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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4 ‘들풀’

마르쉐@ 농부가 키운 씨앗을 요리사가 요리하고 

씨앗과 작물을 맛있게 먹는 지혜를 배우는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씨앗에서 밥상까지,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맛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지난 4월 불광동에서 진행된 ‘들풀’ 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 농가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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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밥상의 준비 과정은 늘 요리사와 함께 농부의 농장을 방문하여 씨앗에서부터 우리의 밥상으로 오기까지 채소들이 자라는 과정을 직접 보고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4월 10일 화창한 봄볕을 받으며 ‘재료의 산책’ 요리사 요나와 함께 경기도 하남에 있는 김진은, 김진원 자매농부의 ‘들풀한아름’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집앞 마당의 꽤 큰 텃밭에도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집에서부터 3~40여분 걸어가니 풀과 작은 꽃들이 가득한 밭이 나타납니다. 농부를 따라 발밑의 여린 풀들이 다칠까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들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다양한 봄 풀과 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냥 ‘풀’이지만, 농부의 눈에는 다 저마다의 이름과 맛과 향을 가지고 해마다 만나는 반가운 풀들입니다. 농부가 건내주는 여린 풀과 꽃들을 하나하나 바로 맛보며 요리사는 생각에 잠깁니다. 이것들을 과연 어떤 메뉴들로 만들 수 있을까. 이번에는 농부도 함께 요리를 하기에 요리사와 농부 서로 더욱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잘 맞아서 풀들이 너무 빨리 커버리거나 져버리지 않아야 씨앗밥상 당일에도 이 여린 봄 풀과 꽃의 맛을 볼 수가 있다고 하니, 이번 씨앗밥상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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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채소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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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밥상 시작 전엔 작은채소가게가 함께 열립니다. 당일 씨앗밥상에 사용되는 채소를 포함하여 그날 농부님의 다양한 작물과 가공품을 만날수 있죠. 씨앗밥상 참여자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농부님의 채소를 구입해가실 수 있습니다. 들풀한아름의 두 자매 농부들이 아침 일찍 채집해오신, 1년에 딱 1번 이맘때에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봄풀과 봄꽃 그리고 꽃차와 효소들로 작은채소가게가 꾸려졌습니다. 작은채소가게는 당일 프로그램 시작 전 2시간동안 열립니다. 

 

* 씨앗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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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작은채소가게를 마무리하고 씨앗밥상이 시작됩니다. 14번째 씨앗밥상 주제인 ‘들풀’을 채집하고 요리한 김진은, 김진원 농부와 요리사 요나의 이야기를 기획자 김수향씨의 진행으로 들으며 재료 그대로를 맛보고 요리를 맛봅니다. 이번 씨앗밥상은 하나의 커다란 접시에 다양한 요리들을 한번에 담아 먹으며, 농부와 요리사의 이야기들 좀 더 많이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일 나눈 이야기중 일부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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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요나

 저는 요리를 하면 이 식재료는 누가 키우고 만드는가, 어떤 생산자들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10대 20대의 나이에 농사를 짓고 있는 ‘들풀한아름’ 자매 농부 이야기를 듣고 제가 그 나이때는 생각도 못했을 생각으로 하고 있을텐데 어떤 농부들일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산자락에서 들풀을 채취하는 이 소녀 농부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씨앗밥상을 준비하면서 이 농장에 방문을 처음 했었어요. 저는 채소나 나물 말고 이런 풀은 처음 접했어요. 처음 본 것도 많고, 농장에서 뜯고 맛보며 밭을 돌아다녔어요. 너무 신기한 세계였어요.  

처음 접하는 재료들을 요리하려면 사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겁이 나야 하는데, 놀랍게도 한번도 겁이 안났어요. 그 이유는 계속 이 농부들이 설명을 해주고 같이 먹어보고 해주는데, 이 친구들의 기운이 굉장히 좋아요. 좋은 생각만 하게 해주는 좋은 기운을 줘요. 그래서 걱정이 안되더라고요. 

농장에 3번을 갔어요. 왕복 2시간 거리인데 가는 길이 늘 신이 났어요. 어떻게 하지 걱정보다는, 너무 좋아서 갔어요. 가면 숨겨진 공간처럼, 아스팔트를 가다가 집이 있고 마당이 있고 들풀이 있어요. 그런 공간을 가는게 좋았고,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랐지만, 이렇게 예쁜 친구들이 딴 재료로 요리하는게 너무 좋아서 요리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처음에는 다 잡초같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막 밟았어요. 그런데 2번째 갔을 때는 조금 보여서 조심하고, 마지막 갔을 때는 밟을 수가 없었어요. 다 알아보겠으니. 그래서 내가 먹을걸 기르는 밭에 가보는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 농부님들이 인상적인 것이, 택배로 보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거였어요. 제가 못가면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져다줘야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풀과 꽃들이 너무 여려서 택배로 보내면 치여서 안된다고,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번에 들풀에 대해 배우며 기억나는게, 광대나물이라는 귀엽게 생긴 꽃이랑 풀이 있는데, 뭔지 몰랐다가 이번에 배우고 요리에도 썼어요. 그런데 며칠전에 집에 가다 보니 아스팔트 사이에 나고 있더라고요. 평소에는 몰랐을텐데, 반갑고 너무 신기했어요. 알아보니 보여서. 그냥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데, 요리를 하려고 다 먹어보면 그 차이가 다 달라요. 그중에 제일 놀란 것은 개똥쑥. 그건 거의 외국 허브 느낌이에요. 많이 먹으면 힘든 맛이긴 한데, 좋은 방향제 같기도 하고 굉장히 세련된 향이 있어요. 분명히 굉장한 쉐프들은 이걸 잘 쓸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어떻게 다룰지 고민되지만. 이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시작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풀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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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요리를 하며 계속 느낀 건 뭐랄까 이건 다른 카테고리의 요리라고 생각해요. 재료 자체가 막 딴 풀을 요리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그때 같이 쑥을 캤는데, 시장에서는 싱싱한 쑥을 골라서 사도 물러있을 때가 많은데 그걸 고르는 일도 일이라 나물 요리가 손질이 귀찮아요. 그런데 이번에 받아온 들풀한아름의 풀들은 손질할 것이 하나도 없고 흙만 털어서 그냥 할 수 있어서 새롭게 느꼈던 것인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들풀의 세계가 다른 세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어떤 요리를 할까 생각했을때, 일부러 제가 하는 팝업식당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요리를 했어요. 평소와 달리 식재료로 들풀을 사용한 것인데 똑같은 레시피이지만 이 풀들을 재료로 하니, 풀만 먹었을 때는 그렇게 차이를 못느꼈는데 요리를 하니 완전히 다른 맛이 났어요. 여러분도 드시면서 그 향이며 꽃이며 말할 것도 없는 사치스러운 식사일 것 같아요. 사과꽃이나 벚꽃도 그렇고 지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들풀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순간인 것 같아요. 지금 이순간. 하우스농사도 전혀 안되고 날씨에 따라서도 먹을 수 없는, 지금 이 순간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깊지 않을까? 사람에 관해서도 지금 이 순간만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도록 되돌아보게 되는, 소중히 여기게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들풀을 많이 드실텐데요, 저는 아직 요리에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할머니처럼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앞으로 많이 배워가야 해요. 다만 이 요리에는 그 친구들을 만나며 느꼈던 기분 좋은 마음이 담겨 있어요. 처음 접하는 풀들을 어떻게 먹을 수 있고, 어떤 마음으로 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한 요리들입니다. 대단한 요리를 하려고 하기보다 이 친구들의 들풀을 대하는 마음을 닮고 싶다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요리를 했어요. 그런 점을 생각하시면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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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한아름 김진은, 김진원

저희가 지금 농사를 짓는 곳은 경기 하남시 검단산 산자락이에요. 텃밭 농사라고 하기엔 많은 작물을 수확하고 있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풀을 많이 기르고 있습니다. 마당에도 풀이 많지만, 들풀들이 햇볕에 잘 자라고 부드러운 땅에서 잘 자라요. 산중턱 계곡 가운데에 300평 밭이 있는데, 원래 오빠가 혼자 개간하던 곳이었어요. 계곡을 건너야해서 늘 손으로 괭이질로 일구었던 땅인데 10년 정도 자생하면서 땅이 살아나고 농약같은 걸 안치는 곳이다보니 다양한 풀들이 자생하고 있어요. 오빠가 결혼을 하여 다른 지역으로 귀농을 하면서 그 밭을 오빠에게 물려받아 제가 짓고 있어요. 풀이 한해가 자라고 겨울이 되면 죽는데 4월말 즈음까지 이 죽은 풀을 안걷어주고 덮어두었다가 새롭게 봄풀이 올라오면 연한 순을 먹기위해 걷어주고 하면서 풀나는 시기를 조절해주고 돌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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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풀 종류는 거의 오늘 아침에 채취를 했어요. 나물로 먹으려면 억센부분도 괜찮지만 우린 연한 순 부분만 먹기위해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자전거 타고 동생과 밭으로 달려가서 풀들을 한아름 따왔어요. 또 처음에 요리사님이 농장방문을 오셨을때, 사과꽃의 꽃봉오리가 나온 즈음이었는데, 제발 사과꽃이 늦게 피어서 씨앗밥상에서 먹게 해다오 했었는데 그 사과꽃도 한아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밭에서 사과꽃과 풀을 따오고, 집 앞에서 자라는 풀들 종류가 또 다르기에 거기서도 연한 풀들을 채취해 가져오게 되었어요.

보통 풀에 독고 있고 없고를 쉽게 구분하는 법은 너무 쓰거나 너무 달거나 이렇게 강한 맛이 나는 풀에는 독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밍밍한 풀은 독성이 없고 순한 풀이라고 해요. 옛부터 내려오는 어르신들 이야기론 그래요. 그거 말고도 꽃이 많이 화려하거나 손에 문질러 보았을 때 독하다는 느낌이 피부에 닿았을 때 그런 풀은 독성이 있다고 해요. 대부분 새순은 거의 데쳐서 먹거나 말리면 대부분 독성은 많이 없어지고요. 독초 중에 자리공 같은 경우 굳이 저렇게 까지 해서 먹어야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중화작용을 해서 드시는데요, 대부분 독초는 타박상이나 외상 상처에 찧어 바르면 진통효과에 효능이 좋다고 해요. 그래서 독초를 포함해 모든 풀들은 약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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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계절달력 비슷하게 바뀌는 풀들에 따라 저희도 일 하는게 변화하는데, 제일 먼저 봄을 맞이하며 일을 시작해요. 생강나무꽃이 가장 먼저 피는데 산에 가서 채취를 해서 생강나무꽃차를 만들면서 한해를 시작하고 냉이를 비롯해 여러 풀들의 순을 먹을 수 있을 때 뜯어서 무침으로 먹어요. 5월초가 되면 아이들이 더 자라서 억새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보다 데쳐서 말리기 시작하고, 아카시아, 찔레 꽃 등 단오 전에 발효액을 계속 담가두어요. 여름에 자라는 풀들이 또 따로 있어요. 털비름나물처럼 여름에만 자라는 나물들은 순으로 거의 먹거나 데쳐서 말리고, 여름이 깊어지면서 질경이나 차조기같은 것들이 무성해질 때 이것으로 차도 만들어요. 가을이 되면 저도 그래도 농사를 안짓는 것은 아니니 농작물들을 거두기도 하는데 빨간고추를 거두어 말려두었다가 고추장, 된장을 만드는데 써요. 끝물 고추는 거두어서 육수로 사용하는데 추워지기 시작하면 안되고 그 전에 작은 것, 마른 것들을 육수로 활용해요. 오늘 제가 만든 소스에도 들어갔어요. 여름엔 쇠비름이 나와서 그 풀로도 발효액을 담가요. 가을엔 도토리를 줍는데 산에 가지 않아도 앞 마당에 있는 두 그루에서 줍는 양이 많아요. 서리를 맞은 뽕나무잎으로는 차를 만드는데, 그래야 풋내가 나지않아서 서리가 내린 그 다음날부터 차를 만들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거의 한 계절이 끝납니다.   

저희는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고 집에서 가정교육을 받으며 생활을 해오고 있어요. 제가(언니, 김진은 농부) 10살 때부터 검단산 밭을 일구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밭을 일군다기보다 밭에서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던 풀들이 지금와서보니 다 먹을 수 있는 풀이었던 거에요. 잔뜩 뜯어놓았던 풀이 실제로 밥과 국이 되어지는 것을 보며 신기하기도 했어요. 10,11살부터 그런 생활을 시작하며 보통 흔하게 말하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정규 학교교육을 받지 않고 자연스레 풀들을 대하며 차도 만들고 효소도 담그고 나물도 만들고 들풀들을 활용한 먹거리를 만들며 마르쉐@을 만나게 되었어요. 마르쉐@에 제가 기르고 만든 것들을 가지고 나와서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도 계속 토요일 시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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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한아름의 김진은, 김진원 두 농부, 너무 젊어서 깜짝 놀라셨죠. 2013년 마르쉐@에 첫 출점했을 때, 오빠가 당시 고등학생 나이. 진은양은 중학생 나이. 진원양은 초등학생 나이였어요. 오빠가 농사짓고, 동생들은 채집 농사를 지었고, 그걸 가공해서 마르쉐@에 나오면서 요리도 해서 나오고 나오고 있는데요, 토요일 마르쉐@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르쉐@에서는 정말 뜻깊은 씨앗밥상입니다. 거의 5년을 함께한 농부들이 성장해서 이제 우리와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우리가 그것을 맛볼 수 있는 굉장히 멋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두 농부님과 함께 밭을 찾아간 요리사는 요나라는 이름으로 요리하는 고정연 요리사님입니다. 마르쉐@ 첫해부터 같이 하다가,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해 떠났다가 온, 마르쉐@의 초창기 멤버입니다. 요나는 정말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다시 마르쉐@의 농부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요리사도 농부도 이번에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농부들 덕분에 고맙게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을 마르쉐@ 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이 요리들을 따라하고 싶네요. 오늘 맛있게 드셨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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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앗밥상은 올해 5번 예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의 씨앗밥상도 기대해주세요.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4 ‘들풀’

주최 사단법인 농부시장 마르쉐

주관 마르쉐 친구들

후원 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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