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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농가행6월 작은 실험 이야기

100명의 농부에게는 100개의 농법, 100가지 삶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시작된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와 손님들의 대화가

농가의 논과 들, 그리고 농부의 밥상으로 이어집니다. 

마르쉐@농가행은 농부의 삶의 터전에서 농을 만나는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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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재미농장으로 떠난 두번째 마르쉐@농가행

6월 16일 풀과 작물이 서로 앞다투며 농부의 땀방울이 맺히는 계절, 두번째 농가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농가행을 함께 하게 될 곳은 양평에 위치한 <종합재미농장>. 자연과 농사를 배우고 실천해나가며 생태적 삶을 꾸리고자 하는 부부 농부의 농장입니다. 올 한 해를 함께 보낼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농부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며 자연과 함께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고 각자의 삶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종합재미농장에서 농부와 참여자들의 만남은 첫 번째보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우프코리아를 통해 우퍼로 종합재미농장에서 지내고 있는 재선씨와 KBS 다큐멘터리 팀도 함께 하였습니다.

종합재미농장에서 농가행 첫날에 만났던  작물 소식을 들었습니다.

생강밭은 풀관리를 얼마 전에 했고 85%~95% 발아가 완료되었어요. 전체적으로 한달 반만에 발아가 되어서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보통 모내기 할 때 는 모를 키워서 심는 것이 보통인데 종합재미농장은 직파 (땅에 직접 심는 방식)로 심었어요. 벼를 심은 자리가 3평에서 5평정도 될 것 같은데 올해에는 종자를 늘리는 것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요. 

수확량이 적다보니 도정을 맡기는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생산자들간의 커뮤니티를 통해 자라는 것을 돌보는 것 뿐만 아니라 

먹기 전까지의 과정 모두 다양한 생산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농가행에서는 토마토 수확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자연의 흐름과 농부의 발걸음을 따라 자라는 작물의 성장 속도를 맞추기는 어려웠어요. 우리들 또한 자연의 시간을 거스를 수가 없으니, 식물과 인간의 삶이 닮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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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첫 날 심어둔 토마토는 냉해를 입었으나, 시든 본 줄기 옆으로 다시 줄기를 뻗치며 간신히 살아남은 토마토들에 희망을 겁니다.

농부님은 이 토마토 밭에 완두콩을 함께 심어두었는데, 콩뿌리가 질소고정 완두콩을 수확할 즈음 토마토가 더 잘 자라지 않을까 기대하며 작은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봄 가뭄에 힘들했던 토마토 모종을 올해는 조금 더 일찍 심어서 뿌리를 내린 후 가뭄을 견딜 수 있게 해보려했던 작은 실험을 통해, 여름작물인 토마토가 냉해를 입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살아난 자연의 생명력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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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이야 힘이 남아있어” 라며 작물들에게 주문을 겁니다.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주고자 감자에게는 빗물을 주고 거름이 필요한 옥수수의 경우 오줌액비를 줍니다. 이웃집 밭에선 한창 옥수수가 우리 키만큼 자라고 있었고 교잡이 잘 되는 옥수수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웃집 옥수수의 꽃이 질 때 즈음 심어 교잡의 가능성을 낮추었다고 해요 홍성에 계신 농부님에게 얻은 흑찰옥수수도 심었고, 직접씨를 받은 쥐이빨옥수수는 팝콘으로 먹을 생각인데 마르쉐@ 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기대가 됩니다.

그 외에도 목화, 감자, 딸기, 고구마 이야기를 들었는데 목화는 직파로 심은 것이 100% 발아가 되지 않아, 이런 경우를 대비해 모종을 따로 키워 옮겨 심기도 한답니다.

‘오월은 앵두와 여린 딸기의 달’이라는 싯구가 있지요. 계절을 모르는 과일을 익숙하게 만나는 요즈음, 이번 농가행에서 제철인 6월에 노지 딸기를 만난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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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고 베면 왠지 미안해져서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또다시 우리들은 서로의  삶을 배웁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농부님은 원래 이 시간에는 보통 쉬었다가 하시지만 우리들은 풀을 베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보다 가까이 작물과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고구마와 감자는 먹는 시기가 다르답니다. 고구마는 수확 후 겨우내 저장하여 수분을 날리고 당도를 높혀 먹는 것이 좋고 감자는 바로 캐어 쪄먹어도 맛있습니다. 감자와 고구마 밭의 작물이 잘 자라도록 주변 풀들을 베어서 베어놓은 자리에 덮어주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무당벌레 피해가 심해 아침, 저녁으로 우퍼분들과 벌레를 잡았다는 감자잎들은 농부님의 보살핌 덕분으로 살아나서 부분적으로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흙 가장자리를 천천히 파주다보면 감자 알들이 3~4개씩 나왔는데 보통 거름을 많이 주는 감자의 크기와 갯수와 다르게 예측 불가능한 종합재미농장 감자밭의 감자수확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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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물이 쌓이고 흙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것을 직접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어 토양검사를 맡겨두었는데 8월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 흙에서 이제 성장하는 힘이 사그라들어 줄기가 말라가는 돼지파와 마늘을 수확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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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범은 책을 출판하고 동시에 방송촬영을 하게 되면서 노출되어지는 부담감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한편 서로의 고민들을 나눌 사람들과 함께 하면 할수록 힘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농부로 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결국 “농부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로도 이어집니다. 도시에서 농부와 함께 농사를 짓는 방법들에 대해 말이지요. 농장을 방문하여 농부를 만나고 일손을 보태는 것부터, 일상에서 어떤 농부가 어떻게 키웠는지 알고 사고 소중하게 먹는 것까지, 그 방법은 다양하겠지요.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뛰어놀듯 마음 편히 농가행에서 그런 고민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왜 텃밭을 일구고, 농부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농부와 함께 하는 삶을 고민하고 있을까? 누군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화씨가 처음 농사를 지으며 만난 친구들처럼, 텃밭을 하다보면 치즈피자를 먹을 때 루꼴라를 얹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민트 잎을 따는 친구를 따라 모히또를 해주는 친구를 만나기도 합니다. 텃밭에서 같은 관심을 가진 친구들과 이런 경험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는 것, 결국 함께 고민하는 친구가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몸이 약한 편인데 밭에만 가면 아픈게 사라져요

삶이랑 동떨어져 살아가는 느낌을 받을 때, 물리적 제약으로 출처를 모르지만 자연에 난 것들을 먹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사먹어야 할 때가 있었다는 경화씨는 10년 안에는 자연과 함께 자신의 삶을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며 텃밭을 4개월 째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하씨에 몸을 치유해주는 텃밭도 더불어 삶으로 이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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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일하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요

주말농장을 하고 자급자족을 꿈꾸는 경덕씨는 조금만 일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100%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일과 시간의 중간지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해요

 

할머니가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늘 밤, 고추, 깨 같은 것들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원래 그런건 안 사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농사를 안짓고 서울에 사는데도, 나중에 엄마가 나한테도 주겠지 생각했었어요.

늘 고향 집 앞 마당에 키워먹었던 고추나 상추를 먹으려고 자취할 적에도 학교 뒷산에서 흙을 퍼다가 화분 텃밭을 만들었던 기억, 부모님이 늘 결명자를 키워서 겨울마다 결명자차를 끓여주셨던 기억, 계절마다 자라는 쑥이나 밤과 같은 것을 잊지 않고 먹여주셨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들이 우리를 농부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고, 이번 농가행에서도 만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내심 특별한 인연이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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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농부도 농부가 아닌 이들도 모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르쉐@농가행X종합재미농장에서의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작은 농부들과도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정화씨는 식품가공기능사 공부를 하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어요. 현행법의 기준에 맞추려면 살림집과 분리된 가공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작은 농가에서 그때 그때 나오는 농작물로 잼 10개를 만들기 위해서 큰 돈이 드는 가공시설을 짓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실에서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려 관련 공부를 하였으나 현재로서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대량 생산 체계에 맞춰진 지금의 법 체계에서 이런 작은 농부들, 작은 생산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르쉐@ 또한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농가행을 하며 농부와 참여자들이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종합재미농장에 우프 프로그램으로 방문했던 호주의 한 친구는 자기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가공시설이 있어서 돈을 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이 곳에서 가공한 것은 로컬마켓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 친구는 딸기 수확한 것을 잔뜩 가져가 판매용 딸기잼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센터를 만들어 농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는 하지만, 기계 사용이나 품목신고 등의 과정이 한번에 만드는 양이 많아야 효율성이 있기 때문에 소농가에서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공 식품을 만드는데에 따른 각종 검사 비용과 절차가 작은 농가가 혼자 감당하기엔 쉽지않은 과정이라고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로서 우리가 농부와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마도 올해 농가행을 통해 “우리가 농부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각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하고 계속 이야기 나눌 것 같습니다.

다음번 농가행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

마르쉐@농가행 X종합재미농장은 8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다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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