가미야마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WEEK KAMIYAMA>에서 하게 되었다. 이날의 저녁 식사는 지금 가미야마에서 나는 제철의 온갖 채소를 만난 시간이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을 배려한 점도 있다고 했지만 지금 가장 맛있는 가미야마의 채소를, 가장 가미야마 다운 맛을 마지막 식사로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메인 셰프의 마음도 담겨있었다.

오늘처럼 단체 손님이 있는 날에는 외부인 식사 운영을 잠시 중단한다고 하는데, 평소엔 이곳에 방문하는 누구나(숙박하지 않더라도) 식사가 가능하며 특별히 이곳에서 주민들과 외부인들이 모여 교류하며 식사하는 것을 매우 환영한다고도 했다. 땅의 것, 제철의 것, 유기농의 것을 강조하는 식단은 농가로부터 직접 전달되는 채소를 보고 오늘의 메뉴를 정한다. 마르쉐의 요리사들이 그날 농부가 시장에 가져오는 작물을 보고, 그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가장 제철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과 유사한 지점이다.

다양한 채소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낯설지 않지만 또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한 식탁이 대접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줬고, 준비한 이들의 정성과 배려가 그대로 보이는 식사 자리였다.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마을을 연결하는 <WEEK KAMIYAMA>

<WEEK KAMIYAMA>에서는 자체적으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여기서 인턴으로 일하는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라디오(팟캐스트)로 웹에 송출하거나, 숙소를 받치고 있는 석축에 관해 공부하고 보수하는 모임 ‘석재 WEEK with 석축학교’를 열거나, 또 그 아래의 강의 생태 조사와 더불어 강 청소와 조류의 흐름을 바꾸는 ‘강 만들기’ 활동을 하거나, 방문객에 관한 오픈 데이터를 웹에 게시하고 있는 것 등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숙박 시설의 개념을 넘어서 공간을 함께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또 공유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마을을 연결하는 숙소인 것이다. 많은 이의 연결로 지지되는 것을 보면서 숙박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단단히 알았다. 가미야마만의 끈끈한 관계성이 객실 한 칸에도 담겨져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WEEK KAMIYAMA>의 프로젝트 아카이빙 기록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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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단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