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4년 7월 13일 마르쉐@혜화 ‘밀과 보리’

marchejuly2014_web-3(사진: 고상석)

 

 

– 마르쉐친구들이 쓰는 마르쉐@혜화동 후기

7월 마르쉐@혜화동를 마치며

 

7월의 마르쉐@혜화동.

비도 햇살도 비켜간 7월의 마르쉐는 평화로웠습니다.

마로니에나무 그늘 아래 흐르는 윤영배님의 기타 선율에

내심 마르쉐@ 만쉐!~를 외치신 분들도 계신 듯했습니다.

군포 개울건너밭 정용수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된 농부워크숍.

왜 우리가 우리밀을 기억하며 삶으로 가져오려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

군포 감나무밭 농부님들이 생산한 토종 금강밀과 앉은뱅이밀로 빵을 굽는 수고는 ‘빵굽는햄냥’이 즐겁게 맡아 주셨습니다.

 

밀과 보리를 주제로 한 먹거리도 시장에 한가득이었습니다.

종자용 관상용 밀과 호밀다발, 통밀쌀과 보리쌀, 통밀가루도 나왔고 도시농부들의 채소커리에는 보리밥이 곁들여지고 농부플레이트에는 밀보리쌀을 넣은 현미밥이 담겼습니다. 물론 우리밀찐빵, 보리빵도 있었구요, 보리미숫가루도 있었습니다. 요리사의 우리통밀귀리쿠키도 반가웠고 담음그릇을 가져오신 손님들에게 보리가루짬빠쿠키를 전하는 요리사의 재치도 즐거웠지요. 열무 넣어 싹싹 비벼먹는 보리비빔밥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어느 도시농부는 텃밭 한켠의 보리수로 효소를 담아 오셨더라구요. 보리수와 보리는 무슨 관계일까요. ㅎㅎ

 

잘 아시듯 마르쉐에는 도시공동체농부, 도시텃밭농부, 귀농농부, 귀촌텃밭농부, 2세농부 등 다양한 농부들이 함께 하십니다. 농부만큼 농법도 다양해서 어설픈 무농약 보다는 제초제와 화학비료 안 쓰는 정직한 관행농을 하시는 농부도 계시고 유기농을 훌쩍 뛰어넘는 자연농을 하시는 농부들까지 계시지요. 자연의 생명력이 어느때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계절, 농부들의 테이블도 풍요로웠어요. 파주 농부들의 밤꿀이 있는가 하면 우면산 농부의 꿀과 그 꿀을 이용한 다양한 프랑스과자들도 있었지요. 어성초, 비단풀, 오가피와 같은 이름도 낯선 산야초들도 나오고 도시텃밭에서 나온 작물들을 알뜰하게 갈무리한 토마토마리네이드, 수박껍질나물, 각종 피클과 장아찌들까지… 빛깔과 맛은 또 얼마나 다양하던지 박하시럽으로 맛을 돋운 살구와 복분자 빙수부터 여름밀감으로 만든 음료, 초록의 수리취향 가득한 인절미까지 정말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함께 했습니다.

똑같아 보이는 가지, 토마토, 호박이지만 농부마다 기르는 방식도 맛도 가격도 천차만별.. 그 다양함의 세계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입니다. 바깥 시장에서 채소 가격이 폭락해서인지, 더운 날 무거운 것 들기가 더 부담스러워진 탓인지 무거운 채소들이 잘 팔리지 않고 남았어요. 멀리서 오신 자연농 농부들이 양파 자루를 다시 들고 돌아가신 것이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마르쉐@에 숨어있는 프로그램, 마르쉐@살림워크숍도 재미나게 진행되었습니다. 30여 분의 시민이 천연모기퇴치제와 천연버물리 만들기를 함께 하셨습니다.

 

어려움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요리사의 음식통이 공원 바닥으로 쏟아졌어요. 순식간에 달려온 자원활동가들이 깨끗하게 정리를 해 주었지만 모두가 조심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렀는데도 장터 설치가 늦어져서 일찍 도착하시고도 바로 짐을 풀지 못하고 기다린 팀들이 계셨어요. 많이 죄송하고 미안했습니다. 또 마르쉐 출점신청서가 제대로 접수되지 않아 당일날 부랴부랴 자리를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고장나는 바람에 정오를 지나 출점하신 팀도 계셨습니다. 마르쉐 출점신청서를 보내신 후에는 마르쉐@공지를 꼭 참고하셔서 본인의 누락여부를 스스로 확인해 주시길 바라고, 차량 고장 같은 갑작스런 상황이 생겼을 때는 마르쉐친구들에게 바로바로 알려주시면 최대한 배려하고 돕겠습니다.

 

마르쉐@의 뒷풀이시간에는 슬로푸드코리아의 김종덕이사장님과 아태발효포럼 정명기대표님께서 함께 하시어 출점팀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특히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답게 많은 음식들을 기증해 주셔서 뒷풀이가 풍성했습니다. 하루 종일 귀한 땀을 흘린 스무명이 훌쩍 넘는 자원봉사자들도 뒷풀이 시간에 함께하여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종로구청의 공원녹지과, 문화과의 주무관님들이 마르쉐@ 장터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설겆이대에 음식물 쓰레기를 보기좋게 관리할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는 말씀에 많이 고마웠습니다. 이런 분들의 도움 그리고 마르쉐 출점팀들의 노력 덕분에 7월25일날 종로구와 정식 MOU를 체결하게 됐습니다. 모두와 더불어 고맙고 기쁜 일입니다.

여름이 깊어가는 계절. 세상의 거칠고 험한 소식들이 더위에 지친 일상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요즘, 마르쉐의 어느 농부께서 장바구니를 준비해오신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백합꽃송이를 떠올립니다. 어린시절 읽은 동화 중에 백합꽃 한송이를 받은 이가 그 꽃을 꽂을 컵을 씻고, 그 컵을 놓을 테이블을 닦고, 테이블이 놓인 방을 정리하고… 절망속에서 무기력했던 한 사람의 삶이 백합꽃 한송이로 바뀌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르쉐 농부에게 받은 백합꽃 한 송이, 따뜻하게 나눈 대화, 작지만 착한 소비가 천천히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작게 품어봅니다.

 

마르쉐는 1월과 8월, 혹한 혹서기에 쉽니다. 대신 마르쉐 출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한 대화를 나누지요. 그 자리에서 모여진 이야기들이 마르쉐의 운영규칙이 되고, 비전이 되었습니다. 올해 8월 출점자모임은 8월24일에 있을 예정이고요, 장소와 자세한 공지는 조만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8월의 숨고르기를 충분히 하시고 9월부터 하반기 마르쉐를 즐겁게 이어가 보아요.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8월5일

마르쉐친구들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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