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⑨ 일본에 단 하나 남은, 전통 방식의 나무용기 발효 양조장 <야마로쿠 쇼유>


지중해성 기후가 이럴까, 쇼도시마의 공기는 포근하고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걷다 보니, 이 지역에서 올리브나무가 자라는 것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키오케(나무 용기) 발효 방식의 간장 공장이 있는 것도 수긍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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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날씨가 좋았다! 아직 목적지 아님 주의! 🙂 키오케 유명세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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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 앞에 멋있는 사찰이 있었다. 양지 바른 곳, 신성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간장이라니! / 사찰 옆으로 농부의 손길이 엿보이는 밭이 나타났다. 


야마로쿠 쇼유(↗)는 푸드허브 프로젝트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이다. 올리브 버스에서 내려서 공장까지 20분 정도를 걸어가며, 우리는 간장통에 사람이 빠진 얘기를 나눴다. 도대체 얼마나 크고 깊기에? 얼른 눈으로 보고 싶었다. 마을 안쪽 양지바른 곳, 사찰을 둘러 작은 밭길 사이를 지나자 드디어 야마로쿠 간장 공장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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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로쿠 쇼유 입구, 커다란 간장 숙성통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 야마로쿠 간장공장 입구에 놓인 커다란 키오케


야마로쿠 쇼유(간장)는 1950년에 설립된 회사다. 설립된 지 100년이 아직 안 됐다. 그런데 이곳의 뿌리인 간장 용기는 150년 정도 됐다고 한다. 편하게 ’타루樽(통, 용기)’라는 말을 쓰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키오케木(き)桶(おけ)’가 맞다. 뚜껑이 없는 나무 용기, 서양의 배럴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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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실 내부, 사다리를 중심으로 (왼쪽, 앞) 100년 된 키오케 (오른쪽, 안쪽) 10년 된 키오케 - 세월의 차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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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케 | (뚜껑이 없는) 나무통.
삼나무 편을 이어 붙이고, 대나무 쪽으로 밧줄을 엮어 두른다. 간장을 발효시킬 때 표면에 균이 달라붙어 균사가 생기고, 색이 바래고 삼나무결이 일었다. 이 통을 손으로 만져서는 절대 안 된다. 


발효실 문을 열자 공장 입구에서부터 나던 발효 냄새가 더 진하게 났다. 한눈에 보이는 갈색의 발효통들! 간장액이 배어 나와 더 짙어진 색깔이며, 균이 붙어 조금씩 삭아가는 겉모양에서 단박에 세월이 느껴졌다.

주의 사항은 절대 통을 만지지 말 것! 그러면 균이 죽거나 오염이 된다고 한다. 100% 믿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숨 쉬고 말하고 걸어 들어가며 서로서로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장통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지금까지 지켜온 믿음을 나도 존중하고 따르고 싶었다. (게다가 혹시나 하여, 나는 마스크도 챙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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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옷) 발효실 해설을 해주신 타케미야 씨 / 균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2층으로~


오늘 간장 공장 투어 해설을 하신 분은 타케미야 씨. 도쿄에서 살다가 자연을 쫓아 3개월 전 이주해 왔다고. 이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직인(장인) 가까이에서 일하는 행운이 주어져서 좋다고 했다.

타케미야 씨에 따르면, 키오케 형식의 발효통을 만드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라져서 1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야마로쿠 쇼유의 대표이자 발효통 장인은 야마모토 씨다. 야마모토 씨의 아버지는 야마로쿠 쇼유의 5대 장인으로, 아들에게 이 힘든 일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멀리 학교를 보내 교육을 받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야마모토 씨는 돌아왔다. 형편이 어려워진 집안을 돕기 위해서였다. 키오케 제작 기술도 이어받았다. 키오케를 만들면 어린이들이 손바닥을 찍고 이름을 새겨넣는 의식을 치르게 되는데, 야마모토 대표는 이 즐거운 경험을 어린이들에게 계속 물려주고 싶어서 키오케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곳 발효실에는 현재 총 87개의 키오케가 있는데, 우리는 이 중 몇 개를 둘러보았다. 높이는 약 180cm 정도였다.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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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케에 담긴 건 4년 동안 숙성시킨 간장


이곳 야마로쿠 쇼유의 간장은 콩, 밀가루, 누룩, 천일염, 쇼도시마 지하수가 재료다. 이 재료들을 나무막대로 잘 섞었다면, 이제 남은 일은 균의 몫이다!

우리는 4년, 2년 발효시킨 간장을 봤다. 4년 된 것은 색이 좀 더 진했고, 수분이 증발하여 높이가 낮아져 있었다. 2년 된 것은 색이 옅은 편이었고 수위가 높았으며,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간장 제조사마다 발효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발효통을 이곳처럼 삼나무로 만들어 쓰는 곳도 몇 곳 있다고.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발효통에서 발효가 끝나면 간장을 압착하여 ‘비지’를 걸러내고, 맛을 내는 스다치, 가다랑어 등을 섞어 추가 발효 후 병에 넣으면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간장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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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용 간장


간장 맛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타케미야 씨의 얼굴에는 고민이 스쳤다. 우리는 누룩이나 균의 종류 혹은 작업자의 성격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매일매일의 날씨”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 적당한 온습도를 맞추는 것이 균의 활동에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균이 잘 활동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균뿐만이 아니다. 기후가 달라지면 같은 콩이라도 품질과 수확 상태가 달라진다고. 기후 위기가 이렇게도 연결이 되는구나 하고 느낀 시간이었다.

발효실을 나와 간장을 맛봤다. 총 5가지가 나왔는데, 2년 발효 간장, 4년 발효 간장, 발효하지 않은 간장, 스다치 폰즈, 다시 쇼유. 4년 발효 간장의 깊은 맛은 단연 압도적이었고, 시트러스 일종인 스다치가 들어간 쇼유는 산미가 있고 깔끔하여 내 입맛에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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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직원들과 야마모토 대표(오른쪽) / 간장을 짜고 남은 비지


공장을 나오니, 야마로쿠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간장 ‘비지’를 담고 있었다. 지역의 농가로 보내 퇴비로 쓴다고 한다. 외국인 직원이 눈에 띄었는데, 이곳의 발효 기술을 익히기 위해 외국인들도 직원으로 지원해서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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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푸딩


공장의 안채에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음료와 다과를 먹을 수가 있었다. 곳곳에 놓인 모니터에서 야마로쿠 쇼유의 히스토리 동영상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마르쉐친구들은 간장으로 만든 푸딩을 사 먹었다. 며칠 쌓인 여독에 컨디션 관리를 위해 찬 음식을 피해야 했기에 나는 못 먹었다만… 단짠단짠! 얼마나 맛있었을까!

콩과 장류 하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꼽힌다. 야마로쿠 쇼유를 나오며 한국의 장과 발효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온다면, 키오케를 만드는 날이기를 바라며, 전통을 이어가려는 야마로쿠 쇼유 야마모토 대표의 고집에 존경을 표하며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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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야마모토 대표(야마로쿠 쇼유)와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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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