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⑥ 땅에 있는 계절, 식재료의 힘으로부터 시작하는 요리 <가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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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밥상에 올라온 음식 중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재배된 음식은 몇 프로일까?

가마야식당에는 오늘 올라온 밥상 속 식자재의 정보와 비율이 오픈 초기부터 기록되었다고 한다. ‘우리 것이 좋은것이여!’라며 외쳤던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와 함께 회자되는, 일본의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 운동이 생각났다. 가마야 한 켠에는 매주 그리고 매달, 매년 준비된 음식에서 사용된 가미야마의 재료로 비율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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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야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가미야마 식재료 이야기 카드


“10월은 푸드허브 프로젝트 밭에서 솎아낸 당근을 샐러드나 튀김, 피클 등의 요리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솎아낸 당근은 그대로 버려지는 일도 왕왕 있지만, 먹어보면 맛있어요. 집에 가져가면 아이들이 아삭! 한 입 먹어보더니 '이렇게 단 당근 먹어본 적 없어!!' 라며 생 당근을 와그작와그작 먹습니다. 대량의 솎아낸 당근이 요리하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남은 잎은 튀김이나 후리카케로 사용해 전부 먹었습니다. 남김없이 자연의 혜택을 잘 먹었습니다 :)”

단순하게 “우리는 로컬재료를 이용합니다”가 아닌 정확한 숫자로 기재하는 것은 생산자와 식당의 끈끈한 관계를 확인해 주었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로컬 재료 사용에 대해 가미야마 푸드허브프로젝트 타이치 마나베는 조미료와 생선을 제외하면 가미야마산 재료를 86% 사용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로컬 재료 사용율 100%를 목표하기 보다는, 조금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수치를 고민하며 지산지식을 극복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화'가 목표라 말하였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생동감을 귀로 들으면서, 식당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고 배는 고파졌다. 가마야에는 첫날 저녁과 둘째 날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했는데 첫인상은 오래전, 마르쉐 출점팀이자 홍대 산울림극장을 오래도록 지키던 수카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픈키친과 나무 의자, 특색있는 요리사들의 옷차림과 요리의 집중하는 모습. 자리에 앉아 메뉴를 기다리며 더욱 설레었다.


저녁은 특별히 가미야마를 찾아온 친구들을 위한 코스요리로 준비되었다.

돼지감자를 튀겨 올린 샐러드부터 은어 요리, 해물 빠에야 그리고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닭고기구이 대신 채소구이가 나왔다. 한국에서 본 듯하면서 조금씩 다른 재료들을 맛보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자라는 식재료로 요리할 수 있다면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상상하고 싶어졌다. 가미야마에 막 도착하여 강의를 들으며 잔뜩 움츠렸던 몸이, 따스한 온기가 놓인 음식을 먹으며 좋은 음식이 주는 건강한 맛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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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에 막 도착하여 모든 것에 감탄하느라 바빴던 하루를 지나고 나니, 가마야식당의 맛과 이야기를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어졌는데 또 한 번의 점심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오전에 이뤄진 마을 투어를 마치고 낮의 밝은 모습의 식당을 마주하니 반가웠다. 문을 열자 어제 저녁을 준비해 줬던 익숙한 직원들의 부지런한 모습에 반가웠는데, 입구 앞 여러 책 사이로 어제 건넨 마르쉐 팸플릿이 놓여있으니 어째 마음이 더욱 안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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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른 방향의 자리에 앉아 천천히 둘러보았다. 식탁 위에는 어제 유심히 보았던 가미야마 재료 사용률을 소개하는 소책자와 가마야식당의 점심 메뉴 소개가 올려있었다. 표지엔 제철 식자재 사진이 있고 안쪽에는 오늘의 메뉴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었다. 식자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외부 손님은 1800엔을 낸다면, 농부와 지역주민은 1200엔, 직원은 500엔을 지불한단다. 덕분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부는 본인이 농산물이 가진 힘을 식당에서 맛보며 피드백을 나눈다는데 멋진 말이었다. 한편으론 부러웠다.

마르쉐 시장에서 나온 출점팀들이 공급하는 식당 또는 요리 대부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농부님들의 식재료가 곳곳의 식당에서 사용하여도 실제 맛을 보며, 그 맛에 대해 피드백을 나누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만났던 마르쉐 농부님 또한 농부님의 밀로 만든 빵을 주변에서 소개하고 싶어 샀더니, 밀을 보내면서 받은 밀값보다 더 많이 나왔다며 조금은 웃픈 이야기를 꺼냈다. 농부님의 건넨 식재료의 피드백을 나누기 위해 자주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의 구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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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생각 틈 사이로 따스한 밥상의 온기가 다가왔고 맛을 보았다. 샐러드에 들어있는 경수채는 낮에 만난 치에상이 재배한 채소이다. 농부의 얼굴이 그려지는 밥상에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스며드는 맛에 반한다. 가마야에서는 이러한 맛에 대해 도쿄 푸드허브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제롬 셰프의 말을 빌려 소개한다. 제롬은 “접시 위의 일은 농가가 절반, 요리사가 절반을 한다. 토지에 있는 계절의 것을 직전에 요리해 식재료의 힘을 가능한 한 끌어올린다. 이것이 심플한 요리의 비결”이라 말한다. 가마야는 심플한 요리의 맛을 살리고자 가미야마에서 자라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그 요리를 먹은 사람들에게 가미야마에서 길러진 식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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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기부해준 어르신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


가능한 천천히 먹고 싶은데, 마음과 다르게 맛있는 음식 앞에서 부산해진 젓가락질로 접시가 빠르게 비워졌다. 아쉬운 마음에 비워진 그릇들을 바라보는데 타이치 마나베가 일부 그릇들은 지역 어르신에게 받은 것이라며, 그릇장에 놓인 가지각색의 그릇과 가마야 부엌을 가리켰다. 부엌 위쪽 선반에는 그릇을 기부해 준 어르신들의 이름이 적힌 나무 팻말로 적혀있었다. 가마야에서 먹는 것만으로 작은 마을을 만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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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