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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농가행 후기] 두물머리에서 몸과 맛을 되찾은 하루

 

100명의 농부에게는 100개의 농법, 100가지 삶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시작된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와 손님들의 대화가

농가의 논과 들, 그리고 농부의 밥상으로 이어집니다. 

 

마르쉐@농가행은 농부의 삶의 터전에서 농을 만나는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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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금의 뜰로 떠난 마르쉐@농가행

이른 여름이 찾아왔던 5월 25일 토요일, 2019년 첫번째 농가행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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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농가행을 함께한 곳은 양평 두물머리에 자리한 ‘봉금의 뜰’ 농장입니다. 봉금의 뜰은 김현숙 농부님이 어머니 한봉금 농부님과 함께 150여 종의 다양한 채소와 허브를 키우는 농장이에요. 마을의 신뢰를 바탕으로 빌린 5군데 밭 구석구석에 자연의 힘을 믿고 부지런히, 재미있게 농사짓는 두 농부님의 손길이 닿아있는 곳이지요.

토요일 아침, 서울 빌딩숲을 벗어나 도착한 두물머리는 산과 들 모두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귀농을 앞둔 부부, 프로농활러였던 대안학교 선생님, 목수, 여행기획자, 사진작가 … 신청 열기가 뜨거웠던만큼 다양한 참가자 분들과 함께 봉금의 뜰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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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미소로 반겨주신 김현숙 농부님. 농부가 바빠지는 계절인데다가 이웃의 최요왕 농부님이 허리를 다치셔서 농사일이 많이 쌓인 상황이었는데, 마르쉐@농가행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서울에서 양평까지 일손을 도우러 와주신 것에 따뜻한 감사 인사를 전하셨지요. 밭 한편에 우거진 숲에 준비해주신 쉼터에서 시원한 물 한 잔씩 나누고, 모두들 밭과 하우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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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농부님의 밭에서는 감자싹이 잘 자라도록 흙을 덮어 북돋아주는 일, 토마토 밭에 퇴비 역할을 할 볏짚을 덮어주는 일, 땅콩밭과 양파밭의 잡초를 뽑고 콩을 심는 일을 나눠 맡았습니다. 잡초를 맡은 분들은 봉금의 뜰 두 농부님의 3대 필수품, 장갑-호미-방석의자를 완전체로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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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조용한 밭에서, 유럽 농부들도 탐낸다는 이 방석의자를 메고 모두 열심히 밭을 맸습니다. 다리에 메자마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꿀벌 같이 귀여워질 수 있는 요 방석의자가 모두의 허리를  지켜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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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지나다보면 논이나 밭 한편에 놓인 이 하얗고 커다란 마시멜로우가 뭔지 궁금하신 분 혹시 없으셨나요? 그 정체는 바로 돌돌 말린 볏짚이었습니다. 토마토 밭에 덮어주기 위해 볏짚을 뜯자 발효된 볏짚의 향이 진하게 퍼져나왔어요. 푹 익은 된장 같기도, 향긋한 매실 와인 같기도 한 향 덕분에 볏짚을 맡은 분들은 반쯤 취해 일을 하셨다는 소문이…!

 

최요왕 농부님의 하우스를 도우러 간 분들은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세워주고, 딸기가 지나간 밭에 메론 모종을 심는 일을 함께하셨어요. 농부님이 손이 모자라 다 따지 못한 딸기를 인심 좋게 나눠주신 덕분에 깜짝 놀랄만큼 달고 맛있는 유기농 딸기를 원없이 맛 볼 수 있었지요! 딸기를 한입 베어무니 입 안에서 딸기 에이드와 딸기 화채가 뛰놀던 그 맛이 잊혀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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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주로 앉혀두거나 반복되는 일과를 따르던 몸을 오랜만에 달리 움직이니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바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묵묵히 손과 몸을 쓰는 시간 안에서 작은 평화를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보니 머지않아 새참시간이었지요. 잘 익은 수박과 최요왕 농부님의 유기농 딸기, 시원한 사과음료까지! 몸노동 후에 먹는 갓 딴 과일의 맛은 정말 최고지요.

도시에서 뭘 먹어도 영 입맛이 없으신 분들, 마르쉐@농가행에 함께 와보시면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아가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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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분들 모두 뛰어난 힘과 속도를 보여주신 덕분에 콩을 심고 틀밭 만드는 것까지, 농부님이 본래 생각하신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함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일을 마치고, 맛있는 딸기와 메론 모종을 얻어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두손이 풍요롭네요.

점심에는 마을 할머니들이 농사지은 콩으로 만들어 더욱 맛있는 콩국수, 멸치국수와 비빔국수를 후루룩 비우며 지평 막걸리도 기분 좋게 한잔씩 하고,
두물머리 생태공원의 시원한 풀밭에 둘러앉아 서로 소감을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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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생산 품목이 단일화되는 추세인데, 마르쉐 채소시장에서 봉금의 뜰을 보고 반했어요. 품목이 정말 다양해서요. 홑잎나물이라고, 아주 잠깐 먹을 수 있는 귀한 나물이 있는데 그 나물을 가져오셨길래 정말 반가웠죠. 그 나물로 밥을 지어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게 먹었어요. 같이 가져오신 캐모마일 잎도 샐러드 해먹으니 정말 색다르고 맛있더라고요. 그 이후로 봉금의 뜰 팬이 됐어요.

농산물 등외품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곳 이야기를 들으니, 맛이 똑같이 좋아도 등외품으로 버려지는 게 너무 많고 그 폐기 비용을 농부가 부담한다고 해요. 그말 듣고 농부에게 남는 게 있을까 걱정되더라고요. 마르쉐에서 버려질 뻔한 농산물을 요리사와 협업해서 잼이나 페스토 등으로 가공하는 프로젝트 얘길 듣고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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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최요왕 농부님은 우리가 이전에는 잘 몰랐던 농사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주셨습니다.

농부가 어떤 지점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데,  농부 수는 계속 줄고 있어요. 농민이나 소비자가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 아니라, 지금은 사회구조적으로 농사와 건강한 먹거리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농민 기본소득 같은 제도 등을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생계만 보장이 된다면 농사짓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는 사람들이 분명 더 많을 거예요.

누군가 농사는 지구를 구하는 일이라더니, 그말이 맞는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도와주시고… 저도 힘내서 열심히 농사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농산물과 농부시장으로 연결되는 신기한 인연,
내가 먹는 것, 내 삶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가는 시간.

 

농부와 소비자가 만나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며 
농부와 우리 모두에게, 한걸음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올해 마르쉐@농가행은 계절마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찾아가 함께할 계획입니다!
어떤 발견과 대화, 맛이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이어질 농가행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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