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년 1월] 일본 가미야마 답사기 ⑩ 우동현에 가다!

다카마쓰 여행이라하면 대부분의 여행자가 '우동'을 떠올릴 것이다. 마르쉐친구들은 이번 답사 일정에서 지역 곳곳의 우동을 맛보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총 다섯 번이나 우동을 먹었다!

다카마쓰는 가가와현의 중심부인데, 가가와의 옛 지명이 바로 사누키이다. 우리도 흔히 들어본 <사누키 우동>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우동. 일본 헤이안 시대 초기의 승려인 고보대사가 젊을 적 중국의 청룡사에 가서 수행하다 ‘당과자’라는 것을 일본에 들여왔는데, 처음엔 이 당과자의 반죽을 늘려 팥앙금을 넣고 찐빵처럼 삶아 먹다가 점차 형태를 변화시켜 지금의 사누키 우동 면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가가와현에서 우동의 발달 이유는 강수량이 적어 밀 재배가 성행했고, 다싯물의 재료인 멸치가 잘 잡힌 이유도 있다.

가가와현에는 800여개의 우동집이 있고 1인당 연간 우동 소비량이 200그릇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우동현’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한국의 라면 연간 소비량이 1인당 70그릇이니, 우리가 평소 먹는 라면의 3배 정도의 우동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엄청나게 먹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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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여권 - 지역 내 제휴 우동 가게들과 할인권, 스탬프 투어 이벤트 등이 포함


이전에는 우동 관련 자격(가가와현의 우동 관련 필기시험! 그리고 직접 우동을 만드는 실기시험까지)을 취득한 기사가 운행하는 우동 택시도 있었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잠정 중단. 지역 곳곳의 거점에서는 ‘우동 여권’을 배포하고 있어, 우동 스탬프 투어로 소소한 재미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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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야 세이멘 はやし家製麺所 高松空港店


첫 번째 우동은 다카마쓰에 입국하던 날, 공항에 도착하여 먹은 우동이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것이 우동 가게라니! 우동의 고장에 온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편견처럼 공항이나 터미널 같은 곳에서 식사는 가격이 비싸고 맛은 그저 그런, 정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역시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동 한 그릇이라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양이나 토핑, 온도 선택 등으로 커스텀 할 수 있고, 가격 또한 매우 합리적인 편이어서 꽤 놀랐다. 열댓자리 남짓의 작은 가게에 끊임없이 새로운 손님들이 방문하고, 또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 틈을 바라보며 점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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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에서는 해당 가게의 우동 밀키트와 우동 재료들 판매하고 있었는데, 기념으로 혹은 선물로도 사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키징이나 구성이 좋았다. 다카마쓰에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우동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가미야마 마을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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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우치우동 츠루마루 手打ちうどん 鶴丸

3일간의 가미야마에서의 알찬 일정을 마치고 도심 다카마쓰로 넘어왔다. 산넘고 물건너..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4시간 만에 도착한 다카마쓰에서의 첫 저녁 식사는 바로 우동! 가게 이름은 <테우치 우동 츠루마루>

대부분의 우동 가게가 아침에 문을 열고 점심 장사까지만 하고 닫는 게 일반적이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는데, 와중에 가고 싶었던 우동집이 저녁 8시부터 영업을 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사실 이 전에 한 차례 요기를 한 상태라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게 하는 우동집의 기세가 궁금해 우리도 기다려 들어갔다. 이곳은 한국에서 유명한 일식 스타셰프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고 카레 우동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우동의 고장에서 제대로 처음 먹는 우동이었기에 일반적인(?) 우동을 먹고싶어 가케우동을 시켰다. 

주간 영업을 하는 우동 가게들은 후루룩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먹는 형태인데, 이곳에선 일 마친 직장 동료들, 친구들이 모여 우동 한 그릇과 맥주 한 병을 시켜 여유 있게 먹고 마시는 분위기가 색달랐던 것 같다. 우동이 나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그 전에 즐길 수 있도록 한 켠에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어묵 코너도 있었다. 물론 우린 너무 배불러서 어묵도, 맥주도 곁들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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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도 볼 수 있는 주방 구석에는 장인이 면을 반죽하고 치고 늘리고 자르는 모습이 경쾌한 수타 리듬과 함께 우동 가게의 활기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면을 쫄깃하게 하기 위해 발로 밟는 족타 기법을 사용하는 우동집도 있다고 하는데 수타와 족타의 차이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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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온 우동! 대체 언제 피곤했냐는 듯, 매우 신나버려서 우동 그릇을 앞에 두고 온몸 바운스로 기분을 만끽했다. 우동의 맛은 과연, 쫄깃함을 넘어 약간의 강직함을 느낄 수 있는 면발의 식감이 좋았다. 반면에 부드럽고 촉촉하게 코팅된 것 같은 겉면이 후루룩~하고 들이키기에 알맞았다. 가카와 사람들도 이 지역의 어느 우동집을 가나 평균 이상으로 맛이 좋고, 특별히 나쁜 우동이 없다고 했지만 이날 먹었던 우동의 맛이 이 여행에서 먹었던 우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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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안 간이 매점에서의 우동 조리 공간


쇼도시마행 페리에서도 우동!

쇼도시마로 넘어가는 페리에도 간이 우동 매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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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과 올리브 사이다 / 찰떡궁합


너무 좋아. 어딜 가나 우동이야. 유부우동과 김우동을 시켜서 넷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쇼도시마산의 올리브를 넣어 만든 사이다도 함께 먹었는데 따뜻한 우동국물과 청량한 사이다를 번갈아 마시며 작은 미식을 경험했다. 

어제 먹었던 수타면의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는지라 우동 맛 자체의 감동은 덜하였지만, 한 시간 밖에 가지 않는 페리 안에서도 이렇게 알찬 즉석우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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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데야 さぬきうどん 來家 (おいでや)

쇼도시마로 넘어가서 바쁜 뚜벅이 일정을 소화하던 중에, 가고 싶었던 식당의 예약 불가로 급하게 행선지를 틀어 또! 우동 가게를 갔다. 나는 우동을 좀 과하게 좋아해서 매일 우동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설렜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푸헹. 

직전에 들렀던 제면소 사장님도 괜찮은 우동집이라 해서 약간 기대한 상태로 갔다. 아담하지만 웅장한 포스를 뿜고 있는 쇼도시마의 우동 가게 <오이데야>는 꽤 인기가 있는 집인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라 쉬는 곳도 많고 그래서 쇼도시마 전체가 고요한 분위기였는데, 그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다 이곳에 와있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우동 가게처럼 먼저 우동 종류와 양을 고르고 한 칸씩 이동하며 셀프로 토핑과 반찬을 추가하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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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카케 냉우동 / 소고기와 레몬소금


나는 오래 걸어 조금 지친 상태에 덥기도 하여 소고기가 올라간 차가운 붓카케 우동, 중간 크기를 선택했다. 시원하고 녹진한 쯔유 육수에, 미지근한 우동 면발, 간이 잘 베인 소고기와 그 위에 레몬즙까지 착착 뿌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매우 행복했다. 토핑과 곁들임 반찬까지 더하니 양이 좀 많은 느낌이었지만 맛있게 다 먹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중간 크기를 먹길 잘 한 것 같다. 여기서 먹은 차가운 붓카케 우동이 기억이 좋아 마지막 날 공항에서도 차가운 붓카케 우동을 시켰는데, 이때와 같은 감동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도 골고루 자신의 취향에 맞게 소금레몬우동, 카케우동, 유부우동 등 골고루 선택하였는데 한 입씩 먹어보니 정말 다 맛있었다. 나중에 마르쉐친구들끼리 어떤 우동이 제일 맛있었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의외로 보다 쇼도시마에서 방문한 이곳의 우동이 맛있었다고 한 친구들이 꽤 있었다. 우동 이야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딱 하나의 우동을 다시 맛볼 수 있다면, 오이데야의 우동을 먹을 것이다. 여행이란 이렇게 계획에 없었던 발견에서 오는 큰 기쁨을 만났을 때 그 즐거움이 더 오래,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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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누키멘교 さぬき麺業 高松空港店

마지막 우동은 다카마쓰 공항 출국 직전, 공항에서 먹은 우동이었다. 첫날 입국했을 때의 가게와는 다른 출국장에 있는 우동 가게였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곳으로 보였다. 너른 활주로를 바라보며 후루룩 들이켜는 우동의 맛도 제법 이색적이었다. 여행을 마무리하거나 시작하는 사람들의 허기를 든든히 달래주는 역할로써 충분한 것 같다. 우동의 고장이 바로 여기임을 잊지 않도록!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우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었음에 기쁜 마음이었다. 


가미야마, 다카마쓰, 쇼도시마까지 일본 시고쿠 지역의 곳곳을 방문하며 많은 미식 경험과 더불어 마을의 역사를 짚어보는 알찬 여행을 마쳤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전처럼 다시 시장을 열고 닫을 것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보고 배운 좋은 경험을 시장에 흠-뻑 녹여내 마르쉐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긴 가미야마 답사기를 마친다.



<마르쉐친구들 가미야마 답사기>

* 2024.1.18(목) - 1.23(화)

* 일본 시코쿠

_도쿠시마현 가미야마

_가가와현 다카마쓰&쇼도시마

* 언덕, 단단, 다정, 소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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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마르쉐친구들 단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