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⑧ 일본의 3대 소면, 쇼도시마 소면을 만드는 <하마모토 제면소>

한 가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열 가지 좋은 일이 생긴다고 다정이 말하였다.

가미야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쇼도시마에서의 일정을 보내는 날. 미처 쇼도시마 올리브농원 업장의 휴무일을 챙기지 못하고 헛걸음하며 돌아가는 길이었다. ‘근처에 사누키마르쉐에 출점하는 우동집이 있으니, 점심을 먹고 이동하자!’며 10~15분을 걸었다. 그렇게 우동집 간판만 찾으며 걷다 보니, 구글맵에서 이미 지나쳤다는 표시가 뜬다. 우리가 식당을 지나쳐왔던가? 하며 되돌아가는 길. 식당이 아니라 제면소를 보았다는 단단과 소라의 말. 아뿔싸! 연달아 이런 실수를 하다니. 모두에게 헛걸음을 두 번씩이나 하게 할 수는 없다. 부디 우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길 마음으로 두 손 싹싹 빌어가며 도착한 것은 ‘우동집’이 아니라 ‘제면소’였다.

반복되는 실수에 가득 불편한 마음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르신께서 나와 우리의 자초지종을 듣고, 실내를 소개시켜 주었다. ‘금방 끝날 텐데, 가방 그대로 들고 와도 괜찮다’라는 말씀에 친절함과 귀찮음 그 사이를 느껴서 걱정하였다. 그러나 역사가 깃든 제면 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듣다 보니 초반에 차분했던 마음이 점점 시끌벅적 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서로 멋쩍게 인사했던 처음과 달리, 제면 작업을 설명할수록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상기되었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인연이 된 마음을 담아 한 가득 정을 나누어주셨다.

카가와현의 쇼도시마 소면은 효고현의 반슈 소면, 나라현의 미와 소면과 함께 일본의 3대 소면이라 불릴 만큼 맛이 좋다. 쇼도시마는 면을 건조시키는 데 적합한 기후, 섬 내에서 생산되는 참기름, 깨끗한 물 / 인근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밀과 천연소금까지. 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를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400년 전부터 소면으로 유명할 수 있었다. 쇼도시마 소면은 건조 과정에서 ‘참기름’으로 겉면을 코팅시켜 산화를 방지하고 국수의 맛을 높이는 데 특징이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더 가업을 이어가며 전통을 지키는 것이 익숙한 나라에서도, 소면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후계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세 남매가 부모님께서 1970년대부터 이어온 하마모토제면소를 계속 이어가며 제면소를 운영하는 것이 더욱 소중한 풍경이 되었다. 이제는 이 장면을 보기 더 어려워질 테니 이다. 매일 아침 5시 반 (혹은 그 이전부터) 밀가루가 면이 되어가는 작업을 몇십 년째 계속 이어가는 하마모토 제면소에서 들은 것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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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밀가루를 반죽한다.

우리가 흔히 먼저 떠올리는 디저트 빵 대신 식사 빵은 밀가루, 소금, 물 세 가지로 간단하게 만들어진다. 매일 먹는 것들은 아주 단순하게 구성해야 한다.

아뿔싸! 사누키마르쉐 출점팀이니, 당연히 이 고장의 밀을 사용하겠지 싶어 여쭤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우리는 호주 밀가루를 사용해! 바로 이 지점에서 또 한 가지 잘못됨을 느꼈다. 우리가 알아보았던 사누키 마르쉐 출점 제면소는 후모토제면소로 하마모토제면소 바로 옆에 있던 곳이었다. 우리는 조금 더 제면소로 보이는 외관을 지닌 하마모토제면소에 이끌려 오게 됐다. 한편으로는 우리밀 작업자와 수입밀 작업자의 입장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수입밀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직 일본밀의 질이 수입밀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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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를 통해 한 뭉치의 밀가루 반죽을 가닥으로 나눈다. 밀가루 반죽이 빵이 되느냐, 면이 되느냐 그 갈림길이 맞이하는 순간이다. 반죽은 길쭉한 가닥으로 나뉘고, 반복하며 더 가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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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떡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소면의 형태를 갖추는 시간이다. 하마모토상은 ‘소면이 되는 준비’를 한다고 표현하였다. 위에 사진처럼 1시간 반 동안 소면을 늘리는 작업을 한다. 중간에 숙성 과정을 거치고 다음 아래 기계에서 더 길게 면을 늘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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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말리는 과정도 길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자연식과 인공식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정 시간 자연 햇빛과 바람에 말리고, 그 후에는 보일러를 틀어 고온에 말리고,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틀어 바람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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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5 자른다

완전히 건조한 소면은 일본의 소면 규격(19cm)에 맞추어 자른다.

한다면(半田めん) : 하마모토 제면소에서 일반 소면(1.3mm 미만)보다 두껍고 중면보다는 얇은 면을 볼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계속 찾아보다가, 가가와현과 가까운 도쿠시마현의 한다지역의 ‘한다면’ (1.4-1.6mm)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다지역도 면을 만들기 적절했지만, 내수용으로 제면했기 때문에 소면처럼 얇게 만들 필요가 없어 두꺼워졌다고 한다. 아마도 인근지역의 영향으로 일반 규격보다 두꺼운 면도 같이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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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구매한 소면 / 정(情)으로 한 봉씩 챙겨준 우동 / 한 가득 쌓인 후시면을 한 웅큼씩 퍼서 나누어주셨다.


세 가지 종류의 면

친절한 설명 마지막에는 소면을 구입하였다. 채소, 과일처럼 농부의 1차 생산물을 바로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요리사가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요리도 아니다. 하마모토가의 노력으로 완제품으로 잘 만들어진 소면을 구매하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후시면은 소면을 생산할 때 나오는 소면의 끝부분을 가리킨다. 소면은 제조하는 공정 중에서 면을 건조하기 위해 장대에 걸어 말리는데, 이 공정에서 구부러진 끝부분을 잘라 모은 것이, 후시면이다. 이 부분은 소면을 말릴 때 가장 힘이 많이 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탄력과 쫄깃함이 강한 특징이 있다. 밀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B급 상품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우 맛있는 부분이다. 후시면 레시피를 찾아보니, 샐러드에도 넣고, 미소국에도 넣고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 보통의 긴 면과 동일하게 먹기도 하며, 한국의 수제비처럼 국물 요리에 별미로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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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사용하는 장비와 기계를 설명해 주시며, 밀가루에서 면이 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알려주신 하마모토가의 첫째!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흔쾌히 제면소 내부를 곳곳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돌아와, 하마모토 제면소에서 구입한 소면을 맛본다. 또 우리밀을 이용해서 빵을 굽는 다정의 베이글도 맛본다. 그리고 일본밀이 호주밀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하마모토 상의 말을 계속 곱씹어서 생각하게 된다. 다정의 베이글은 우리가 몇 시간 테이블링하며 기다리는 런던베이글처럼 폭신폭신한 식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렇지만 다정의 베이글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돋보이고, 가치와 생각을 입안에서 마음으로 넘기는 기분이 든다. 우리밀 생산자의 노력과 베이글을 굽는 자의 마음씨까지 얹어 보편적이진 않지만, 더욱 좋은 맛을 낸다. 한없이 주관적일 수도 있겠다. 

수십 개 아니 수백 개가 될지도 모르는 제면소에서 무수히 쏟아내는 소면 중 하나를 고르는 상황이라면, ‘부드러운 맛, 가격, 색, 원재료, 전통, 가치 등’ 중 어느 것이 결정요인이 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다. 그중에서 하마모토 제면소는 호주 밀에서 차이를 얻었을 것이다. 우리밀 작업자들은 어떤 면에서 우리밀을 고르게 되었는지, 그 마음이 더욱 알고 싶어졌다.

다음 기회에는 꼭 제대로 찾아가야지, 우리밀 제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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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