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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6 ‘로컬채소’

마르쉐@ 농부가 키운 씨앗을 요리사가 요리하고 

씨앗과 작물을 맛있게 먹는 지혜를 배우는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씨앗에서 밥상까지,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맛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지난 10월 7일 밍글스에서 진행된 ‘로컬채소’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농가방문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12일.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을 준비하기 위해 ’준혁이네’ 이장욱 농부와 평소 ‘준혁이네’ 채소를 요리하는 ‘밍글스’ 강민구, ‘주옥’ 신창호, ‘오프레’ 이지원. 세 명의 셰프들이 남양주에 있는 ‘준혁이네’ 농장에 모였습니다. 

‘준혁이네’의 여섯 동의 비닐 하우스 중 ’Chef’s farm’라 불리는 하우스에 들어 온 셰프들은 한 손에 통을 들고 손님들 접시에 올리는 꽃, 풀, 열매를 익숙한 솜씨로 채취하기 시작합니다.

쉐프들이 매주, 직접 농장을 찾아 그 주 손님 접시에 올라가는 재료를 담아가는  ’Chef’s farm’은 ‘준혁이네’ 이장욱 농부와 ‘밍글스’ 강민구 셰프가 3년전 마르쉐@명동에서 맺게 된 인연이 발전하여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농장을 찾아 내 손으로 딴 생명을 통에 채워가는 셰프들의 모습은 어느새 ’Chef’s farm’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농부와 요리사가 매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계는 변해갑니다.

농부는 요리사가 원하는 새로운 작물을 시도해 보게 되고 요리사는 내가 원하는 씨앗을 얻어 농부에게 전하기도 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돕게 되고… 

그렇게 서로를 필요로 하는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또 다른 농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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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밥상

 

일요일 오전 11시30분,  강민구 셰프가 운영하는 ‘밍글스’에서 씨앗밥상이 시작됩니다. 
16번째 씨앗밥상 주제는 ‘로컬채소’.  
이장욱 농부의 씨앗과 흙 이야기, ‘밍글스’ 강민구, ‘주옥’ 신창호, ‘오프레’ 이지원 세명의 요리사의 텃밭에서 시작하는 요리 이야기가 기획자 김수향씨의 진행으로 이어집니다. 
이장욱 농부의 텃밭 채소 맛의 매력을 담아 한 끼 식사를 차려보고 싶다는 셰프님들의 제안으로, 
채소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낸 다양한 채소 요리들. 
당일 나눈 이야기 일부와 씨앗밥상에 차려진 채소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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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농부

[준혁이네 농장]

“87년부터 농사를 지었습니다. 2012년 마르쉐@이 생기면서 처음 참가했는데, 이제까지 봤던 주변 농부들과 분위기가 달랐어요. 그리고 손님들이 자연농을 찾더라구요. 그 이후 제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도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관행농을 하다가 관행유기로 전환했고, 지금은 자연재배를 지향하는 농사를 짓고 있어요. 자연재배는 원래 노지여야 하는데, 노지가 아니라서 자연재배를 ‘지향’한다고만 합니다.”

 

[마르쉐@]

“농사 방법을 바꾸면서 판로가 끊긴적이 있어요. 그 때 마르쉐@에서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나는 여기서 팔아서 꼭 쌀을 사먹어야돼’라고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시작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초심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셰프들이 찾는 농사를 짓고 있지만, 마르쉐@ 손님들도 제 뒤를 받쳐주는 소중한 손님들입니다. 요즘에는 마르쉐@에 나갈때 마이크를 가지고 가요. 시장 개장 전 마르쉐@타임 때 오늘 뭘 가지고 나왔고, 어떻게 키웠는지 이야기 해요. 줄 서 있는 셰프들에게 조리법을 묻기도 하고, 지난달 가져갔던 채소에 대한 손님들 피드백도 받아요.”

 

[Chef’s farm]

“Chef’s farm은 저 혼자 한게 아니에요. 사람과 사람. 셰프와 마르쉐@ 손님들의 관계 안에서 탄생했습니다. 어느날 강민구셰프가 ‘셰프즈 테이블’이라는 다큐 시리즈를 추천해주더라고요. 덕분에 여러가지 다큐를 봤어요. 농부들이 셰프들에게 채소에 대해 설명하면서 판매를 하더라구요. 제가 틀밭을 만들때 셰프들이 오셔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셰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큐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이제까지 한국 농부들은 잎이 크고 무게 나가는 것만 팔았는데, 셰프들은 작고 정해진 사이즈를 원해요. 이게 손이 많이 가서 팔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일단 심어놓고, 셰프들에게 수확을 직접 해서 가도록 오픈했는데 너무 좋아했어요. 셰프들이 원하는게 있다고 하거나, 씨앗을 가져다주면 제가 키워드려요. 그렇게 시작한 Chef’s farm에 지금은 13명의 셰프들이 멤버로 있어요.”

 

[로컬채소]

“농장이 서울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늘 오시면 새로운 작물 맛을 보여줄 수 있다’하면 셰프가 바로 오세요. 같이 맛보고 나서, 작물은 크면서 맛이 계속 달라지니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또 맛을 보고, 날씨가 바뀌면 다시 맛 보고. 이렇게 맛을 찾아가요. 가까우니까 가능한 거죠.

어느날은 이재원 셰프가 연락도 없이 뛰어왔어요. 가져간 스노우피가 너무 맛있다고 모자라다고 더 가져가셨어요. 채소는 기존 유통망에서는 유통과정이 길어요. 그 사이에 맛이 변하죠. 농장에 오셔서 맛을 보면 다들 ‘아! 이맛이구나~’ 해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로컬과 제철채소의 개념을 잡아가면서 농사 짓고 있습니다.”

 

[앞으로 준혁이네]

“지난 4년동안 지중해 채소를 많이 재배해왔습니다. 계속 해오다보니 자리를 많이 잡았어요. 지금은 외국 채소를 재배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우리나라 채소를 재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흔한 채소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셰프들이 원하는 형태로 새롭게 재배해 볼 생각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있는데, 농부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한국 채소의 세계화라고 생각되요. 우리 채소가 해외에서도 재배되는 꿈도 꾸고 있습니다.”

 

 

강민구 셰프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를 얻었을 때 시작됩니다. 3년 전에 마르쉐@에 가면 좋은 재료가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듣고, 명동성당에서 마르쉐@이 열릴 때 찾아갔습니다. 채소가게가 많았는데 준혁이네가 눈에 띄었어요. 종류가 엄청 특별한건 아니었는데,품질이 눈에 띄게 달랐어요 ‘채소가 이렇게 멋지고 예쁠 수 있구나’ 했어요. 꼭 써보고 싶은 재료라 이틀 뒤 바로 농장을 찾아갔어요.”

 

“그 뒤로 1주에 2~3번 농장에 갔습니다. 자주 뵙고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소통이 많이 필요했어요. 저희 레스토랑에만 한정짓기에는 아쉬워서 다른 셰프들에게도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농부님이 생산하고 계신 채소 위주로 시작했습니다. 같이 한식을 하는 주옥부터, 프렌치, 이탈리아 등 지금은 다같이 찾아뵙고 있습니다. 각자 거기서 얻은 정보를 나누고, 해외 행사 갔을 때 좋은 씨앗을 얻어와서 길러보고 교류하고 있어요. 요즘 농장에 가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작물들이 보이고, 제가 처음 농장에 갔을때보다 작물이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어요. 셰프들이 찾으면서 더 멋져진 것 같아요.

잠깐이라도 농장에 가서 직접 허브를 따고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저희에게는 쉬는 시간이자 힐링되는 시간이에요. 주방 친구들 한두명씩 데리고 가는데 기대한 것 보다 좋아하더라구요.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이구나 생각했어요.”

 

“제철에 맛있는 채소가 있잖아요. 농장에 다니면서 우리가 필요한 재료를 같이 이야기 하고 계획하고 농장에서 길러주실 수 있게 되었어요. 미리 계획이 되니 한계절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채소나 허브를 생산할 수 있어요. 메뉴를 짜거나 고민할 때 훨씬 가치가 있어요. 그 계절에 나는 좋은 식재료를 좋은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채소를 좋은 농장에서 길러서 내는거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해외에 있을때는 못느꼈는데, 한국에 와서 가게를 오픈해보니 재료에서 빈부차가 났어요. 해외 유명 식당과 교류해보면, 재료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납니다. 쓰려는 재료의 품질 차이가 너무 컸어요. 그중에 가장 큰 게 채소에요. 그래서 더 좋은 채소를 찾고 싶었고, 요리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채소를 워낙 흔하게 많이 먹으니까 오히려 저평가 되는게 있어요. 항상 고기나 해산물의 곁들임 정도지 채소가 메인이 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이번에 채소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셰프들은 맛있는 음식 만들고, 손님들께 좋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농부가 셰프랑은 다른 분야지만 같은 마음으로 작물에 애정을 쏟고 계시다는 걸 가장 크게 느꼈어요. 처음 뵜을 때부터 지금껏 시간 지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재료도 쓰면서 그런 마음이 더욱 듭니다. 다른 분야지만, 농부와 셰프가 지향은 같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농부와 레스토랑이 연계가 되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농장이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없어요. 그렇게 수가 없다보니까 많은 레스토랑이 원해도 다 공급할 수 없는게 현실이거든요. 어쩌다보니 저희는 농부님에게 채소를 받고 공유할 수 있지만, 누가 볼 때는 이게 권력이 되어버릴 수 있거든요. 이런 농장도 많아지고 이걸 원하는 식당도 많아지고. 이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씨앗밥상을 통해서 이 가치가 많이 알려지고, 이런게 필요하다는게 더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농가와 레스토랑이 교류하고, 더 좋은 식재료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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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셰프

“농장에 다니기 전에는 채소도 그냥 하나의 재료로 공산품처럼 마트에서 쉽게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농장 다니면서 하나의 채소가 나오는데 정성과 여러가지가 들어가는구나를 알았어요. 처음에는 농장에서 나는 소소한 채소들을 쓰다가 이장욱 농부님이 저희들만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셰프들만을 위한 밭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준혁이네 농장에 밍글스와 주옥의 밭이 있는데요, 시중에 못 구하는 베이비채소, 고수, 당근잎 같은 작물을 농부님 손을 거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씨앗을 뿌려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매주 농장을 찾는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직접 농장에 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하는 이유는 일단 자신있게 손님들에게 먹일 수 있어서입니다.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검증된 재료이다 보니 꽃이든 뿌리든 다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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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셰프

“제가 준혁이네 농장에 가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크기나 색깔이 좋은게 베스트 재료가 아니에요. 직접 농장에 와서 보니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배하시더라구요. 여기에 대한 믿음입니다. 두번째는 벌레 먹은 거라도 먹어보면 맛에서 너무 확연한 차이가 나요. 정말 맛있어요.”

 

“처음에는 농장에 혼자 다녔는데 지금은 주변 친구들 데리고 가서 구경도 시켜주고 삽질도 같이 해요. 그러면서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이 많아지면서 허브 하나하나 소중하게 대하게 됐어요. 레스토랑을 할 때 올리고 싶은 가니쉬가 없어서 안썼었어요. 농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직접 맛을 보기도 하고, 농부님이 권해주시기도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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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채소가게

씨앗밥상 시작 전엔 작은채소가게가 함께 열립니다. 당일 씨앗밥상에 사용되는 채소를 포함하여 그날 농부님의 다양한 작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씨앗밥상 참여자는 물론이고 인근주민들도 구입 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공간 사정으로 씨앗밥상 참여자들에 한해서 진행되었습니다.

 

미즈나스, 오나가나스, fairy tale eggplant, 노랑주키니, 애호박, 애플수박, 스노우피, 파스닙, 골드비트 등. 준혁이네농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소들이 밍글스 한켠에 차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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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씨앗밥상은 밍글스, 주옥, 오프레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 일부는 la main Magazine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6 ‘로컬채소’

주최  사단법인 농부시장 마르쉐

주관  마르쉐 친구들

기획 진행  김수향

후원  이새

장소후원  밍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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